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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축구협회 연령별 대표팀인 U-17과 U-18 대표팀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 경북-대구 고교축구의 위상을 알리고 있는 시계방향으로 현풍FC U-18 장준서(2학년), 오상고 이상진(2학년), 대륜고 오준현(2학년), 대륜고 여승윤(3학년)의 모습 ⓒ K스포츠티비
그야말로 최근 대구-경북 고교축구의 전성시대다.
프로축구 2019 KEB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를 마친 현재, 상주상무와 대구FC가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대구FC는 개막과 함께 ‘달구벌’을 흔하게 밝히며 연일 관중매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는 등 K리그1 무대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프로팀의 활약에 못지않게 최근 대구-경북 고교축구도 새로운 정기를 맞았다. 과거 대구-경북 고교축구는 수도권 명문 팀들 못지않은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1978년 청구고 3학년 재학시절 변병주(전 대구FC 감독)와 박경훈(전 성남FC 감독)-백치수(전 청구고 감독)-백종철(전 대구FC 감독) 등은 고교축구를 주름 잡았다.
‘총알 탄 사나이’ 변병주와 한국축구 ‘오버래핑’의 창시자인 박경훈은 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오른쪽 날개와 윙백으로 최고의 콤비플레이를 자랑했다. 준족의 두 선수는 지금도 본인이 더 빨랐다고 입씨름을 한다. 청구고는 이들 선수들 이후 김동현(은퇴)과 박주영(FC서울)-이승현(수원FC)-남준재(인천) 등이 활약한 2002년과 2003년 사이 다시 한 번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들 이후로 대구축구는 대구공고에서 신태용(전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감독)과 이태홍(대구대 감독), 김현수(서울이랜드 FC 감독) 등의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다. 특히 신태용과 이태홍은 1987년 전국고교선수권대회에서 팀 창단 첫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이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모교 출신들인 대구공고 축구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회를 열어준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경북 고교축구는 대구 고교축구보다 늦은 시기에 빛을 냈다. 최건욱 감독이 이끈 안동고가 김진규(오산고 코치)와 백지훈(리만FC)을 앞세워 한일월드컵과 맞물린 2001~2002년 사이 전국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안동고는 이들 선수들 이외도 김도균(울산현대 스카우트)을 비롯해 최윤열(은퇴), 한지호(부산), 유준수(포항) 등을 배출했다.
포항스틸러스 산하 유스인 포철공고는 1997년 이동국(전북)을 앞세워 전국 고교축구를 주름 잡았다. 이후 이명주(아산)-김승대(포항)-손준호(전북) 등을 배출하며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최근 포철고로 말을 갈아탔지만, 지금도 모 기업의 든든한 후원 속에 전국을 호령하는 등 연령별 대표선수를 꾸준하게 배출하는 등 대구-경북 고교축구의 자존심이자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상주상무 유스 용운고도 차세대 한국축구 최고의 수문장으로 성장을 준비 중인 송범근(전북)을 배출했다.
이렇듯 과거 대구-경북축구는 고교축구의 중심에서 수많은 스타선수를 배출하면서 한국축구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프로산하 유스 팀들이 창단되면서 청구고를 비롯한 대륜고, 안동고(해체) 등은 과거 찬란한 역사의 뒤안길로 자리를 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대구-경북 고교축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꾀하면서 올 시즌에는 13개 팀이 참가하고 있는 ‘2019 전국 고등 축구리그’ 경북-대구리그를 통해 가파른 상승세를 도모하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륜고를 비롯해 오상고, 현풍FC U-18 등의 후발주자들이 탄탄한 팀 전력을 구축한 가운데 한국축구 보석들을 배출하고 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U-17 대표팀에 오준현(대구 대륜고)과 이상진(경북 오상고), 장준서(대구 현풍FC U-18)가 이름을 올렸고, U-18 대표팀에 여승윤(대구 대륜고)이 선발됐다. 프로산하 유스와 수도권 명문 팀도 아닌 지방 학원팀과 일반클럽팀 소속으로 연령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사건은 분명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정정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2019 FIFA U-20월드컵' 대표팀에 나란히 선발된 대륜고 출신의 골키퍼 고동민(좌측)과 고재현(우측)의 모습 ⓒ K스포츠티비/DB
이들 선수들 외에도 최근 연령별 대표선수를 대거 배출하고 있는 대륜고는 겹경사를 맞았다. 졸업생들인 골키퍼 고동민(마츠모토)과 고재현(대구FC)이 정정용 감독의 부름을 받고 ‘2019 FIFA U-20 월드컵’ 대비 스페인 무르시아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이들 선수들 이외도 현재 경북-대구리그를 살펴보면 다수의 유망주들이 눈에 띈다. 신라고의 ‘쌍둥이 형제’들인 박성결-박한결과 현풍FC U-18 신대호, 영문고의 골키퍼 설현빈과 정유현 등은 연령별 대표팀에 들어 갈 수 있는 기량을 두루 갖춰다는 평가다.
대구-경북축구 관계자들은 최근 지역 고교선수들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지역에서 많은 수의 연령별 대표선수들인 배출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지역축구가 발전과 함께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지역축구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앞으로 장래성이 있는 중등선수들이 타 도시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 이는 중등축구를 지도하고 있는 지도자들의 협조와 무엇보다 지역 내 고교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최근의 중등축구 풍토는 소위말해 ‘볼 좀 찬다!’는 선수는 대부분이 프로산하 유스 팀으로 입단한다. 이는 기존 학원팀과 일반클럽팀보다 선수육성에 따른 지원이 좋기 때문이다. 이는 학부모들의 생각과 고집을 일선 지도자들조차도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학원 고교축구 지도자들이 장래성이 있는 선수를 잘 지도해서 큰 선수로 길러내야 한다는 결론이다.
학원축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오상고 장수룡 감독은 “선수는 지도자들의 지도력과 열정에 의해 얼마든지 만들어 질 수 있다.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고교선수들의 경우 프로산하 팀에 입단하는 선수보다 조금 뒤처진다고 해도 2~3년 뒤에는 개개인 노력여하에 따라 분명 그 선수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대구-경북 고교축구, 매주 경북 청송군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전국 고등 축구리그’ 경북-대구리그는 전에 없는 높은 수준의 경기력으로 볼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하고 있다. 경북-대구축구의 자존심을 건 낭랑 18세들의 총성 없는 전쟁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연령별 대표팀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올리기 위해 온몸을 그라운드에 내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