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與 안찍겠다며 명함 거부”…강남-해운대 등 텃밭 흔들
입력2024.03.27. 오후 5:17
“서울 강남에 의료인이 많이 거주하다보니 현장에서 명함을 나눠주다보면 의사들을 많이 마주치는데 반응이
당혹스러울 정도다.”
의사출신인 국민의힘 서명옥 강남갑 후보는 “강남구 의사회 등과 간담회도 하고 소통 노력을 해보지만 자신이
의사임을 밝히며 후보 명함을 거부하고 대놓고 국민의힘을 찍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의 의료
공백 사태 대응과 관련한 차가워진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권역의 다른 국민의힘 후보는 “의사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혼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아예 비례대표를 조국혁신당을 찍어서 대통령을 혼내줄 거란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 “의사 비토 양지에서 변수될 수 있어”
4·10총선 공식선거 운동을 하루 앞둔 27일 총선 판세 예측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일각에선 정부와
의사직역 간 의대 정원 갈등 문제로 “양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전통적으로 우위를 보여 온 서울 강남3구 권역, 부산 해운대, 경기 성남분당 지역 등에 많이 거주
하는 의사들이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시하는 것이다.
이같은 악재에 당내에선 21대 총선에서 4.5%포인트 격차밖에 나지 않은 강남을 등 일부 강남권역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강남을에는 개포동 재건축 신축단지가 있고 의료인과 30, 40대 젊은 층 인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강남, 해운대뿐 아니라 성남 분당, 용인 등에도 의료인과의 갈등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이 문제만 잡아도 5, 6개 지역구가 안정권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향은 친윤(친윤석열) 핵심 참모가 출마한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며 대표적인 여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부산 해운대갑에도 미쳤다. KBS부산·국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1~24일 진행한 해운대갑 여론조사
(100% 무선전화면접) 가상대결 결과 국민의힘 주진우 후보는 39%, 더불어민주당 홍순헌 후보는 43%로
오차범위(±4.4%) 내였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해운대갑은 21대 총선
에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하태경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득표율 22.1%차로 압승했던 곳이다.
3선 중진 하 의원이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 뒤 친윤(친윤석열) 핵심 주 후보가 공천장을 따냈다.
국민의힘 부산·경남권역 선거대책위원회 핵심관계자는 “부산은 서로 다른 지역구가 한 단위 선거구처럼
민심이 연동돼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 최근 정부여당에 좋지 않았던 현안들이 맞물리면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도 “부유층이 많은 해운대갑에는 의사들이 많이 산다”고 말했다. 정부와 큰 갈등을
겪고 있는 의사 또는 의사들과 관계된 유권자들의 민심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해운대갑에는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 부촌이 형성돼 있다.
● 당내 “의대증원 소통 먼저”
당과 후보들의 정부를 향한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어떤 의제를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걸로 배제한다면 건설적인 대화가 어렵다”고 했다.
장동혁 당 사무총장 역시 “(총선 위기)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도 면심하게 검토하면서 예의주시하고
계시리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경기 성남분당갑 후보)도 통화에서
“의대정원 2000명을 금과옥조처럼 안 바꾸겠다는 기조를 바꿔야 한다”며 “증원을 하려면 합리적인 설명과
자료가 있어야 한다. 점진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메디컬 AI 스타트업 대표 출신으로 강남을에 출마한 박수민 후보는 “당에서 이 문제에 나서줘 대단히 환영
하는 입장”이라며 “현장에서도 여론동향을 주의 깊게 보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