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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8일 (토) 촬영
서울시립미술관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지금 강석호의 3분의 행복과 키키 스미스의 자유낙하 그리고 최민의 다르게 보기란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상설 전시중인 천경자의 작품들도 볼 수 있죠. 모두 무료입니다.
미술관 1층입니다. 1층에서는 키키 스미스의 자유낙하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2층의 모습입니다.
2층에는 상설 전시 중인 천경자의 작품 전시공간 바로 옆에 최민 컬렉션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최민 컬렉션을 소개합니다. 최민의 컬렉션 전시는 2022년 12월 8일부터 2023년 5월 7일까지 입니다.
최민 컬렉션 : 다르게 보기.
"사실상 본다는 행위처럼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것이 있을까.
순수하고 확실하게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보는 것은 보는 사람의 과거의 경험, 선입견, 가치관,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직접적 정보와 지식의 영향을 받으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게 마련이다." - 최민 <미술작품과 글>(1981) 중에서 -
서울시립미술관은 미술평론가이자 번역가, 시인 등으로 활동했던 최민(1944-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수집한 작품과 아카이브를 기증받았다.
2019년 기증받은 25명 작가의 작품 161점으로 구성된 본 컬렉션을 통해 최민 교수의 미술평론가이자 컬렉터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서구의 리얼리즘과 비교연구에서 현대 한국영상예술과 회화에서 발견되는
리얼리즘 연구에 몰두했던 최민 교수의 수집품은 가나아트 컬렉션과 함께 1980-2000년대 리얼리즘 계열
작품들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확장하는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의 한 축을 형성한다.
작품과 함께 기증된 자료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민 컬렉션은 미술평론가 최민(1944-2018)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161점의 작품과 25,000여 건의 자료로,
유족에 의해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에 2019-2020년 기증되었다. 최민은 비평가이자 시인, 교육자, 번역가,
기획자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미술, 영화, 사진, 문학 등 광범위한 문화 예술 분야에서 글을 쓰고 활동했다.
그는 1979년 시작된 미술운동그룹 '현실과 발언'의 창립 동인으로 참여했으며 미술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현실 인식을 반영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 많은 미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에게 미술은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의해 다채롭게 변화하는 것이었다.
예리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그가 남긴 많은 글들은 한 시대의 증언이자 기록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최민 컬렉션 중 작품의 규모는 총 161점으로 25명의 작가에 의해 제작된 것이다.
최민은 이 소장작가들 중 약 10명에 대해서 1983년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전시평 및 작가론을 집필한
것으로 확인된다. 최민 컬렉션은 개별 작품으로도 뛰어난 가치를 보이지만 비평가의 미학적 입장과
인간관계가 반영된 컬렉션으로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프랑스 신구상회화를 중심으로 '영화가 회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최민은 현란한 이미지가 쏟아지는 시기에 여러 예술 매체들 간의
비교연구를 통해 각각의 예술적 특성과 상관관계를 밝혀내고자 했다.
회화, 영화, 사진 등의 장르와 리얼리즘 미학에 대한 그의 관심을 컬렉션 구성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최민은 작가의 삶과 작품을 완전히 분리해서 보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서는 작가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함께 특유의 열린 태도로 작품을 다각적으로 보고 읽고
느끼고자 했음이 나타난다.
이 전시에서는 작품과 관련된 최민의 글 일부를 발췌하여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작품이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과는 달리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인다."라고 한 그의 말을 되짚으며
전시는 한 평론가가 작품을 본 방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최민은 존버거의 저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번역할 때 원제 'Ways of Seeing'을 '보는 방식들'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기'로 번역함으로써 기존의 아카데믹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보기의 방식을 강조하였다.
보는 방식에 있어 표준이 되는 하나의 방법은 없기에
우리는 그의 글을 실마리로 작품을 다르게 보는 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장 풍경.
들꽃 1 / 민정기, 1999년, 캔버스에 유채, 37.8 x 45.5cm.
<들꽃 1>은 민정기가 서후리에 거주할 당시 화실로 가는 길에 피어 있던 이름 모를 들꽃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20년가량 서후리에 머물면서 눈에 들어온 세밀한 것들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들꽃 역시 그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 작품이 출품된 개인전의 브로슈어(설명서, 팸플릿)에는
최민의 글이 실렸다. 그는 '민정기는 마치 초충화훼를 그린 문인화가들처럼 작고 수수한 들꽃의 생김새에서
우주적 질서의 한 귀퉁이를 찾으려 한다,'라고 평했다.
그리고 이어서 '이는 이발소 그림에 대한 그의 이전 관심의 연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러나지 않는 것, 작고 소외된 것에 주목하고 자연을 정신적인 도피처 또는 관조나 완상의 대상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보는 작가의 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묵암동천 / 민정기, 2015년, 한지에 아크릴릭, 98 x 145cm.
묵안리 / 민정기, 2015년, 한지에 아크릴릭, 98 x 144.3cm.
<묵암동천>과 <묵암리>는 양평으로 거주지를 옮긴 작가가 옛 마을과 지형을 탐구하고 그린 작품이다.
민정기는 조선시대 산수화의 구성 방식과 고지도의 제작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풍경화를 꾸준히 제작해왔다.
여기엔 '옛것을 통해서 오늘날의 모습을 그린다'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직접 찾아가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옛 문헌을 통해 마을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린 그의 '지도산수화'는
자연이 단지 관람, 관조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의 애정이 깃든 삶의 터전임을 보여준다.
'묵안리'는원래 먹바윗골이라는 뜻의 묵암리(墨岩里)'였으나 점차로 발음하기 쉽게 '묵안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처럼 민정기의 그림에는
그 장소만의 지형적, 지리적, 역사적 내용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한다.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 최민 시(詩) 폭포 / 주재환, 2003, 종이에 실크스크린, 61 x 42.2cm.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 최민 시(詩) 폭포>는 주재환이 마르셀 뒤샹(1887-1968)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2>
(1912)를 차용해 풍자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뒤샹이 기존의 미학을 전면 거부하는 태도로 미술계를 당혹스럽게
했다면, 주재환은 어떤 미학의 범주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과 위트로 감상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쾌함이 아닌 유쾌함을 불러일으키는 당혹스러움이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작품은 '계단 위에서 차례로 오줌을 누는 장면이다. 가늘었던 봄비(오줌 줄기)는 아래로
갈수록 합쳐져 점점 굵어진다. 말하자면 '사람 위에 서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라는 인권 강령이 허울 좋은 '구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풍자한 것이다.
그는 인간 세상에서 권력의 위계질서가 없는 이상 사회는 꿈속에서나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주재환이 최민의 시 <폭포>를 덧붙여 제작하고 선물한 이 판화 작품의 원화는 1980년에 도장용 페인트로 그려졌다.
검은 바탕에 선명한 노란색 인물과 오줌 줄기 형상은 그 안쪽으로 마치 계단을 오르고 있는 듯한 또 다른 검은 형상들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인물 아래 계단 한 칸씩마다 최민의 시 <폭포>의 구절을 오려 붙였다.
노란 오줌이 위에서 아래로쏟아지는데 반해시의 구절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읽힌다.
폭포 / 최민
작은 폭포가 올라간다
작은 폭포가 올라간다
좁운 벼랑을 비지고
작은 폭포가 올라간다
한사코 붙잡고 말려도
기를 쓰고 올라간다
절벽 위 해를 잡으러
밑도 안 보고 올라간다
야윈 나뭇가지를 잡고
성난 폭포가 올라간다
걱여 기절할때까지
죽기 살기로 올라간다
작은 폭포가 올라간다
작은 폭포가 올라간다
겹겹이 접힌 병풍 속
폭포 하나 솟구쳐 오르다.
마지막 날 / 이제, 2011, 타공, 나무 패널에 테이프커팅, 아크릴릭, 215 x 83.5cm(x3개)
<마지막 날>은 만화적 형식에 디스 토피아적인 내용과 분위기가 결합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이제가
작가 콜렉티브 '기는 풍경'의 일원으로 참여했을 때 제작한 것으로, 당시 작가는 새로운 매체와 형식 실험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와 과잉 개발의 과정 및 부작용을 조사하며 구상했던 내용을 이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고,
타공된 세 개의 나무 패널을 주문 제작하고 여기에 검은색 테이프 커팅으로 윤곽선을 묘사하여 만화의 장면과 같은
효과를 의도했다. 마치 거대한 폭발의 현장 앞에 서 있는 듯한 인물의 뒷모습에서 만화적인 상상력과 표현을 엿볼 수 있다.
* 디스토피아 - 유토피아의 반대말이며 안정된 질서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유토피아'라고 한다면
'디스토피아는 억압과 통제로 모든 사람이 불행한 세상을 말한다.
김중만 / 2005,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145 x 100cm.
김중만 / 2003,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145 x 100cm.
김중만 / 2005,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145 x 100cm.
김중만이 한국, 아프리카, 필리핀, 태국, 괌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20년간 렌즈에 담아온 꽃 사진 작업이다.
이 사진들은 개인전<Naked Soul>에서 발표되어 대표작 111점이 그의 사진 에세이 <네이키드 소울>(2005)
에 실려 출간되었다.작가는 꽃의 형태를 클로즈업으로 포착해 화려하고 매혹적인꽃의 아름다움과 함께 생명에 대한
열정 등을 표현했다. 그는 꽃의 원초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탕을 검은색, 붉은색, 흰색 등으로
배치하고 때로는 꽃의 수분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 촬영했다. 김중만에게 꽃은 현대인들에게 은폐되거나 지나치게
은유되곤 하는 에로티시즘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의 욕망을 진솔하게 나누고 배려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호시탐탐 / 김윤기, 2010, 한지에 먹, 목판, 20.7 x 29.7cm.
<호시탐탐>은 목판으로 새긴 호랑이가 찍혀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앞면을 주의 깊게 주시하고 사냥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목판에 새겨 종이에 찍고 '호시탐탐'이라는 제목과 단기(檀紀) 및 작가의 서명을
붓으로 쓰고 낙관으로 마무리했다.
같은 해 민정기가 건강이 좋지 않았던 최민에게 호랑이를 세화(歲畵)로 그려 전달했다는 점에서 비춰볼 때,
김윤기도 최민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고자 이 작품을 선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김윤기는 1990년대 초중반 사실적인
경향의 아크릴릭 작업을 주로 보여주었지만, 이후 이 작품에서처럼 한지에 먹, 목판화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왔다.
최민 형 회갑기념 / 주재환, 2004, 플라스틱 쓰레받기, 껌종이, 리본, 소시지, 36 x 24.5 x 8cm.
<최민 형 회갑기념>은 주재환이 최민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60세 생일을맞은 최민을 위해 제작해 선물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천 원짜리 미술'이라고 불렀는데, 이 작품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팔란색 쓰레받기 위에 소시지 보트를 탄 종이 인형이 빵 끈으로 된 노를 젓고 있고, 그 위로 은색 껌 종이로 오린 구름이
날아갈 듯 위태롭게 붙어 있다.
제목 미상 / 여운, 2006, 부채에 아크릴릭, 50 x 35cm.
<제목 미상>은 여운이 1980년대 중반을 전후로 활발하게 제작한 민화풍의 회화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여운은 신화, 궁중장식화, 민화 등을 재해석해 현대의 사회상을 담아낸 작업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부채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용을 그렸는데, 1980년대 한지에 아크릴 물감 등을 활용한 작업에서 구사되었던
특유의 필치와 함께 자유롭고 호방한 기운이 느껴진다. 최민에게 줄 선물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제목 미상 / 모하메드 조하, 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92 x 72cm.
<제목 미상>은 모하메드 조하의 동화적이면서 불길한 느낌이 공존하는 회화적 특성을 보여주는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작품은 파스텔 색조의 부드러운 색상을 사용해 순수한 어린아이 그림처럼 보이지만 다리가 여섯 개 달린 고양이와 탱크,
헬리콥터 등의 등장은 잔혹 동화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조하는 기존의 작품 <범죄 현장, 시리즈 # 1>시리즈(2013)를 통해 1차 중동전쟁으로 인해 벌어진 강제 이주와 그를
둘러싸고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불행을 드러낸 바 있다. 작가는 '어두운 상황속에서도 예술로 희망을 주기 위해
밝은색을 입혔다.'라고 말한다.
이 작품에서 '우산'은 작가 자신을 상징하며,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회화 속 인물들에게 유일한 보호 수단이 된다.
시간의 초점 / 김윤기, 1994,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 x 130cm.
<시간의 초점>은 김윤기가 작가로서 명성을 얻은 초기 시절 작품으로, 사진과 같은 사실적 묘사가 두드러진다.
작가는 사진 속의 장면을 그림으로 다시 그려냄으로써 '재현의 재현'이라는 동시대 미술의 방식을 활용했다.
화면 속에는 손을 꼭 맞잡은 채 정면을 향해 서 있는 두 아이와 그 뒤에서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한 남성이라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마치 흑백사진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남성의 얼굴만 사각 뷰파인더에 잡힌 모양대로 컬러를 살려 생생하게 묘사했다.
자세히 보면 그림 속 인물들 간의 거리와 비례도 묘하게 어긋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의외의 요소들이 김윤기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필치와 대조를 이루며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이제 김영수는 이미지를 추적하고 사냥하는 데 흥미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마치 노련한 사냥꾼이 더 이상 사냥이라는 행위를 멈추고
평생 동안 사냥해 왔던 동물을 조용히 관찰하며 같이 놀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는 이제 이미지를 사냥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와 더불어 같이 숨을 고르고
그가 이때까지 추구해 왔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나 관조하고자 하는 것 같다." -<떠도는 섬>(2004) 중에서
김영수 /2004년 떠도는 섬 시리즈 남해바다 / 200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54 x 80cm.
김영수 / 2004년 떠도는 섬 시리즈 인천 옹진군 서연평도 / 2004,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54 x 80cm.
<2004년 떠도는 섬> 시리즈는 김영수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남도 해안의 80여 개 섬을 다니며 촬영한 풍경을
담고 있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영정 사진을 찍는 활동을 진행했는데, 당시 산간 지역, 섬 등 사진관이 없는
소외지역민들이 주 대상이었으므로 그곳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면들을 담아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태우고 섬으로 들어갈 배, 배 안의 선실, 섬에 들어가 영정 사진을 찍고 다시 배를 타고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의 틈새들을 기록했다.
바다를 가르는 배, 파도에 부딪히는 돌, 바다, 갈매기, 선실 창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 섬 이곳저곳의 풍경 등 그의 눈앞에
허락된 것들을 유연한 태도로 찍었다. 최민은 김영수가 "무의식적으로 섬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라며 <떠도는 섬>은
떠도는 작가 본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민에 따르면 이 사진들은 "아무데도 정주하지 못하는 영혼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고향을 찾는 것과 같은 역설적인 행각에서 마주치는 환영들"이다.
정인숙 / 분단 풍경 시리즈-문산 임진각 근처, 북한과 연결되는 동굴 입구.1991, 젤라틴 실버 프린트, 21.5 x 14.6cm.
정인숙 / 분단 풍경 시리즈-강원도 주문진에서 남애 사이, 1991, 젤라틴 실버 프린트, 16 x 16cm.
<분단 풍경> 시리즈는 정인숙의 사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로, 1987년 동해 여행길을 시작으로
강원 속초, 양양, 주문진, 서해 5도, 판문점 일대를 돌며 휴전선의 철조망, 초소, 벙커와 같은 분단의 흔적을 담아냈다.
그것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쟁의 상흔을 들추는 동시에, 최민이 지적했듯이
"이미 폐기된 또는 폐기되고 있는 낡은 전쟁 테크놀로지의 준(準) 고고학적 잔해들"이다.
최민은 정인숙의 사진이 잠재의식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애써 기억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싶은 것들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우이천변(牛耳川邊) / 최경한, 연도 미상, 종이에 먹 추정, 13.5 x 21cm.
<우이천변>은 최경한이 그린 간소한 스케치 작품으로, 작가가 최민에게 선물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민은 최경한의 그림에 대해
"초기의 서양적인 외피를 점점 벗어버리고 보다 진정한 문인화(文人畵) 정신을 다시 찾고 있다고 확인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경한이 사용하는 서양화 재료가 만들어낸 무정형(無定形)의 형태와 미묘한 색조의 변화에서
수묵(水墨)의 번짐과 오채(五彩)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또한 최민은 최경한의 그림을 '담담(淡淡)하다'고 표현했는데,
그 의미는 '싱거운 것 같으면서 깊이가 있는 어떤 것, 심심한 것, 한결같은 것, 조용한 것, 가라앉은 것, 물과 관계있는 것,
탈속(脫俗)한 정신세계와 연관된다.
마른 풀은 새 풀을 밀어올리고 / 김인순, 2005, 캔버스에 아크릴릭, 80 x 100.5cm.
<마른 풀은 새 풀을 밀어올리고>는 김인순의 2005년 개인전 <느린 걸음으로>에서 소개된 작품으로,
이 전시는 흙과 모성의 생명력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김인순의 이전 작업이 민중으로서 이웃과 여성의 삶을 그리는 데 주력한 것이었다면,
당시 작업에서 작가는 자연의 섭리를 관찰하며 깨달은 생명의 의미를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삶과 연결해 풀어냈다.
그는 '땅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의 삶이 여성의 삶과 많이 닮았다.'라고 말하며 흙에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며 낙엽지는 자연의 생명력을 화폭에 담았다.
이 작품 역시 작가가 여성의 시각으로 관찰한 자연의 순리란 굵은 뿌리가 아니라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서로 엉키며 뻗어 나간 실뿌리의 생명력에 있음을 보여준다.
되돌아 갈 수도 없고 / 방정아, 2004, 캔버스에 아크릴릭, 73 x 91cm.
<되돌아갈 수도 없고>는 눈 온 뒤 며칠이 지난 산을 등반했었던 작가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다.
눈이 반쯤 녹은 산과 질척거리는 붉은 흙길을 걸어가는 두 남녀가 보이는데, 저만치 앞서 걷는 남자와
거리를 두고 뒤따라가는 여자의 뒷모습에서 묘한 현실감과 긴장감이 드러난다. 방정아가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30대 중반 무렵이었고 결혼 생활과 가정,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 등이 깊어지던 때였다.
작품 제목 '되돌아갈 수도 없고'는 이러한 고민의 상황을 반영한다. 남녀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인
거리를 짐작할 수 있으며, 어지럽게 뻗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창백한 푸른색 눈과 붉은색 흙길과 어우러져
불안함을 증폭시킨다. 대안공간 풀의 기금 마련 전시에 기증된 작품으로, 이를 최민이 구입한 것이다.
여기 / 이제, 2010, 캔버스에 유채, 99.8 x 72.7cm.
<여기>는 공사가 진행된 철거 현장과 같은 주변의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을 담았다.느닷없이 화면 전면에
등장하는 팔과 손은 평범한 풍경 안에 난입하여 화면을 낯설게 만들고 감상자에게 심리적 긴장을 유도한다.
2010년 작가는 재개발의 현장을 목격하고 그 폭력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충격적이면서도 희망이 담긴
기이한 풍경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기존의 재현적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편집, 연출하고 보다 직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그 양가성이 더욱두드러진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작가는 자화상이기도 하고 풍경화이기도 하다. 최민은 이제를 '적극적인 플라뇌즈(flaneuse)'로
칭한 바 있다.그의 말대로 화가로서 이제는 성차(gender)의 구분이나 위계를 벗어나 자신의 독자적인 시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도시 공간을 관찰하고 그것을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푸념 / 김선태, 2006, 알루미늄에 감광유제, 107.5 x 84.5cm.
<푸념>은 창비에서 출간된 최민의 시집 <어느날 꿈에>(2005)의 첫 페이지에 실린 시 <푸념>을 김선태가 포스터 크기의
인쇄물 형식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최민은 이 시를 2003년에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 시의 전문은 연한 갈색의 단정한 글씨체로 구성되어 있지만 작가는 화면을 가로지르며 글씨를 지운 듯한
방식을 통해 관람자의 시 읽기를 방해한다.
출판 편집 디자인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판 부호가 포함되어 있지만 하단에 작가의 서명과 제작 일시가 표기되어 있어,
단독 작품으로 제작되어 최민에게 증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푸념.......
내가 네 마음을 사려고 애쓰는 것은 네 두 볼 입술 눈초리가 이뻐서만이 아니라
내 속이 텅 비었기 때문이겠지만 그저 이 공허함만으로
높은 가지위에 까치집 같은 사랑을 짓겠다는 것이 터무니없음을 나는 알고 있으니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네가 거들떠 보지 않아도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아
마구 술 처먹고 미친척 지랄하다 사람들 보는 가운데 정신을 잃고 뻗으면 또 어떤가
내가 네게 굳이 변명하고 싶은건 마음이란 본래 없는 것인데
때때로 연애하는 척 어쩌다 질투하거나 또 그리워하거나 변덕을 부린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최민
Five Days of Beijing, China / 김중만, 1990, C-프린트, 39 x 25cm.
이 작품은 김중만이 한 기업의 후원을 바탕으로 '북경아시안게임' 기간 중 중국을 방문하여 찍은 사진들 가운데 하나이다.
당시 그는 선수들의 모습과 중국의 풍물을 주제로 작업하였는데,
그중 이 작품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기인 오성홍기의 일부를 찍은 것이다. 강렬한 붉은색 바탕은 초록색 액자와
보색 대비를 이루며, 금색의 큰 별과 세 개의 작은 별은 세로 방향으로 놓여 사실상 일국의 국기가 갖는 위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작품 뒷면에는 최민의 건강을 기원하는 작가의 메시지와 함께 '1990.10'이라는 날짜와
서명이 있어, 최민에게 선물한 작품으로 추정된다.
최민(1944 - 2018)
1944 함경남도 북청군 신포읍에서 태어남
1957 경기중학교에 입학하여 미술반 활동을 하며 최경한에게 그림을 배움
1960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함
1963 서울대학교 문리대 ㅗ고인류학과에 입학함
1968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 입학함
1969 <창작과 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함
1972 석사학위논문 <재현의 표현적 의의>로 대학원을 졸업함. 첫 시집 <부랑浮浪>을 출간함
1977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번역, 출간함.
1979 미술운동 그룹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참여함
1982 <시각과 언어 1: 산업사회와 미술>을 공동 책임편집으로 출간함
1983 파리1대학 팡테옹-소르본으로 유학을 떠남
1993 <영화가 회화에 미치는 영향: 1960-1970년대 신구상회화의 경우>로 박사 학위를 받음
1995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초대원장으로 취임함
1998 제3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위원장(총감독)으로 선임됨
2000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됨
2010 한국예술종합학교를 퇴임함
2011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로 추대됨
2012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번역, 출간함
2018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남
2021 열화당에서 최민의 글을 모은 책<글, 최민>을 출간
'최민 컬렉션' 소장작가 관련 최민 주요 집필 내역
1983 김영수 작가론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
1998 최경환 작가론 <담담한 경지>
1999 민정기 작가론 <민정기의 산수, 화훼를 음미하기 위한 몇 가지 마음가짐>
2001 주재환 작가론<상상력의 자장>
2003 정인숙 작가론 < 희망과 안타까움>. 최민화 작가론<불가능한 것을 상상하기>
2004 민정기 작가론<음울한 시대의 알레고리>. 김영수 작가론 <떠도는 섬>
2005 여운 작가론 <여운의 검은 소묘>
2007 김영수 작가론<춤과 사진이 만나는 곳은 어디일까>. 민정기 작가론<민정기의 대폭산수>
2009 심정수 작가론 <재현, 수사학, 서사: 심정수의 조각 언어>. 황세준 작가론<황세준의 도시 풍경>
2010 이제 작가론 <이제의 유화>
2016 민정기 작가론<빛, 공간, 길: 민정기의 새로운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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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울시립미술관 안간지 3년도 넘었습니다.ㅎ
문화계와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고
슬슬 걷기만 하니 집 근처만 빙빙 돕니다.ㅋ
열심히 다니시면서 보여주시는 그 마음에
감사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