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컨셉트와 대략의 컬러(블랙&화이트, 포인트로 레드&그린)를 정하면서 도배지, 타일, 제작 가구, 조명 디자인과 시공할 위치를 미리 정했다. 개조를 진행하며 가장 도움을 받았던 것은 스스로 정리한 개조 노트와 각 업체 베테랑들의 실질적인 조언이었다. 수첩에다 제멋대로 도면을 그려가며 상상 속의 가구 배치와 컬러를 눈에 보이게 정리하는 동안 공간과 색 매치에 대한 감을 얻었고, 컨셉트를 바탕으로 벽지/씽크대/가구 제작 전문가들의 ‘하라’ 혹은 ‘하지마라’는 정보를 귀담아 듣고 절충함으로써 디테일을 다듬어나갔던 것이 셀프 개조의 큰 수확이었다. 처음 계획했던 화이트 페인트를 매트한 느낌의 화이트 벽지로, 가죽 라운지 체어를 캐주얼한 회색 원단 소재로, 흰 서재장에 검은색 서랍장을 추가하고, TV 벽면에 장식적 요소의 큼직한 선반장 대신 짧은 무지주 선반과 낮은 TV장을 둔 것 모두 이들과의 대화로 얻은 결과다.
3주간의 공사 지휘는 쉽지 않았다. 같은 라인 주민들의 2/3에게 동의서를 받고, 관리실에 엘리베이터 사용료 및 공사 예치금을 지불하며 허가를 받았다. 기본 철거(1일 소요) 후 섀시와 목공 작업+전기 배선+천장형 에어컨 설치에 5일이 소요됐다. 동시다발적으로 공사가 진행된 이때가 가장 정신 없었는데 간식을 사다 나르며 인부들과 원활히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후 타일과 미장(1일)→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설치(2일)→도배(2일 )→마루(1일)→조명(1일) 순으로 공사가 진행되었다. 시공 후 실제로 살아보니 아쉬움도 있다. 김치나 매운 음식들이 흰 벽지에 튈 때는 ‘바(Bar) 위의 빨간 벽지를 바싹 내려 붙일 걸’하고 생각했고, ‘꼭대기 층인데 천장을 높여볼 걸’ 싶기도 했다. 그러나 훨씬 널찍해지고 개성 넘치면서도 현란하지 않은 공간을 보며 숙종 씨는 ‘셀프 개조, 쉽지 않지만 해볼 만하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