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시간과 향수를 접목한 ‘하얀 언어’들 --김수산나 시집 『』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 내려놓은 시간과 생(生)의 재발견 현대시와 시간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어차피 시를 발상하거나 이미지의 투영을 위해서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성과 밀접한 상관성에서 재생하면서 현재의 정서와 사유(思惟)를 정리하고 거기에서 창출한 진실들을 재발견하는 시적 현상들을 많이 대하게 된다. 이러한 시적 상황이나 전개는 한 시인이 체험한 현상들이 그 시간적인 배경에 의해서 상상적으로 재생되고 새로운 진실을 탐색하는 시적인 정황(情況-situauion)으로 발전하여 한 편의 좋은 작품을 창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 시인에게서는 이 시간성의 현장을 벗어날 수가 없을까. 현대시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과 공간(이를 일러서 시공(時空)이라고도 함)의 대입(代入)으로 작품을 구상하거나 완성하는 것은 시인의 절대적인 심저(心底)에서 현현하는 진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김수산나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 『』은 이러한 시간 개념이 그의 심성(心性)에서 하나의 진실 추구를 위한 방안으로 자리해서 작품을 창작하는 원류(源流)로 삼고 있다는 시풍(詩風)을 예감하게 한다. 일찍이 T. S. 엘리엇은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은 아마도 모두 미래의 시간에 있을 것이며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이 담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이 시간성은 모두 과거의 회상이거나 현재의 현실적인 감응(感應)의 실재(實在)를 통해서 진실을 분사(噴射)하는 것으로 작품들을 창작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붐비는 퇴근길 노인의 손에 가득 츄잉껌 절룩이는 한 일상 지나간다 낡아 닳아 삐걱이는 관절 아래로 중심을 잃은 걸음걸이 껌처럼 늘어 붙어 지척인다 지나온 날들 보이지 않고 생의 끄트머리 후미진 언덕 아래로 가야할 저 강 건너 완결의 뜻이 버거운 날 노인 어깨위로 삭아버린 세월이 검다 (아름다움은 본디 우울 했을까?) 가볍게 멀미가 일고 그날 젊음이 허수룩하게 휘어간다. --「시간 속에서」전문 김수산나 시인의 시야(視野)에는 ‘지하철 붐비는 퇴근길 / 노인의 손에 가득 츄잉껌 / 절룩이는 한 일상 지나’가고 있다. 여기에서 그는 시간성을 관찰하고 있다. 그는 ‘지나온 날들 보이지 않고’라는 과거의 재생 어조(語調)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의 상황은 보이지 않고 ‘생의 끄트머리 후미진 언덕 아래로 / 가야할 저 강 건너 / 완결의 뜻이 버거운 날 / 노인 어깨위로 삭아버린 세월이 검다’는 어조로 ‘노인’과의 ‘세월’을 대칭적으로 연상(聯想)하는 시법이 공감을 이루고 있다. 그는 다시 이러한 시간성의 원류에서 ‘(아름다움은 본디 우울 했을까?)’라는 독백적 회상에서는 약간 우울한 심경(心鏡)의 내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가볍게 멀미가 일고 / 그날 젊음이 허수룩하게 휘어간다’는 결론에서 그의 시간적인 관념은 그렇게 밝은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서나 과거와 현재를 대입하면 과거의 회상은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우리의 정한(情恨)은 애달픔과 아픔 그리고 그리움 등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특징을 감안하면 보편적인 상념(想念)이며 시적인 발상의 원천(源泉)이 되는 것이다. 시간을 내려 놓는다 그곳에 새의 부리 새순이 돋는다 제 스스로 햇살을 껴 안으며 보이지 않은 영혼을 키우는 초록 물결들 찬이슬 안개의 강 낳아 기른다 그곳에 양지바른 언덕 고사리순 지천으로 어머니의 자장가, 다정한 강 흐른다 푸르디 푸른 간절함으로 남서풍이 다녀가고 다소니와 함께한 흔적 깊은 강물로 흐른다. --「차 밭에서 피어오르는 (2)」 여기에서도 ‘시간을 내려 놓는다’는 상황 설정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보이지 않은 영혼을 키우는 초록 물결들 / 찬이슬 안개의 강 낳아 기른다’는 과거와 현재의 접맥(接脈)으로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가 소재로 등장시킨 ‘차밭’은 그의 고향(전남 보성-보성은 녹차밭의 중심지이다.) 체험에서 획득한 소중한 발상이다. 그가 다시 ‘어머니의 자장가, 다정한 강 흐른다’는 어조에서 내려놓은 시간에서 취해버린 ‘어머니의 자장가’에서 향수와 그리움의 이미지가 강으로 흐르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김수산나 시인의 시간 이미지는 ‘바다는 더 푸르고 / 홀로인 시간들 / 뚝배기 장맛 길들이네(「소식」중에서)’거나 ‘더욱 얇아진 일상들 / 시간은 지나고 / 또 다시 준비된 절망과 희망을 / 버무릴 때(「양은 냄비」중에서)’, ‘푸른 곰팡이 이야기 / 손맛이 장맛이라는 / 시간의 마술 밖으로(「장꼬방에 핀 꽃」중에서)’, ‘뭍의 바람을 데리고 온 그 여자 / 서귀포에 가방을 풀고 / 시간의 그림자를 지워버린다(「여행」중에서)’, ‘그 누군가 가슴을 다독이는 시간들(「소금꽃」중에서)’ 그리고 ‘그 시간들 지우고 싶을 때 마다 / 부르튼 발목을 적셔보네(「목욕탕에 다녀오는」중에서)’ 등등에서 시간과 교감하는 그의 시법을 이해할 수 있다. 2. 그리움의 연가와 ‘하얀 언어들’ 김수산나 시인은 다시 시간성의 정서가 연결되어 연가(戀歌)로 환생(還生)되는 시법에 유의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삶의 궤적(軌跡)을 통해서 지금까지 불망(不忘)으로 각인(刻印)되어 있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연가를 부르고 있어서 이다. 내 머리맡 한 줄기 강물 흐른다 늘 안개에 젖어 뒤척이는 밤 출렁인다 내 안에 있는 그대 비틀거린다 아직 사랑한다 말 못한 그 한 마디 오늘 밤 깊게깊게 젖어 있다. --「어느 날 (2)」전문 이 작품에서 김수산나 시인은 ‘안개에 젖어 뒤척이는 밤’의 고독함에서 ‘내 안에 있는 그대’라는 화자(話者)가 시간성에서 교감하는 간절함을 현현하고 있어서 그가 지향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바로 ‘어느 날’이라는 시제(時制)에서 ‘아직 사랑한다 / 말 못한 그 한 마디’로 남아 있다. 그는 ‘산안개 피어 올린 제단은 이제야 눈을 뜨고 / 마을에선 마음이 먼저 설레이는 / 첫사랑은 이제 피어나려 하네’라는 ‘그리운 이의 모습으로(이상「강물 깊어지는 소릴 들었니」중에서)’ 남아있고 ‘붉은노을 휘청 거리도록 / 그리움은 멀리 있고 / 저문 강가엔 더 이상 별이 뜨지 않았네(「저문 강가엔 더 이상 별이 뜨지 않는다」중에서)’ 그리고 ‘숲도 누군가를 그리워 한 것이다(「푸른 초대」중에서)’라는 그리움의 메시지가 가득 넘쳐나고 있다. 섬과 섬 사이에서 외로운게다 누군가 떠날 때 기별이 없는 바람이 먼저 앞서 가는 창가 동백꽃 떨군 그날 달그림 깊어질 때면 사람과 사람사이 그 사이 사이를 넘어 물이 차오른다 눈시울을 떠나 가슴을 적신 섬 사이로 삭아내린 하얀 언어들 깃발로 펄럭인다. --「눈물」전문 김수산나 시인에게서 이 그리움의 중요한 매체는 고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눈물’의 ‘하얀 언어들’이 내포(內包)한 외로움의 근원은 바로 이러한 ‘섬과 섬 사이’와 ‘사람과 사람사이’라는 행간(行間)에서 사유의 진폭은 ‘삭아내린 하얀 언어들 / 깃발로 펄럭인다’는 결론으로 흡인(吸引)시키고 있다. 이러한 고독감은 ‘쓸쓸한 가슴 맞대고 그리움을 낳는 저녁 / 강물은 소리없이 돌아 누워 / 초록의 시린 등을 어루만지면 / 따뜻한 품으로 오는 아름다운 사람아(「거슬러 오르는 연어같은(3)」중에서)’라거나 ‘밤마다 / 낯선 기척에 잠들지 못한 하늘 볓빛으로 내려오고 / 꽁꽁 얼어버린 산중 고사목 아래로 / 비릿한 그리움들 / 눈발 하얀 날 / (산골의 밤은 아프다)(「거슬러 오르는 연어같은(6)」중에서)’라는 연작시편들이 그의 고독감을 더욱 심란(心亂)하게 장식하고 있다. 또한 그는 고독함의 시적인 결집은 ‘길을 묻어두고 돌아서자 / 텅 빈 고요 속 / 숲을 휘감는 냇물이 사방인 것을 / 홀로 걷기에 너무 외로워(「운문사에 두고 온 것들」중에서)’하고 있으며 ‘기다림을 잠재우는 목탁소리 / 익숙해진 염불소리 건너 / 한적한 숲이 놀러 오는 날 / 바람이 지나간 흔적으로 / 산과 계곡의 경계가 무너지며 / 짓무른 싱그러움이 / 이쪽에서 저쪽으로 찰랑댑니다(「봄의 여백」중에서)’라는 어조는 그의 내면에 깊게 침잠(沈潛)한 정서가 외로움의 메시지로 현현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3. ‘거슬러 오르는 연어같은’ 향수와 기원 김수산나 시인에게서 특이한 시법은 「거슬러 오르는 연어같은」연작시편에서 그에게 내재된 지향적인 기원과 진실을 적나라(赤裸裸)하게 살펴볼 수가 있는데 이는 그의 고향에 대한 의식에는 항상 고향의 정경(情景)과 가족들의 애환이 서려 있어서 그의 심저에는 오매불망(寤寐不忘)의 정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허공에 길을 내어 얼마쯤 헤매다 다시 기억하는 고향집 양철 대문 위 나팔꽃 아침마다 웃어주고 감꽃 별처럼 쏟아지던 그 뒷마당엔 별똥별 노오란 전설이 쌓이던 날 막다른 골목집 꽃집 할머니 등그림자엔 저승꽃이 피었다 뒤돌아 가지 않았던 어느 사이 홍시감 물들인 서릿발 내 머릿결에 내려앉고 노을보다 더 고운 그리움들 길게길게 거슬러 오르는. --「거슬러 오르는 연어같은(1)」전문 이 작품에서 김수산나 시인은 시적정황으로 ‘허공에 길을 내어 / 얼마쯤 헤매다 다시 기억하는 고향집’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고향집은 그가 과거의 시간성에서 태어나고 어느 기간까지 삶을 영위한 영육(靈肉)이 동행한 성스러운 공간이다. 그는 이 향수에서도 ‘어느 사이 / 홍시감 물들인 서릿발 / 내 머릿결에 내려앉고 / 노을보다 더 고운 그리움들’이라는 어조로 그가 간직했던 그리움이 발현되고 있다. 이는 ‘양철대문’과 ‘그 뒷마당’과 ‘막다른 골목집’ 그리고 ‘꽃집 할머니’ 등을 회상하면서 시제(詩題)와 같이 ‘거슬러 오르는 연어’에 비유해서 이미지를 창출하고 주제를 명징(明澄)하게 현현하고 있다. 골목을 누비던 그 가시내랑 머시매가 늘 배고파 흰 웃음도 아꼈던 시절 옹기종기 흙으로 소꼽짓다가 복숭아꽃 물들인 꿈들 절로 곱던 날 보름달 드물게 자리하면 은하수 푸른강 노젓다 잠이 드는 어디쯤 흘러흘러 이름도 모를 몇 구비를 넘다가도 그 골목으로 달려가고 싶다 저 만치 세월 깊이로 제법 실한 울타리를 이룬 메타쉐카이어 아래로 그대 노을등진 우리의 그대 언제부터인가 우린 다시 돌아와 어린 웃음 꼭지 풀어 늘 기다려온 그 나무 아래로 푸른 산소가 되고 싶다 다시 그때의 이름으로 밤새워 편지 한 장 써본 첫사랑이고 싶다. --「거슬러 오르는 연어같은(5)」전문 이 작품에서는 특이한 어휘로 ‘그 골목으로 달려가고 싶다’거나 ‘푸른 산소가 되고 싶다’ 그리고 ‘편지 한 장 써본 첫사랑이고 싶다’는 등 ‘싶다’는 기원의 어조로 그의 간절한 향수의식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재생하는 의식의 흐름에는 이러한 기원형의 시법이 더욱 시적 효율성을 발휘하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그가 이처럼 감정이입(感情移入-fintuhlung)으로 완성된 작품은 우리 인간이 시적 대상에게 공감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아름다움이 성립되고 시다운 표정을 갖춘다는 당연한 심리적인 반응이다. 또한 그는 ‘골목을 누비던 / 그 가시내랑 머시매가 늘 배고파 / 흰 웃음도 아꼈던 시절 / 옹기종기 흙으로 소꼽짓다가 / 복숭아꽃 물들인 꿈들 절로 곱던 날’의 시간성도 단순한 과거 회상의 차원에서 승화해서 ‘저 만치 세월 깊이로 / 제법 실한 울타리를 이룬 / 메타쉐카이어 아래로 / 그대 노을등진 우리의 그대’와의 사랑도 이 ‘싶다’라는 간구(懇求)의 언어로 결론짓고 있다. 치매에 기억을 묶어둔 팔순 노모 닳고 닳은 손톱 끄트머리 봉숭아꽃 물들인다 꽁꽁 묶인 실타래 풀린 저 희디 흰 웃음 봉숭아꽃 씨방 터트린 찰나다 수놓듯 한 땀 풍경이 되어버린. --「찬란하거나 슬프거나」전문 김수산나 시인의 향수와 그리움의 진원지는 바로 어머니에게서 탐색하고 있다. 그는 ‘치매에 기억을 묶어둔 팔순 노모’에서 그의 애절한 정감을 엿보게 되는데 이는 ‘날 훑고 가는 건 / 바람이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기억(「어느날(1)」중에서)’과 ‘당신 며칠 아파 누워 있는 동안 / 이 세상 모든 게 / 몸져누워 있더라 // 카네이션 붉은 울음 / 사소한 바람에도 / 바르르 부서져 무너지더라(「어머니」전문)’ 등에서 절규(絶叫)로 분사하는 ‘어머니’에 대한 효성어린 모정(母情)을 펼쳐지고 있어서 우리들의 공감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4. 자연서정의 고즈넉함과 그 시법 김수산나 시인은 누가 뭐라해도 서정시인이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모더니즘의 기교를 약간 가미(加味)하기도 했는데 이번 시집에서는 대체로 서정성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사물의 착목(着目)에서부터 발상까지 안온한 서정의 범주(範疇)를 유지하는 서정시를 탐구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정서나 사유의 지향점에는 그가 구현하려는 시적인 위의(威儀)나 본령(本領)에서 정수(精髓)의 시법으로 작품을 완성하려는 욕구가 넘쳐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시적 상황으로 도입하는 대상이 자연이라는 만유(萬有)의 섭리와 동행하고 있어서 자연서정을 통한 그의 고즈넉함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수만번 다녀갔던 길 허공속 마른 몸짓으로 채웠던 날들 그댄 몰랐으리 내가 너무 아프다는 걸 아침 안개 속 투명해 부서지는 춤사위 아래로 멈추어지지 않은 꿈들 타오르다 날아간다 그대 바람으로 이미 다녀왓던 길 시린만큼 내어주고도 한결같은 속삭임들 부치지 않은 연서로, 손 흔들고 짝지은 새들마저 날아가는데 아직 도착하지 못한 그대 이름 그 강 아래로 선홍빛 따순 노을 그림자로 뒤따라온다 --「갈대밭에서」전문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이 자연 경관(景觀)을 응시하면서 교감하는 서정적 선율은 황홀한 영감(靈感)이 동시에 감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시법에서 자연서정시의 창출방법은 두 가지의 경우를 설명하는데 이는 감상적 오류(誤謬)라고 불리는 자연의 인격화를 시론에서 인용하고 있다. 그 하나는 시인이 모든 자연을 자신 속으로 끌어와서 그것을 내적(內的) 인격화하는 동화(同化-assimilation)이며 또 하나는 자연 속에 상상적으로 자신을 투여(投與)하는 투사(投射-project)라는 두 가지의 원리를 말한다. 김수산나 시인은 이 ‘갈대밭에서’ 그가 자연 속으로 들어간 투사의 시법을 응용하고 있는데 그가 ‘그댄 몰랐으리 / 내가 너무 아프다는 걸’이라는 어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대’와 ‘내’라는 화자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의인법에서는 ‘바람=그대’ 그리고 ‘갈대=내’라는 등식으로 전개한 시법이 더욱 그 의미와 메시지를 확연하게 적시하고 있어서 서정적인 감흥을 충족시키고 있다. 누구의 사랑으로 여기에 와 있는가 사랑아 불태워라 그 만나 그 사연을 그 사랑 스쳐간 바람까지 모두 불태워 버려라 --「낙엽에게 띄운 편지」전문 이 작품에서도 ‘낙엽’이라는 착목의 현장에서 관념적으로 풀어나간 시의 형상화는 간명(簡明)하면서도 끈끈한 흡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모두 / 불태워 버려라’라는 명령어의 관점은 강렬하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감도(感度)가 서정시의 본령을 적시하는 시법으로써 찬사를 보낼만 하다. 이 밖에도 작품「봄편지」「시월애」「어느 산사의 밤」「배꽃이 필 때면」「주말농장에서」「바람이 불어올 때면」「꽃비」「4월 그 숲을 지날 때」 등등에서 그의 고즈넉한 자연서정의 정취(情趣)를 감상할 수 있으리라. 김수산나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서 그가 시간에서 재생된 생의 발견과 그 시간에서 파생된 그리움과 그 연가 그리고 진한 향수와 기원의식을 지나서 자연 서정에서 그의 안온한 정서의 진원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어린순이 피어나는 숲길 속으로 / 섞어가는 느그적한 걸음걸음 / 나직한 것들은 / 볕에 내맡긴 구리빛 따라 / 햇아들 뒤따라 간다 / 섞일수록 좋아진 것은 마을 풍경이 / 아니라 / 쏟아진 별빛 헤어보는 / 깊은 밤 잔잔한 애기들이(「자연곁으로 가다」중에서)’라는 그의 심성과 일치하는 시향(詩香)을 만끽(滿喫)할 수 있으리라 예감하게 된다.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