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또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지난해 10월 서울지법이 '집행유예기간 중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이후 일기 시작했던 법적 논란은 일단락 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손지열.孫智烈 대법관)는 3월22일 폭력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집행유예 기간중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된 심모씨(30)에 대한 상고심(2001도5891)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판시, 또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관습상 통행권' 인정 안돼
'관습상 통행권'?을 인정하는 것은 민법이 선언한 물권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윤재식.尹載植 대법관)는 2월 26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고기리 주민 이모씨 등 14명이 한모씨를 상대로 낸 사도통행권확인 청구소송 상고심(2001다64165)에서 '민법 제185조는 이른바 물권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고, 물권법의 강행법규성은 이를 중핵으로 하고 있으므로 법률이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물권을 창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교통사고 책임보험 혜택 확대
대법원이 2대 이상 자동차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를 기준으로 보험금의 상한이 정해져 있으므로 그 한도액만 지급하면 된다던 종래 입장을 변경, 사고와 관련된 자동차마다 그 한도액의 범위내에서 보험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전원합의체판결을 내렸다.
보험에 가입한 2대의 자동차가 서로의 과실로 사고를 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유가족은 그동안책임보험금으로 최고 8천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가입차량 2대의 한도액을 합해 그 두 배인 1억 6천만원까지 지급받게 된다.
대법원전원합의체(주심 강신욱.姜信旭 대법관)는 4월18일 동양화재(주)가 권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99다38132)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택지초과소유부담금 징수위한 압류, 위헌결정이후 해제 안한 것은 위법
체납한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의 징수를 위해 부담금 미납자의 재산에 압류등기를 해 놓은 지방자치단체가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에도 압류를 해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부담금을 내지 않아 현재 부동산이 압류를 당한 상태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수천여명이 구제를 받았고 이 판결로 99년 4월 헌재의 위헌결정 이후 '택상법'과 관련한 법적 논란은 만 3년여만에 사실상 마무리 됐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윤재식.尹載植 대법관)는 7월12일 안동김씨안렴사공파번동종중이 서울 강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압류해제신청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02두3317)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재판을 한 사람은 구제받고 그렇지 못한 납세자는 구제를 못 받는 것이 재판제도의 본질이라고는 하지만 법에 순응했던 성실한 납세자의 보호문제는 이번 사태가 준 교훈이며 앞으로 법조계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골프연습장 허가 미루는 구청에 '허가때까지 매일 2백만원 내라'
주민들의 민원이 무서워 골프연습장의 허가를 계속 미루던 지방자치단체에 허가를 할 때까지 매일 2백만원을 내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조병현.趙炳顯 부장판사)는 10월2일 '골프연습장의 허가를 내주라는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라'며 김모씨가 서울시 관악구청장을 상대로 낸 '간접강제'신청을 받아들여 '확정판결에 따른 처분을 하고 위 처분을 하지 않을 때에는 2002년10월22일부터 처분시까지 1일 2백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2002아1557).
◇농협 사내부부 명퇴 부당해고 아니다
절실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부부사원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명예퇴직을 받았다면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유지담.柳志潭 대법관)는 11월8일 농협중앙회에서 부부사원으로 근무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한 김모씨(29) 등 2명이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2002다35379)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인공수정' 자녀, 친권부여 논란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제공받아 낳은 아들에 대해 양육한 아버지가 이혼 후에도 친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를 두고 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9단독 홍이표 판사는 11월 19일 이혼을 앞둔 임모씨가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들(5세)에 대한 친권이 없다'며 아들 이름으로 남편 이모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서울가정법원 박영식 판사는 2000년8월, 이와 같은 사안인 이모씨가 아들을 자기 호적에 올리기 위해 전남편인 전모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독일과 '장미전쟁'서 국내업자 승리
우리 나라 화훼업자들이 독일의 세계적인 장미 육종회사인 코르데스사를 상대로 벌였던 '장미전쟁'에서 이겼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11월 26일 독일의 장미 육종회사인 코르데스사가 (사)한국화훼협회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 무효심결 취소소송 상고심(2001후2283)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