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별들의 공복을 이 적멸의 허기를 어떤 비유로 달래야 하나
일단 반짝이는 것은 내가 아니다 별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셈을 치며 나는 자주 별자리를 탐했지만, 정작 빛나는 것들의 배후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사(餓死)하진 않았다 궤도를 서성이다 사라지는 별들의 부스러기가 고봉으로 진설되는 밤, 내일 죽은 내가 오늘을 앓으며 어제 다시 태어 날것이다
없는 내가 자꾸만 커져가는 나를 다독이는 밤, 우렁우렁 깊어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3월의 미장센-미스킴라일락 / 이 령
우리 동네 울음의 매파는 미스킴라일락이라네 부릉부릉 스물 하나 아니면 서른셋도 아닌데 길은 나래치고 이정표는 범람 했네 담장은 무너지고 밀어는 자주 울타리를 도발 했네 식은 커피처럼 근근이 속삭이거나 번진 마스카라가 되거나 밤이 낮이 되어 여자는 티켓 만큼 나풀나풀 커피를 팔았네 살기위해 사랑을 가장하며 커피 프리마 무늬 같은 브라우스 앞섶을 풀고 또 풀었네 쌀 수매 철 젖무덤만한 최영감의 지갑을 서리한 미스킴이 도망간 날 복덕방 허영감도 금은방 박영감도 덧대어 울었네 농협 너머 수정다방은 남겨진 둥지만큼 스산하고 울음의 기우는 높쌘구름처럼 두터워서 스물 하나도 서른셋도 아닌 동네 영감님들 미스킴미스킴 꺼억꺼억 부르며 이생을 등졌네 대부분 떠나간 것들은 돌아올 거라는 약속을 남겼는데 믿지 못해 믿는 거라고 미스킴 라일락 향기보다 치명적인 치명(治命)만 남겼네 깃털처럼 묵직한 사랑으로는 그 누구도 철새의 행방을 가늠하지 못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