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매불망 일년을 기다리온 지리산 종주를 위해 23:00 동서울터미널 발 버스를 타러 잠실철교 인도교를 건너 갑니다. 터미널이 눈 앞에 보입니다. 아직도 리노베이션 중으로 1층의 상점은 아직도 나무 판자로 닫혀 있습니다. 언제 전체가 오픈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터미널 전체가 리모델링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34번 승강장으로 이동합니다. 몇몇 산객(?)들이 이미 버스에 승차해 있습니다. 이 시간에 야간 버스가 몇 노선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거의 부산이나 경남, 전남 등으로 멀리 가는 노선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좀 번호가 달랐던 것 같은데 그동안 승강장에도 변화가 있었나 봅니다. 주위에 있던 지리산 둘레길 관련 노선도 붙어 있었는데 없어져서 아쉽네요.
버스 안쪽에는 지리산 둘레길 광고도 있습니다. 그러면 좀 마음에 와 닫게 약도나 지도도 붙어 있으면 눈이 확 뜨일터인데 글자만 있어서 조금 아쉽네요. 하지만 언젠가 걸어야 할 지리산 둘레길이라서 눈길이 갑니다.
드디어 4시간여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여 지리산 국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뭐 말이 필요 없겠지요. 공원 입구의 간판만 봐도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트랭글을 켜니 바로 성삼재 도착 뱃지음이 들리네요. 만복대 방향의 서북능선도 걸어봐야 하는데 매번 보고 침만 흘립니다. 서북능선을 가면 근데 집으로 어떻게 가나 그 걱정을 하면 그리고 쉽게 발길이 돌려지지 않네요. 그래서 이번에도 천왕봉으로. 28 킬로를 넘는 거리를 걸어야 합니다. 이 숫자를 보니 그 동안 약 29~30킬로 걸었던 길들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최근의 천마지맥 (금곡역-베어스타운) 부터 생각나네요. 짧지 않은 길이지만,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다만 천왕봉 후에 하산길 (5ikm 이상)도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에, 약 33킬로 이상됩니다.
드디어 노고단 입구를 지나 본격적인 등로로 접어듭니다. 새벽 3시를 넘었기 때문에 당연히 금줄은 내려가 있었습니다. 노고단 입구까지는 포장된 도로와 나무데크 길도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자연 등로를 따라 이동하게 됩니다. 기대가 됩니다.
제가 잡초류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조릿대입니다. 오래간만에 이 조릿대를 보니 반갑네요. 땅 아래도 조릿대가 있는 것을 가끔보는데, 싱싱도는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이 징검다리 같은 바둑돌은 누가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짧은 거리도 아니고요.
무넹기, 노고단 입구를 지나 첫번째 맞이하는 이름 있는 곳입니다. 돼지령. 안내목은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데, 느낌상 여기? 정도? 했는데 정말 있더군요. 그런데 아마 주간이면 잘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통과만 하다가, 오늘은 임결령 샘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5미터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물은 필요하지 않은 단계라서 물맛은 보지 않았습니다. 지리산 종주로에서 첫번째 만나는 샘터입니다.
후기에서 풀겠지만, 반야봉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간의 도보를 통해서 반야봉에 다녀와도 귀가 버스를 타는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격년에는 꼭 한번 오르자고 생각을 했는데 작년에는 비가 와서 스킵했기 때문에 이번에 올랐습니다. 첫해보다 고민 포인트는 적었던 것 같습니다. 1킬로면 딱 얼마전에 다녀왔던 대소라치에서 금학산 정상까지네요. 쉬운 거리는 아닌데, 어두워서 그냥 멋모르고 가는 것 같습니다. 주간이면 멀리서 보고 포기할 것 같은데요. 가끔씩은 보지 않거나 보이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를 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반야봉 정상에 도착했고, 몇몇 산객들이 있었습니다. 반야봉에서 낙조를 보면 너무 멋지다고 하는데, 그 시간에 낙조를 보려면 어떻게 계획을 짜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낙조 대신 천왕봉 부근의 동틀 무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보다 오른 시간이 조금 늦었나 봅니다. 해가 빨리 솟아오를 리는 없고요.
반야봉 삼거리에서 삼도봉으로 향합니다. 이 길이 좀 거칩니다. 확실히 종주로에서 조금 벗어난 반야봉 등로는 조금 거칩니다.
삼도봉에 도착했습니다. 토끼봉 쪽으로 날이 밝아오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토끼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옥의 계단을 내려가야 합니다. 늘 어두울때만 보다가 이렇게 밝은 때 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데크 계단 내려가는 것은 광청종주의 바라산 등을 통해서 익숙해서 예전보다는 쉽게 내려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데크길이 깔끔합니다.
뱀사골로 가는 입구인 화개재에 도착했습니다. 가을 날 피아골에서 뱀사골까지 가는 것이 로망입니다. 그때는 이 화개재를 통과해야겠지요? 화개재에 도착해서 주위의 산들을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연두빛에서 초록으로 바뀌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조릿대 사이로 난 등로. 흙길이라서 더 마음에 듭니다.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음에 정말 감사를 드렸습니다. 산신령에게… 특히 비가 오지 않아서…
드디어 화개재에서 토끼봉으로 오르는 등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생각보다 쉽게 토끼봉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와 있던 선수들이 쉬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지리산 종주를 갔을 때 이곳에서 간식도 먹고 한참 쉬었다고 갔었는데, 그 이후로는 그냥 통과하고 있습니다.
천왕봉에서 해가 떠오릅니다. 오늘 천왕봉에 오른 사람들은 일출을 제대로 보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정상에 구름도 간간히 보이네요. 암튼 저 멀리 산을 보니 갈길이 멀다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토끼봉부터는 대개 다음 목적지가 봉우리가 아니라 연하천 대피소가 됩니다. 대략 4~5km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데 실제 그랬습니다. 등로 주변의 신록이 아름답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길들… 돌을 옮겨 계단을 만든 사람을 생각하면 돌길도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산성 16성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벽을 쌓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쉽게 한 바퀴 돌곤 합니다.
드디어 연하천 대피소로 가는 나무데크길을 만났습니다. 대략 400미텅 안짝에 대피소가 있습니다. 트랙 한 바퀴라고 생각하면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피소에 있습니다. 모두 아침들을 먹고 있었습니다. 처음 대피소를 보았을 때는 보글보글 아침 밥을 끓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이미 만들어진 식사만 하네요. 처음 연기가 나고 정감 있던 풍경은 이제 사라진걸까요? 이곳에 오면 대피소 벽에 붙어 있는 글을 늘 읽어보게 됩니다. 이곳에는 맛있는 물도 있습니다만, 역시 임걸령 샘터와 마찬가지로 그냥 통과합니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서 그런지 물이 그리 땡기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 다음 대피소인 벽소령으로 향합니다. 거리는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데 길은 연하천 대피소 오던 길보다는 조금 험합니다. 업다운을 여러 차례 해야 합니다.
벽소령 대피소를 행헤 출발헤사 얼마간 나무데크가 생겼습니다. 성삼재 주변도 그렇고 대피소 주변에 여러 개선 공사가 있었던 듯 싶습니다. 점점 걷기 좋은 환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제대로 주위의 산들이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합니다. 캬~ 이 풍경 하나 보려고 이렇게 발품을 판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풍경이 멋집니다. 모든 것이 달력 사진입니다. 산 빛깔도 참 아름답습니다.
거친 바위 사잇길도 가끔 통과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닙니다. 산과 바위 이런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어느덧 천왕봉에 도착합니다. 그냥 밋밋한 길이라면 지루할터인데요. 그래서 지리산 종주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길이 있을까 싶지만 용케 길들은 모두 이어져 있습니다. 지도에서 그어진 하나의 실선이 이 길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면 경외로운 생각도 듭니다.
드디어 벽소령에 도착했습니다. 성삼재에 오전 3시 조금 못미쳐 출발을 했는데, 4시간 조금 이전에 벽소령에 도착했습니다. 천왕봉 예정시간 11시 30분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대략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벽소령에도 아래 200~300 미터에 샘터가 있는데, 아직은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변함없는 배낭만 그냥 들고 다니는 것 같아서, 조금 무게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커피 한잔, 그리고 단팥빵 하나 먹었습니다. 그리고 출발.
벽소령을 출발해서 그 다음 세석대피소까지는 6킬로가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지리산 종주로에서 아마 가장 편안한 길이 벽소령에서 출발하여 세석대피소 방향으로 대략 2킬로 안쪽의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풍경도 좋고, 바닥도 평평하고…
낙석 주의하라고 가지런하게 돌담도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낙석 바로 아래는 경고이 음성 안내도 나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산의 하늘금을 감상하며 세석 대피소로 힘차게 걸어갑니다.
첫댓글 지리산 꿈에 종주 옛 생각이 납니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곧바로 지리산 종주를 시도했으나 몇 번에 걸쳐 산악회의 취소로 돌아가고 그 바람에 백두대간을 시작한 동기가 되었지요. 오매불망 일년을 기다리다 드디어 지리산 종주의 첫 걸음인 성삼재로 달려갔군요. 부러워라^^*
늘 갈 수 있는 남산은 가까이 있고 언제라도 갈 수 있어서 애틋함이 적은데, 지리산 등 멀리 있는 산은 애뜻함이 진하게 배어있는 산들입니다. 설악산은 조금 덜합니다. 지리적으로 조금 가까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맘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곳. 그리고 뭐랄까…. 한계령만 구경하고 오지, 또는 주전골만 다녀올 수도 있지라는 마인드 때문인가 봅니다. 하지만 지리산은 워낙 멀리 있어서 좀더 정교하게 계획해서 다녀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리산 종주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서울동서울버슽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 직행, 그리고 돌아오는 직행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69종주도 지리산 같으면 체감적으로 많이 가까울 터인데… 거기는 정말 교통의 사각지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