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레분에서 숙소를 옮기는 날.
일단 짐을 싸서 리셉션 프론트 앞에 맡겨놓고 체크아웃을 한다.
료칸 사쿠라이 ᆢ시설이 좀 오래되긴했지만 스탭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고 항구나 온천과도 가까운 위치라 아주 만족했던 숙소다.
오늘도 페리터미널 앞에서 9시25분 발 스코톤행 버스를 타고 출발.
카후카이 정류장에서 우리팀과 대만팀 단체 두 팀이 함께 내린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 우의 및 장비 점검.
어느정도 임도길을 따라 오르니 8시간 종주코스와 만나는 지점이 나타난다.
날만 좋았다면 8시간 코스에 도전해 볼수도 있었을텐데ᆢ ㅎㅎ
대만팀은 폭포를 갈 거라기에 잘 걷는 우리팀에게도 갈수 있다면 다녀오라 하고는
만약 그렇게 갈라진다면 우리는 먼저 숙소로 갈테니 알아서 찾아오라 말해두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꽃사진을 찍다보니 앞 팀과 차이가 많이 나게되며 어느덧 내 곁에는 나미님만 남았는데 조금 있으니 관유서님이 내려오신다.
앞 팀과 함께 있었는데 일행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후미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기에 찾아 내려오셨다는ᆢ
그렇게 우리 셋은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마침내 도착한 레분폭포 입구.
앞 팀이 폭포로 갔을지 지나쳤을지 모르는 상황.
왠지 폭포를 갔을 것같아 조금 들어가보기로 했는데 순식간에 나미님이 사라져버렸다.
조릿대 군락지로 펼쳐진 평원 끝쪽으로 가자 비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서 있기가 힘들 지경이다.
급 경사로 내리막 길을 조금 내려가면 숲 속이라 비바람이 좀 덜할 것같아 조심스레 내려 가니 확실히 바람이 덜하다.
기다리는 사이 아침에 싸온 컵라면에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데 거의 생라면 수준. 그래도 이럴땐 뭐든 먹어두어야 한다.
거의 다 먹어갈 즈음 나미님이 오신다.
뛰어가면 앞 팀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갔건만 아무도 없더라고ᆢ 그래서 얼마쯤 가다가 포기하고 되돌아 오셨단다.
서로의 보폭과 의지의 다름으로 인해 길이 어긋났던 순간들ᆢ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여행의 분위기가 달라지기에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한 날이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흩뿌리는 비로 인해 앞도 잘 보이질 않는데 그래도 잠깐 잠깐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얼마쯤 가자 드디어 전화가 터진다.
앞 팀은 대만팀이 위험해 폭포를 가지 않는다고 해 함께 폭포를 패스하고 한참동안 우리를 기다렸지만 너무나 춥고 기다릴 곳도 마땅치않아 숙소로 이동하는 중이라고ᆢ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나니 마음이 놓인다.
가다가 전망대 가는 길이 보여 잠깐 올라가니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바람은ᆢ 바람은ᆢ 너무해.
앞 팀은 이곳에서 선채로 비바람 속에서 컵라면을 먹었단다.
화장실도 있다.
이곳은 레분 에델바이스라 불리우는 레분 우스유키소우 군생지
레분섬을 대표하는 꽃이라면 6월 초~중순의 레분아츠모리소우(레분복주머니란)와 6월 말의 레분우스유키소우(레분솜다리꽃) 다.
그래서 이 작은 섬은 6월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내려오는 길은 모모이와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쉬는 시간 포함 약 4시간 반ᆢ약 20,000보
내려오니 앞 팀은 온천에 갔단다.
우리는 짐을 새로운 숙소에 갖다놓고 마트로 고고ᆢ 장을 봤다.
새 숙소는 민숙이기에 세탁기가 있어 흙탕물 투성이인 옷들을 모아 빨래를 할수있어 다행이다.
오늘 저녁은 미리 봐 두었던 음식점 '치도리'로 정하고 예약을 하려했더니 예약이 안된다고 해
30분전부터 추운데 덜덜 떨며 기다렸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홋케(임연수) 찬찬구이.
일행들은 홋케구이라 했더니 꽃게구이인줄 알았단다. ^^;
임연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부드럽고 색다른 맛이었다. 하지만.....
연기가 .... 연기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전부 눈물에 콧물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ᆢ
1만엔짜리 바훈우니덮밥
일행의 말씀처럼 이제까지 먹은 음식중 금액 대비 가장 심플한 구성.
그래도 맛 만큼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그런데 현금을 지불할 때는 손이 덜덜 떨리더라.
숙소로 돌아와 마무리 와인(맥주) 한잔
"오늘 모두 고생했어요~"
첫댓글 뭉게님의 노련함과 유연성 이 빛나던 날♡ 나이 먹어도
또 한 수 배웠습니다.
부실한 무릎 잘견뎌 주며 동행해 주셔서 무릎이 한 단계 더 좋아 졌어요 .
일본 에델바이스 길 참 예뻤어요
와! 정말 대단한 바람이었어요.
바람에게 싸다구를 맞으며 걷는 경험이 흔한 일은 아니죠. ㅎㅎ
@gurum 아이슬란드 바람? 분화구 보다 비까지 주가되니 ..
더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