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암계(暗計)
①
당금의 무림에서 천하제일문(天下第一門)을 꼽으라면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거침없이 말할 것이다.
바로 정도무림의 총본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광명회(光明會)라고!
광명회는 지금으로부터 일백여 년 전 무림을 짓밟았던 마도삼상천을 중원에서 몰아내고 백 년의 금마지약을 성사시킨 정도무림의 대들보였다.
광명전(光明殿).
이곳은 무림의 크고 작은 일, 즉 천하의 대소사를 결정짓는 곳으로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헤헤헤... 어디 있느냐? 어디?"
"호홋! 저 여기 있어요. 어서 절 잡아 보세요. 호호......"
"깔깔깔......!"
멀쩡한 대낮에 취기에 찬 사내의 웃음소리와 여인들의 요사스런 웃음소리가 엄숙해야 할 무량대전 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웅장한 대전에는 금관(金冠)을 쓰고 일신에 금의화복(金衣華服)을 걸친 청년 한 명과 열 명 남짓한 궁장 차림의 미녀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화복이 흐트러지다 못해 상반신이 거의 노출되다시피 한 청년이 눈을 헝겊으로 가린 채 바보처럼 웃으며 손을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는 이리저리 달아나는 미녀들을 뒤쫓기에 여념이 없었다.
"헤헤헤! 어디 있느냐? 애로(愛露)야, 향옥(香玉)아!"
"호호호홋!"
"꺄르르! 소녀 여기 있사와요. 어서 절 잡아보세요."
"헤헤헤, 잡았다!"
마침내 청년은 한 궁장소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호호호... 아이......!"
청년의 손아귀에 잡힌 궁장소녀는 짐짓 둔부를 흔들었다.
그 순간 청년의 한 손이 궁녀의 가슴 속으로 쑥 들어가면서 마구 주무르는 것이 아닌가?
"호호호... 아이!"
궁장소녀는 묘한 기성을 발하며 재빨리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실로 방탕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궁장소녀들은 한결같이 양귀비 뺨치게 아름다왔으나 그녀들의 눈에는 음탕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옷차림은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어떤 소녀는 앞가슴이 벌어진 채 수밀도같은 젖가슴을 내놓고 있는가 하면, 어떤 소녀는 아예 치마를 벗어던져 허여멀건한 허벅지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호호호... 저를 잡아봐요!"
"헤헤헤! 어디 있느냐?"
화복청년은 두 팔을 저으며 비틀거렸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술냄새가 물씬 풍겨나고 있었다. 청년이 다시 반나의 궁장소녀들과 숨바꼭질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으으음......!"
열 명의 인물이 무량대전 밖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무거운 신음을 발하고 있었다.
그들은 당금의 광명회를 지탱하고 있는 열 개의 기둥, 아니 백도천하(白道天下)를 지탱하고 있는 십 인의 종사(宗師)들로 광명십존사(光明十尊師)였다.
그들 개개인은 한결같이 일파지존(一派至尊) 이상의 신분으로 하늘을 덮을 정도의 무학을 지니고 있었다.
당금의 광명회주를 제외한다면 현무림계에서 신분이나 무학으로 그들을 능가할 인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지위를 가진 광명십존이 지금 광명전 밖에서 온통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허어! 참으로 한심한 일이오! 회주(會主)께서 저 모양이시니......."
검미(劍眉)가 날카롭게 뻗은 오십대 중반의 중년인이 탄식했다.
그는 당금 무림에서 검의 제일인자로서 구대세가(九大勢家) 중의 하나인 전궁세가(電穹勢家)의 가주인 전궁검제(電穹劍帝) 화양우(華陽羽)로 광명회에서 검존(劍尊)을 맡고 있었다.
도존(刀宗尊) 낙척도신(落拓刀神) 좌우명(左友明)이 그의 말을 받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오. 광명회는 이제 이백 년 십대(十代)에 이르러 끝장날 모양이오. 전대회주들이 이십 년을 넘기지 못하고 비명횡사 하더니... 당금의 회주 또한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 이후로는 줄곧 저 지경이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오!"
놀라운 일이었다.
아직 삼십도 안된 나이에 고주망태가 되어 궁장소녀들과 음탕한 놀이를 하고 있는 인물은 바로 제십대 광명회주(光明會主)인 을주신목(乙朱神木)이었던 것이다.
"에잇! 이젠 못 참겠소!"
문득 묵의(墨衣)를 입은 중년인이 침을 탁 뱉으며 광명전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니, 살존(煞尊)! 어쩌려고 그러시오?"
십존은 한결같이 안색이 변해 외쳤다.
분기를 참지 못하고 광명전으로 뛰어든 중년인은 바로 생사판관(生死判官) 마운추(摩運追)란 인물이었다.
마운추는 백도인들 사이에서도 살성(殺星)으로 불리는 자로 악(惡)을 원수같이 미워하여 가차없이 살수를 뻗는 인물이었다.
그런 마운추가 마침내 격분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간 것이다.
광명구존은 안색을 일그러뜨린 채 마운추의 행동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쿵! 쿵...!
생사판관 마운추는 육중한 발걸음 소리를 내며 광명전 안으로 들어갔다.
"헤헤헤... 옳지... 옳......"
갑자기 발걸음소리를 들은 광명회주 을주신목은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다음 순간 그는 손을 뻗어 마운추를 끌어안았다.
"헤헷...! 잡았다!"
지독한 술냄새가 풍기는 순간 마운추의 빗자루같은 눈썹이 곤두섰다.
"정신 차리시오! 회주!"
그는 마치 백 개의 철종(鐵鐘)을 치듯 우렁차게 외쳤다.
"어어... 그, 그대는......?"
을주신목은 자신이 엉뚱한 사람을 잡았음을 느끼고 당황했다. 그는 급히 눈을 가린 천을 끌렀다. 다음 순간 마운추는 눈 앞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보가 되어버렸다는 을주신목의 얼굴은 경이로울 정도로 영준했다. 다만 외모만으로도 그는 보는 이의 넋을 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다만 약간 멍청해 보이는 눈빛만 아니라면 그는 광명회의 십대회주로써 조금도 부족한 점이 없어 보였다.
을주신목은 설백(雪白)처럼 흰 피부에 여인처럼 수려한 눈썹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콧날은 조각을 해놓은 것처럼 아름답기까지 했다.
"헤헤... 이제보니 살존이셨군. 난 또......"
을주신목은 입을 헤벌리며 웃었다.
"이런... 바보같은!"
쾅!
마운추는 분노를 폭발시키듯 발을 세차게 굴렀다.
그러자 청석으로 된 바닥이 움푹 꺼지며 두 치 깊이의 족인(足印)이 새겨졌다. 마운추는 분노를 금치 못하며 말했다.
"회주! 금마지약(禁魔之約)의 기한이 다가왔소. 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이란 말이오!"
쩌르릉!
생사판관 마운추의 격노한 음성에 대전이 울렸다.
"헤헤... 난 모르오. 여러분이 알아서... 하시오."
을주신목은 그의 고함에 겁을 집어먹은 듯이 목을 잔뜩 움츠리며 뒷걸음질쳤다.
"이런 빌어먹을!"
마운추는 욕설을 퍼붓더니 살기에 찬 눈초리를 한쪽에 모여 바들바들 떨고 있는 궁장소녀들에게 퍼부었다.
"이런 요물들! 모두가 네년들 탓이다!"
그는 느닷없이 신형을 날렸다.
"모두 뒈져랏!"
그의 거대한 신형이 궁녀들을 덮쳐가는 순간이었다. 그의 우수로부터 언제 발출되었는지 끝이 두 부분으로 갈라진 핏빛의 도(刀)가 허공을 갈랐다.
파츠츠츠츳!
"저... 저런!"
광명구존은 그 광경에 안색이 대변했다. 그러나 이미 말리기에는 늦었다.
"아아악!"
핏빛 도광이 장내를 휩쓴 순간 열 명의 궁장소녀들은 피보라를 뿜으며 분시되어 사방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
광명구존은 이 놀라운 사태에 모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마운추는 태연했다. 그는 전신에 피를 뒤집어 쓴 채 이를 부드득 갈더니 뚜벅뚜벅 을주신목의 앞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팍!
그는 자신의 애도인 생사혈도(生死血刀)를 청석바닥에 깊숙이 꽂았다.
"회주! 이제 날 베던지 말던지 맘대로 하시오! 이 마운추는 더 이상 못 참겠소! 썩어빠진 광명회 따위엔 더 이상 아무 미련도 없소!"
실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언이었다. 구존은 모두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②
"......!"
을주신목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바닥에 꽂힌 생사혈도를 내려다 보았다.
한동안 숨막히는 시간이 흘러갔다. 중인들의 시신은 을주신목과 마운추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지켜보고 있었다.
실상 마운추는 하극상(下剋上)을 범한 셈이다. 그것은 엄격한 광명회의 규율에 의하면 단연 목숨을 바쳐야 할 대죄였다.
"으으으......"
문득 무거운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리는 을주신목의 이마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아무리 바보천치가 되었다 해도 일이 이쯤되었으면 광명회주로써 행동을 보여야 했다. 그가 진정한 백도무림의 맹주라면 가차없이 마운추를 베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광명회의 권위를 살림과 동시에 스스로의 지위를 지키는 일이었다.
결국 마운추는 광명회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목을 걸고 도박을 감행한 것이었다. 그는 이 행동으로 을주신목의 미몽(迷夢)를 깨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벌어진 일은 도저히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털썩!
갑자기 을주신목이 바닥에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이어 그의 입에서 느닷없이 울음이 터져나왔다.
"자... 잘못했소! 어헝!"
정녕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무림천하의 안위를 한 몸에 걸머진 광명회의 회주가 무릎을 꿇고 겁에 질린 울음을 터뜨리다니!
"허어!"
"어찌 저런 일이......!"
광명구존은 일제히 장탄식하며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을주신목에게 지니고 있던 한 가닥의 기대감마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허탈감을 맛보아야 했다. 하물며 당사자인 생사판관 마운추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으와아악!"
마운추는 돌연 피를 토할 듯이 울부짖으며 신형을 벌떡 일으켰다.
"썩었다! 썩었어! 광명회도 이젠 끝이다!"
휘익!
그는 자신의 생사혈도조차 취하지 않은 채 미친 듯이 광명전을 뒤로 하고 신형을 날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흑흑! 무서워... 무섭단 말이오."
그러나 을주신목은 연신 눈물을 흘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넋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모두가 사라진 광명전은 텅 비게 되었다. 혼자 남아 있게 된 을주신목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무덤같은 적막이 대전을 감돌았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을주신목의 멍청해 보이던 눈에서 한 줄기 광채가 솟아나는 것이 아닌가?
이어 그는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티 한 점 없이 푸른 창천(蒼天)을 우러러 보았다.
일순 그의 입에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침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궁무독(宮舞獨)."
"네, 주군!"
어디에선가 탁음이 들려왔다. 그러자 을주신목의 입에서 괴이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후후, 어떻소? 내 연극이 그럴 듯 했소?"
"완벽했습니다. 주군."
"후훗... 그렇소?"
을주신목은 기소를 흘려냈다. 잠시 후 궁무독의 의아한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주군. 대체 언제까지 연극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말에 을주신목은 담담히 대답했다.
"그들이 감춘 꼬리를 드러낼 때까지다."
"그러나 그 전에 광명회는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후후훗! 광명회는 사실상 이미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더 기다릴 생각이다."
"주군, 하지만......."
"내게 생각이 있다. 두고 봐라. 나 을주신목은 선대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궁무독, 날 믿어라. 내가 다시 눈을 뜰 때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
이번에는 궁무독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을주신목은 시선을 들어 창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다.
"궁무독, 저 창천에 무엇이 있는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을주신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머지않아 저 하늘에 주인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바로......"
"......."
"나 을주신목이 될 것이다."
"......."
정녕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음모가 광명회를 중심으로 깔려 있었다.
마도삼상천을 몰아내고 무림에 백 년간의 평화를 일궈낸 광명회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늘날 광명회는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광명회를 이끌어 가야 할 광명회주가 무림을 수호하려는 생각보다는 천하의 주인이 되려는 무서운 야망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대 구대세가의 으뜸인 을주신목가(乙朱神風家)의 가주이자 광명회주인 을주신목!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문득 궁무독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군, 마운추는 어찌 하시렵니까?"
을주신목은 눈빛을 번뜩였다.
"하극상을 범한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입을 영원히 봉해 버리도록."
그 말을 끝으로 을주신목은 언제 그랬더냐 싶게 다시 바보같은 웃음을 흘렀다. 어디선가로부터 인기척을 느낀 때문이었을까?
"헤헤... 이제 만화부인(萬花婦人)에게나 찾아가 볼까?"
그는 바보스런 웃음을 흘리며 비척거리는 걸음걸이로 대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가 막 모습을 감추었을 때였다.
스슷!
하나의 흑영이 처마 밑에서 선풍구전회륜비(旋風九轉廻輪飛)의 절묘한 신법으로 허공에서 회전하며 어딘가로 날아갔다.
"을주신목은 정말 바보로구나......."
허공으로 사라져가는 인영의 입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③
반란(反亂)이나 역천(逆天)의 음모는 대부분 밤에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세인들의 이목을 피해 은밀히 이루어지는 음모.
어쩌면 그 음모야말로 역사의 또다른 줄기를 이루는 것일지도 모른다.
겨울을 재촉하는 치효( )의 울음소리가 음산하게 들리는 삼경 무렵, 광명회 내의 한 밀실에서는 두 사람이 대좌하고 있었다.
붉은 가사를 어깨에 걸친 승려와 푸른 도복을 입은 도인이었다.
붉은 가사를 입은 승려는 바로 불존(佛尊)인 만공선사(萬空禪師)였다. 만공선사는 당금 소림의 장문인인 백우(白宇)의 사백(師伯)이기도 한 무림의 원로였다.
그와 대좌하고 있는 도인은 고희가 넘어 보이는 나이로 청수한 인상이었다. 그는 바로 도존(道尊)으로 일선우사(一仙羽士)라고 했다.
그 역시 만공선사에 못지 않은 신분으로 당금 무당(武當) 장문인의 사숙이기도 했다. 밤 늦은 시각에 그들은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눈빛은...
"아미타불, 오늘 광명전의 일은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될 것이오."
"무량수불... 그렇소."
"아무튼 을주신목은 갈수록 인망을 잃고 있으니 머지않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오."
"흐흐흐, 그야 도리어 바랄 일이지 않소? 우리는 그저 기다리면 되는 것이오."
"흐흐,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오."
이상한 일이었다. 소림과 무당, 양대불도의 고인(高人)들인 그들이 어울리지 않게 음침한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지금 그들의 표정이나 말투는 도저히 불가와 도가의 고인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문득 만공선사가 음산하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낙관적이 아니라니?"
일선우사는 두 눈에 음흉한 빛을 흘리며 말했다.
"환마미궁(幻魔迷宮)의 요부가 이미 행동을 개시했소."
"만화부인과 그녀의 여우같은 제자들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소. 그 계집들은 색(色)으로 을주신목을 옭아매고 있소. 뿐만 아니라......."
"또 무엇이오?"
"천살부(天煞府)도 이곳에 뿌리를 심어 놓았소.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을주신목의 목은 언제고 쉽게 떨어질 거요."
그 말에 만공선사는 퉁방울같은 눈을 굴리며 반문했다.
"그럼 왜 그들이 행동을 개시하지 않는 것이오?"
"크크, 그걸 몰라서 묻소? 파약일이 다가왔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여건이 아니오. 먼저 일을 벌여봤자 손해를 보지 않겠소? 그러니 눈치만 보고 있는 셈이 아니겠소?"
"흐흐, 그렇군.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패권을 노린다 해도 본천(本天)의 그물을 벗어날 수야 없지."
그 말에 일선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크...! 물론이오. 마마구중천(魔魔九重天)은 오래 전부터 삼상천의 으뜸이었소. 조만간 소천주(少天主)께서 출관하시기만 하면 본천은 천하를 단숨에 삼킬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소."
"무엇이오?"
만공선사가 반문했다. 일선우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최근 갑자기 주의할 인물이 한 명 나타났소."
만공선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누구요?"
"아직 약관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놈이오."
"......?"
만공선사는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일선우사는 음산한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놈은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지 불과 육개월 밖에 안되는 사이에 이미 이름을 떨치고 있소. 그 어린 놈으로 인해 무림판도가 재편될 정도라는 것이오."
그 말에 만공선사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이제 알았소! 그 놈이 누구인지. 반 년 전 느닷없이 나타나 하북(河北)의 삼환회(三環會)와 강서(江西)의 낙일문(落日門), 광동(廣東)의 전륜보(轉輪堡), 섬서(陝西)의 패검부(覇劍府)의 문주들을 바보로 만들었다는 그 놈이 아니오? 소문에 의하면 그 놈이 펼치는 검법은 천추혈제의 검법과 흡사하다고 하던데."
"맞소. 놈은 놀랍게도 하루에 천리(千里)를 이동하고 있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바람에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실정이오. 강호에서는 놈을 일컬어 비중비(秘中秘) 신룡객(神龍客)이라 부르고 있소."
만공선사는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대체 어떤 놈이길래... 일각에서는 놈을 신주십성(神州十星)의 반열에 올려 놓는다고 들었소."
"맞소."
만공선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놈을 거론한 까닭은?"
일선우사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 놈을 끌어 들이자는 것이오."
"......?"
만공선사는 눈을 크게 떴다. 너무나도 뜻밖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일선우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만일 거절하면 더 크기 전에 제거하면 되는 것이오."
"그... 그렇군. 푸하하하핫!"
만공선사는 괴소를 터뜨렸다.
"만일 놈을 끌어들이면 우리는 날개를 얻게 되는 셈이오. 흐흐흐......"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괴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첫댓글 잼 납니다 추석 명절 잘 보내 십시요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