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느끼는 것 중에 여행에 진심인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아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해외여행을 하지 못해서인지 관광지마다 한국 사람들이 눈에 많이 눈에 보였는데
아마 그 사람들도 목마르게 기다리다가 외국 여행을 나왔을 것이다.
가능하면 패키지여행을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패키지여행을 하게 되고 패키지여행을 하게 되면 여행을 같이 가는 사
람들이 가족이거나 가족 더불어 친지들이 되거나 하게 되는데, 가족이나 친지들과 같이 가게 되면 이 기간 동안에 여행 본연의
느낌을 느끼는 것보다 가족이나 친지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기간으로 변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족이나 친지들과 가고
싶지 않게 된다.
여행의 목적은 여러 가지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휴양지 같은 곳에 쉬면서 쉬다가 오는 여행이 있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곳의 경치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러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여행지의 역사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현재 자신이 살고있는 곳과 자신들의 사는 것을 비교하면서,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삶이 세계인의 삶과 비교해서 어떤 위치에 있는 것도 알아보는 것도 여
행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행의 목적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기간을 통해서 가족과 친지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 하는 여행도 있을 것이
다.
여행의 목적에 따라 또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목적이 다 다르겠지만 패키지 팀들의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여행의 목적이 무엇
인지를 솔직히 알 수가 없다.
대부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일단 가는 곳마다 그곳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끝없이 찍는 것을 보게 된다.
요즈음은 핸드폰의 용량이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가 보니 한곳에서 수십 장에서 수백 장씩 찍는데 그중에 대부분 자신의 얼굴이
들어가는 사진들이다. 그곳의 사람들이나 분위기 등 역사적인 배경이 되는 것들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왜 자신의 얼굴이 꼭 들어가는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가 하고 물어봤더니 자신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여행 사진을 의미
가 없다고 한다.
그냥 경치만 나오거나 그곳의 분위기만 나오는 사진은 더 좋은 사진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구태여 자신이 찍을 필요가 없다
고 한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서 구글에서 사진을 보거나 TV 같은 곳에서 자신이 갔던 곳을 보게 되
면 자신의 그곳에 갔던 것을 기억하게는 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그때 거기서 느꼈던 감정을 느끼게 해 주지는 않는
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은 그 사진을 통해서 그때 그 자리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
에 다른 매체를 통해서 보는 사진과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계모임으로 가는 여행이나 형제들끼리 가는 여행은 여행의 본래 의미보다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므로 가서 즐겁
게 놀다가 오면 되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편한 관광지를 선택해서 다녀오게 된다.
그러나 동남아나 중국이 아닌 유럽이나 미주 쪽으로 가는 여행은 비행기를 타는 시간도 12시간이 넘고 여행 기간도 길며 여행
자체도 동남아 여행보다는 어렵다. 패키지로 가면 소위, 별 보기 운동을 해야 하는 여행이 대부분으로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
게 된다.
나름대로 여행을 통해서 느끼고 얻어 가는 것이 있겠지만 그냥 그곳에 다녀 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대부
분이다.
삶에 어떤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삶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행도 어떻게 해야된다는 원칙은 없지만,
여행만이 가지고 있는 그런 보편적인 가치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며, 여행을 하기 전에 왜 그곳을 가려는지 정도는 생
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다녀 온 곳을 또 가거나 하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가족들이나 친지들과 같이 패키지여행을 가더라도 여행
자체에 집중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원망의 소리를 많이 듣는다.
사진을 많이 찍어주지 않는다든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덜 가져 준다든가 하는 그런 불만들이다.
내 생각은 패키지여행이라고 하더라도 어렵게 멀리 왔으면 각자 여행 자체에 집중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보호를 해야
할 노인이나 어린아이가 아닌 사람들에게 그들이 여행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것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만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여행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을 원하며, 패키지나 배낭
여행을 불문하고 혼자가려고 한다. 그래야 여행에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다녀오면 자신이 핸드폰으로 찍어온 사진을 한 번 훑어보게 되고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그 여행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일상에서나 국내에서의 소소한 여행의 새로운 사진이 또 핸드폰을 채우게 되기 때문에 그 사
진들이 핸드폰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이 여행의 기억들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TV에서 자신이 여행했던 곳이 나와도 가 본 것 같기는 하지만 어느 나라의 어느 곳인지를 기억을 하지
못하고 특히 유럽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게 된다. 자신의 얼굴 찍기에 급급하느라고 여행의 시작과 끝의 스토리를 기억하
지 못하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 모두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면서 관광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동하는 과
정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창으로 지나가는 도시나 시골, 그리고 산과 강들의 풍경에 그리 관
심을 가지지 않고 잠을 자거나 같이 온 사람들과 잡담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그 부분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중의 하
나이다.
잠은 저녁에 숙소에서 자면 되고 잡담도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하면 될 것인데 그 아까운 시간을 왜 그렇게 낭비를 하는지....
사실 패키지관광이라는 것이 몇 시간 동안 이동하고 한 시간 정도 관광을 하는 시스템이다가 보니 이동하는 시간이 관광하는
시간의 몇 배가 되는 셈이다.
이번 로마에서 토스카나지역을 거치고 피렌체에 들렀다가 베네치아까지 500km가 넘는 길을 6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오면서
다를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버스를 타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토스카나 지역은 지금 추수가 끝났지만 ‘글라디에이터’ 영화의 첫
장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 이후로도 이어지는 끝없는 평야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었다. 여섯 시간을 오는 동안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끝없이 비옥한 평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이탈리아가 이렇게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신기하다.
토스카나에 있는 영화 글라디에이터의 막시무스의 집
나는 전에는 여행을 가기 전에 가려고 하는 곳을 인터넷 같은 것으로 알아보곤 했었는데 여행을 가기 전에 알아보는 것은 한계
가 있어서 알아보지 않고 다녀오고 난 뒤에 인터넷 등을 검색해서 자세하게 공부를 한다. 예습보다는 복습을 하는 셈이다.
지유여행을 하게 되면 예습을 반드시 해가야 하지만 패키지여행을 하게 되면 예습이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아닌 정해진 곳을 가야 하고 정해진 곳에 대해서는 여행사에서 간단한 설명을 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을 하게 되면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감상이고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지나가는 곳과 머무는
곳의 사람들과 경치들을 사진을 찍어서 집에 와서 인터넷과 구글지도, 그리고 내가 찍어온 사진들을 보면서 여행의 처음에서부
터 과정과 끝까지에 대해서 분위기와 느낌을 다시 회상하고 그 과정과 느낌 등을 사진을 곁들인 여행기를 남겨 두고 되는데 이
런 스타일이 나의 여행스타일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혼자 가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경치를 보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곳의 역사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 여행을 한다.
여행을 하면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여행을 하고 나서도 유쾌하지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도나 네팔, 아프리카 남미, 중앙아시아나 중동 등에 사는 사람들의 환경이 너무 열악할 뿐만 아니라 현대에 맞지 않는 종교적
교리 때문에 질곡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연민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들을 그렇게 살게 만드는 종교와 인류의 지성에 대해서 실망을 하고
분노를 하게 되게 되는데 그런 마음 자체가 인류애가 생겨났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가지지는 않겠지만 여행에 진심인 사람들은 이런 마음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오지나 열악한 환경으로 여행을 하게 되면 반드시 이런 마음이 생겨나게 되어 있는데 아프리카 같은 곳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사람들이 인류애를 장착하고 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