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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미식축구, 야구와 골프 등은 겸업 선수들의 천국
야구의 외야수와 미식축구의 쿼터백은 날아가는 공을 잡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 선수로, 겨울에는 풋볼 선수로 활약하는 선수가 지금까지 70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샌더스는 빠른 발과 천부적인 감각으로 가장 위대한 ‘아수라 백작’이었다.
야구와 미식축구보다 상관관계가 더 큰 종목이 야구와 골프다.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 가운데 그레그 매덕스를 비롯해 싱글 수준의 골프 실력을 갖춘 선수가 20여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백인천, 유백만, 허구연, 김재박, 김성한, 선동열, 이종범 등 소문난 골프 실력파들이 많다.
특히 강타자 출신인 허구연씨의 비거리는 최경주 프로와 맞먹는 270m이고, 유백만씨는 레슨프로 시험에서 차석을 차지한 고수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김성관, 최홍기, 인현배씨 등은 은퇴 후 프로골퍼로 직업을 바꾸기까지 했다.
그런데 강타자보다 교타자나 투수 출신들이 오히려 골프를 잘 친다.
골프에서 타수를 줄이는 데는 멀리 날리는 드라이브보다 퍼팅이나 칩샷을 잘 쳐야 하는데, 정교한 교타자 출신들이 칩샷에 더 유리하고, 투수 출신들은 투구할 때의 제구력이 퍼팅의 집중력과 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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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선수 중에서도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다.
‘공포의 드라이버’로 유명한 미국의 존 댈리는 고등학교 때 홈런포를 펑펑 쏘아올린 야구선수 출신이다.
그는 “야구와 골프는 별개의 스포츠지만 골프채를 휘두를 때 체중 이동이나 어깨 회전이 야구 배트 스윙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물론 골프는 아래에서 위로 치고 야구는 위에서 수평으로 치기 때문에 팔의 각도는 다르지만 몸 전체의 움직임은 비슷하다는 것. 그는 “그래서 어깨나 몸 회전은 한때 야구를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카레이서로 변신했던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 배기태 선수
빙상과 사이클, 카레이싱도 함수관계가 깊다.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1980년대 빙상스타 배기태씨(47)는 한때 카레이서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빙상과 카레이싱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배씨는 “카레이싱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코너워크인데 시야가 좁아져 속도를 줄이지 않을 수 없다.
빙상에서 코너를 돌 때도 시속 80~100㎞로 달리는데 빙상에서 익힌 감각으로 코너링 때 브레이크를 늦게 밟을 수 있는 담력이 생기고 시야가 넓어져 기록단축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나중에 여성 참의원으로 더욱 유명해진 하시모토 세이코(48)는 여자 사이클과 스케이트로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넘나들며 무려 7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했다.
사이클 역시 스케이트나 카레이싱처럼 코너링 기술이 관건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투포환과 볼링, 씨름과 배드민턴도 종목 간 상관관계가 있다.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과 19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에서 여자 투포환 2연패를 달성했던 ‘아시아의 마녀’ 백옥자(61)씨는 은퇴 후 볼링에 심취해 국가대표를 위협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22년간이나 한국신기록을 가지고 있던 ‘투포환 여왕’은 투포환을 움켜쥐고 투척 지점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매와 집중력을 볼링 핀으로 옮겼다.
샅바 대신 배드민턴 라켓을 든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
한라급 몸무게로 백두급 선수들을 메다꽂으며 10년 가까이 모래판을 호령했던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49)씨 역시 은퇴 후 배드민턴에 심취했다.
비록 생활체육 선수였지만 일본에 원정경기도 다녀올 정도로 배드민턴 실력이 대단했다.
그는 샅바를 잡으면서 다진 팔 근육과 팔목의 유연성을 배드민턴 라켓을 움켜쥐는 데 적용해 배드민턴 코트에서도 천하무적을 자랑했다.
지난 8월 런던올림픽 여자배구에서 미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데스티니 후커(25)는 미국 대학 높이뛰기 챔피언에 올랐던 선수다.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가진 그는 대학 시절 1~6월에는 높이뛰기 선수로, 7~12월에는 배구 선수로 활동했다.
데스티니는 “중학교 1학년 때 높이뛰기를 먼저 시작했고, 배구는 높이뛰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높이뛰기 최고 기록은 2m1㎝로, 한국신기록(1m93㎝)보다 8㎝나 높다.
배구 실력도 뛰어나다.
2년 전 국내 여자배구 GS칼텍스에서 뛰었던 그는 높은 점프력으로 화제를 모았고, GS칼텍스는 그가 오자마자 8연패를 끊고 연승 행진을 달렸다.
캐나다 출신으로 삼성화재에서 뛰면서 국내 프로배구를 평정한 가빈 슈미트(26·2m7㎝)는 원래 농구를 했다.
배구는 2004년 고3 때 뒤늦게 시작했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됐다.
높이뛰기나 농구, 배구는 한결 같이 점프가 중요한 종목이기에 데스티니나 가빈처럼 ‘양다리’를 걸치는 게 가능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 금메달을 딴 비킬라 아베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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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황제’ 비킬라 아베베는 두 종목을 제패한 가장 감동적인 선수다.
그는 1960년 맨발로 로마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했고, 1964년 도쿄올림픽에선 맹장 수술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출전해 2연패를 달성했다.
그는 1969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입었지만 1970년 장애인올림픽 양궁에 출전해 또 하나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종목을 섭렵한 선수 중 전 세계에 가장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김동훈(스포츠기자)
한겨레신문 기자. 사회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등 역임한 뒤 현재 스포츠부 차장을 맡고 있다.
전 TBS 해설위원이었으며 현재 WKBL-TV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천하무적 어린이야구왕' 등이 있다.
공감코리아 원문 기사전송 2012-11-05 16:00
http://news.nate.com/view/20121105n2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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