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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말 겨루기에서 펼쳐진 왕중왕전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앞으로 결방이 없다면, 2024년 5월 6일에 1000회가 방영될 예정이다. 원래대로라면 2024년 3월에 맞을 수 있었으나, 회차에 가산되지 않는 글로벌 우겨로 인해 이렇게 됐다.
우리말 겨루기에 대한 아쉬운 점은, 남들이 다하는 백회 특집이나 왕중왕전을 잘 안 한다는 점이다. 물론, 달인들에게도 사정이 있고 방송사에서도 사정이 있긴 하지만, 오래된 프로그램인데 이런 특집이 적다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요즘엔 연예인 특집도 잦은데, 이런 실력자 특집은 적은 게 아쉽기만 하다. 이번 1000회 특집도 그냥 넘길 확률이 높긴 하지만, 우리말 겨루기도 도전 골든벨이나 장학퀴즈처럼 왕중왕전 같은 특집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어쨌거나 역대 왕중왕전을 정리해 본다. 왕중왕전을 보면 2~3년 주기로 불규칙한데, 올림픽처럼 열리는지...
1.2003년 왕중왕전
박원정 & 김형일 / 박영주 & 김기수 / 김지훈 & 정수희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I1RblBrJB9o
우리말 겨루기에서 최초로 펼쳐진 왕중왕전으로, 달인 제도 이전에 치러진 왕중왕전이다. 7회 방송에서는 우리말 겨루기 출연자와 퍼즐 챔피언 출연자로 구성되었고, 이번 왕중왕전 역시 퍼즐 챔피언 우승자들을 모신 것으로 보아, 퍼즐 챔피언을 전신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퍼즐 챔피언 배경음악은 우리말 겨루기 초창기부터 계속해서 쓰여왔다. 결과는 우리말 겨루기 5회 우승자의 완승. 지난 5회 때도 독주했는데, 이번에도 퍼즐 챔피언 팀들을 압도하면서 1500만원 상금 획득으로 우승, 운명의 한판까지 성공해서 2500만원을 받았다.
후에 왕중왕전들은 다들 상금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1000만원 위주가 전부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초창기의 왕중왕전이 정말 후하게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2.2004년 왕중왕전
1대 달인: 양은연(김시황) & 이재홍 / 2대 달인: 김용범(김문수) & 김보민 / 3대 달인: 이충원(이효원) & 홍소연 / 4대 달인: 최용성(이미령) & 신영일
( )는 2인 1조 때 같이 한 파트너를 뜻한다.
달인 제도가 도입된 후 최초의 왕중왕전으로, 2인 1조의 대표 한 명이 아나운서와 짝을 이루어서 대결을 펼쳤다. 진행 방식은 달인 도전 제도와 같으며, 절대평가 형태로 진행되었다. 왕중왕은 최용성 & 신영일 팀이 되었으며, 총 900만원을 받았다. 달인 상금 1000만원에 100만원 부족하지만, 그래도 왕중왕이라는 명예를 얻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3.2007년 왕중왕전
9대 달인 - 박춘록 / 10대 달인 - 이영자 / 11대 달인 - 류성 / 12대 달인 - 고영자
개인전 형태의 최초 왕중왕전으로, 3년 만에 열렸다. 보통 퀴즈 프로그램에선 남자들이 타이틀을 많이 따 가는데, 우리말 겨루기에서는 여성들의 강세가 대단하다. 지금까지 나온 개인전 달인의 성별 비율은 19:32로, 여성이 우세하다. 아마 여성들이 국어 쪽에는 강한 것도 있고, 특히 주부의 경우에는 시간이 많다 보니 퀴즈 공부 시간이 많다는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점 때문에 여성 강세가 두드러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그 외에도 공무원 출신들도 달인을 많이 따 갔다)
참고로 5~7대 달인 팀은 대표 선정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사정 때문인지 불참했고, 최초 개인전 달인인 기은택 씨는 경찰이라는 직업 때문에 바빠서 그랬는지, 역시 불참했다.(그 중 7대 달인 팀원인 최초희 씨는 나중에 2012년 왕중왕전에 출연했다)
개인전에서의 최초 왕중왕전은 9대 달인인 박춘록 씨가 차지했으며, 후에 그 분은 퀴대 영웅, 왕중왕전까지 되는 등 각종 퀴즈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 방영분은 KBS 지식 유튜브 채널에 있으니, 시간이 나시면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aTIY-84P998
4.2009년 왕중왕전
13대 달인 - 박도현 / 14대 달인 - 홍성옥 / 15대 달인 - 함미선 / 16대 달인 - 박제경
이번 회차에서는 최초로 남성 개인전 달인이 왕중왕전에 진출했고, 그 분이 왕중왕의 영광을 안았다. 참고로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달인이 된 2분을 모셨는데, 2년 동안 했는데도 달인이 단 4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만큼 달인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특히 홍성옥 달인은 당시 환갑이 넘는 나이였음에도 박도현 달인과 겨루는 맹활약을 펼쳤으며, 공교롭게도 달인 당시에 획득한 상금대로 순위가 갈렸다는 점이다.
이번 상금 획득 회차는 9문제의 양자택일 형식으로 치러졌는데, 달인이 맞춤법 문제인 '의문에 싸인/쌓인 사건'에서 후자를 고르는 바람에 바로 도전을 마쳐야 했다. 아무래도 여러 시간 대결을 치르다 보니 긴장해서 어렵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한석준 아나운서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걸 보면... 어쨌거나 박도현 달인은 남성 달인 중에서 최다 상금인 3380만원(전체로 따지면 2위)을 받았고, 2013년 11월부터 달인 상금이 3000만원으로 고정되면서, 이 기록을 계속해서 보유하게 되었다.
후에 9문제 양자택일 형식은 2010년 2월에 정식으로 도입되었고, 이 형식에서 총 6명(17~23대)의 달인이 나왔다. 특히 이윤진 씨와 김혜란 씨의 한석준 아나운서의 고별 무대와, 엄지인 아나운서의 데뷔 무대를 멋지게 장식했다고 할까? 생각해 보니, 왕중왕도 통과 못한 달인 문제를 통과한 달인은 얼마나 대단할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5.2012년 왕중왕전
2대 달인 - 김용범 / 7대 달인 - 최초희 / 9대 달인 - 박춘록 / 10대 달인 - 이영자 / 12대 달인 - 고영자 / 13대 달인 - 박도현
15대 달인 - 함미선 / 16대 달인 - 박제경 / 17대 달인 - 이윤진 / 18대 달인 - 김혜란 / 19대 달인 - 장래형 / 21대 달인 - 류재필22대 달인 - 조문희 / 24대 달인 - 나인애 / 25대 달인 - 장재옥
지난 100회 단위 특집을 그냥 날려서 그런지, 400회는 통크게 달인 15명을 섭외해서 왕중왕전을 벌였다. 그 중에서 왕중왕이 되신 분은 물론이고, 예전 왕중왕전에 출연했던 분들도 나오셨다. 보면 알겠지만, 출연 달인 비율은 4:11이다. 그만큼 여성들의 강세를 보여주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결승 진출한 3명이 모두 여성 달인들이었고 조문희 씨가 왕중왕전에 올랐다. 또한 마지막에 치러지는 십자말풀이도 성공하면서 2000만원을 받아갔다. 마치 2003년 왕중왕전처럼 상금을 후하게 주었다고 할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주 분량이다 보니 15명의 인터뷰 시간이 고르게 분배되지 못했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차라리 5명 씩 나누어서 2~3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6.2015년 왕중왕전
24대 달인 - 나인애 / 27대 달인 - 곽영희 / 35대 달인 - 최희태 / 36대 달인 - 이찬기
다음 주 개편에 대한 시범경기 차원 겸 3년 만에 왕중왕전이 열렸다. 이번에 우겨는 왕중왕전 예심을 치러서 총 4명을 선발했는데, 그 가운데서 곽영희 씨는 출연 횟수가 2번째로 적고요. 최희태 님이 방송 출연횟수는 많은 편입니다.(한자 퀴즈왕 포함) 또한 나인애 씨는 2012년에 왕중왕전 출연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여성 달인들은 재도전없이 가볍게 달인이 되셨고, 남성 달인들은 3연승제로 재도전해서 달인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여성 달인들은 3000만원보다 더 많은 상금을 받았다.
내가 방송 전에 왕중왕으로 최희태 씨를 예상했는데, 그 예상이 적중했다. 최희태 씨는 한자 퀴즈왕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어서 한자 어휘에 강하셔서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한자 어휘에 강해서 그런지 초반 독주를 통해 왕중왕이 되었다.
진행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운 의견이 있었는데, 달인에 오르신 분들이라, 순위를 매기는 일 자체가 무의미할 수는 있겠지만 불꽃튀는 고수들의 실력을 기대했는데 문제를 다 듣고 느긋하게 풀다보니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있었다. 초창기에는 지금처럼 모든 문제를 버저 형식으로 푸는 게 아니라, 우선권을 가진 사람이 계속해서 푸는 방식이었다. 차라리 개편 이전 형식을 왕중왕전까지 하고 다음 주에 새로운 진행방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울러 예심으로 거르지 말고 2012~2015년 달인들을 모아서 멋진 한 판 승부를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여기서 달인들의 모습을 많이 봐서 좋았고 이런 특집도 종종 있었으면 합니다.
7.2016년 왕중왕전(600회 특집)
400회 특집에 이어서 통 큰 스케일로 왕중왕전이 열렸다. 원래는 역대 달인 모아서 하기로 했는데, 왕중왕이 된 4명이 대결을 펼치고, 우리말 겨루기 참가자 20명을 특별 방청객으로 섭외해서 같이 퀴즈를 풀어 상품권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600회 특집은 400회와 마찬가지로 우리말 겨루기의 역사를 돌아보는 영상을 보여줬고, 31대 달인 편미숙과 34대 달인 김윤희도 방청객으로 출연했다. 대결 끝에 박춘록 씨가 대왕의 자리에 올랐고, 601회부터 747회까지 진행된 달인 규칙의 새로운 유형에 도전하기도 했다. 후에 이 방식에서 달인이 된 사례는 총 10회 있었다.(45~54대, 명예 달인까지 계산하면 총 13회)
8.2019년 왕중왕전
39대 달인 - 강경숙 / 41대 달인 - 구임순 / 52대 달인 - 유용재 / 54대 달인 - 최재봉
3년 만에 달인들을 모시고 하는 왕중왕전이 열렸다. 연말로 치자면 10년만이다. 이 때는 방청객들이 있었던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참고로 4명 모두 재도전의 경험이 있는 분이다 보니 치열한 대결이 펼쳐졌다. 특히 유용재 달인은 2013년에 장학퀴즈에서 동료와 같이 출연해 2연승하고 왕중왕을 한 경험이 있는 실력자다. 41대 달인이신 구임순 씨는 'ㅅㅂㄴ' 문제의 주인공이다. 요즘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문제가 남편 - 'ㅅㅂㄴ'인데, 이 참가자의 표정이 표정인지라 묘하게 특정 욕설을 연상시키는 게 포인트.
사실, 그 분의 실력을 살펴보면 그냥 웃는 것 위주로 봐서는 안 된다. 그 분은 170, 445회 출연한 뒤 3연승 제로 달인이 되었고, 여성 중에선 홍성옥 달인과 같이 최고령 달인이다. 그만큼 실력 있으신 분이며, 후에 그 분도 왕중왕전에 나와서 이런 거로 알아주는 것에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 대결에서 왕중왕이 되신 분은 바로 최재봉 씨였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달인 도전 2단계 띄어쓰기까지 풀어봤다.
참고로 2019년 1월 14일(748회)부터 진행되는 3단계 유형은 규칙이 어려운지, 2년 가까이 됐음에도 이 과정을 통과한 달인은 단 5명 뿐이다.(명예 달인 포함시 6회) 그 주인공들은 55대 민선용, 56대 조규진(방청객 받은 이래 마지막 달인), 57대 권기현(1대 100 100인 우승 경험), 58대 고은영, 59대 강효실 씨다.
어쩌면 이들은 최재봉 왕중왕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가졌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지금 유형에서는 맞춤법에서 실족하는 사람이 다반사고, 2단계 통과도 어려운데, 그 과정을 통과했으니, 만약 왕중왕전에 나온다면 아마 멋진 실력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된다.
9.2022년 900회 특집 왕중왕
39대 달인 - 오애도 / 40대 달인 - 이선찬 / 51대 달인 - 박교균 / 59대 달인 - 강효실
이번 회차 달인들은 평균 나이가 50대이신 노익장들이 출연했다. 연도로 따진다면, 2015년 2명, 2018년, 2021년이다.
지난 2019년 왕중왕전에는 젊은 층도 많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중장년층 위주로 뽑혔다는 점입니다. 아쉬운 점은, 2019~2020년에 달인 되신 분들은 이번에도 뽑히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사정상 못 나왔는지, 아니면 예심은 봤지만 뽑히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번에 열린다면, 이런 분들도 꼭 불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왕중왕전에 오른 4명의 달인은 어마어마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들의 출연 횟수를 합치면 13번(연승제로 치면 19번)이다. 강효실 님은 4번 도전했고, 나머지는 3번 도전해서 달인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왕중왕전에도 모두가 재도전자였는데, 역시 연륜이 있고 경험이 있으셨던 분들이 되셨던 것 같다. 물론 2019~2020년 도전자들도 잘했는데, 경험에서 밀린 게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또한 평균 나이는 62.75세다. 2022년 기준으로 박교균 님이 최연장자로 67세, 2022년 왕중왕전 최연소자인 이선찬 님이 59세다. 나머지 두 분인 오애도 님과 강효실 님의 나이도 각각 62, 63세다. 그야말로 이들 모두가 노익장의 실력을 보여줬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
이번 대결의 왕중왕은 오애도 님이 차지하셨으며, 엄지인 아나운서의 마지막 방송이기도 하다. 그 뒤 후임자는 도골 마지막 여성 MC인 박지원 아나운서가 맡고 있다.
2022년 연말 왕중왕전
49대 - 윤현정 / 58대 - 권기현 / 60대 - 김은정 / 61대 - 유창연
지난 왕중왕전은 50~60대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젊은 층과 중장년층으로 나뉘어졌다. 특이하게 나이가 달인 등극 순과는 역순이다. 이번 대결의 왕중왕은 김은정 님이 가져가셨다.
이렇게 해서 역대 왕중왕을 살펴봤다. 지금 상황에서 제작진들은 연예인, 우승자<달인 위주로 하다 보니, 앞으로도 연예인 특집은 계속 있을 것이고, 아마 왕중왕전 특집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2~3년 주기마다 열리는 걸 보면, 1000회 특집에는 달인 섭외를 하지 않을까 해 본다. 물론 달인들에게도 여러 사정 때문에 섭외를 고사하겠지만, 종종 열리는 걸 보면 언젠가는 할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앞으로는 안 나온 달인들도 모습을 비추고, 멋진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자주 오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말 겨루기를 필두로 일반인 퀴즈계도 발전하기를 바라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제 생각이 일부 반영되었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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