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난신고

[오드리]

구랍 22일에 저 먼 안동 어느 교회  계단을 내려 오다가 구두굽이 걸려 접지르면서 

오른쪽 발목 양쪽 뼈가 부러지고  뒷꿈치뼈는 으스러지는 골절사고.

24일 성탄 이브에 오후 3시 전에 들어 간 수술실을 나와 입원실 침상에 누운 것은 

밤 8시가 넘어서였다고.

간난신고

고통의 날들을 보내는 중에도 

매일 미사 봉헌을 해준 서초동의 마르타씨.

 '여사님' 이라 불리우는 병원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어서 다행이었으며

'착한 사마리아인' 그녀로 인하여 그동안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던 

병원 식사를 조금씩이나마 먹게 되었고.  

의사의 만류에도 퇴원을 앞당긴 것은 입원 기간 내내 밤잠은 물론 낮잠 한 번 제대로

이루지 못한 괴로움에 반깁스란 것을 하고 29일 퇴원하여

며칠만에 내 방 내 침대에서 뒤척임 한 번 없이 거의 7시간을 푹 잤는데.

마치 푹신푹신 구름위에 누운 듯 포근포근..

그날 이후로 그렇게 꿀잠을 자지는 못하고

구랍 31일,

퇴원 후 첫 병원진료차 나서다가 받은 카톡과 전화.

멜라니아 성녀 영명축일.

아..오늘이 영명축일날이구나. 잊고 있었던.

며칠 간격으로 상처 소독과 엑스레이 촬영을 하러  병원 방문.

수술한 부위가 찌르르르~~ 통증이 있었지만    

타이레놀을 먹으며 그럭저럭 견딜만 했는데

2주 후에는 수술한 부위 실밥을 제거하고 

수술 3주차에는 소독없이 반깁스 붕대만 감고 왔는데

그 날 밤부터 어인 일인지      

수술한 발목 뒷꿈치부분이  예리한 칼에 꿰찔리는듯한 고통에 괴로워하며

잠 못 이루는 날이 하루 이틀 ...엿새...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듯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 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루카 2:35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그저 기도문으로만 외웠던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란 말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아픔인지를,

잠 못 들고 괴로운 가운데 성모님의 고통에 대해서 잠시나마  묵상. 

계단에 발이 걸려 접지르면서 구르는 순간 머리가 바닥에 닿으면 

'아..이제 죽는구나...'  싶었는데

순간 머리와 등이 바닥에 닿는 느낌이 아니고

공중에  떠 있는듯한.

누군가 잡아주었기에 바닥에 머리가 닿는 것은 면했다는데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은 누가 잡아 주었다기보다

그냥 공중에 붕~ 떠 있는듯한. 

순식간에 발목은 기역자로 꺾어져 퉁퉁 부어 올랐고.

고통이 하도  심하여  울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 와중에 

'머리가 닿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야.. 다행이지...'

천사의 손길이었구나!!

성탄 선물.

주님은 또 이렇게 성탄 선물을 주시는구나.

2009년에 이어서 또 주시는구나.

고통 중에도  감사 기도 올렸다. 

119 차를 타고 근처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서울로 가려다가 아무래도 집근처 병원에가는 게  좋겠다하여

검색해서 찾은 병원.  

입원하여 성탄 이브날에 수술을 하고

간난신고의 입원 기간. 휴...

머리까지 다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 '성탄 선물'이라고 감사합니다..했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큰 부상임을 강조하는 의사의 말..

괴롭기짝이 없는 병상생활.

왜 이런 선물을 주시는 겁니까!!! 

한탄과 속상함으로  바뀌고.... 

'이 정도(!!)인 것이 주님의 축복인 것' 이라는 

아이 이모 말도 계속 들으니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고.

간난신고의 병상 생활은  끊임없는 주변의 소음과 통증으로

걍.. 선물 따위 주시지를 말고 

그대로 눈을 감았으면 나았으련만... 싶기까지 하였고.  

그저 눈물만 주루룩...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결혼식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고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얼른 우리 아가가 기다리는 아들네로 가야지,

즐겁고 들떴던 걸음이 순식간에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다니...

그 날이 없었으면, 그 순간이 없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밤잠 이루지 못하며  걷잡을 수 없이 심연속으로 빠져 버리고. 

왜 자꾸 성탄 때마다 이런 선물을 주십니까! 

왜!

통증으로 인해 처방받은 약은 

속을 쓰리게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며 

구토까지 하게 하였고.

송도에서 아파트 아래층에 살던 그녀,

송도에서 이곳까지 자동차로 30여분... 대중교통으로는 직통이 없어

번거롭기는 한데...

김장 때 멀다고 안 와도 된다고 하였는데 굳이 왔다가 돌아가면서

차 마시러..언제든 놀러 오겠다던 그녀.

입원한 후 병원 방문 등은 길이 멀어 난감하다고...

십년동안의 이웃사촌으로 쌓인 정이 이리도 허망할 수가... 

마음이 아프고.

새 본당에는 사고나기전  주일미사에 가서 사무실에 가서 확인하니

아직  전입이 되어 있지 않았고

전 본당에 교무금을 11월까지 내었기에 12월분을 내려고

교무금 통장까지 들고 갔는데 전입이 되어 있지 않아 받을 수가 없다고..

미사후에 

'오늘 본당에 새로 오신 신자분' 호명도 없고. 

그 후에도 어느 누구 하나

'전입 온 신자' 에 대한  인사 전화 한 통 없어

졸지에 소속도 없는  무교적? 

절해고도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듯한 ... 

이런 터에 결코 반갑지 않은 성탄 선물이라니요.. 

라면 밖에 끓일 줄 모르던 남편은 햇반을 데우고, 시판용 국을 데우고

장을 봐 갈치구이도 하고  

생전 해보지 않던 주방일을 하느라 여느 때보다 40여분 더 일찍 일어나서 

아침 설거지까지 하고 출근..

냉장고에는 며느리가 주문하여 보내 준 음식들- 사골국. 데워 먹는 도시락. 반찬가게 반찬 등이 자꾸 쌓여가는데

남편의 입맛에도 내 입맛에도 딱히 당기지 않아서 냉동실을 차지하여 포화상태이고.   

휠체어가 두 대씩이나..휴...

실내용과 병원 갈 때 사용하는 것. 

사고 난지 33일 째.

서너달은 지난듯 하다.

심란. 우울. 쓸쓸해 하는 나에게 남편의 위로.

"영화 보러 갈까?"

휠체어 타고 갈 수 있는 영화관이 있을까.

주말에 아기랑 앵무새 까페에 다녀왔다고 며느리가 사진을 보내왔다.

그 꼬맹이가 벌써 이렇게 자라다니...

그래..내가 너를 보며 웃는다. 웃어.

사고 난 이후 밤잠을 오롯하게 잔 것은 퇴원한 날 뿐.

밤새 뜬눈으로 잠을 설치고 나면 종일 몽롱하다.  

카톡이 왔다. 남편으로 부터.

'롯데마트- 참기름, 컵라면, 쾌변 요구르트'

퇴근 후 장 볼 메모. 

'포항초 시금치& 무 ' -답신.

백김치와 동치미 주문한 것은

택배 상자채로 현관에..에효., 

대구와 부산에서는 벌써 매화꽃이 피었다는데

과연 나에게도 봄이 오려는지...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

[모카]

에구 정말 뭐라 섣불리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네요 저도 무릎때문에 고생해봐서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답니다.제가 자주 드리는말 다리쪽을 다치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ㅠ 시간이 가야하네요 얼릉 얼릉 날이가고 오드리님 다리가 다나아서 일상생활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힘내세요♡♡

[가족사랑]

발목 접질르는것은. 어쿠하다 순식간에 ~
계단은 조심한다 하면서도. 잠깐사이에 일어나니. ~ 고생하시네요
얼른 쾌차하시길 기도보탭니다 ~ 아멘
손녀딸이. 예쁘게도 많이 자랐군요
손녀딸 재롱보시면서 아픔도 무료함도 달래시길요

[삼일절]

에효~
오드리님 그리 힘들어서 어쩌나요.
참으로 안타까워요.그새 한달이나 지나고, 언제 완쾌되어 맘가는대로 시원히 다닐려는지...
참 위로의 말도 조심스럽습니다.

오드리님이 병상에 있으니 예쁜 아가소식도 뜸하고 에구 많이 컸을텐데 ..궁금터니 새도 안 무서워하고 여간 의젓하지가 않네요.예쁜 손녀로 많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기도중에 기억해요~^*^

[저요]

제가요즘 이곳 저곳 아프면서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힘든 형편이 되었습니다.감기도 안낫고 허리도아프고 남편은 돌봐야 하겠고 마음이 바쁜데 이제 조금씩 움직여봅니다.
오드리님 불편하심을 알듯합니다.
시간이 약이다 생각하시고 힘내세요.
어서 좋아지시길 기원합니다.

[수풀孝在]

힘드시겠어요
정말 어느날 갑자기 입니다
몸의 신호대로 잘 반응하셔서 회복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를 빌구요
계절의 교훈대로 겨울과 함께 이 시련의 동토가 지나면 반드시 아름다운 봄이 오게 되어 있으니
잘 섭생하셔서 빠른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비옵니다
홧팅~ 오드리님~~!! ^^*

[다미아나2]

에고
얼마나 아플까요
저도 큰엄마 칠순날 호텔 계단 내려오다 접질러 3개월깁스했던날이 생각나 눈물이 납니다
시간이 가야 해요
어여 아물기를 기도 할게요
맘 단단히 먹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