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랍 체험기
2024년 5월 14일 김영식 권사 내외의 초청을 받아 아주 특별한 체험을 했다. 그는 강원도 재산리 금당계곡에서 펜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운영하는 별밤 지기다. 경기도 안산에서 잘나가던 사업을 접고 여유와 낭만이 물결치는 산수 좋은 이곳에 둥지를 튼 지가 올해로 21년째다. 그 세월 동안 자연과 벗 삼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다방면의 자격증을 소지할 정도로 매사에 적극적인 김 권사는 텃밭을 일구면서 매년 풍년의 꿈을 꾸며 사는 젊은 중년이다. 그는 5년 전부터 엘림꿀벌농원을 운영하며 양봉(養蜂)사업에 정성을 쏟고 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試行錯誤)도 많았고 그 대가로 벌침을 맞으면서 정신을 바짝 차린 덕에 지금은 매우 안정된 양봉 사업가로 변신해 있다. 벌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벌이 없어지는 인류를 상상하기도 싫다. 벌이 인류에게 끼치는 혜택은 너무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종말 징조는 벌의 멸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나름대로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벌은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을 위하여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단언한다. 이 농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는 다음세대들에게 인류사랑, 자연 사랑의 정신을 함양시키고자 밀랍체험장을 개설하고 초등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 바로 이 밀랍 체험 현장에 담임목사 내외를 초청하여 새로운 자연의 세계에 빠져 들게 했다.
밀랍(蜜蠟, Beeswax)이 무엇인가? 먼저 사전적 의미를 살피면 대략 밀랍이 무엇인지 감이 온다. 밀랍의 밀(蜜)은 ‘꿀’이고, 랍(蠟)은 ‘밀’이란 뜻인데 꿀벌의 집을 끓여서 짜낸 기름을 말한다. 그러므로 밀랍은 ‘벌집을 만들기 위하여 꿀벌이 분비하는 물질’이다. 꿀벌들은 꽃으로부터 긁어모은 당을 효소 작용하여 체내에서 액체 물질을 생성하는데 이 안에는 특별한 화학성분이 들어 있어서 이 액체가 고체로 변한다. 이것이 몸에서 분비한 열을 이용하여 좁게는 벌집에서 가열압착법(加熱壓搾法), 용제추출법(溶劑抽出法)등으로 채취하는 고체랍(固體蠟) 즉 고형(固形)기름, 지방이다. 주성분은 고분자로 된 탄화수소, 멜리실 알코올의 팔미트산 에스터, 세로트산의 중합체로 성분이며 구조를 보면 흥미롭게도 플라스틱 그중에서도 폴리에틸렌에 가깝다. 꿀벌은 이것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몸에서 한쪽 다리에 있는 무릎 관절을 이용해서 다리와 복부의 근육을 이동시켜 밀랍을 제작하고 있으니 꿀벌들의 수고가 인류의 유익함을 제공하는 순간이다. 이것이 꿀벌들의 육각형 벌집(Honeycomb)을 만드는데 필수불가결한 재료이다.
양봉은 꿀이 아닌 밀랍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인류는 고대로부터 이것을 벌집에서 탈탈 털어 여러 용도로 사용했는데 주로 초를 만들었다. 19세기 전기가 실용화되면서 인류는 어둠 속에서 해방되었지만 그전에는 초를 이용하여 어둠을 밝혔다. 밀랍 초는 고운 빛을 낼뿐 아니라 깨끗하게 연소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모든 예전마다 초를 사용하던 중세 교회는 밀랍 초를 매우 귀하게 여겼다. 단가가 너무 비싸서 서양식 초를 생산하면서 밀랍 초는 활용도에 밀렸지만 가치는 여전하다. 그 외 밀랍은 화장품에도 사용되는데 피부에 유연성을 높여주는 보습력을 유지하는 데 탁월하다. 성질은 부드럽고 연하며 자연 친화적인 화장품 원료로서 이만한 소재가 없다. 밀랍 외에 꿀벌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꿀이다. 꿀은 꿀액을 꿀벌이 수집한 후 열과 수분이 걷혀있는 프로필렌을 섞어 기화한 것이다. 단맛과 함께 영양만점 식품이다. 그리고 로얄제리(Royal Jelly)와 벌꿀 차(Propolis)가 있다. 로얄제리는 지방, 탄백질, 탄수화물 함량이 높다. 벌꿀 차는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꿀벌이 벌집 사이의 구멍을 매우 탄력적인 붙임재로 고쳐놓는 물질이다. 탄닌, 플라보노이드, 비타민 등을 포함하여 항생제 및 항균 작용이 있어서 의약품 및 건강 보조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영식 권사는 이렇게 본인과 꿀벌이 합동해서 채취한 고체랍을 가지고 고대 인류 시대로 돌아가 밀랍 초를 만드는 체험으로 인도했다. 고체랍을 뜨거운 불에 가열하여 액체로 만드는 동안 벌의 유용한 점, 자신이 양봉사업을 하면서 느낀 바를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고체랍은 액체로 변신하였다. 그리고 심지를 박은 초 모양의 용기에 이 액체를 붓는다. 또 이것이 굳는 시간 동안 밀랍 강사의 끊임없는 이야기는 시간을 잊게 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다하고 변형 틀을 조심스럽게 벗겨내자 그 틀의 예쁜 모형 그대로 밀랍 초가 완성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모형이 나오기까지 학생들은 한 게 별로 없었다. 밀랍 채취부터 초로 재탄생하기까지 모두 강사의 몫이었다.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은 그간의 수고를 대변해주었다. 그래도 강사는 모든 수고를 학생들에게 돌리며 잘했다고 연실 칭찬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더불어 학생들도 강사에게 감사의 박수로 보답하며 체험기는 막을 내렸다.
잘 몰랐던 꿀벌의 세계를 간접 경험하면서 참 경이로운 자연의 섭리를 발견했다. 이렇게 아름답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자연을 푸르게, 아름답게, 풍요롭게 만드는 숨은 일꾼이 바로 벌이었던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일벌들은 죽도록 충성하며 자연에 순응하며 산다. 꽃피는 봄이면 온 산의 꽃집이란 하나도 빼지 않고 가가호호 방문하여 빼앗아 오는 일이 벌의 주된 임무인데 아프지 않고 유익하게 강탈해오는 꿀벌의 사역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 행보가 결국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함이란 사실을 깨닫고 문득 이 땅에서 그렇게 사신 예수님의 삶이 오버랩(overlap) 되었다. 밀랍체험은 진정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했던 시간이었다. “또 내가 기름진 밀을 그들에게 먹이며 반석에서 나오는 꿀로 너로 만족하게 하리라 하셨도다”(시편 81:16).
금당계곡의 명소 펜션 '별이 빛나는 밤에'
고체 랍을 액체로 만드는 과정을 시연하는 엘림꿀벌농원 김영식 권사
밀랍초를 만들 변형틀에 심지를 꽂는 작업
액체로 변한 밀랍을 초와 왁스를 만들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다.
예쁘게 꽃모양으로 만들어진 밀랍 초
첫댓글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의 깊은 뜻을 알 듯 하네요
권사님 가정의 사명을 깊이 깨닫네요
Fore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