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담당 교사가 교실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그의 손에 책이 들려있지 않은 것을 보았다.
학생들은 교사를 신뢰했다. 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신뢰하는 유일한 교사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제군, 지난 1년 동안 고생 많았다. 정말 모두 열심히 공부해 주었다.
그래서 이 마지막 시간만은 입학 시험과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몇 권의 책을 뒤적여 보다가 제군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은 것을 발견했다. 일단 내가 묻는 형식을 취하겠다.
두 아이가 굴뚝청소를 했다. 한 아이는 얼굴이 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또 한 아이는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다.
제군은 어느 쪽의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학생들은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사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후에 한 학생이 일어섰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교사가 말했다.
왜 그렇습니까? 다른 학생이 물었다.
교사는 말했다 한 아이는 깨끗한 얼굴, 한 아이는 더러운 얼굴을 하고 굴뚝에서 내려왔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깨끗한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자기도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깨끗한 얼굴을 한 아이는 상대방의 더러운 얼굴을 보고 자기도 더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학생들이 놀람의 소리를 냈다. 그들은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 번 만 더 묻겠다.
교사가 말했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다.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또 한 아이는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다.
제군은 어느 쪽의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똑같은 질문이었다. 이번에는 한 학생이 얼른 일어나 대답했다.
저희들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얼굴이 깨끗한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기다렸다.
교사는 말했다.
그 답은 틀렸다.
왜 그렇습니까?
더 이상의 질문을 받지 않을테니까 잘 들어주기 바란다. 두 아이는 함께 똑같은 굴뚝을 청소했다.
따라서 한 아이의 얼굴은 깨끗한데 다른 한 아이의 얼굴은 더럽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교사는 분필을 들고 돌아섰다. 그는 칠판 위에다 <뫼비우스의 띠>라고 썼다.
제군이 이미 교과서를 통해서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것 역시 입학 시험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기 바란다.
면에는 안과 겉이 있다. 예를 들자. 종이는 앞뒤 양면을 갖고 지구는 내부와 외부를 갖는다.
평면인 종이를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오려서 그 양끝을 맞붙이면 역시 안과 겉 양면이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한 번 꼬아 양끝을 붙이면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즉 한쪽 면만 갖는 곡면이 된다.
이것이 제군이 교과서를 통해서 잘 알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여기서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곡면을 생각해 보자.
<iframe width="864" height="662" src="https://www.youtube.com/embed/pzrVlUQrh1Q" title="귀거래사 - 김신우 - (가사 有)" frameborder="0" allow="accelerometer; autoplay; clipboard-write;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web-share" referrerpolicy="strict-origin-when-cross-origin" allowfullscreen></iframe>
독일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가 제시한 기하학적 도형.
뫼비우스의 띠는 내부와 외부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 입체를 말한다
Key point 1. 뫼비우스의 띠 →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구분할 수 없는 사회를 상징한다.
Key point 2. 표현상 특징 → 시점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 시간을 겹치게 사건을 전개한다.
수학 교사가 들려 준 굴뚝 청소 이야기는 어떤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다.
즉, 인간의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관계를 벗어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의 12편의 연작 중 한 편. 뫼비우스의 띠.
#
우리는 저 뫼비우스의 띠가 지니고 있는 간단하지만 허지만, 너무도 복잡한 방정식 따위는 몰라도 된다.
우리는 다만,
저 굴뚝을 청소하고 나와 서로 마주보고 환하게 웃으며 얼굴을 씻으면 된다.
그것은 우리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근원적인 삶의 방식이고 존재의 이유가 되는 도형이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너를 위하여, 너는 나를 위하는 그러한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저 구부러진 도형을 따라 가면 안(內)에서 밖(外)으로 다시 안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면(面)과 면(面)이 만나는 지점의 날카로움은 없다. 그저 부드럽고 순하게 이어질 뿐이다.
세상은 그렇게 영위되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하지 않을까....
#
"뫼무스의 띠"에 대하여 알려면 우선 기하학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비록 수학에 소속되어 있지만 정말 난해한 학문이었다
그래서 기하학을 좀 알아보려다 하도 어려워서 그만 두었다
다만 저 기하학이 우리 사회의 전반에 알게 모르게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분야와 공업부분에 절대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