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남권 부동산시장의 화두는 ‘평당 1000만원대’가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다. 신년 들어서도 어김없이 쏟아진 각종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횡보를 거듭하곤 있으나 봄 이사철을 앞둔 상황에서 신규공급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동 아이파크 같은 고급 아파트 단지는 이미 평당 2000만원대를 넘어섰다. 물론 전세시장 이야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현재 강남권 아파트의 매매가 평균은 평당 3500만원선이며 가끔 5000만원대 아파트도 눈에 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도 특히 신규분양 아파트라면 매매가가 평당 1000만원대를 밑도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 분양된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 아파트 값이 평당 900만원대에 근근이 맞춰지기는 했다. 건설업체들이 토지공사를 통해 싼 값에 토지를 불하받은 데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기 때문. 그나마 업체에서 발코니 확장 등을 앞세운 ‘각종 옵션’을 끼워 넣은 바람에 사실상 분양가는 1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입지조건을 갖춘 지역에서 민간업체가 분양하는 아파트 값은 이보다 20~30% 비쌀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록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민간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원가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굳혔지만, 토지수용단계부터 높은 땅값이 반영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실제로 상반기에 용인 수지지역에서 분양을 계획 중인 현대건설, 삼성건설 등은 주변 아파트 시세를 고려해 평당 분양가를 1500만원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닥터아파트가 지난 1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김포, 파주 등 이미 분양이 진행 중인 ‘2기 신도시’ 지역 아파트 역시 평균 평당가가 1000만원을 돌파했다. 고속철도 천안아산역 주변에 조성되는 아산 신도시는 그런 면에서 보면 아직은 신선하다. 지난해 말 분양된 첫 사업장(29, 33평형 1102가구)에서 평당가 670만~680만원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주공에서 분양한 물량이라는 점, 수도권도 아니고 광역시도 아닌 충남의 인구 20만 규모 도시라는 조건 등을 따지면 ‘놀랄 일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당장 천안아산역 천안쪽 방향에 조성된 천안시 불당, 쌍용지구 아파트 단지들을 살펴보자. 입주 3년차를 맞았지만 아이파크나 동일하이빌 등 인기 단지의 중대형 평형은 평당 900만~10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개발 추진 아산 신도시는 규모나 발전 가능성에 비해 부동산시장에는 덜 알려져 있다. 행정구역상 충청권으로 분류되기에 ‘수도권과는 상관없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데다, 그나마도 행정도시 이슈에 묻혀 ‘아산 신도시’ 자체 브랜드에 대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행정도시 개발계획이 없던 1994년 건설교통부가 “아산군 일부를 현대적 택지지구로 만들고 건교부 등 일부 정부부처와 산하 공공기관의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계속) |
아산 신도시는 ‘국내 최대 규모 신도시’로 조성된다. 1단계 배방지구 110만평과 2단계 탕정지구 510만평을 합쳐 621만평 규모로 조성되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최대 규모 신도시인 경기 분당(594만평)보다 크다. 탕정지구는 서쪽으로 삼성 LCD단지가 들어선 탕정지방산업단지 140만평과 곧바로 연결돼 있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760만평에 달하는 셈. 계획대로 신도시가 조성되면 아산시 인구는 현재 20만에서 2020년에는 80만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측은 올해 대선 결과에 따라 행정도시 규모가 일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며, 이렇게 되면 아산 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 확대 및 이에 따른 추가 인구유입 여지도 생기지 않겠냐고 기대한다.
아산 신도시에는 1단계 8000가구, 2단계 4만8000가구 등 2012년까지 총 5만6000가구의 아파트가 건립된다. 예상 주거인구는 17만여 명. 지난해 말 1102가구 분양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에는 ‘명품 주상복합아파트’ 793가구가 공급되며, 연말에는 40~50평형대 국민임대 아파트 1671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역시 ‘명품 주택’으로 관심을 모으는 100, 150평형 타운하우스(184가구)는 2008년경 분양예정이다.
1990년대부터 세 번째 아산시장(관선군수 포함)을 맡고 있는 강희복 시장은 “정부 부처이전 계획은 행정도시 설립으로 인해 무산됐지만, 신도시 개발 플랜은 10여 년 전부터 큰 그림이 나온 상태여서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현재는 철도로 서울까지 30분대지만 각종 연결 고속도로가 신설되는 4, 5년 뒤에는 육로로도 서울 도심에서 30~40분대에 주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거점도시인 홍콩이나 두바이처럼 아산이 행정도시와 서울의 중간교량 기능을 본격적으로 맡게 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주택공사 양지수 아산신도시사업본부장은 “행정도시에는 공공기관만 있어 역동성이 다소 떨어지는 데 비해 아산 신도시는 대규모 상업·편의시설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정부와 기업, 외교가 교직되는 굵직한 비즈니스의 무대로는 아산 신도시가 행정도시보다 효용성이 더 클 듯하다”고 내다봤다.
‘서울시 아산구’ 가능할까?
아산 신도시를 광역 수도권, 혹은 수도권의 마지막 주자라고 일컫는다면 그건 교통 여건 때문이다. ‘서울역 34분’ ‘광명, 대전 20분.’ 고속철도역에 붙어 있는 표어들을 보노라면 정말 수도권 언저리 같다는 느낌이다. ‘서울시 아산구’가 좀 과하다면 ‘경기도 아산구’로 불리기에는 손색이 없을 듯하다. 서울역에서 천안아산역까지 철도노선 길이는 96km. 신칸센, 테제베 등을 이용해 도쿄, 파리시내에서 100~200km 외곽까지 고속통근열차편을 운행하는 일본이나 프랑스의 경우와 비교할 때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다만 살펴볼 점은 역과 신도시의 접근성. 이미 천안아산역 천안쪽 택지지구에도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만 ‘역까지 환승 교통편이 원활하지 않고 차도가 많은 까닭에 보행자 동선이 깔끔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이에 대해 아산시의 구자군 신도시조성과장은 “신도시 내부에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고 신호등 있는 길은 대폭 줄였으며, 어디서든 물길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주민이 그야말로 산책 삼아 역까지 빠르고 쾌적하게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아산역 주변 호수공원을 가로질러 설치될 180m짜리 인도교(자전거도로 포함)는 국내에서 가장 긴 인도 전용 교량이다.
아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해서 동서남북으로 소통될 고속도로 역시 현재 공사 중이거나 막바지 계획수립단계에 있다. 아산 신도시 2단계 계획안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아산 신도시 전용출구인 북천안 IC 및 그곳에서 신도시로 이어지는 전용도로 설치에 대한 예산이 이미 반영돼 있다. 북천안 IC는 현재의 천안 IC보다 서울쪽에 가까운 북단에 뚫릴 계획. 서울 서초동 기점부터 아산 신도시까지의 총 연장은 75km 남짓해 정체시간대가 아니면 자동차로도 강남에서 4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2경부고속도로 수도권 노선’이라 불리는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38.5km)는 이미 지난해 착공돼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산시는 평택에서 아산 신도시를 가로질러 충남 연기군 일대까지 이어지는 소정-배방 고속국도(42.4km)를 2012년 완공 예정으로 추진 중이다. 아직 실시설계 중인 영인-청북 구간 13.1km를 제외하고는 공사가 시작됐다.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는 북쪽으로 서울(양재)-용인(영덕) 고속도로(22.9km) 및 영덕-동탄-오산 도로와(13.6km)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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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서울 강남에서 용인 수지지구, 수원 광교 신도시, 화성 동탄 신도시, 평택 ‘평화 신도시’(가칭), 오산 세교지구를 거쳐 아산 신도시, 탕정 LCD단지까지 한번에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게다가 현재의 경부고속도로와 교통량을 분담하게 되므로 지금보다 빠른 시간 안에 도로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서수원-오산-평택 도로는 이미 개통된 과천-의왕-고색 도로를 타고 과천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서울 경기 서부권 지역에서 과천을 거치면 곧바로 고속도로와 연결된다는 얘기다. 아산시 관계자는 “기존에 천안이 수행하던 고속도로 분기점 기능을 아산 신도시가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도 2008년이면 현재의 천안역에서 아산신도시역을 거쳐 온양온천역까지 이어진다. 용산역에서 아산신도시역까지 급행전철을 이용하면 1시간30분정도 소요될 예정.
중부권 최고층 ‘펜타포트’ 단지 아산 신도시의 랜드마크는 천안아산역사 바로 전면에 들어서는 ‘펜타포트’ 복합단지다. 1만7642평에 SK건설, 대림산업, 계룡건설 등 14개사 컨소시엄이 2010년까지 1조2000억원을 들여 개발하는 곳이다. 펜타포트 컨소시엄은 최근 충남도에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빌딩, 백화점 등의 건축계획을 제출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아산시는 부지 인근 장재천 주변 조경 계획 일부만 보완하면 곧 최종승인을 내줄 방침이다. 아산 신도시는 아산쪽 부지가 85%, 천안쪽이 15%가량 들어가는데, 펜타포트는 아산과 천안의 경계에 있다. 천안쪽에는 충청권에서 최고층인 66층(235m) 1개동을 포함, 43·45층을 합쳐 총 3개동 793가구로 이뤄진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다. 고속철 역사까지 지상과 지하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모두 대형 평수(43~105평형)로 조성되는 데다 ‘아산의 청계천’으로 불리는 장재천을 바로 옆에 끼고 있어 신도시 내에서도 ‘핵심 블루칩’으로 꼽힌다. 아산쪽에는 충청권 최고높이인 251m(51층)짜리 오피스빌딩 ‘싸이클론 타워’와 8층 규모의 백화점이 들어선다. 오피스빌딩에는 복합영화관, 대형 피트니스센터 등이 입점할 계획. 백화점 빌딩에는 현대백화점이 들어올 예정이다. 아산시에서는 싸이클론 타워가 ‘중부권 코엑스몰’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이곳이 행정도시, 서울, 청주공항에서 모두 30분대에 닿을 수 있어 기동성을 요하는 정부행사나 국제회의를 전담할 컨벤션센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아산시측은 또 쇼핑타운이 아산 신도시 주민 수요, 문화여흥시설은 천안 아산 소재 10여 개 대학의 학생 수요만으로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산시 구자군 과장은 “단지가 조성되면 주말이나 휴일에는 서울 대전에서 원정고객이 더 많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올해 4~5월경 475가구가 먼저 분양되고, 이어 하반기에 318가구가 추가 분양된다. 펜타포트 컨소시엄측은 입지조건을 이유로 평당 분양가로 최저 1000만원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주공에서 분양한 아파트에 비하면 평당 350만원가량 비싸지만, 다른 지역에 비교하면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4월 포스코건설에서 경기 화성 동탄 신도시에 짓는 주상복합 메타폴리스의 평당 분양가는 1400만~1500만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에서의 절대 거리는 동탄이 가깝지만 고속철을 이용한 서울 접근성은 펜타포트가 오히려 낫다는 점에서 펜타포트의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뜨면서 자족도시로? 아산 신도시는 기존의 신도시들과 달리 베드타운에 머물지 않고 자족도시가 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140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탕정산업단지가 사실상 ‘삼성기업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첫째 이유다. 탕정산업단지는 아산 신도시에 속하지는 않지만 아산 신도시와 경계 없이 붙어 있어 사실상 ‘한 권역’으로 간주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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