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마저 빼앗는 그림 같은 원주 신림역(神林驛)
이종영ㅣ시인
새순을 밀어 올리는 들판에도 봄은 자리 잡아가고 나무마다 양수를 공급하듯 어제부터 내린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나 치악 휴게소에 접어드니 산 아래까지 내려온 운무가 운치를 느끼게 한다. 기다리는 사람도 기다리는 인연 하나 없지만 간이역에 젖어드는 마음은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빗속에 서있는 낡은 신림역(神林驛) 간판이 애잔함을 더하게 하는 정오 무렵 물기 머문 목련과 여물지 않은 잎맥을 달고 있는 줄지어선 나무들이 낯선 여행객을 맞고 있다. “구름에 가려져 흐린 비가 내리면 비는 낡은 펜으로 변해 나의 추억을 그리네” 부활의 “흐린 비가 내리 면”처럼 흐린 빗속 일제시대에 심었다는 키 큰 전나무가 역의 수호신처럼 역사(驛舍) 곁에 덩그러니 서있다
소나무 벽화가 그려진 벽돌 건물에 연분홍색을 입힌 아름다운 역사(驛舍)는 잠시 말문을 막히게 했다. 마을의 안위를 지키는 성황림을 가리키는 신림(神林)에서 유래되었다는 신림역(神林驛)은 일제시대에 개업한 역이다. 한때는 6.25전쟁으로 소실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영화 촬영 장소로 선정될 정도로 주위 풍경이 아름답다. 역사(驛舍) 한쪽에는 소리를 품고 태어난다는 오동나무 가운데 들어가 자리 잡은 벚나무가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개체가 다른 두 나무가 한 몸 되어 자라는 연리지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비가 멎고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을 때 그림 같은 역사(驛舍)는 마음마저 빼앗는 것 같았다.
지금도 하루 3차례 열차는 신림역(神林驛)에 정차한다. 내년 말이면 중앙선 산악터널 개설로 남원주역과 충북 봉양역이 연결됨에 따라 이곳도 신호장으로 격하될 예정이다. 지역마다 아픈 추억과 갖가지 사연을 간직한 간이역은 곳곳에 있다. 옛것을 아끼며 유산으로 남기기보다 골 깊은 상처를 베어내듯 전철 복선화 공사와 승객 감소로 사라지는 간이역은 매년 늘고 있다. 헤어짐과 만남을 약속하던 추억 깃든 간이역은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켜켜이 설음의 옷을 벗지 못한 채 신림역(神林驛)도 열차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역사(驛舍)만은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채 오래도록 떠나지 않는 간이역으로 남아있길 바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 관할 기관 한국철도공사 충북본부 제천역 관리소
□. 소재지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정암길 12
□. 개업일 1941년 7월1일
□. 종별 보통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