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8 회 차 사랑방시낭송회 스케치
* 일시:
2005. 9. 10 (토). 17:00 * 장소: 광화문 커피
전문점 쎄비앙 * 참석 문인: 19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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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한 바람을 안고, 구월이 구르는
소리!
진한 그리움을 안고 만난 우리들의 제 118 회차 낭송회는 열 아홉 분의 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에 詩香이
물씬 풍기는 가을밤을 달랬습니다.
참가한 분들의 프로필과 낭송 작품을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우경-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naroowow.com.ne.kr%2FLines%2Ffloline05.gif)
▲ 윤제철 시인의 사회로 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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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맨몸의 처녀
조남두
아름다운 도시 헬싱키
그래서
누군가가 발트해의 딸이라 했다지만
마켓광장 목마른 분수대
누더기 빛 "바다의 처녀"는 죽도록 부끄럽다
구경꾼 북적이는 여름이 싫다
하얀 모자며
머플러
날개같은 드레스에 휘감기고노래하고춤추는 축제의 밤
그밤이 그리운 맨몸의 처녀... ...
거기
거기만이라도 좀 가려줘요
마냥
젖으며 젖으며
나그네를 불러 세웠다
* 마켓광장분수대 중앙의 "바다의처너"동상은 많은 나날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지만 메이데이 전야 축제 때에는 갖가지 화사한 의상에 싸이어
흥겨운 놀이의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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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 조남두 시인 * 헬싱키 맨몸의 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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熱帶夜
노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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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노선관 시인 * 熱帶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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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지도
천낙열
아파트 입구에 알림 광고가 붙었다.
문어다리처럼 열 개로 짤라 출입구에 붙여 놓았다.
돈이 있어야 공부하는 세상이라고 학생들을 유혹한다.
돈과 실력과 명예로 짤려 나간
여러 다리들이 바람에 날려 떨고 있다.
떨고 있는 것은 다리만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다.
전화번호가 학생들 눈으로 들어갔다
가격이 얼마인가 들여다 봤다
가격보다 더 큰 글씨
명문 대학생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명품만 쓰는 요즈음 학생들
그 학생들을 부축이는 부모가
힘들다고 절대로 이야기 안 한다
옆집 아줌마 돈을 떼어서라도 뒷돈을 댔다.
무서운 세상에서도 꼭 하시는 말씀이 있다.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한다.
연필을 혀에 찍어 텅스턴의 싸한 맛
그 맛으로 꾹꾹 눌러 써도 거짓으로 살지는 않았다.
배 깔고 엎드려 글을 쓰던 옛날이 아련하니 편했다.
과외지도 선생님이 마음에 안들어
공부를 못하겠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참으로 고마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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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천낙열 시인 * 과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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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2
李 建 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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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이건선 시인 * 석류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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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시, 그 절정
장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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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장충열 시인 * 연시, 그 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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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있어
김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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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김선숙 시인 * 그대가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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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했다
김건일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했다
미국이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와 베트남을
폭탄과 불로
죄없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더니
이번에는
허리케인이 미국을 미국의 뉴우올리언스를
물바다로 만들어
죄없는 사람들을`물에 빠져 죽게 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태풍이 사람을 죽이고
사람들이 가치 없이 여러 곳에서 죽어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지만
살아 있을 동안
옆에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사랑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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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김건일 시인 *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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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빈소에 앉아서
포 공 영
황촛불 말없이 눈물지는 밤
덧없는 세월을 떠나신 자리
달덩이 같은 임의 얼굴 꽃 속에 봅니다
가만히 구르는 다정한 목소리
하고 싶은 얘기는 목젖에 걸리는데
너무나 숨차던 맥박소리 들리지 않아
가슴은 바위로 꽉- 막혀 할 말을 잊었습니다
잔잔하게 입가에 피는 연꽃의 미소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미움과 그리움
촛농처럼 뜨겁게 볼을 타고 강물 흐릅니다
사뿐히 걸어가는 고운 그 모습
태산처럼 다가와 눈앞에 서계시는데
세상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북두칠성도
숨죽이고 내 눈썹에 초롱초롱 걸렸습니다
아!
못내 그리운 사랑하는 나의 님은 떠나가셨지만
어둠으로 빛을 밝히는 그 고독으로
날 새는 줄 모르고 깃발처럼 우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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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포공영 시인 * 어머님 빈소에 앉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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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담그기
金 逸
햇살을 들여 놓는다
하늘의 시선 들여 놓고 맘껏
뜸 들이라던 동네 아줌마
제 뚜껑 벗겨내고 투명유리 덮어
햇살 끌어 담는다
지난해 종종 덮어 놓았던
어둠속 푸른 항아리
곰팡이로 집을 짓다 넋이 나간 맛
매캐한 맛 품으려다
짭짤한 입안 헹구어 낸다
구름 지나가다 비 흘려도
살갗처럼 숨쉬는 배부른 항아리
제 몸 우려내다 현기증 허옇게 돌 때
메주의 살가운 맛 배어난다
참숯 한 덩어리 물려 놓고
빛나는 햇살 속으로 들어간다
소금 부둥켜 안고 지낸 시간
세월 아끼듯
조금씩 조금씩 넣으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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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김일 시인 * 간장 담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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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
이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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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이오례 시인 * 가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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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
박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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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박일소 시인 * 번지점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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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아래에서
최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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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최영희 시인 * 사과나무 아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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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최홍규
그들 이름만은 청계천이었는데
그렇지 이젠 본명을 찾으려나
민심은 안중에도 없었다
두 눈 지그시 감고서도
따라오라는 신호 없는 신호등
거기에서 시작되더니
오물과도 같은 향수였지
잠들던 꿈 깨우기에
이젠 가을 햇살도 볼라나
두리번 두리번거리다 보니
참으로 어떤 사연 있었나
옛날에도 그 이름은 청계천
수표교만큼이나 깊은 곳에서
더럽던 말까지 되살리면 어쩌나
살아생전에 다시 한번 더
그 이름 청계천은 꿈이었는데
그렇지 이젠 제 몫까지 할려나
신호등에 따악 걸려도
이젠 제 이름만은 찾으려나
그래서 그 본명까지 챙기려나
철버덩 철버덩 시냇물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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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최홍규 시인 * 청계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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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속으로
朴 水 鎭
사랑이 목마를 때면 찾아가는
명동 성당 앞뜰
성자처럼 자란 한 그루 향나무 아래
단풍든 담쟁이 화관(花冠)인 양 머리에 이고
하늘 향해 서 있는 성모 마리아님,
오늘도 그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오래오래 기도하는 사람들 있어
마음 놓인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죄목(罪目)은 날마다 발걸음만큼씩 늘어가지만
그러나 아직도
'나는 기도할 줄 모릅니다'
하여, 기도 대신 촛불 켜고 눈감으면
미움도 욕망도 스물대던 정욕(情慾)까지
마음 속 심연으로 가라앉히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하나뿐인 사랑이여!
혼자만의 오랜 기도 끝내고
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저녁 햇살에 비친 그림자 어느새 길다
그 그림자 따라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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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박수진 시인 * 가을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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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精寺 전나무숲길
윤제철
나무숲 사이 길게 뻗은
하늘 가린 터널
뿜어내는 자연의 향기
찌든 몸에 스며든다.
처음 보아도 어색한 기색 없이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자꾸 따라오는 계곡은 손을 잡는다.
세상을 큰소리 치고 산다해도
산책로에 안기어
고개 들어 높은 나뭇가지 못 바라보고
가슴을 웅크리고 작아질 뿐
쓰고 싶은 시로도
찍고 싶은 사진으로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어
전나무숲길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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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윤제철 시인 * 月精寺 전나무숲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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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김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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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김정자 *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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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세월 그리고 사람
박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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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박성순 시인 * 바람 세월 그리고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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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김순복 시인(우),허열웅 시인(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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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만 송이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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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가을밤의 시낭송 선생님들과 함께한 시간 즐거웠습니다. 우경선생님 사랑방 스케치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