갓 출산한 교사에 "못하겠으면
나가라"
학습지노조 구몬지부 이은옥 교사, 복직투쟁 3개월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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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몬학습 부개지국 앞:'이은옥 교사 복직 촉구를
위한 학습지 노동자 결의대회'
ⓒ워킹보이스 임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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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100일만에 출근한 학습지 노동자가 ‘갓 출산한 몸으로 관리하기 힘든
지역할당’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자 회사측이 ‘못하겠으면 나가라’고 계약해지해 물의를 빚고 있다.
회사측의 계약해지를 ‘부당해고’라며 6개월째 복직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구몬지부(지부장 이수정) 이은옥 교사는 “할당
받은 지역이 산후조리가 덜 된 몸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만큼 위험하고 힘든 조건이라 다른 지역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답은 계약해지였다”며 “지난해 10월 계약해지를 당한 뒤, 11월 ‘관리구역변경신청요구’를 내용증명으로 회사측에 보냈으나 역시 거부한다는 답이 왔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교사는 지난 2월 10일부터 부개지국 앞 선전전을 시작으로 인천북부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25일에는 근로감독관이 배석한 자리에서 송해덕 구몬학습 3본부 부평사업국장과 대질 심문도 거쳤다.
이 교사는 이 자리에서 송 사업국장이 ‘복직 약속’을 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송 사업국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갓 출산한 교사, ‘관리구역변경신청’하자 “못하겠으면 그만두라”
이에 노조는 부개지국 앞에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민주노동당 부평지구당 등과 함께 선전전을 3개월째 이어오다 18일, ‘이은옥 교사의
복직 촉구를 위한 학습지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구몬학습
송해덕 사업국장은 이은옥 교사 복직 약속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학습지노조를 비롯해, 재능교육교사노조(위원장 정종태) 민주노동당 부평갑 지구당, 건설운송노조(위원장 박대규) 등이 참석해 “구몬학습 송해덕 사업국장은 이은옥 교사 복직 약속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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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옥 교사:"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워킹보이스 임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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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이소영 위원장은 “갓 출산한 이은옥 교사를 부당해고한 구몬학습 송해덕 사업국장은 근로감독관 앞에서 한 복직 약속마저 번복하고 있다”라며 “이은옥 교사가
부당해고 된 지 벌써 5개월, 부개지국 앞에서 복직투쟁을 벌인지도 3개월 째인데도 송 사업국장은 노조의 정당한 면담 요구조차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 위원장은 “이은옥 교사의 복직 투쟁은 이 교사 개인의 투쟁이 아니다”라며 “한 아이의 어머니로, 여성으로 이 교사는 인권과 모성을 박탈당한 것이며
학습지 노동자의 고용안정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제3의 이 교사는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 이은옥 교사는 “3개월 째 부개지국 앞에서 집회와 선전전을 하면서
수 차례 송해덕 사업국장과 이경숙 지국장과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지국 사무실 철문은 굳게 닫혀 있거나
여러 명의 건장한 남자가 버티고 서 출입 자체를 막았다”라며 “지금이라도 송 사업국장은 복직 약속 번복의 명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 교사는 “이번 면담을 거부하면 다시 시도할 것”이라며 “나는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구몬교사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조 이소영 위원장을 비롯한 각 단위 대표들은 사전에 부개지국측에 해놓은 면담통보에 따라 부개지국 항의면담에 나섰다. 그러나 부개지국은 사무실 문을 열어주지 않다가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사무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연좌농성을 벌이자 그제서야 굳게 닫은 철제문을 열었다.
그러나 열린 출입구는 곧 구몬학습 남자교사로 추정되는
여섯 명의 남자들에 의해 또 봉쇄됐다. 노조측이 “공문으로 면담통보를 했는데도 거부하는 이유가
뭐냐”며 항의하자 송해덕 사업국장과 이경숙 지국장은 사무실 안에서 “우리는 할 얘기 없다”라며 “이 교사의 계약해지는 정당한 것이나 업무방해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비 오는 날의 불청객: ‘항의서한’조차 거부해
이에 노조측의 ‘복직 약속 번복 공식사과’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와 회사측의 출입구 봉쇄 대응으로 팽팽한 대치를 30여분간 이어가다 노조측이 출입구를 봉쇄한 남자들을 제치고 사물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송해덕 사무국장과 이경숙 지국장 등은 “무단침입에
따른 업무방해”라며 “할 얘기 없으니 돌아가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며 노조측의 항의서한조차 받기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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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를 막고 선 부개지국측과 면담을 요구하는 노조
ⓒ워킹보이스 임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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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송해덕 사업국장은 “이 교사의 계약해지를 부당해고라는 노조의 주장은 억지”라며 “이 교사의 계약해지는 구몬학습 사규에 의한 것이며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이소영 위원장이 “출산한지 100만에 출근한 이 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지역관리를 시킨 것이 정당한 것인가”라고 묻자 송해덕 사업국장은 “지역할당 문제는 이 교사와 협의한 사안이며 할당 받고 일주일 수업하고 나서 못하겠다고 하는 건 정당한가”라고 되물어 극심한 입장 차를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이 교사와 노조는 “교사와 회사가 맺는 계약서에 분명히 명시된 대로 지역관리는 ‘회사와 교사가 협의한 뒤 회사가 결정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신입교사이든 복직하는 교사이든 ‘협의’에 의한 지역할당을 받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회사측은 “충분히 협의했다”라는 것.
또 송 사업국장은 노조측의 ‘복직 약속 번복’주장에 대해서도 “복직을 ‘고려해
보겠다’라고 한 것이지 복직을 약속한 게 아니”라며 “더
이상 할 얘기 없으니 법대로 해라,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임임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