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절지존] 제2장 숭고한 희생

[와룡강]

 

제 2 장

      숭고한 희생

쏴아……! 우르릉…….

폭우.

한나절부터 쏟아지던 폭우는 여전히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었다.

― 천목산(天目山)!

그곳에도 어김없이 장대같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데 천목산 산록.

“하아…… 하아……!”

거친 숨결을 토하며 쫓기듯 빗속을 달리는 한 명의 여인이 있었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 기품 있고 고귀한 인상을 지닌 미부였다.

그녀의 용모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하나 지금 미부의 행색은 실로 말이 아니었다.

화려한 비단 궁장은 여기저기 긁히고 찢겨 너덜너덜하게 변해 있었으며 두 발의 신발은 이미 벗겨진지 오래였다.

그 바람에 여린 살갗이 돌부리에 찢겨 발바닥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하나 미부는 지금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상공께서 악적들을 막고 계시는 동안 조금이라도 멀리 달아나야만 한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녀는 필사적으로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미부의 품에는 한 명의 어린 소년이 안겨 있었다.

이제 사오 세 가량 되었을까?

또렷하고 단아한 얼굴에 총명한 눈빛을 지닌 귀여운 소년이었다.

소년의 전신은 빗물에 흠뻑 젖이 있어 작은 몸을 연신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하나 그는 입을 꼭 다문 채 다부진 표정으로 추위를 참아내고 있었다.

미부는 어린 아들을 소중하게 꼭 끌어안은 채 정신없이 빗속을 내달렸다.

‘남해로…… 삼절여제(三絶女帝)님의 권역으로 피신해야만 성아가 무사할 수 있다!’

그녀는 오직 한 가지 일념으로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상공께서 그리도 권하실 때 무공을 연마해 두지 않은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그녀는 입술을 짓깨물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크크…… 운이 좋군. 본좌가 담당한 방향으로 네년이 달아나고 있었다니……!”

돌연 허공에서 한소리 음산한 괴성이 들려왔다.

이어 하나의 인영이 유령같이 궁장미부의 앞으로 날아내렸다.

스슥!

순간 궁장미부는 사색이 되어 급히 멈춰섰다.

“당, 당신은……!”

그녀의 앞에 내려선 자 그자는 바로 용(龍), 호(虎), 풍(風), 운(雲)의 사대천마(四大天魔) 중 한 명이었다.

허여멀쑥한 인상의 중년인.

“카캇! 창룡금시를 갖다 바치면 교주님께서 나 잠풍비마천(潛風秘魔天)에게 큰 상을 내리시리라!”

잠풍비마천이라 자칭한 중년인.

그자는 음험하게 히죽 웃으며 궁장미부를 향해 다가섰다.

순간 궁장미부는 공포에 찬 눈빛으로 부르짖었다.

“안…… 안 돼! 오지 마라!”

이어 그녀는 품속의 소년을 끌어안은 채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하나 눈앞에 한 줄기 인영이 번득인다고 느낀 순간 궁장미부는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크크, 재롱을 피우는군!”

그녀가 안고 있던 소년이 어느 틈에 잠풍비마천의 수중에 들려져 있지 않은가?

“싹을 자를 때는 뿌리까지 뽑아야 하는 법! 본좌를 원망하지 마라!”

잠풍비마천은 잔혹한 음성으로 말하며 소년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려했다.

순간 그것을 본 궁장미부는 사색이 되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안 돼요!”

이어 그녀는 그대로 잠풍비마천의 다리를 잡고 매달렸다.

“제발…… 그 아이만은 해치지 말아요.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다 드릴게요!”

그녀는 간절하게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그녀의 애원은 거의 필사적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건 이것이 아닌가요? 이걸 드릴 테니 성아만은 제발……!”

그녀는 울부짖으며 품속에서 하나의 황금 열쇠를 꺼내 들었다.

길이 한 뼘 남짓 전체에 수많은 용(龍)이 정교하게 조각된 열쇠였다.

― 창룡금시!

그렇다. 그것이 바로 창룡금시였다.

저 전설의 무성 창룡천존이 남겼다는 그 문제의 열쇠!

한데 사면천강 자천후가 지니고 있어야할 창룡금시를 어찌 이 궁장미부가 갖고 있단 말인가?

궁장미부는 다름아닌 사면천강 자천후의 아내였다.

― 부용귀희(芙蓉貴姬) 고옥정(高玉井)!

사면천강 자천후의 아내이며 천강일족의 안주인.

그녀는 무림과 관계가 없는 학자 집안의 규수였다가 사면천강 자천후의 아내가 된 여인이었다.

사면천강 자천후는 늦게 얻은 이 아름다운 부인을 끔찍이 사랑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결혼 생활 십여 년 만에 어렵게 한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 자무성(紫武星)!

바로 지금 잠풍비마천의 손아귀에 목이 움켜쥐어져 있는 총명한 인상의 소년이었다.

나이는 이제 겨우 사 세지만 이미 사서오경을 깨우친 신동(神童)이었다.

“크크! 창룡금시야 당연히 본좌가 거두어야 할 물건이거늘 내가 무엇이 아쉬워 네 부탁을 들어준단 말이냐?”

잠풍비마천은 음험하게 히죽 웃으며 일축해 버렸다.

궁장미부, 부용귀희 고옥정은 가슴이 바짝 타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 그럼 이것도 드리겠어요. 제발…… 성아를 돌려줘요!”

그녀는 아무것도 망설일 것이 없었다.

이내 그녀는 품속에서 한 권의 비단책자를 꺼내 잠풍비마천의 앞에 바쳤다.

그것을 본 잠풍비마천의 두 눈에 순간 탐욕의 광채가 번득 떠올랐다.

‘저 비급은……!’

그자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천패진결(天覇眞訣)>

비급이 표지에는 그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바로 천강일족의 가전절기가 수록된 비급.

그것을 지은 인물은 도가의 전설적 고인인 천강진인(天罡眞人)이었다.

천강진인은 무당의 시조인 장삼풍 진인과 함께 도가쌍천(道家雙天)이라 불리던 기인이다.

아직까지 천패진결을 십성 연마한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삼십여년전 아수라혈종을 좌절시킨 천강노조 역시 그 중 팔 할 남짓을 연마해 냈을 뿐이었다.

그만큼 천패진결에 수록된 절기는 패도적이었다.

천패진결을 확인한 잠풍비마천의 두 눈에 탐욕의 광채가 번들거렸다.

‘천패진결만 비밀리에 익히면 능히 사대천마 중 최강이 될 수 있다!’

그자는 기대와 흥분으로 가슴이 뛰었다.

하나 곁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자는 득의의 표정으로 음산한 비웃음을 흘렸다.

“크크…… 네년이 지닌 것은 모두 본좌의 것이 될 터인데…… 내가 무엇이 아쉽겠느냐?”

고옥정은 처절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 그럼 나를 죽여요! 대신 그 아이만은 제발……!”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간절히 애원했다.

실로 눈물겹고도 처절한 모성(母性)이었다.

문득 잠풍비마천은 음흉한 눈으로 고옥정을 쓸어보며 말했다.

“흐흐…… 만일 네가 한 가지를 더 내놓는다면 네 아들을 살려줄 수도 있다!”

그 말에 고옥정은 귀가 번쩍 뜨였다.

“그…… 그게 뭔가요?”

그녀는 희망을 느끼며 급히 물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는 교구를 부르르 떨며 전율했다.

부르르……!

잠풍비마천이 지극히 음흉한 시선으로 자신의 육체를 쓸어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고옥정의 모습은 지극히 도발적이었다.

빗물에 흠뻑 젖은 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 육감적인 육체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닌가?

육중하게까지 보이는 탐스러운 젖무덤, 잘록한 허리, 풍만하고 탄력 있는 둔부…….

그뿐만이 아니었다.

찢긴 치맛자락 사이로 허연 허벅지까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쏴아……!

빗물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안쪽 깊은 곳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이…… 이 추악한 놈이 내 몸에 욕심을……!’

바르르……!

그것을 느낀 고옥정은 수치와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하나 그녀는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정…… 정말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면 성아를 해치지 않을 건가요?”

그녀는 치욕을 억눌러 참으며 물었다.

정조보다 사랑하는 아들의 목숨이 더 소중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잠풍비마천은 음흉하게 히죽 웃었다.

“흐흐, 본좌는 이래봬도 본교 사대천마의 한사람이다. 실언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자는 염려 말라는 듯 장담했다.

잠시 갈등의 눈빛으로 망설이던 고옥정.

이내 그녀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 좋아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 테니 약속은 꼭 지켜야 해요!”

그녀는 말과 함께 고개를 떨구며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잠풍비마천은 그 모습에 득의를 금치 못하며 음소를 터뜨렸다.

“카카, 잘 생각했다. 어디 사면천강이란 놈이 얼마나 행운아였는지 경험해보겠다!”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그자는 어린 자무성을 한 옆에 팽개치고 와락 고옥정을 덮쳐들었다.

고옥정의 교구가 치욕과 두려움으로 바르르 떨렸다.

“제발…… 아이가 보지 않는 곳에서……!”

그녀는 잠풍비마천이 밑에 깔린 채 애원했다.

하나 잠풍비마천은 잔혹한 눈빛을 번득이며 히죽 웃었다.

“크크, 그럴 필요 없다. 저 어린놈이 너의 눈물겨운 희생을 직접 봐두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순간 고옥정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 짐승만도 못한……!”

그녀는 실색하며 잠풍비마천의 몸을 벗어나려 바둥거렸다.

하나 사내의 거친 손길에 고옥정의 의복은 무력하게 찢겨 나갔다.

찍…… 찌직!

삽시에 고옥정의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가 드러났다.

“안 된다. 제발……!”

고옥정은 어린 자무성의 시선을 의식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자무성.

그는 입을 꽉 다문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겨우 네 살밖에 안 된 자무성.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이 고옥정은 완전히 나신이 되었다.

풍만하기 이를 데 없는 탐스러운 나신.

쏴…… 아!

그 희고 아름다운 나신 위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물에 흠뻑 젖은 여체는 슬프도록 아름답고 처연했다.

그것은 빗물을 맞으며 치욕과 분노로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한순간 잠풍비마천은 탐욕어린 음소를 흘리며 그대로 고옥정을 찍어 눌렀다.

“크크……!”

“안…… 안 돼…… 비켜라!”

고옥정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나 무공도 모르는 그녀가 억센 사내의 완력을 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득 고옥정은 숨가쁜 비명을 내지르며 두 눈을 한껏 부릅떴다.

자신의 은밀한 곳으로 육박해 드는 무엇을 느낀 것이었다.

‘안 돼……!’

그녀는 내심 처절하게 절규했다.

하나 그 절규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강렬한 둔통과 함께 강인한 이물질이 숨막힐 듯 그녀의 여린곳을 파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고옥정은 사지를 퍼득이며 세찬 경련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이내 그녀의 육신은 축 늘어져 버렸다.

음적에 의해 유린당하는 순간 반실신해 버린 것이었다.

축 늘어진 그녀의 육신 위로 사내의 거친 숨결이 토해지기 시작했다.

사내가 거칠게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옥정의 동체도 무기력하게 일렁거렸다.

쏴아……!

폭우는 더욱 세차게 내리 퍼붓고 있었다.

하늘도 차마 이 천인공노할 만행을 못하겠다는 듯…….

소년 자무성은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그 참극을 주시했다.

그의 어린 입술은 너무 세게 깨물려 파랗게 질려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흐흐…… 가히 천하일품이다!”

잠풍비마천은 음흉하게 웃으며 그제서야 여체에서 떨어졌다.

부용귀희 고옥정, 그녀는 사지를 늘어뜨린 채 망연히 허공을 주시하고 있었다.

주르르……!

그녀의 눈꼬리를 타고 물줄기가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줄기.

그녀의 고결한 육신 곳곳은 음적에 유린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하나 그녀는 자신의 무참한 나신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잠풍비마천은 하의를 추스르며 시선을 돌려 자무성 쪽을 주시했다.

자무성은 한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가에는 붉은 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피눈물!

그것은 피눈물이었다.

아직 철없는 어린 소년이지만 자무성은 눈앞에 벌어진 참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순간 자무성이 눈빛을 접한 잠풍비마천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무서운…… 눈빛이다!’

나이 어린 자무성이었지만 그의 두 눈이 지금 잠풍비마천에게는 상처 입은 야수의 그것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놈을 살려 둔다면…… 후일 크나큰 화근이 되리라!’

내심 그 같은 결심을 한 잠풍비마천은 두 눈에 잔혹한 살기를 띠며 자무성에게로 다가섰다.

바로 그때 처절한 울부짖음과 함께 가녀린 여인의 손이 잠풍비마천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안 돼! 약속을 지켜라!”

지금껏 망연히 누워있던 고옥정.

그녀가 아들의 신변에 닥친 위기를 직감하고 잠풍비마천에게 달려든 것이었다.

“성아는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어서 창룡금시와 천패진결만 갖고 떠나거라!”

그녀는 필사적으로 잠풍비마천을 저지하며 울부짖었다.

하나 잠풍비마천은 잔혹하게 외치며 발길질로 거칠게 고옥정을 걷어찼다.

“비켜라! 귀찮은 계집!”

퍽!

“악!”

콰다탕……!

그자의 발길질에 고옥정은 비명과 함께 그대로 삼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그런 그녀의 가슴은 삽시에 시뻘건 피로 물들었다.

무공을 전혀 모르는 그녀인지라 잠풍비마천의 가벼운 발길질에도 견디지 못하고 늑골이 으스러진 것이었다.

하나 고옥정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 이 악귀 같은 놈아! 성아를 해치지 마라!”

그녀는 가슴이 으깨지고 오공에서 꾸역꾸역 피를 토하면서도 필사적으로 기어왔다.

잠풍비마천은 그런 그녀를 무시해 버렸다.

이어 그자는 자무성을 노려보며 서서히 손을 쳐들었다.

쩌정……!

쳐들린 그자의 우수 오지가 순식간에 시뻘겋게 물들었다.

“크크! 혈인마조(血人魔爪)로 끝장을 내주마!”

잠풍비마천은 잔혹하게 히죽 웃으며 자무성을 향해 그대로 우수를 내리치려 했다.

절대절명!

그자의 손이 내리쳐지면 자무성의 연약한 머리는 수박같이 으깨지고 말 것이다.

위기의 순간 바로 그때였다.

“악독한…… 놈!”

돌연 폭우 속에서 한소리 날카로운 여인의 교갈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시퍼런 검기가 섬전처럼 허공을 그었다.

쩌정……!

직후 잠풍비마천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지며 피분수가 확 솟구쳐 올랐다.

“케엑…… 내 손가락!”

퍼퍽!

후두둑…….

보라! 내리치려던 잠풍비마천의 오른손 다섯 손가락이 빗속을 뚫고 날아든 검기에 몽땅 잘려나가 버린 것이 아닌가?

[행복한사람]

주인공이 처음부터 먼치킨이면 좋을텐데

[無武公子]

의문의 여검수로부터의 구원이라...

[쌈바25]

새로운 인연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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