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판우 시집 | 청소부 나라의 별 | 문학(시) | 변형국판 | 136쪽 | 2023년 11월 16일 출간
값 10,000원 | ISBN 979_11_5896_622_5 03810 | 바코드 9791158966225
성찰하고 질문하는 휴머니스트의 노래
2018년 《문예운동》으로 등단한 구판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청소부 나라의 별』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73으로 출간되었다. 구판우 시인은 세상살이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듬고 위로하는 휴머니스트의 면모를 보인다. 또한 그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온갖 음식을 버무리고 먹게 해주는 식탁 같은 넉넉한 존재가 되고자 한다. 이 시집은 사람들 틈에 자신도 묻어가면서 식사를 제공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구판우 시인은 묻어갈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생존을 지탱해 주는 ‘식탁’의 상징을 통해 화합을 지향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묻어간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비겁한 사람의 행동을 지적하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지만 시인은 그것을 역으로 한 번 더 돌려서 독자에게 제시한다. 단번에 주목을 끄는 역설적 수사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식탁은 입맛을 홀리는 무덤이다/끼니마다 다소 빈약해 보여도 육체를/거스르는 법이 없다/문 걸어 잠그는 일 없이 곧이곧대로 묻어간다는 말이다”(「묻어간다는 말」) 식탁을 ‘무덤’이라고 표현하는 시적 통찰이 놀랍고 아름답다. 식탁은 식사를 도와주는 도구이지만 죽을 때까지 우리의 생존을 둥글게 품어주는 장소이기도 하므로 무덤과 같은 것이다. 『청소부 나라의 별』은 이러한 구판우의 예리한 통찰력이 직조해 낸 빛나는 시집이다.
―정병근(시인)
구판우의 시는 성찰적 사유를 통한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상과 사람살이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시집 전체에 흐른다. 인간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인생 체험을 통해 체득한 깨달음들을 발화하면서 가파르게 각을 세우지 않고 품어 안는 태도를 보이는 데서 시인의 따뜻한 인품이 묻어난다. 구판우 시인은 세상살이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듬고 위로하는 휴머니스트의 면모를 보인다. 시인 자신도 그런 부조리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한 사람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구판우가 ‘시인의 말’에서 밝힌 “빵빵한 가을”은 생동하는 자연일 것이다. 시인은 부푼 “이스트 빵” 같은 현재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주어진 자연의 몸과 감각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보인다. 성찰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살핀다는 뜻이다. 초식동물은 먹은 것을 되새기지만 인간은 삶의 많은 부분을 되새기고 성찰하면서 거듭난다.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나’ 또한 성찰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인생은 성찰하면서 현재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그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시도 그러한 여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주변 인물을 관찰하고 묘사한 시편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 ‘어린 왕자’의 내용을 패러디하고 비판하는 시편들이 관심을 끈다. 이는 그가 휴머니스트이면서 리얼리즘적인 현실관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과 지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시인의 인간애를 엿볼 수 있다.
이 시는 ‘어린 왕자’를 주제로 삼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는 서로에게 길드는 관계 맺기의 소중함과 동심 회복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린 왕자는 어느 날 자신의 행성을 떠나 여러 행성을 떠돌다가 지구의 사막에 와서 뱀과 불시착한 조종사와 여우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결국 처음 만난 뱀에게 스스로 물려 죽음으로써 다시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간다는 스토리이다. “어린 왕자는 죽었다” 시인은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죽었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뱀을 선택한 동기가 매우 불순하다”라는 표현을 보면 『어린 왕자』를 쓴 작가의 허점을 꼬집는 것 같기도 하다. “두 번째 별의 허풍쟁이”처럼 어린 왕자 자신도 왕자라고 으스대고 싶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는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무엇을 비판하고 싶은 것일까. “어린 왕자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들일까? 어린 왕자의 귀환을 부추기는 세속의 호사가들일까? 문제의 본질은 어린 왕자의 귀환이 아니라 “머리 위의 아기별”을 쳐다보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우쳐주고 싶은 것이다. 똑같이 ‘어린 왕자’를 주제로 삼은 다른 작품 「어린 왕자의 귀환」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원래의 스토리에 현실(리얼리즘) 논리를 씌워서 변형하거나 패러디하는 의지를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 정병근(시인)
오, 빵빵한 가을이에요.
다시는 이스트 빵으로 돌아오지 말자.
2023년 11월
구판우
구판우 시인
부경대학교 안전공학과를 졸업하고, 2018년 《문예운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꽃은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청소부 나라의 별』이 있다. 경남문인협회, 경남작가회의, 시향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댓글 청소부 나라의 별!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축하축하 합니다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