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원] 무림묵시록 武林默示錄(3권) 9. 귀빈전의 미식가

[⊙햇살⊙]

    第9章 귀빈전의 미식가


                                  ①



    새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마마총단의 새벽은 다른 곳과  다른 데가 많다. 안개가 걷히지 않
    는다는 것이 그 첫번째 차이였다. 

    마마총단에는 기문진이 요소  요소에 펼쳐져 있었다. 명령받은 자
    리를 떠나다가는 당장 알지 못할 진세에 걸려들어 버릴 곳이 바로 
    마마총단이었다.

    무사들은 모두 석상(石像) 같았다. 그들은 정해진 곳만을 지켰다.

    귀빈전(貴賓殿)!

    이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사들은 정해진 자리에 서서 석상(石
    像)이라도 된 듯 간간이 눈만 꿈벅꿈벅거렸다.

    지난밤 무슨 일인가  벌어졌다는 것이 뜬소문처럼 나돌기도 했다. 
    하나, 그런 것에 호기심을 일으키는 사람은 없었다.

    천지개벽이 된다 해도  무사들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무사들은 
    명령받은 대로만 행동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귀빈전  안은 딴 세상이었다.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은 행동거지가 자유로웠다. 

    어디 그뿐이랴?

    의복도 제 마음대로 택할 수 있고, 원하는 소지품을 지닐 수도 있
    었다. 음식도 입맛에 맞춰 먹을 수 있는 곳이 귀빈전이었다.

    귀빈전의 주방은 꽤나 컸다. 

    십오 성(省)에서 모인 기인들.

    변황에서 온 기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백다섯 명
    의 요리사가 모였던 것이다.  이 곳의 새벽은 기름 냄새와 더불어 
    시작된다.

    지글지글 익어 가는 쇠고기와 양육(羊肉), 돈육(豚肉)…….

    향기로운 내음을 풍기며 찌어지는 숭어, 잉어…….

    산채(山菜)가 계절을 모르고  있고, 온갖 호화로운 식기들이 음식
    을 담기 위해 배열되어 있었다. 

    주방 어귀에는 장창(長槍)을  든 무사들이 있었다. 무사들의 수는 
    일곱이었다. 

    지난밤을 꼬박 새우면서  경비한 탓일까? 무사들은 조금 나태해져 
    있었다. 

    주방은 귀빈전의 서쪽 죽림 안에 있었다. 주방에는 무림인이 아닌 
    사람들이 허다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황금에 팔려 왔고, 극소
    수는 음식 만드는 재간이 뛰어난 탓에 피납되어 왔다.

    새벽은 가장 바쁜 때다.  신속히 움직여도 자칫하면 낭패가 난다. 
    먹을 입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귀빈전 한 곳에만도 천여  명이 있다. 귀빈전의 규모는 가장 거대
    했다.

    귀빈 칭호를 받는 사람들이  오백 정도, 나머지는 시종과 호위 무
    사들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배불리 먹는 데에는 하루에 만금(萬金)이 나간다.

    그리도 많은 거금이  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미식가(美食家)
    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특히 화혼실(花魂室)이라고 불리는 별원(別園)에서 기거하는 여섯 
    사람의 구미는 귀빈들 중에서 가장 까다로웠다.

    그들은 하루에 여섯 끼씩을 먹었다. 매끼 다른 것을 먹는데, 팔진
    미(八眞味)가 무색할 정도의 진수성찬만을 골라 먹었다. 

    싹스팬(상어 지느러미  요리), 웅장(熊掌)에 봉황팔보탕(鳳凰八寶
    湯), 호골(虎骨)을 끓인 국물에  넣어 오향(五香)과 함께 삶는 금
    린어탕(金鱗魚湯)…….

    뿐이랴? 요리 비법이 실전된 수백 종의 요리가 연일 주문되었다. 

    그들을 위한 요리값으로  연일 천금(千金)이 나갔다. 그러나 그들
    을 위한 요리는 언제나 우선적으로 만들어졌다.



    － 무엇을 바라건, 태아(胎兒) 요리라도 바라면 해 주어라!



    군사의 특별 명령이 있은  지 오래였다. 그리고 여섯 귀빈의 미식 
    기호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었다.

    이 날 아침, 그들은 정말 하기 힘든 요리를 주문했다.

    요리장(料理長)은 쪽지를 보고 있었다. 

    화혼실의 하인이 적어다 준 쪽지 위, 그 위에는 천하 각 성(省)의 
    요리에 대해 정통한 노요리장이  모르는 희귀한 요리명 세 가지가 
    적혀 있었다.

    천향압간(千香鴨肝),

    오채영롱육(五彩玲瓏肉),

    삼순청령채(三筍靑靈采).

    요리장은 이향류(李香流)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는 보통 이
    대인(李大人)이라 불리는데, 꼴이 가관이었다. 

    밤새 고서를 뒤적이며 차만 수십 잔 들이킨 탓이리라.



                                  ②



    그의 몰골은 형편이 없었다. 

    "큰일이다. 원하는  요리를 해 주지 못하면…  아아, 노부의 목이 
    싹둑 잘려 버리고 다른 요리장이 나설 텐데……."

    그는 세 가지 요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이었다.

    "사마충(司馬忠)!  역시  천하제일부호(天下第一富豪)답다. 휴우, 
    억만금(億萬金)을 궁둥이 밑에 깔고 살던 자의 미식(美食) 기호를
    … 휴우, 어찌 노부가 제대로 맞출 수 있는가?"

    이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대대로 황성(皇城)의 요리장인 이
    가장 출신이었다. 하나, 황성의  요리로도 해결 못할 것이 화혼실 
    여섯 귀빈의 미식 취미였다.

    이노인은 비지땀을 흘렸다.

    '백 가지 종류의 고기가  빙창고(氷倉庫)에 있고, 천 가지 소채가 
    있다. 또한  만 가지 향(香)이 있으니…  어떻게 만드는지만 알면 
    만들 수 있는데…….'

    그가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언제 다가섰을까? 얼굴이 찌그러진 못난 하인 하나가 불쑥 다가섰
    다.

    "헤헤… 화혼실로 가는 요리가 아직 안 되었는지요?"

    그는 오늘 얼굴을 처음 보이는 자였다. 하인이 너무 많은 탓에 요
    리장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흠, 큰일이다."

    요리장은 그가 말하는 것도 듣지 못했다.

    하인은 어깨 너머로 쪽지를 쭉 봤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사마노인이 마마총단을 골탕 먹일 작정을 했군.'

    미련해 보이는 하인, 그는 바로 하운비가 아닌가?

    그가 주방 안으로 감쪽같이 잠입한 것이다. 그의 행동거지는 주방
    에서 일하는 일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운비에게는 너무도 
    능숙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의 잠입은 감쪽같이 성공한 것이었다.

    하운비가 주방에 들어온 이유는 한 가지였다. 바로 무이초옹이 어
    디에 갇혔는지 알기 위함이었다.

    하운비는 이노인이 골머리를 짜는  것을 보고 그의 옷자락을 잡아
    챘다.

    "헤헤… 그것이 뭔지 제가 압니다!"

    "무… 무슨 소리야?"

    이노인은 자신의  권위가 침해되었다  여기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하인배 행세를 하고 있는 하운비의 위아래를 쓸어 봤다.

    그리고는 언성을 높였다.

    "너는 누구냐?"

    "헤헤… 세 가지 요리가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이지요."

    "거짓말 마라. 노부가 모르는 것을 네가 어찌……."

    이노인은 발끈 화내다가 갑자기 주위를 둘러봤다. 그는 아무도 자
    신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쾌재를 불렀다.

    '이를 일컬어, 밑져야 원금(元金)이라는 것이다.'

    그는 얼른 하운비를 붙잡았다.

    "안다면, 너의 지위를 향상시켜 주겠다!"

    하운비는 변용(變容)한 얼굴을 더욱 찌그러뜨리다가.

    "천향압간(千香鴨肝)에서 천향(千香)은  십향(十香)입니다. 즉 열 
    가지 향을 먹인 거위간 요리지요."

    "그 열 가지 향이 무엇 무엇이냐?"

    "각기 색이 다른 향입니다.  청(靑), 홍(紅), 황(黃), 백(白), 흑
    (黑), 남(藍), 녹(綠), 회(灰), 자(紫), 은(銀)의 열 가지 향으로
    ……."

    하운비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노인은 무릎을 탁탁 치며 기뻐했다.

    오채영롱육(五彩玲瓏肉)!

    이것은 양(羊),  우(牛), 돈(豚), 계(鷄),  마(馬)의 고기를 다섯 
    가지 빛깔로 요리하는 것을 말한다.

    삼순청령채(三筍淸靈采)!

    세 가지 순(筍)으로 만든 채소 요리이다. 

    죽순(竹筍), 국화순(菊花筍), 난초순(蘭草筍).

    세 가지 중 죽순을 가장 많이 넣고 난초순을 제일 적게 넣는다.

    하운비는 세 가지 요리를 만드는 법을 모두 이야기했다.



                                  ③



    이노인의 얼굴은 조금 붉게 물들었다.

    "이제 보니 천향압간이라 함은 승무제(勝武帝)가 즐기는 십색미압
    간(十色味鴨肝) 요리이고,  오채영롱육이라 함은 오행화화육(五行
    花花肉)이라고 불리는 것이었군? 그리고 삼순청령채는 삼채선미소
    (三采鮮薇蔬)라는 것이고!"

    "그렇습니다!"

    "흠, 모두 황가(皇家)의 음식이고 노부조차 잘 몰랐던 비밀스러운 
    것인데… 어찌 그리 잘 아는가?"

    "저의 조부가 대장군 댁 요리장이었기 때문입죠."

    "허어, 어느 장군 댁이었던가?"

    "하… 하배장군(河拜將軍)!"

    "으으음, 그  위대하신 대장군 말인가?  아아, 그분은 역적모의를 
    받고 돌아가셨지."

    "……!"

    "그분이 자살옥쇄(自殺玉碎)하시고 일  년 후, 황상(皇上)은 그분
    이 억울히 돌아가심을 알고 그분에 대한 봉고파직(封庫破職)을 철
    회하셨지."

    "예… 에?"

    하운비가 놀라자.

    "쯧쯧, 그것도 모르는가?  승무제는 그분이 돌아가셨음이 모두 황
    상 당신 탓이라 여기고 백 일 내내 우셨다는 것을?"

    "그… 그럴 리가……?"

    "곽승상(郭丞相)의 유서(遺書)로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것은, 연
    경의 진짜 높은 중신(重臣)이라면 다 아는 일이라네!"

    이노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말하는 것은 사실 국조대신(國朝大臣)이 아니면 자세히 모르
    는 비밀이었다.

    이노인은 호부상서(戶府尙書) 감량(甘亮)의 요리장으로 있다가 납
    치된 사람이었다. 그는  감량이 이부상서(吏府尙書) 남배(藍倍)라
    는 사람과 더불어 밀담하는 것을 얼핏 들었다는 것이었다.

    하운비에게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가 무림계에 뛰어들어 활동하는 사이, 그가 원수로 여기던 승무
    제가 하배를 대장군으로 다시 봉했다는 것이었다.

    대보국충장(大補國忠將)!

    하배의 이름 앞에는 대자(大字)가 붙었다. 

    어디 그뿐이랴? 

    하배의 구족(九族) 중 난(亂)을  요행히 면하고 살아난 사람이 있
    다면 즉시 나타나  하배가 차지하고 있던 금기대장군(金旗大將軍)
    의 자리를 차지하라는 비밀 칙령(勅令)이 떨어지리라는 것이었다.

    곽승상!

    그는 신비인에게 협박당해 하배를 모함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하배의 가족이 몰살당한  후, 괴로워하다가 결국 대들보에 허리띠
    를 맨 다음 자신의 목을 걸었다는 것이었다.

    하운비는 땀을 축축이 흘렸다.

    "왜 이러는가?"

    "아… 아니외다!"

    하운비는 냉정을 찾았다.

    '그러나 나의 복수심은 식지 않으리라!'

    하운비는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씨익 웃었다. 

    화영기루의 점소이  노릇을 하며 배운 웃음,  그의 웃음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헤헤… 제가 고민을 해결해 드렸으니, 저의 부탁 하나를 들어 주
    십시오!"

    "무엇이냐?"

    "무… 무이초옹이란 분께 가는  음식을 제가 갖고 가게 선처해 주
    십시오!"

    "왜?"

    "그분의 파천신부법(破天神斧法)이 신품(神品)이라 한 번 배워 보
    려고요!"

    "쯧쯧, 어디서 그런  것을 들었는지 모르나… 가면  혼이 날 것이
    다. 이빨이 부서질지도 모른다."

    "예?"

    "무이초옹이 단식 중임을  모르느냐? 보이는 대로 부수고, 죽이면
    서."

    "그분의 거처는 어디인지요?"

    "지하(地下) 칠호실(七號室)이다."

    이노인은 그렇게 말한 다음,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쪽으
    로 휑하니 걸어갔다. 

    하운비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봤다. 음식 내음이 가득 찬 주방, 그
    를 주시해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마장주와 화혼오로는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그들에게는 연락만 
    해 놓으면 된다. 하나,  무이초옹이란 분은 내가 구해 내야 한다. 
    나를 악에서  끌어 내 주신 양부의  지기(知己)인 이상, 천하와도 
    바꿔야 한다.'

    하운비는 근처에서 쟁반 하나를 발견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주
    방 한가운데에 있는 지하로 향한 통로를 향해 갔다.

    주방과 귀빈전의 모든  별실은 지하도로 통하고 있었다. 하운비는 
    하인 행세를  하며 통로로 들어갔다. 아무도  그를 주시하지 않았
    다.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는 운룡(雲龍)!

    그가 위대한  이유는, 과감하게 하인 행세를  할 정도로 대범하기 
    때문이 아닐까?



                                  ④



    동해(東海)!

    우르르릉－ 꽝－!

    노룡(怒龍)의 몸부림 같은 소용돌이가 있는 곳.

    하늘과 땅이 파도에 젖고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 모든 것을 안으
    로 빨아들이는 소용돌이가 갑자기 갈라졌다.

    쏴아아… 쏴아아……!

    화살처럼 소용돌이를 가르고 움직이는 일백 척(隻)의 쾌속선(快速
    船)이 있었다. 각 배는 똑같은 모습이었다.

    봉황지선(鳳凰之船)!

    한 마리 봉황이 배로 변화한 것만 같았다.

    배 위에는 각(各) 일백  인(人)씩이 타고 있는데, 십 인(人)만 보
    여 모두들 삼남칠녀(三南七女)씩이었다.

    모두 화려한 옷을 걸치고  있는데, 여인들 쪽이 남자들에 비해 크
    고 눈빛도 강해 보였다.

    하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사내들이었다. 사내들은 호화로운 
    옷을 걸치고 의자에 앉아  있고, 여인들은 사공이 되어 배를 소용
    돌이 밖으로 움직이게 했다.

    쏴아아… 쏴아아……!

    봉황지선은 물살을 가르는 데  있어 고금제일의 능력을 갖고 있었
    다. 철선(鐵船)이기 때문이고,  모양새가 아주 특이하기 때문이었
    다.

    봉황지선 중 단  하나는 황금선(黃金船)이었다. 그 위에는 임산부 
    하나가 있었다.

    누런 비단옷을 걸친 미부인, 그녀는 먼 바다를 보고 있었다.

    다섯 명의 백  세 노인이 오행방위로 갈라서서  백 척의 쾌속선이 
    진을 이루고 소용돌이를 돌파하는 것을 독려하는 중이었다.

    "적녀지존(赤女至尊)을 위해 뭍으로 가는 것이다. 으하하……!"

    "땅 내음이 너무도 그리웠다!"

    쏴아아… 쏴아아……!

    백 척의 배, 일만 명의 남녀.

    그들이 중원(中原), 대중원천하(大中原天下)를  향해 이주해 가고 
    있는 것이다.

    중인의 우두머리는 혈다라존이었다.  그의 손에는 보름 전 뭍에서 
    날아온 신합(神 )이 물고 온 쪽지가 들려 있었다. 



    <부마동주(駙馬洞主) 전(前)!

    적녀도가 빚을 갚을  기회가 빨리 왔습니다. 묘묘관(妙妙關)과 사
    마대장원(司馬大莊院), 개방(  )이 힘을 빌려 주고 있습니다.

    적녀교의 삼백 년 잠재력(潛在力)만 있으면 천하가 바로 설 수 있
    습니다. 봉황선의 축조를 속히 앞당겨 주십시오.

    하운비(河雲飛).>



    맨끝에 적힌 하운비라는 이름!

    그의 이름이 모든 사람을 들뜨게 한 것이다.

    쏴아아……!

    봉황선은 마의 파도를 포말로 부수며 쾌속하게 나아갔다. 

    일백 마리 봉황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듯, 봉황선은 숨가쁘게 중
    원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⑤



    마마총타(魔魔總舵)!

    그 중에도  심장부가 되는 곳,  회랑(廻廊)의 길이만  해도 칠 리
    (里)에 걸칠 수 있는 석전(石殿)이 하나 있었다. 

    귀빈전(貴賓殿)!

    그 안에는  사해구주(四海九州)의 거마들이  머물러 있다. 특이한 
    것은, 아직 마마맹에 입맹(入盟)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었
    다.

    그들은 정세를 판단하는  상태에 있었다. 마마맹의 대우가 극진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귀빈전에 있는 사람들, 이들은 한 가지 특이한 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한결같이…….



    － 죽음은 무섭지 않다. 불명예가 무서울 뿐이다!



    그들은 칼 아래서도 웃는다.

    힘으로는 그들을 꺾을  수 있는 마마대공이었으나, 그들을 휘하에 
    두지는 못했다. 독으로 노예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독을 쓰면 신지를 잃는다. 그러면 귀빈(貴賓)은 귀빈이 되지 못한
    다. 귀빈이 귀빈인 이유는, 한 가지 재주씩은 있기 때문이다.

    건축에 조예가 있는 사람,

    천하제일화공(天下第一畵公),

    천하제일의 악사(樂士),

    천하제일의 부자,

    천하제일의 모사꾼,

    천하제일의 신투…….

    천하제일전(天下第一殿)!

    귀빈전은 속칭으로 그렇게 불렸다.

    귀빈전 지하, 검을 허리에 찬 무사들이 지키고 있는 문이 하나 있
    다. 

    문을 통해  하인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하인들은 음식을 담은 
    쟁반을 지니고 있었다. 귀빈들에게 전해지는 조찬이었다.

    산해진미(山海珍味)!

    검을 찬 호위무사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팔진미가 하인들에 의
    해 날라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기인들 중에는 괴벽한 사람이 많아, 음식도 갖가지였다. 

    산동(山東)의 천각자(天刻子)라는 명장(名匠)은  매운 것만 먹어, 
    그의 요리 접시는 고초(苦草)와 호초(胡草) 일색(一色)이었다. 

    사천(四川)의 당잠(唐潛)이라는 암기명인(暗器名人)은 신 것만 찾
    아 그의 음식장은 식초 그릇으로 덮여 있었고, 묘강(苗疆)에서 온 
    백사제군(白蛇帝君)은 사육(蛇肉)만을 먹었다.

    대막(大漠)의 비타신웅(飛舵神雄)은  낙타의 혹부리  부분을 구운 
    것을 기호식품으로 삼고 있었다.

    가무의 일인자인  적족묘선(赤足妙仙) 당랑랑(唐娘娘)이란 연산일
    기녀(燕山一妓女)는 하루에 좁살  한 홉만 먹는다. 그래서 허리도 
    한 뼘이다. 

    거의 아무것도 취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마마대공을 위한 즙기들을 깎게  할 목적으로 납치해 온 백수공자
    (百手公子) 배강(裵强), 그는 양즙(羊汁)을 조금 먹고 산다. 

    완전히 곡기를 끊은 사람도 있었다.

    무이초옹(武夷樵翁)!

    그는 세 가지 재간을 지니고 있었다.

    파천신부(破天神斧)!

    연환백팔식(連環百八式)으로 된  부법이 펼쳐지면  산이 쪼개지고 
    바다가 갈라진다. 

    파산대력권(破山大力拳)!

    일 권으로 백 장  밖의 바위를 깨뜨린다. 그것은 소림 백보신권보
    다도 위력에 있어 세 배 앞서는 것이었다. 

    천강금피공(天 金皮功)!

    천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끼이는 외공(外功)이다. 그에게 그것을 
    전수한 사람은 그의 죽마고우 부운신의였다. 

    무이초옹은 누워 있었다.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 덕에 그의 
    눈까풀에는 먼지가 한 치나 쌓여 있었다.

    그는 실명(失明) 직전이었다.

    "친구, 미안하네! 내 덕에 마굴(魔窟)에 빠지고 말았으니!"

    그는 괴로워 외쳤다. 목젖이 갈라져 목소리는 아주 거칠었다.

    "아아, 자네는…  자네의 재간을 마도를 위해  써서는 아니 되네. 
    나는 아네, 자네의 재간이 천하제일이라는 것을……."

    그는 비몽사몽 간에 있었다.

    "내가 어서 죽어야 하는데……."

    그가 중얼거리고 있을 때.

    쿵－!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⑥



    "초옹(樵翁)! 식사가 왔소!"

    문가를 지키는 자가 크게 외쳤다.

    "도로 갖고 가라. 너희 돼지들이나 배가 터지도록 처먹던가!"

    무이초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섯 가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든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 곁에는 큰 열쇠를 허리에 차고 있는 흑삼
    무사가 있었다.

    '참 추악하고 못난 놈이로다.'

    흑삼무사는 하인을 보고 억지로 웃음을 참는 중이었다.

    떡덩어리 하나를 높이 집어  던지고 나서 주워 보면, 지금 흑삼무
    사의 눈앞에 있는 하인의 얼굴과  같은 인형을 만들었다 할 수 있
    다.

    오관이 멋대로 찌그러진 얼굴.

    주걱일까? 허리춤에는 녹이 많이 슨 쇠붙이를 하나 꽂고 있다.

    "헤헤……!"

    그는 히죽히죽 웃다가 문을 봤다.

    "저 안에 있는 영감은 창자가 없나 보지요?"

    "쯧쯧, 그게 무슨 소리냐?  고집스럽고 반대 세력이기는 하나, 귀
    빈전의 당당한 귀빈인데!"

    흑삼무사는 눈을 부라렸다.

    "그럼 왜 음식을 먹지 않을까요?"

    "단식(斷食)하는 것이다!"

    "단식요? 그게 뭐지요?"

    "안 먹는다는 말이다!"

    "헤헤… 배가 부르면 먹지 않겠으나,  아침 전일 텐데 왜 안 먹을
    까요?"

    하인은 말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쪽에 세 놈, 모퉁이 너머에 다섯 놈!'

    그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담겨 있었다.

    흑삼무사는 빈정거리듯.

    "뜻을 굽히지 않기 위해 단식하는 것이다."

    "뜻이오?"

    "네녀석은 모를 어려운 일이 있다!"

    "사람은 먹어야 삽죠. 헤헤, 제가 한 번 권해 보겠습니다!"

    "네놈은 할 수 없어!"

    "헤헤… 해 봐야 아는 것 아닌지요?"

    "미련한 녀석!"

    "헤헤… 굼벵이도 뒹구는 재주는 있지요."

    "쯧쯧, 여기 오니 퍽이나 기분이 좋은 게로구나. 그래, 대체 무슨 
    재간으로 무이초옹의 단식을 끊게 하겠단 말이냐?"

    "제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네 아비가 누구인데?"

    "부운신의(浮雲神醫)!"

    순간.

    "미… 미친 놈이로다!"

    흑삼무사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하인의  손은 그 순간, 그의 가슴
    을 찍었다.

    팍－!

    "으으음……!"

    흑삼무사는 아주 조용히 벽에  등을 기댔다. 그가 사혈을 찍혀 소
    리 없이 죽을 때.

    "부… 부운신의라니?"

    문 바로 뒤에서 큰  소리가 났다. 무이초옹이 벌떡 일어나 문가로 
    다가선 것이었다.

    "초옹이십니까?"

    그는 바로 대무성(大武聖)의 대형(大兄) 하운비였다.

    "그… 그렇다. 너… 너는 누구냐?"

    "그분의 양자입니다. 구해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으으, 속임수겠지! 나… 나를 굴복시키기 위한!"

    "쯧쯧, 따질 시간도 없소이다!"

    하운비는 손을 가볍게 내밀었다.  순간, 강철로 만든 자물쇠가 가
    루로 화했다.

    하운비는 한 손으로 문을 열고  한 손으로는 죽어 버린 무사의 얼
    굴을 만졌다. 

    "인중이 제법 긴데? 쯧쯧, 요절을 했군. 극락왕생을 비네!"

    그는 말하며 한 가지 심법을 일으켰다.

    변체환용술(變體換容術)!

    하운비는 손을 통해 상대의 오관 형태를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그
    의 얼굴이 일그러지다가 죽은 자의 얼굴로 변화했다. 

    무이초옹은 나오다가 그것을 보며 아래턱을 덜덜 떨었다.

    "그… 그게 무슨 수법이지?"

    "훗훗… 화허항마결(化虛降魔訣)을 십  성(成) 익히고 나서, 녹림
    의 천면공(千面功)을 쓰면 이런 효과가 나타난답니다!"

    "화… 화허항마결? 그… 그것은 부운화타경에 있는 것인데?"

    "핫핫… 제가 부운신의의 양아들이라니까요!"

    하운비는 전음으로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시신은 문 뒤로 들어갔다. 하운비는 자기 집 뒷간에서처럼 행동했
    다. 그는 죽은 자에게서  벗겨 입은 흑삼자락을 흔들어 대며 무이
    초옹과 함께 걸어갔다. 




                                  ⑦



    무이초옹이 걸어가자 모두 혀를 내둘렀다.

    "저 고집쟁이가 뜻을 꺾은 게로군?"

    "모를 일이야, 모를 일!"

    무사들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운비는 쉽게 사지(死地)를 나설 수 있었다.

    송림(松林) 가에 이르렀을  때, 그는 무이초옹에게 전음으로 말했
    다.

    "화혼실에 가십시오!"

    "……!"

    "사마충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오 호법이 있습니
    다."

    "그들이 있음을 귀동냥으로 들었네!"

    "그들과 합류하십시오!"

    "으응?"

    "그들과 함께 제가 펼친  기문진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초옹을 비
    롯한 여러분들이  안전해야 제가  마음대로 무공을 쓸  수 있습니
    다!"

    "사… 사마충은 마마맹의 요인(要人)인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모를 일이군. 그… 그는 마마대공의 장인(丈人)이라던데?"

    무이초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 장인이라니요?"

    "그의 딸이 오늘인가 내일인가 대공에게 몸을 바친다는 것을 우연
    히 들었네!"

    "화… 화혼낭자가요?"

    하운비의 얼굴이 검어졌다.

    사마화혼!

    이름같이 뜨거운  여인, 말괄량이이나  아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마의 괴수에게 그 여인을 줄 수 없다!'

    하운비는 땀을 흘렸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모르네!"

    "음,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하운비는 말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 여의무흔(如意無痕)이라는 창
    안절기를 발휘해 모습을 감췄다.

    "빠르다!"

    무이초옹은 혀를 내둘렀다. 하나에서 열 셀 시간이 지났을 때.

    슥－!

    하운비가 훌쩍 뛰어내렸다.  허공에서 나타나는 듯 신묘하게 나타
    나는 하운비의 손에는 자삼무사(紫衫武士) 하나가 잡혀 있었다.

    자삼무사는 소피를 보다가 잡힌 듯 바지를 입고 있지 않았다.

    하운비는 종횡무진하다가 눈에 뜨이는  대로 무사 하나를 잡아 온 
    것이었다.

    "아이구우!"

    자삼무사는 귀신에게 홀린 표정이었다.

    "화혼낭자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라!"

    "으으, 그분은 수정궁(水晶宮)에 있소!"

    "수정궁?"

    "서… 서쪽에 수정궁이 있소. 그 곳은 금지 중 금지요."

    "고맙다!"

    팍－! 

    하운비는 자삼무사의  혼혈을 찍었다. 그는 무사의  몸을 숲에 잘 
    숨긴 다음, 말했다.

    "사마충이란 사람을 찾아가  하씨공자(河氏公子)가 보냈다고 하신 
    다음, 제가 말한 곳으로 가라 하십시오!"

    "그… 그 다음?"

    "그럼 그 사람이 알아서 갈 것입니다."

    "포위를 뚫기 힘들 텐데?"

    "훗훗… 그라면 태연히 걸어갈 것입니다."

    "알겠네!"

    "훗훗… 그럼 저 먼저 가겠습니다!"

    하운비는 포권한 다음 떠올랐다.  그는 한 줄기 연기가 흐르듯 모
    습을 감췄다.

    "신룡(神龍)이다!"

    무이초옹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의  엄지손가락 끝에 새벽의 
    빛이 어릴 때.


                                  ⑧



    제남부(齊南府),  마마제십타(魔魔第十舵)가 되어  있는 표풍대방
    (飄風大 )에서 피보라가 일어났다. 

    "우우……!"

    "으아악……!"

    어디서 나타났을까? 철면구를  쓴 사람들이 열 명이나 표풍대방을 
    피로 씻었다. 

    꽈르르릉－ 꽝－!

    표풍대방이 불붙을 때,  표풍대방과 인접해 있는 오씨장원(吳氏莊
    院)에서는 개방거지들이 모여  있다가 사방으로 흩어져 가고 있었
    다.

    "퇴로를 차단하세!"

    "이 일은 천하맹주령(天下盟主令)으로 내리는 일이라지 않는가?으
    핫핫……!"

    "무적강시들은 신비대형의  가신(家臣)들이라는데… 아아, 하나같
    이 일기당천(一騎當千)이 아닌가!"

    꽈꽝꽝－!

    불타며 무너지는 표풍대방!

    표풍대방과 같이 허물어지는  방파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특히 운
    남(雲南)과 산서(山西) 일대의 마마분타는 몽고기마고수(蒙古騎馬
    高手)들에 의해 유린당했다.

    어디 그뿐이랴? 

    황실에서 파견된 백만(百萬) 어기군(御騎軍)마저 신비대형을 도왔
    다.

    오악(五嶽)과 십오성(十五省),  남칠북육성(南七北六省)의 영웅들
    이 신비대형을 외치며 분연히 일어섰다. 

    풍운(風雲)!

    천지가 한날 한시에 경동(驚動)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조용한 곳은  마마총타였다. 마마총타는 천개 소(所)에서 벌
    어지는 풍운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덕산]

잘 보고 갑니다.

[슈퍼맨]

잼 납니다

[얼음골]

즐감했습니다.

[신두]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