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같은 집을 하나 갖고 싶다/강인호-
조용한 시골 어느 마을에 간이역 같은 집 하나 갖고 싶다. 미운 사람 고운 사람
모두 쉬어 갈 수 있는 양옆으로 늘어지는 감나무 아래 평상을 두어 잠시 여유를
부리면 누구든 햇살 가득 담은 앞마당에 발 담그고 싱그런 바람에 앞 단추 몇 개
는 풀어 젖히고 바짓가랑이 둘둘 말아 올린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앉아있어
도 누워있어도 좋다. 가슴 가득 푸른 산이 서늘하고 파란 하늘에선 몽실몽실 구
름이 동화를 쓰는 아무런 생각 없이 너도 아이처럼 웃어볼 수 있으리.
야트막한 뒷산엔 오솔길도 여러 개 열어 놓을 것이다. 갓난아이 손톱만 한 들꽃
들이 구석구석 지천으로 널리고 바람에 자지러지는 풀잎들 방울방울 떨어지는
햇살에 찰랑찰랑 소리를 내면 아무런 생각 없이 너도 꽃처럼 피어나리.
아 천둥 번개 치는 날도 있겠구나! 그런 날엔 뜨듯한 아랫목에 앉아 김치도 송송
썰고 감자도 부추도 양껏 넣어 부침개를 부치면 비를 핑계 삼아 한나절, 하룻밤
더 묵어갈 수 있어 좀 좋은가? 싸릿대를 엮어서 대문을 만들고 문패를 달아둘 것
이다. ‘쉬어 가세요’ ‘또 오세요’ 이런 집에서 살면 늘 기다림으로 설렐 것이고 안녕
이란 말도 서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