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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무예 여행 스크랩 고수를 찾아서 <22> 전통무예 회생을 위한 원로 무술인 대담
天風道人 추천 1 조회 324 13.08.31 11: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고수를 찾아서 <22> 전통무예 회생을 위한 원로 무술인 대담
"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애정만이 전통무예를 살린다"
대대로 내려온 무술은 문화재…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발굴·지원 있어야 발전
세계화 소홀히 한채 국내 안주에 만족·세불리기 일삼는 무술인도 각성해야

 
  내로라하는 무술 고수들이 지난달 부산사회체육센터에 모였다. 이들은 전통무예의 회생방안 등에 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고수( 高手)'. 얼핏 연상되는 단어는 은둔자. 세속의 관심을 멀리한 채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은둔형의 고수는 더이상 찾아보기 힘든 상황. 산중수련이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뿐더러 자칫하면 현실도피라는 좋지못한 멍에마저 둘러써야 할 처지. 수십 년 동안의 수련으로 완성한 무술, 혼자 가슴에 안은 채 세상을 떠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 그래서 '세상과 널리 소통하는 사람이 오히려 진정한 고수'라는 무도인들의 말이 더욱 실감있게 다가오는 지도 모른다.

간혹 중국 무술영화나 무협소설을 볼라치면 각 문파의 최고수들이 같은 장소에서 맞닥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유는 두가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악의 세력에 함께 대처하기 위해서. 그것이 아니라면 진정한 무림의 일인자를 가려보자는 뜻. 무도계에서는 '무술에는 강약이 없다'는 말이 회자된다. 요컨대 강하고 약함은 무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련하는 사람의 능력에 달렸다는 뜻. 하지만 범인들의 관심사는 '과연 이 무술과 저 무술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로 귀결되게 마련. 요즘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UFC같은 MMA(Mixed Martial Arts-종합격투기)에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이도윤 한국고무도협회 회장, 유상호 대한합기도협회 원로 최고위원, 안길원 정도술 세계연합 대종사, 정도모 대한공수도연맹 회장, 설적운 선무도 대금강문 문주

 
  왼쪽부터 박귀순 영산대 동양무예학과 교수, 김상학 세계화랑검도총연맹 회장, 고광종 대한차력무술협회 총관장, 김무수 국자랑협회 총본원장, 오동석 부산사회체육센터 사무총장


고수들이 한 데 모인 이유는

근데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부산사회체육센터에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도윤 한국고무도협회 회장, 유상호 대한합기도협회 원로 최고위원, 안길원 정도술 세계연합 대종사, 정도모 대한공수도연맹 회장, 설적운 선무도 대금강문 문주, 박귀순 영산대 동양무예학과 교수(우슈), 김상학 세계화랑검도총연맹 회장, 고광종 대한차력무술협회 총관장, 김무수 국자랑협회 총본원장, 오동석 부산사회체육센터 사무총장(차력)이 그들.

무술문외한이 느끼기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듯했다. 괜히 주눅부터 먼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무술단수만 모아도 족히 100단은 넘을 터.

산사에서 내려온 적운 스님은 여전히 날카로운 안광을 번득인다. 몸이 다소 불편하기 하지만 이도윤 회장은 시종일관 무도인의 태도를 잊지 않는다. 낫 등 농기구를 이용하는 수련과정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고무도의 무서움을 알 터다. 가녀린 체구의 박귀순 교수. 하지만 박 교수에게서는 20여 년간 수련한 우슈의 기가 뿜어져 나온다. 학자풍의 온화한 인상인 김무수 총본원장은 그야말로 외유내강의 진수를 보여준다. 곁눈질로 슬쩍 본 고광종 총관장의 주먹은 얼마나 단련됐던지 정권에 알이 박히다 못해 마치 울퉁불퉁한 바위형태를 하고 있다. 아하, 저 주먹에 한 대 맞으면 우스갯소리로 '빗맞아도 중상'이리라.

좀처럼 함께 하기 힘든 고수들. 왜 회동을 한 것일까. 자웅을 겨루보자는 뜻? 아님, 단순한 친목모임. 예상은 빗나갔다. 모임의 목적은 최근 전통무예에 대해 언론의 관심이 높아 지고 있는 마당에 그 회생방안을 논의해 보자는 것. 역시 고수들의 의중은 무지렁이의 단순한 생각보다는 한 수 높았다. 무술대회 등 특별한 행사가 없음에도 무도인들이 대거 자리를 같이 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뭉치면 산다

무술원로들은 전통무예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먼저 무도인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자고나면 새로운 무술단체가 생겨나는 데다 이권을 위해 서로간 반목이 계속된다면 스스로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모 무술의 경우 비슷한 이름의 단체가 너무 많아 명칭만으로는 어느 것이 정통인지 옥석을 제대로 가려내기 힘든 상황. 이러다보니 '너 죽고 나 죽자'식의 이전투구가 벌어져 결국은 사회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유상호 대한합기도협회 원로 최고위원은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무도인들이 이처럼 모인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라며 "우리나라 무예문화사상을 창시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모임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여러 무술고수들이 함께 하는 자리에 초대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안길원 정도술 세계연합 대종사는 "일찍이 무예인들이 서로 단합된 모습을 보였어야 했으며 이런 모임을 계기로 후세에 전통무예를 전해줄 수 있는 틀을 마련했으면 싶다"고 말했다.

무도인들의 자기 반성은 더 이어졌다. 그동안 전통무예라는 틀에만 갇혀 저변확대 등에는 소홀했다는 자책감이 터져 나왔다. 나아가 세계를 무대로 뛰는 무술이 있는 반면 국내무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근시안적 사고에 머무는 수가 많았다는 것.

또 내가 하고 있는 무술만이 최고며 정통이기 때문이라는 그릇된 우월감으로 타무술과의 교류를 거부, 발전을 하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무수 국자랑협회 총본원장은 "관원들 가운데는 기술과 체력을 길러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생각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개탄했다. 김 원장은 이어 "전통무예가 침체를 벗어나 더욱 발전하려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라며 "이 자리에 모인 원로들이 거름이 되어주면 미래는 아주 밝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도모 대한공수도연맹회장은 무도인 정신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각자가 하는 무술은 형태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정신수양과 인내, 예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며 "타인의 모범이 될 때 우리 전통무예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무도는 전통문화재

원로 무도인들은 하나같이 어린시절 무술에 입문한 뒤 오직 외길을 걸어 온 사람들. 따라서 세상물정에 어두워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까닭에 후학을 키우고 싶어도 재정적인 문제로 곤란을 겪는 수도 많다. 그래서 이들은 새 정부가 전통무예에 대해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기울여달라는 소박한 바람을 털어 놓는다.

설적운 선무도 대금강문 문주는 "무도는 전통문화재"라고 단언한다.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이상 이어져온 전통무예가 일반 문화재와 비교도 되지 않는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 항변이다. 설적운 문주는 "무도인들도 마땅히 전문기능인으로서의 예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을 꺼낸 뒤 "정부에서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전통무예를 발굴,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고 희망을 던졌다.

차력가 출신의 오동석 부산사회체육센터 사무총장은 역시 새 정부에 거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의욕적으로 정부조직개편안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체육'이라는 말은 아예 거론되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체육인은 많지만 체육인의 목소리는 없고, 무술인은 많지만 무술인의 목소리도 아예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는다.

오 총장은 "전통무예가 국민건강 증진에 아주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분명하다면 이를 관장할 확실한 정부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오 총장은 외국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전통무술을 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신경을 쓰는 사람도 없고 그것을 요구할 단합된 힘도 없다며 이제부터라도 제대로된 무도인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전 무도인을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이 발족되어야 할 때"라는 안길원 정도술 대종사는 "이에 앞서 정부부처에 무예를 관장하는 국(局)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라고 피력했다.

전통무예인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숨은 고수들이 무수히 많으나 사회의 외면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자기홍보가 보편화되다 보니 예전처럼 묵묵히 수련만 해서는 잊힐 수밖에 없다는 것. 그 밑바닥에는 전통무예일수록 세상에 널리 알려 대대로 계승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깔려 있다.

고광종 대한차력무술협회 총관장은 "아무리 훌륭한 고수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사장되고 말기 때문에 부산에서 시작된 무술고수 찾기가 전국적으로 넓게 퍼져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설적운 선무도 문주와 안길원 정도술 대종사는 "숨어 있는 무술 고수를 발굴하는 데는 언론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며 일회성의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무술계 신진세력들인 박귀순 영산대 동양무예학과 교수와 김상학 세계화랑검도총연맹 회장 등도 전통무예의 회생에 언론을 비롯한 사회 각계가 보다 깊은 애정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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