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보관, 비용이 문제면 함께 마련하자...일본만의 문제 아니다”/이승훈

[김수영1]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다이이치(제일) 원자력 발전소 전경. 2021. 2. 22. ⓒ사진 = AP

정부·여당에게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를 저지할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여당은 오염수 해양 투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야권과 국민의 시각을 “괴담”치부하며, 목소리를 억누르기 바쁘다. 비판적인 과학자들의 목소리는 “괴담”이라며 귀를 막고, 이해관계에 얽힌 핵산업종사자들의 목소리는 적극적으로 전달하며 “과학”이라고 추켜세운다. 심지어 비판적 과학자가 말을 못 하도록 공격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찬성·지지한다”라고만 안 했지 일본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오염수 투기 계획을 옹호하는 모습이다.

이같이 현 정부·여당에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야권에서 직접 일본을 설득하기 위한 안을 마련하고 있다. ‘오염수 보관비용이 문제면 국제사회와 함께 이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은 최근 국회 연설에서 이 같은 제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 “국제사회와 보관비용 지원도 고려해야”
배 “국회 특위에서 빠르게 논의해야”

이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정부는 더 이상 일본정부를 대신하듯 안전성만 강변하지 말고, 주권국가답게 방류를 막기 위한 실질행동에 나서야 한다”라며, 다음과 같이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에 의하면 핵 오염수를 고체화하는 등, 다른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일본 정부는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류를 고집한다”라며 “비용이 문제라면 방류를 반대하는 국제사회와 함께 보관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당하지만, 그것이 천문학적인 방류 피해를 피하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배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국회 비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일본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포기할 경우, 다른 방식의 보관이나 처리에 드는 비용 문제와 관련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국제사회와 함께 비용지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회 특위에서 빠르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와 배 원내대표 등이 말하는 ‘보관 방식’은 일본의 시민사회와 여러 일본인 전문가,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전문가 패널 등이 제안한 대안이다.

대표적인 대안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 잉여 부지에 10만t급 탱크를 추가로 만들어 10년 이상 더 장기보관한 뒤 방류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알프스(ALPS, 여과설비)로 걸러낼 수 있는 핵종을 걸러낸 뒤 콘크리트로 응고시켜 안전하게 보관하거나 핵폐기물 보관 건물 건설 등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 대표적인 두 대안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

2020년 2월 10일 다핵종 제거 설비 등 처리수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층주입, 해양방출, 수증기방출, 수소방출, 지하매설 등 총 5개 안에 대해 검토했다. ⓒ알프스소위원회 보고서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문 기관인 ‘다핵종 제거 설비 등 처리수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의 2020년 2월 10일 보고서를 보면, 일본은 ①지층주입 ②해양방출 ③수증기방출 ④수소방출 ⑤지하매설 등 총 5개 안에 대해서만 검토했다. 이 중 가장 저렴한 방안은 ②해양방출이었다. 해양방출은 34억엔(한화로 309억원)으로 압도적으로 저렴한 방안이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시민사회와 PIF 과학자 패널이 제안한 방법 중 하나인 콘크리트로 응고시켜 보관하는 방법과 그나마 유사한 방안인 ⑤지하매설은 2431억엔(2조2천억원)이 든다고 소위원회는 추정했다.

해양방출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 운영비용을 아끼려다 폭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다시 오염수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가장 저렴한 해양투기 방식을 택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은 아랑곳 않고 오염수 해양투기를 강행하고 있다.

문제는 오염수 해양투기가 실제 이루어질 경우, 아무리 “오염수는 안전하다”라고 선전전을 펼쳐도 수산물 소비 불안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일본 내 수산업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태평양도서국을 비롯한 타국의 수산업계 피해도 예상된다. 당장 오염수 해양투기로 인해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일본의 해양투기 사례가 관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본 혼자서 방류 여부를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독자적으로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도움을 거절해놓고 이제 와서 오염수를 공해상에 내보낸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염수 해양투기는 인류가 공유하는 바다에 영향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대안 검토부터 비용 마련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여권은 일본이 다른 대안을 선택하도록 회유하거나 투기 계획을 미루게 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여당은 ‘횟집 가기 챌린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횟집에서 물회를 먹는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린 뒤 다음 주자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고, 박 의원은 지난 25일 모듬회를 먹는 사진을 찍은 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이 외에도 오는 26일부터 각 상임위 여당의원들은 릴레이로 매일 노량진수사시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성과 감성]

일본이 오염수를 투기한 이후에도 후쿠시마 수입산으로다가 계속해서 드셔야할텐데.... 시늉만 하고 내빼기 없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