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5章 받은 만큼 돌려준다
①
사방 이십여 장의 거대한 석실.
천장에서는 커다란 야명주(夜明珠)가 휘황찬란한 빛을 뿌리고 있
었다.
중앙에 놓인 기이한 빛을 뿌려 내는 석단 위의 희뿌연 운무에 싸
인 기형인.
그렇다. 이 곳은 바로 십뇌복제인의 석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석실에 그만이 아닌 몇 명의 한과 증오를 가득 담
은 산발괴인들이 석단의 주위에 서 있었다.
그 무거운 철추를, 비파골을 꿰뚫어 양 편으로 지고 있는 산발괴
인들이었다.
전신이 온통 미와 아름다움으로 엮어진 요면랑과 더없이 메마르고
추하나 이 세상의 온갖 소리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천음추와 하
루 중 벽이든, 허공이든, 땅이든, 사물에 동화되어 살아가야 하는
귀라환.
그리고 수천만의 인간성을 지니고 수시로 다른 인간으로 변해 가
야 하는 만심인.
십뇌복제인을 둘러싸듯 서 있는 사 인(人)은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의 앞에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네 사람은 눈앞의 사람에게
정신과 혼백을 빼앗겨 버린 듯싶었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에는 원초적인 욕정의 불길이 활화산처럼 터져
오르고 있었다.
그 불길이 어찌나 거센지 그들의 동공은 그대로 터져 버릴 듯했
다.
그들의 전신은 너무 많은 땀을 흘려 마치 목욕을 한 것처럼 축축
하게 젖어 있었고, 쉴새없이 전신을 떨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여인이었다.
십뇌복제인의 세 영혼부인 중 한 명인 세상을 온통 성결(聖潔)로
물들이던 성녀, 대성후(大聖侯)였다.
그런데 그녀는 분명 과거의 그녀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성스럽기만 하던 그녀의 몸에 질펀한 요기와 끔찍한 사기가 동시
에 흐르고 있지 않는가?
거기에다 그녀의 미모는 더욱 뚜렷한 변신을 하고 있었다.
팔 년 전의 그 성결했던 얼굴로도 천지인의 넋을 일시에 녹여 버
릴 듯하던 아름다움이 지금은 요미(妖美)함과 사미(邪美)함을 더
하여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더 아름다워 있지 않은가?
이런 미모로 세상에 나가 한 번 웃음을 흘리면 천하는 완전히 이
웃음에 혼백을 잃고 엄청난 광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리라.
특히 성과 요와 사가 불가사의하게 조화를 이룬 그녀의 동공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빨아들이고 녹일 것 같으며, 그녀의
눈짓 하나에도 황홀한 음향이 섞여 나오니…….
그녀의 전신은 온통 유혹과 욕정과 걷잡을 수 없는 미모로 세상을
녹이는 미신(美神)과 같았다.
지금 요면랑의 눈 속에는 욕정을 참아 내는 고통이 역력히 흘렀
다.
"크읏ㅋ… 완벽하다, 완벽해. 쿠읏ㅋ… 이 정도면 능히 그 어린
마물을 유혹하고도 남을 것이다. 쿠읏ㅋ……!"
욕정으로 인하여 그 음성 또한 뜨겁게 흘러 나왔다.
철썩- 철썩-!
요면랑의 말에 이어 천음추가 파도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눈이 부실 만큼 완벽한 용모. 오호홋… 천하의 어떤 사내든 녹아
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오호홋……!"
귀라환의 음성에도 욕정의 불길이 퍼지듯 흘렀다.
"우리 저주구광자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인간 기형아! 키힛킷…
대성후, 그대는 어린 마물을 유혹하여 십뇌기형겁에게 유인시켜야
한다. 키힛킷……!"
"대성후, 네게 극요극마의 인성을 주입하여 천상천하 누구도 지닐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게 되었으니… 이 일을 충분히 잘 해내리
라 믿는다. 끄읏끗……!"
만심인의 음성을 따라 대성후의 입에서 수천만의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어 말하는 듯한 십뇌복제인의 음성이 흘렀다.
"대성후는 노부 영혼의 일부분. 크큭… 노부 또한 그녀에게 나의
모든 것을 주었으니, 그 동안 우리가 어린 마물에게 당한 치욕을
철저히 되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크큭……!"
그 때였다.
철컹- 철컹-!
희뿌연 운무에 싸여 있던 십뇌복제인의 몸에서 급박하게 철추 부
딪치는 소리가 났다.
무언가에 경악하여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크큭… 어린 마물이 오고 있다. 크큭… 어서 이 곳을 피하라!"
대성후의 입을 통해 흐르는 십뇌복제인의 음성은 절박했다.
그 때였다.
스스스스스……!
천하를 요(妖)와 사(邪)로 덮을 듯한 극마의 아름다움을 지닌 요
녀와 마녀가 나타나고, 두 여인은 재빨리 십뇌복제인을 안고는 석
벽의 문을 열고 유령처럼 사라졌다.
그 뒤를 따라 천음추와 요면랑, 만심인 등도 다급히 사라졌다.
쿠르르릉-!
석벽의 문이 다시 닫혔다.
이제 석실 안에는 대성후만이 가장 요염한 자태로 서 있을 뿐이었
다.
그 때, 문이 소리 없이 열리면서 배월이 들어섰다.
이 순간 배월의 눈빛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맑았으며, 온
통 성의 기운으로 충만해 있었다.
②
"……."
"……."
배월과 대성후의 눈빛이 공간을 사이에 두고 부딪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빛과 눈빛,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
굴과 얼굴이 맞부딪친 것이다.
"……."
배월은 원래 말이 없었듯이 지금도 말이 없었다. 무심한 낯빛도
여전했다. 세상을 온통 요미함으로 녹이는 대성후의 폭발적인 아
름다움도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대성후가 온갖 유혹을 뿜어 내는 교태로운 걸음걸이로 석
단에 다가와 비스듬히 몸을 눕혔다.
스르르……!
몸을 눕히기 무섭게 그녀의 나삼이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면서 극미
(極美)한 나신(裸身)이 태초의 신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스스……!
현란한 나신이 드러남에 따라 황홀한 육향(肉香)이 석실을 가득
채우고 넘쳐 더없이 팽창되어 가는 듯했다.
터질 듯 풍만한 육봉(肉峰)과 쥐면 한 움큼도 안 될 아슬아슬한
세류요의 굴곡을 따라 기름진 평야처럼 퍼지는 풍염한 하선(下
線).
사르르르……!
물결에 흔들리는 수초처럼 일렁이는 가장 완벽한 검은 밀림의 비
궁(秘宮).
오오, 그 사이에서 흐드러질 것처럼 터지는 육향이여!
환상인 양 끝없는 환몽(幻夢)이 피어 오르는 성(聖), 사(邪), 마
(魔)의 극렬한 아름다움은 하늘이든, 땅이든, 우주(宇宙)의 그 무
엇이든 통째로 녹일 것 같았다.
"……."
처음으로 성결함으로 빛나던 배월의 동공 깊은 곳에서 미미한 변
화가 일어났다.
그는 이어 대성후의 현란한 나신을 향해 주춤주춤 다가서기 시작
했다.
뇌쇄적인 대성후의 여체와 그 여체에서 풍겨지는 요요한 기운에
영혼이 빨려 들어간 모양이었다.
이윽고 홀리듯 대성후에게 다가선 배월은 그녀의 풍만한 젖무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물컹, 전해지는 감촉!
배월의 동공 깊은 곳에서 일던 진동의 변화가 좀더 뚜렷해졌다.
하지만 그는 독사에게라도 물린 것처럼 재빨리 손을 거두려 했다.
그러나 내부로부터 강렬한 욕망이 엄청나게 터져 오르는 듯 그의
손은 신들린 듯 여인의 젖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서 형용할 수 없는 빛들이 반짝반짝 피어 올랐다.
대성후의 극미와 세상을 혼절시킬 유혹을 담은 젖무덤은 일단 사
람의 손길이 닿으면 녹이는, 부드럽고 뜨거운 기운이 열화처럼 솟
아 배월의 손을 문어의 흡반처럼 붙들어 놓고 있었다.
한편 이 광경을 석벽의 구멍으로 살피던 저주오광자의 한에 찌들
린 몸에서 엄청난 흥분이 일어났다.
"쿠읏ㅋ… 거… 걸려들었다."
"오홋홋… 저 마물이 욕념을 느낀 이상, 이번 계획은 완전한 성공
이다."
"끄으끅… 어린 마물, 네놈도 원초적인 욕정 앞에서는 별수없구
나. 끄윽큭……!"
바로 이 때였다. 돌연 요마성(妖魔聖)의 세 가닥 요미한 광채를
토해 내던 대성후의 눈빛이 아득한 허공을 더듬듯 몽롱해지고…
….
"으으……!"
대성후의 입에서 뜨거운 신음이 새어나오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녀의 전신은 더욱 뜨거운 정염을 내뿜으며 뼈마디라곤
하나도 없는 연체동물처럼 전신을 비틀고 비비꼬는 것이 아닌가?
그에 따라 배월의 성스러운 기운은 가셔지고, 대신 물살 같은 요
기로움이 그의 전신에 퍼져 갔다.
동시에 배월의 손은 대성후의 은밀한 수초의 비궁을 찾았다.
그것을 지켜본 만심인의 얼굴에 광기 서린 흥분이 피었다.
"끄읏끗… 하늘이 돕는다. 저 어린 마물이 때마침 요성(妖性)에
젖어 들었으니… 끄읏끗… 일은 끝났다."
그런데 득의에 찬 음성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돌연, 다급히 터지
는 비명이 있었다.
"그… 그게 아니다! 대성후가 변하고 있어."
"커학… 저 어린 마물에게 완전히 대성후가 제압당했다. 그녀의
모든 기운을 저 놈은 완전히 양 손을 통해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
다."
그렇다. 대성후의 전신에 성의 기운은 하나도 없이 소멸되고, 돌
연 마기와 요기가 화산처럼 터지더니… 그녀의 완벽한 나신은 배
월의 손길에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아아… 아… 음……!"
출렁이는 젖무덤의 물결과 향기로운 수초의 떨림.
대성후의 몸은 완전한 불덩어리가 되어 파들거렸다.
그녀는 배월의 손길에 따라 나신은 열화처럼 날뛰었다.
"흐악… 흐아악……!"
밀림의 방초에 집요하게 머물러 있는 배월의 손을 붙들고 그녀의
거대한 둔부는 폭풍인 양 떨었다.
그와 동시에 대성후의 눈빛이 흐려지고, 배월의 눈빛은 오히려 더
욱 황홀하게 빛났다.
대성후의 몸에 나던 그 황홀한 음향은 이미 소멸되고, 배월의 만
가지 아름다운 소리만 가득했다.
"크읏ㅋ… 저 놈의 능력이 저 정도일 줄이야……."
"끄윽끅… 이제 보니 저 놈은 노부처럼 정신의 노예가 된 것이 아
니라, 정신을 자유자재로 조정하고 있다. 끄윽끅……!"
"키이… 일부러 요성을 발하여 오히려 대성후를 유혹해 버렸다.
키이익… 이 정도라면 십뇌기형겁의 영혼부인들도 견디지 못한다.
키이……!"
그 때였다.
또다시 터지는 기겁의 음성!
"커헉… 대성후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
"크흑… 놈은 대성후의 영혼마저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 어느 새 몸을 일으킨 대성후가 홀린 듯 그들이 있는 곳으
로 다가서고 있지 않는가?
③
끼이이익-!
석문이 열렸다.
"끄아악……!"
다섯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먼저 요면랑이 얼굴을 감싸쥐고 줄행랑을 놓았다.
천음추의 입술은 형편없이 뭉개졌으며, 귀라환은 전신을 떨며 기
어 나가고, 만심인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십뇌복제인의 거대한 머리에는 큰 혹이 솟아올랐는데, 그 속에는
기이한 상처가 나 있었다. 삼천여 개의 상처가!
그 때였다. 영원히 열릴 것 같지 않던 배월의 입이 처음으로 열리
면서 한 줄기 음성이 흘러 나왔다.
"당신들이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으니, 당신들의 한 또한 내가 받
는 것으로 하겠다."
그의 음성은 황야의 삭풍처럼 삭막하고 메마른 것이었으나, 그 속
에는 어떤 기이한 정감이 흐르고 있었다.
"……?"
"……?"
네 사람의 얼굴에 와락 의혹이 밀려들었다.
그 의혹이 물살처럼 그들의 전신을 적실 때, 배월의 그 메말라 터
진 음성이 다시 흘렀다.
"내 말은 십뇌기형겁에게서 당신들의 자유를 찾게 해 주겠다는 뜻
이지."
"……!"
"……!"
네 사람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튀어나왔다.
자유, 자유라니?
몇백 년을 잃고 살아온, 그리하여 한만 쌓이고 쌓였던 아득한 절
망의 공지에서 자유라니?
"믿지 않겠지만 나는 애초부터 십뇌기형겁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
다."
배월의 말은 누구든 믿게 할 힘이 있었고, 누구든 믿고 따르지 않
을 수 없는 신뢰를 담고 있었다.
그대로 굳은, 영원히 굳어 버릴 것 같던 저주오광자의 눈에서 뜨
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④
우우우우우……!
이 무슨 광란의 소용돌이인가?
돌연, 어둠 그 자체인 대자해혈공을 뒤흔들어 깨우는 엄청난 마성
(魔聲)!
그 마성은 누군가의 혼을 부르는 듯 대자해혈공을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흔들… 흔들……!
무저의 깊은 나락이 뒤집혀져 거꾸로 곤두박질치는 속에 누군가의
한 맺힌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저 악마의 울부짖음… 인간의 영혼을 제압하여 자신의 노예로 만
들어 버리는 십뇌기형겁의 저주받은 마성! 으으……!"
독야는 귀를 막으며 두 무릎 속으로 고개를 처박았다.
옥기린 역시 전신에 구슬 같은 땀방울을 줄줄 흘리며 고통에 찬
음성을 흘려 냈다.
"지난 백 년 동안… 으으… 우리 저주구광자는 저 소리에 몇 시진
동안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린 채 미쳐서 십뇌기형겁의 실험인간으
로 살아야 했소이다."
그 때, 다시 대자해혈공을 뒤흔들어 기우뚱하게 만드는 마성.
우우우우웅……!
그 마성은 지금까지보다 크고, 수백 수천의 영혼이 일시에 터지는
듯했다.
찰나, 희뿌연 운무에 싸인 십뇌복제인의 큰 뇌에서 주르륵 식은땀
이 흘러내렸다.
"으으…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라. 이 몸이 저 악마의 손짓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으으… 불과 한 시진뿐이다."
오오, 그랬었나?
그 마성은 십뇌기형겁이 저주구광자를 부르는 소리였으며, 십뇌복
제인은 그 마성을 막고 있었던 것인가?
잠시간이라도 저주팔광자의 흉성을 억제했던가?
지금도 그의 투명한 뇌는 쉴새없이 움직였고, 어떤 때는 악마의
음성에 대항하기 힘겨운 듯 크게 부풀었다가 가까스로 가라앉기도
했다.
그러는 중에도 그 역시 열 개의 뇌를 동시에 움직이며 기이한 음
향을 쉬임없이 발출하고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품자형 배치를 한 대성후, 대마후, 대요후가 있었
고… 그녀들 역시 창백한 얼굴에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배월은 불안과 초조와 경악에 차 있는 저주구광자의 중앙에 긴 흑
발을 구름처럼 흘러내려 주위에 가득 깔아 놓은 채 앉아 있었다.
저주구광자는 자신들의 중앙에 앉아 있는 배월을 향해 그들의 처
절한 한(恨)을 토하고 있었다.
문득, 요면랑의 아름다운 입술이 움직였다.
"십뇌기형겁, 그 놈은 하늘의 저주 속에 탄생한 천상천하의 최고
기형아이며 저주아입니다."
"……."
"인간으로선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태어나
서는 안 되었던 불사(不死)의 기형괴물입니다."
오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천 년을 살아온 기형괴물이라니?
어떻게 인간이 천 년을 죽지 않고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요면랑을 비롯한 저주구광자의 한 서린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결코 근거 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한과 증오에 찬 그들의 시선이 먼 아득한 과거를 더듬으
며 천 년 전의 비화(秘話)와 신비(神秘)가 서서히 껍질을 벗어 갔
다.
⑤
천 년 전, 태초(太初) 이래 가장 음기(陰氣)가 충만한 때가 있었
다.
그 엄청난 음기는 태양마저 덮어 버리고 정확히 열흘 동안을 껌껌
한 밤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깜깜한 암흑의 열흘 동안 산(山)이 날려 바다가 되고, 바다가
날려 산이 되는, 폭풍과 번개와 벼락과 폭우가 천지를 쩍쩍 가르
는 엄청난 혼돈의 아수라장이 계속되었다.
그 속에서 하늘은 한 명의 기형아(畸形兒)를 탄생시켰다.
그는 하늘이 이 땅에 내린 저주받은 인물 중에도 가장 저주받은
기형의 마물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그는 무려 열 개의 뇌(腦)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다.
대신 그는 저주받은 인간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운명을 물려받
았다.
그의 열 개의 뇌가 한결같이 보통 사람보다 수천 배는 뛰어났고,
뛰어난 만큼 십뇌(十腦)의 기능(機能)은 불가해한 능력을 발휘했
기 때문에 그는 세상에 태어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천기(天機)를
헤아렸으며… 한 살 때엔 인간의 영혼(靈魂)을 다스리는 영적(靈
的)인 마력까지 지니게 되었다.
그의 십뇌는 해가 더해 감에 따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
서 인간의 뇌가 아니라, 아예 신(神)의 뇌가 되었다.
하지만 뇌가 열 개였고, 그 십뇌가 가공할 정도로 발달해 감에 따
라 반대로 그의 사지(四肢)를 비롯한 육체는 급격히 쇠퇴하기 시
작했다.
그로 인해 그는 끝내 어느 곳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불구자(不具
者)가 되었다.
실로, 준 만큼 빼앗는 하늘의 오묘한 안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
가?
만약 십뇌기형겁이 십뇌의 기능에다 나머지의 기능이 정상이었다
면 이 땅엔 더 이상 정사(正邪)란 이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
다.
요면랑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우우우우우……!
영혼을 부르는 십뇌기형겁의 마성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러자 십뇌복제인이 견디기 힘든 듯 칠공으로 선혈을 흘리기 시
작했다.
"으으… 요면랑, 시간이 없다. 어서 이 저주의 대자해혈공에 대해
서도 이야기하거라. 으으……!"
사태의 절박함을 깊이 깨달은 요면랑이 급히 말을 이어 갔다.
대자해혈공!
이 곳은 지하 삼천 장의 깊이에 아홉 층의 거대한 탑이 거꾸로 세
워져 있는 극마지(極魔地)이다.
천지간(天地間)의 모든 마기와 음기와 사기가 응집되어 있으며,
오직 마(魔)만이 영생할 수 있는 마의 성지(聖地)이다.
십뇌기형겁은 바로 이 극마지에서 숨쉬며 마로써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이미 극마(極魔)의 경지를 넘어선 마물이 되었다.
그는 이미 인간의 능력이 아닌 신의 능력으로, 한 시대에 가장 극
사음악(極邪淫惡)한 절대마웅들을 영적인 힘으로 불러들이니…….
천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그 숫자는 아홉이 되었다.
그들이 바로 시대를 달리하여 대자해혈공으로 사라진 절대구마제
(絶代九魔帝)였다.
천 년 전에 최초로 끌려 들어온 사람은 마천루(魔天淚) 담리풍(曇
里風)이었다.
두 번째로 끌려 온 것은 개세쌍천마(蓋世雙天魔)로 불리던 형제
(兄弟)였다.
그 후, 칠백 년 전에는 한 자루 검으로 십팔만 리 대륙을 질타한
고검만리향(高劍萬里香)이 끌려 왔고, 오백 년 전에는 절대삼마
(絶代三魔)라 불렸던 천승번뇌존(天僧煩惱尊) 염혼기(琰魂基), 옥
혈대법승(玉血大法僧), 태양마후(太陽魔候) 벽라화(碧羅花)가 한
꺼번에 모조리 끌려 왔다.
그리고 삼백칠십 년 전에는 북망혈리화(北邙血狸花)라는 대마녀
(大魔女)가, 또 이백 년 전에는 창룡대마제(蒼龍大魔帝)가 마지막
으로 끌려 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 시대를 제 마음대로, 제 뜻대로 독보(獨步)하
던 전설적인 대마왕(大魔王)들이었다.
그들을 불러들인 십뇌기형겁은 그의 십뇌 중, 절대구마제가 지닌
능력과 뇌 속에 자리한 어마어마한 마공절예(魔功絶藝)들을 한 뇌
에, 모두 아홉 뇌의 모든 것을 기억해 버렸다.
절대구마제의 뇌 속의 기억들을 모두 얻어 낸 십뇌기형겁의 능력
은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⑥
그는 절대구마제의 뇌에서 얻어 낸 가공할 무공들을 무수히 창조
했다.
하나 그의 몸은 기형이었으므로 창조만 했을 뿐, 직접 펼쳐 사용
해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절대구마제 외에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아홉 명의
광세기재(曠世奇才)를 수백 년 전부터 불러들였다.
그들이 바로 저주구광자들이었다.
저주구광자는 이 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철저한 실험의 대상이 되
어야만 했다.
그는 자신의 무공과 자신이 지닌 모든 지식(知識)을 그들에게 전
수하면서 시험에 들어갔다.
먼저 독야에게는 수십만 종류의 독(毒)을 전해 독의 특성(特性)과
상극(相剋) 등을 실험하면서 그를 완전한 독인(毒人)으로 만들었
다.
또 옥기린에게는 영약, 영과, 영물, 영초를 수없이 복용시켜 가장
완벽한 신골(神骨)로 만든 다음 무궁무진(無窮無盡)한 내공(內功)
을 주고 무공을 전하여 그 위력을 실험하였다.
요면랑에게는 수많은 섭혼지술과 방중비술을 전했으며, 그를 천상
천하에서 가장 완벽한 미남으로 만들어 놓고 그를 성불구자(性不
具者)로 만들어 버렸다.
십뇌기형겁은 자신이 겪는 성적(性的)인 고통을 타인이 괴로워하
는 것을 보고 잊으려 했던 것이다.
이렇듯 십뇌기형겁은 온갖 종류에 걸친 자신의 불만을 아홉 실험
물에게 전하여 하루에 무려 열 시진에 걸쳐 저주구광자를 실험용
인간으로 사용해 온 것이다.
또한 십뇌기형겁은 그들에게 절대구마제의 무공을 각기 전하여 그
들에게 처절한 사투(死鬪)를 벌이게 한 후, 절대구마제가 지닌 무
공의 우위를 가름해 보았다.
한 사람에게는 집중적으로 검법(劍法)만을, 또 다른 사람에게는
도법(刀法)만을, 그 외의 칠 인(人)에게는 장법(掌法), 독공(毒
功), 색공(色功) 등을 전하여 서로 대결케 하였다.
그 속에서 서로 상이(相異)한 무공들의 진정한 고하를 결정하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온갖 실험의 대상으로 살아온 그들에게 자유란 십뇌기형겁
이 잠을 자는 시간뿐이었다.
십뇌기형겁은 정확히 하루에 두 시진 동안 수면에 드는 것이다.
그런 실험들이 무려 백 년에 걸쳐 되풀이되어 오는 동안 십뇌기형
겁의 능력은 더욱 가공해져 신마저 그를 경시할 수 없게 되었다.
반대 급부적으로 실험의 대상이었던 저주구광자도 가공할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비록 자의(自意)는 아니었지만 절대구마제의 무공을 모두 연성(鍊
成)했을 뿐 아니라, 십뇌기형겁이 새로이 창안한 무수한 무공도
터득했고 자신의 재능에 따라 각자 독특한 능력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들도 한 가지 분야에서만큼은 인간의 한계(限界)를 넘어
신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십뇌기형겁은 마(魔)의 무공만으로는 무공
의 극점(極點)에 도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비록 십뇌를 지닌 그였으나, 지난 구백 년 동안 오직 마공만을 생
각하고 창조했기에 끝내는 한계점에 이르러 더 이상의 진보가 없
는 탓이었다.
그러자 십뇌기형겁은 마침내 정도(正道)의 무공에 눈을 돌렸다.
그래서 선택된 사람이 당시 정파무림의 절대영웅이며, 하늘이 내
린 인세 최고의 선인이라는 금면천무일존 백리자림이었다.
십뇌기형겁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초신영력(超神靈力)을 백리
자림에게 보냈다.
그러나 백리자림은 절대선의 능력을 타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를
불러들이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십뇌기형겁의 초능력은 가공스러웠다.
그는 결국 백리자림을 이 곳 대자해혈공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
했다.
금면천무일존 백리자림, 그가 이 절대마지에 떨어져 내려 정신을
잃고 있었을 때는 공교롭게도 십뇌기형겁이 잠을 자는 시간이었
다.
그로 인해 그를 먼저 발견한 저주구광자는 금면천무일존 백리자림
의 완벽한 근골에 매료되어 그를 중간에서 가로챈 다음, 자신들의
모든 무학을 전수해 주었다.
저주구광자는 절대구마제의 모든 기학(奇學)과 십뇌기형겁이 끊임
없이 창조하여 그들에게 전한 무공 또한 모두 전수했다.
백리자림이 전설의 천령신목상(天靈神目相)을 타고났기 때문에 오
직 그만이 십뇌기형겁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 생각했
고, 그만이 십뇌기형겁에 의해 영적(靈的)인 지배를 받지 않을 유
일한 인물이라 생각한 탓이었다.
또한 그만이 십뇌기형겁을 제압하여 저주구광자들을 처절한 생활
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저주구광자가 얻어 낸 최초의 희망이요, 최후의 희망인 금면천무
일존 백리자림을 지키고자 하는 그들의 처절한 사투(死鬪)는 그러
는 중에도 계속되었다.
한 마디로 십뇌기형겁의 영적인 힘을 막아 가며 금면천무일존 백
리자림의 완성을 도운 그들의 사투는 인간이 보일 수 없는 극한의
것이었다.
그런데 백리자림의 모든 것이 완성되었다고 느낀, 지금으로부터
이십 년 전 대자해혈공이 백 년을 주기로 한 번씩 천지의 대변화
(大變化)로 일어나는 그 개공(開空)이 있는 시간에 백리자림은 저
주구광자의 죽음을 바친 노고를 무참히 배신하고 바깥 세상으로
나가 버렸다.
덕분에 저주구광자는 만 근의 철추를 달아야 했고, 십뇌기형겁의
실험은 더욱 가중해지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저주구광자는 인간이 아닌 짐승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
다.
⑦
요면랑의 말이 여기까지 진행되었을 때였다.
우우우우웅……!
대자해혈공을 뒤흔드는 마성이 극점을 향해 치달았다.
순간, 그 마성에 대항하던 십뇌복제인의 몸에서 심한 철추 부딪치
는 소리가 났다.
"우와악……!"
그리고는 처참한 비명과 함께 칠공으로 피를 토해 냈다.
세 명의 영혼부인을 통해 터지는 그의 음성은 더욱 처절해졌다.
"크헉! 어서… 요면랑, 빨리 해라. 난 앞으로 촌각밖에 버티지 못
한다. 크헉… 우리가 저 마성에 미쳐 날뛰기 전에… 어서!"
요면랑도 점점 가슴에 흉성이 이는 듯 가슴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다급하게 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끝이란 없었다.
다만 한없이 지하로 뻗어 간 어두운 공간만이 계속될 뿐이었다.
그 가운데 소용돌이치는 핏빛 마기와 사악(邪惡)한 안개만이 가득
피어 오르는 속에서 천만 영혼을 뒤섞는 듯한 괴성이 울려 나오고
있었다.
심장이라도 찢어발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성이…….
그 속으로 흑발(黑髮)의 청년(靑年)이 걸어가고 있었다.
배월이었다.
핏빛 마광에 젖어 붉게 물들어 있는 그의 얼굴은 이 엄청난 마지
의 모든 마운을 밀어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천만 가지의 광채가 어우러져 빛나는 그의 눈동자가 움
직일 때마다 기이한 음향이 일어나, 마치 마의 신이 어둠 속을 걷
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 어두운 암도를 걸으면서도 저주구광자의 한
맺힌 음성을 떠올리고 있었다.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인간 아닌 비운의 인간들… 내 한
이 제아무리 처절하다 해도 어찌 찢기고 찢겨 더 이상 찢겨질 수
없는 그들의 한보다 더하다고 말할 수 있으랴?'
문득 그의 무심한 동공에 원한이 유리알처럼 반짝였다.
'금면천무일존 백리자림, 네놈은 그들을 버렸으나 나는 그들을 얻
었다.'
그의 뇌리에 저주구광자들이 해 줬던 말들이 떠올랐다.
⑧
팔 년 전 어느 날, 십뇌기형겁의 힘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들어올
수 없는 절대마지에 한 소년이 떨어졌다.
그 소년은 그들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가장 완벽한 근골(筋骨)
을 지니고 있었다.
도저히 인간이라 여길 수 없이 뛰어난 근골을 본 저주구광자들은
그가 자신들이 저주하는 십뇌기형겁이 만든 가상(假想)의 인간이
라 생각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되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버린 십뇌기형겁
이었기에, 어쩌면 가상의 인간까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백 년 전, 금면천무일존 백리자림에게 당한 배신을
이 가상 인간을 통해 다시 한 번 지켜보리라는 십뇌기형겁의 무서
운 음모라고 생각했다.
해서, 그들은 역(逆)으로 이 가상 인간을 자신들의 실험인간으로
사용하여 그 동안 당했던 수모를 조금이라도 갚아 주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 때부터 저주구광자는 금면천무일존 백리자림에게조차 주지 않
았던 자신들의 모든 능력을 하나도 남김없이 배월에게 건네 주었
다.
그들은 배월을 또 다른 하나의 완벽한 인간(人間) 괴물(怪物)로
만들려 한 것이다.
그리하여 십뇌기형겁에게 보내 두 인간 괴물들을 서로 싸우게 하
려는 계획이었다.
결국 그들은 또 하나의 완벽한 인간 기형아를 탄생시켰지만, 복수
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를 인간 기형아로 만드는 것만 생각했지, 그 어린 마물을 다스
리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키워 낸 기형 인간에게 팔 년 동안 헤아
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당해 온 것이다.
터벅- 터벅-!
엄청난 마기가 흡사 죽음처럼 솟아오르는 무저의 암도를 따라 배
월은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우우우우……!
대자해혈공을 뒤흔드는 마성(魔聲)은 그가 묵빛의 암도를 내려감
에 따라 더욱 엄청나게 들려 왔다.
그에 따라 배월의 흑발은 태풍을 만난 듯 휘날렸다.
마기를 참아 내는 그의 얼굴은 온통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
다.
우우우우……!
흡사 그 엄청난 마성은 배월의 영혼을 통째로 짓이겨 버리는 듯한
충격을 전해 주고 있었다.
'가공하다! 일천 장 지하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성과 마기(魔
氣)가 이 정도면 그 기형 괴물은 천지간에 존재하는 모든 마의 근
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확실하다.'
순간, 그의 뇌리에 또다시 저주구광자의 말이 떠올랐다.
근래 들어 십뇌기형겁은 한 가지 무서운 대법(大法)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실로 하늘의 순리를 거역하는 것이지요.
영혼(靈魂)과 영혼의 이식대법(移植大法).
즉 자신의 영혼을 타인의 영혼과 완벽한 합치(合致)를 이루려는
것입니다.
육신은 없고 뇌만 있는 십뇌기형겁은 타인의 영혼에 자신의 영혼
을 이식함으로서 육체를 얻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바깥 세상의 빛을 보고 정과 선이 완전히 사멸(死滅)된,
영원히 씨앗조차 남기지 않을 영세(永世)의 절대(絶對) 마도천하
를 이룩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그 대법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러 있습니다.
이제는 준비의 마지막인 이 땅에서 가장 완벽한 근골을 지닌 인물
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팔 년의 세월 동안 십뇌기형겁이 주군(主君)의 존재를 그대로 묵
과해 왔다면, 그것은 분명 주군을 자신의 육신으로 생각하고 있다
는 증거입니다.
어쩌면 그 생각은 주군이 대자해혈공에 들어온 때부터였는지 모릅
니다.
그래서 주군은 무사히 대자해혈공에서 지낼 수 있었고, 이 죽음의
땅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짐작도 듭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진실로 가공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우우……!
엄청난 마성은 천둥처럼 암도를 뒤흔들고, 배월은 자신의 몸이 산
산조각이 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차갑고 단호했다.
'그가 나를 선택했다면 이 배월 또한 그를 선택하리라. 이것은 내
가 대자해혈공에 들어온 첫 번째 의미이며, 저주구광자가 이 배월
에게 종복을 자청한 보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비록 그의 몸에 내
린 저주가 하늘의 힘이라 하나, 어찌 내 가슴의 원한에 비할 수
있을 것인가?'
매섭고 단호한 결심이었다. 마음을 다부지게 먹자 암도를 내딛는
그의 걸음은 더욱 힘차졌다.
과연 배월과 십뇌기형겁의 만남은 어떤 형태로 귀결될까?
배월이 십뇌기형겁에 굴복하여 그의 분신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배월이 오히려 십뇌기형겁의 그 가공할 힘을 흡수해 버릴
것인가?
그리고 천 년 이래 가장 아름답다는 그의 세 영혼부인들은 과연
영원히 청백지신을 간직하며 십뇌기형겁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배월에 의해 평범한 인간처럼 원초적인 욕망을 일으키는
변화를 보여 줄 것인가?
영적인 힘의 거대함이냐?
인간적인 욕정과 인간적인 애증의 거대함이냐?
우우우우우……!
미래의 명제와는 상관없이 묵빛의 암도에 터지는 장소성은 더더욱
가공해지고 있었다.
배월로 하여금 빨리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듯!
첫댓글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