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얼레지 귀한 질투와 함께 한 가평 석룡산 산행기| 알콩,달콩 산행기
아내와 함께 하는 산행이야기 얼레지 귀한 질투와 함께 한 가평 석룡산 산행기 야생화가 만든 아름다운 자연정원 이야기 *** 산행 개요 *** 일시 : 201년 5월 8일 오전 9시 40분 ~ 오후 4시(6시간 20분) 장소 : 가평 석룡산 산동무 : 수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35명 날씨 : 맑음. 온도 20도 정도
(석룡산 산행지도와 각 포인트 통과 시간)
(화악산과 석룡산이 같이 나온 산행지도 - 참고용으로 지도를 하나더 올린다)
보통은 산행 전 날 술이 문제였는데 오늘은 감기가 문제였다. 감기가 일주일째 잘 낫지 않는다. 며칠 전 동네 의원에서 처방을 받고 목 아프고, 콧물 나는 것은 고쳐졌는데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 특히 밤이면 더 심하다. 토요일 밤 10시 특전미사를 드리고 내일 산행을 위해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으나 기침 때문에 잠을 못 잤다. 아내가 등도 두드려주고 이것저것 마실 것도 가져다 주웠지만 영 듣지 않는다. 새벽 2시까지 그렇게 기침과 싸움을 하다 간신히 잠이 들었나보다.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서 고통으로 잠이 깼다. 비명을 지르자 옆에서 자던 아내가 화들짝 놀라 종아리를 주물러주고 발가락을 펴준다. 간신히 쥐를 다스렸지만 근육이 단단히 뭉쳤고 아픔이 가시질 않는다. 창을 보니 밖이 훤하다. 시계를 보니 5시 50분. 일어나야할 시간이다.
다리가 좀 풀릴까 하여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아내가 챙겨주는 도시락을 챙기고 산행준비를 하였다.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 여름용 7부 바지와 반팔을 입었다. 6시 55분. 집을 나섰다. 어제 내가 사 준 보라색 등산장갑을 낀 아내의 모습이 예쁘다. 집결장소인 아울렛 사거리에 7시가 살짝 넘어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직접 채취한 쑥으로 떡을 만들어 오느라 조금 늦은 마르첼리나님을 기다리느라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다. 떡집 아저씨가 늦잠을 자서 늦어진다는 것이다. (허. 참.. 그 떡집아저씨 완전 떡이다.) 떡을 가져오신 제갈영, 마르첼리나 고문님 부부를 태우고 금정역에 가니 회장님 이하 여러분이 승차하신다. 오늘이 어버이날이라 많은 분들이 못 오실까 걱정했는데 신청한 31명보다 4명이 더 나와 오늘의 산동무는 35명이 되었다.
경춘가도를 달리다 가평시내에서 75번 국도로 좌회전을 하면 가평군청이 나오고 가평천을 따라 나란히 올라가면 연인산, 명지산 입구를 지나 그 끝이 화악산에 다다른다. 화악산을 지나 산길을 계속가면 포천으로 연결된다. 가평천은 물도 많고 또 맑아 그 주변 경관이 참으로 수려하다. 지나는 길 과수원의 배꽃들이 하얗게 맑은 눈으로 또랑또랑 나를 바라보고 있어 반갑게 인사하였다. ‘안녕! 배꽃. 난 하늘바다야. 만나서 반가워.’ 저 꽃들 하나하나가 올 여름 비바람은 잘 이겨내고 좋은 양분을 많이 섭취해 크고 멋진 배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대형 금부처가 멀뚱멀뚱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멀리서 봐도 제법 큰 크기가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데 가평 대성사 대불로 생각된다. 가평은 대원사가 큰 절이고 대성사는 이름도 없는 작은 절인데 저리 큰 부처를 사람들이 잘 보이게 만들어 놓은 것은 ‘사람들에게 부처를 보고 자비의 마음을 갖게 하려는 것일까?’ ‘우리 절에 큰 부처가 있으니 우리 절로 오라는 사람을 유혹하는 마음을 지닌 부처일까?’ 불가에서는 부처는 마음속에 있다고 그렇게 설파하면서도 어리석은 백성들이 마음 속 부처를 찾지 못할까봐 저리 큰 부처를 산 위 높은 곳에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다 보게 하였으니, 하늘의 부처가 보면 뭐라 하실지 자못 궁금하다.
(가평천을 따라 올라가는 길 배꽃들이 환하게 피어있다. 버스에서 찍은 사진)
(대성사로 추정되는 절의 대불 -버스에서 찍은 사진 - 부처를 저리 크게 만드는 것은 부처의 욕심일까 인간의 욕심일까?)
오늘 산행은 원래는 화악산 중봉을 다녀오는 산행이었다. 그러나 산불방지기간 때문에 중봉에 오를 수 없다 해서 그 옆에 석룡산으로 급작스럽게 코스가 바뀌었다. 적목리 약수상회 앞에서 산행을 시작해 중봉을 찍고 조무락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였으나, 더 올라가 자루목이골에서 산행을 시작해 석룡산을 찍고 같은 하산 코스인 조무락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자루목이골 등산로의 시작은 개구멍이다. 입산통제와 산사태 방지를 위해 쳐놓은 팬스에 사람 하나는 너끈하게 들어갈 구멍이 만들어져 있다. 원래는 그 옆에 능선으로 올라 계곡으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고 하는데 길이 힘들어서 등산객들이 철망을 뚫어 개구멍을 만들어 놓았다한다.
산행 전 B코스의 유혹이 있었다. 산마루님 내외, 해밀님, 제갈영님 내외. 제비꽃 누님 여섯 명이 하산 길로 내려가 산행 팀이 내려올 때 까지 조무락계곡을 조금만 올라 계곡에서 편하게 있자는 것이었다. 오른쪽 종아리는 아직 땡땡하니 풀리지 않았고 기침으로 숨 쉬는 것이 편하지는 않아 이 유혹을 이겨내기란 짜장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이 석룡산에 대해서는 남는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나의 평생이 석룡산을 다시 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조금 힘이 들어도 산에 오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었다. 두 달 전부터 산에 다녀오면 꼭 산행기를 쓰기로 하였다. 내가 <수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 것이 2007년 2월 선자령 산행 때 부터였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산을 따라 다녔지만 지금에서 보니 남는 것이 없다. 그동안 다닌 산의 절반만이라도 산행기를 썼더라면 지금쯤 제법 근사한 추억과 자료로 남아있을 터 인데, 기억과 사진으로만 만족하기엔 그 감동이 너무 작다. 그래서 산에 다녀오면 꼭 산행기를 써야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 두 달 전 일이다. 또 그것이 물려줄 재산이 없는 내가 나의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 될지도 모른다. 이 이유가 또한 나에게 작은 의무감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산에 올라야 했다.
(긴 겨울을 지나 계곡도 살아 있다 아우성 이던데... 개구멍을 통과한 산행 입구)
개구멍으로 들어서니 바로 계곡의 시작이다. 맑은 물이 제법 큰 소를 이루고 있고 작은 폭포 하나가 시원하다. 100미터쯤 올라 개울을 건너니 오르막이 시작된다. 산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가늘고 아스라하다. 겨우 한 사람 지나다닐 만큼만 간신히 길을 유지하고 있고, 길 아래 낭떠러지 계곡의 물소리는 시원하다. 올라가는 길 저번 감봉산 구곡폭포를 가면서 이름을 알았던 백합의 유전자를 지녀 노란 자태가 맑게 빛나는 피나물 꽃이 청순하게 피어있다. 이 피나물 꽃의 줄기를 꺾으면 빨간 즙이 나온다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나 식물이나 동물이나 혹은 바위나 지형이라도 이름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그것은 관심의 차이이며 관심은 즉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산행기를 쓰면서 또 하나 늘어가는 것이 이 관심의 증가이다. ‘이름 모를 노란 꽃’과 ‘백합의 유전자를 지녀 노란 자태가 맑게 빛나는 피나물 꽃’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글을 쓰면서 느끼는 사랑의 표현이 사뭇 다르다.
(계곡을 건너는 수사사와 나)
(산행시작 40분후에 만난 와폭을 배경으로)
40여분 오르니 또 다른 소와 작은 폭포가 반갑게 맞아준다. 멋들어지게 폼을 내서 사진을 찍어본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 등산로와 너덜바윗길의 연속이다. 바위에는 이끼들이 많이 묻어있지만 그리 미끄럽지는 않다. 오르는 길 내내 크고 멋진 고사리목 면마과의 관중(貫衆)이 내게도 관심을 보여 달라는 듯 멋지게 펼쳐져있다. 이 관중의 꽃말이 ‘유혹’과 ‘숨겨진 사랑’이라 하는데 습한 계곡에 숨어 피면서 화려한 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여 눈길을 끄는 모습이 꽃말과 너무 잘 어울린다. 조금 더 오르니 하얀 바람꽃과 노루귀, 연한 남색의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어있고, 잎이 넓은 백합과의 박새 풀이 조화를 이루며 널려있다. 어느덧 계곡물 소리도 점점 엷어져 없어지더니 정상 싸리목 능선에 근접 할수록 질투의 꽃말을 지는 보라색 얼레지가 꽃잎을 뒤집어 놓고 나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산행을 시작한 지 거의 두 시간. 길도 없이 40도 이상의 고바위위로 드디어 싸리목이 보인다. 물렁한 흙길을 한발 한발 올라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 올라오면서 석룡산으로 바로 올라오는 길을 택했어야 했는데 그 길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능선에 올라서니 반대편 산에서 올라오셨다는 독립군 등산객 한분을 만났다. 그러고 보니 2시간을 올라오면서 지금까지 우리밖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능선을 따라서는 온통 얼레지와 노란제비꽃 바람꽃 노루귀꽃과 간간히 별꽃들이 옹기종기 석룡산 자연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
(관중 - 온몸으로 유혹하는 이 고사리가 오르는 내내 자기를 봐달라 유혹하고 있다)
(이끼 낀 바위 - 자루목이골로 오르는 길은 이런 길을 계속 올라야한다)
(잎이 큰 박새 - 백합과의 이꽃은 깊은 산속 습지에서 무리지어 자란다고 한다. 자루목이골은 박새들이 자라기에 너무나 적합한 지역이다. 독성이 강해 살충제로 사용된다고 하고 뿌리는 한약재로 쓰인다)
(박새꽃 - 오늘 산행을 하면서는 이 꽃을 볼 수는 없지만 박새꽃을 보고싶어 자료를 찾아보았다. 출처 : 월간문학세계 http://cafe.daum.net/rain1005/)
(싸리목을 오르는 수사사 - 경사가 약 40도정도되는 고바위길이다)
(긴 ~~계곡을 타고 올라 싸리목에서 내려다 본 반대편 마을을 보며 한라산 회장님의 말 " 저 마을 참 평화로워 보인다" 참 평화란 거져 얻어 지는 것이 아니고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의연한 모습으로 모든것을 포용하며 살아가는데 진정한 "참 평화"일 것이란 생각을 잠깐 했다.^^- 가을햇살)
1103고지에 올라가니 모두들 지치고 힘이 든다. 밥 먹고 가자는 소리가 들려오고 우리는 1103고지와 석룡산 중간의 길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B조 6명과 앞으로 먼저 간 2명 뺀 27명이 길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도시락을 펼치니 길이 꽉 찼다. 만약에 다른 등산객이 오면 지나갈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이 오면 어찌 하냐?’ 했더니 ‘올 사람 아무도 없다고 걱정 말라.’ 한다. 정말로 식사를 하는 40여분 동안 아무도 지나 간 사람이 없다. 그렇듯 이 석룡산은 한가하다. 오늘의 점심 중 으뜸은 단연 비빔밥이다. 박이쁜 여사가 비빔밥재료와 고추장 큰 그릇까지 다 가져오셨다. 우리 부부도 이쁜여사의 재료에다 다른 분들이 가져온 재료를 합쳐 비빔밥을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공교롭게 술을 가져온 사람들이 거의 없다. 총무님이 사 온 막걸리가 버스 아래에 있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개구멍으로 들어서느라 아무도 챙기지 못한 모양이다. 나도 대통주 한 병을 사 놓았다가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 그냥 냉장고에 두고 왔다. 그 와중에 산적팀장이 가져온 솔 순으로 담근 <솔순주>가 향도 좋고 맛도 일품이다. 재작년 솔 순으로 술을 담가 작년에 걸러낸 2년 숙성된 작품이라 한다. 향이 하도 좋아서 한잔 받아서 아내에게 맛이나 보고 달라고 주었더니 홀짝 다 마셔버렸다. 다시 한 잔 달라고 해서 나도 한 잔 맛보았다. 멋진 자연에서 맛보는 멋진 술. 시간여유만 있다면 신선이 따로 없겠지만 우리에게는 그 시간이 없다. 동행님이 가져오신 향이 진한 커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다시 일어나 길을 재촉했다.
(싸온 점심의 일부분 - 산에서 이런걸 먹는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석룡산의 야생화 - 얼레지)
(석룡산의 야생화 - 노루귀)
(석룡산의 야생화 - 노란제비꽃)
보기엔 가까워 보였던 석룡산은 생각보다 오르막이 길었다. 식사 후 10여분을 간신히 올라 석룡산에 다 올라갔는데 푯말이 이상하다. 석룡산이 300미터 남았다는 것이다. ‘뭐여. 여기도 엉터리 푯말이 있네.’ 생각하며 ‘2011년 5월 8일 13시 00분, 수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가평 석룡산 정상에 서다.’라는 말과 함께 정상에 폼 나게 올라갔다. 그런데 아뿔싸 산 정상 표지석이 뽑혀져 있다. 어리둥절해 있는데 누군가 여기가 정상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얼마 전에 옆에 봉우리로 정상을 옮겼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봉우리가 제일 높은 것 같아 석룡산 정상으로 정했다가 정확하게 계측해보니 옆에 있던 봉우리가 조금 더 높아 정상을 옮긴 것 같다. 여기서 보니 화악산 정상이 훤히 보인다. 저 곳이 경기도에서 가장 높고 가장 추운 곳이라 한다. 모양을 보니 공군이 레이더 기지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 정상에는 일반인들은 못 들어간다. 다시 진짜 정상을 향해 직진을 한다. 가짜 정상에서 조그만 봉우리 하나를 옆으로 돌고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 귀한 얼레지와 야생화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저 귀한 얼레지가 이곳에서는 가장 흔한 꽃이 되어버렸다. 마치 황금나라의 황금이라고나 할까. 10여분을 더 산행을 한 후 1시 10분 드디어 석룡산 정상에 섰다. 그러나 이곳은 나무에 막혀 구 석룡산 정상보다 전망이 더 없다. 화악산 정상도 잘 안 보인다. 아무튼 정상에 왔으니 기념사진 한방 찍고 우리는 다시 직진을 하였다.
(구 석룡산정상에서 본 화악산)
(야생화 천국 - 카메라를 땅에 놓고 찍은 모습)
(야샹화 천국 - 얼레지와 노란제비꽃이 지천에 널려있다)
(신 석룡산 정상에서)
20여분을 더 앞으로 가니 방림고개(쉬밀고개) 표지석이 보인다. 이곳에서 계속 오르면 화악산 정상이지만 출입금지 표시가 앞을 막는다. 우회전해서 길을 내려간다. 이곳에서 하산집결지인 38교까지는 5.2Km. 결코 짧지 않은 길이다. 조망이 없는 산이다 보니 내려가는 길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다른 산에서 느끼는 멋진 바위에 멋진 풍광들은 이곳 석룡산엔 없다. 내려가면서 화악산 중턱을 보니 이곳은 높은 지대라 아직 녹음이 올라오지 않고 휑한 연갈색 바탕에 푸른 잣나무 숲이 듬성듬성 보인다. 그러고 보니 석룡산 능선 일대에 진달래가 많이 보였는데 아직 꽃 몽우리도 안 올라 온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산들은 진달래는 이미 오래 전에 다 지고 없는데, 여기 석룡산 화악산은 한 일주일 정도는 더 있어야 겨우 필 것 같다. 진달래가 일천미터가 넘는 고지임을 대변하여 준다. 잣나무 숲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내려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잣나무 숲이 우리를 가로 막는다. 아내가 쉬었다 가자고 하고 뒤에서도 ‘선두 제자리’라는 외침이 들려온다. 우리는 각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마음껏 잣나무 숲의 향기를 호흡하였다. 솔 향과 같은 잣나무 향이 코끝을 찌르고 폐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한 10여분 우리는 잣나무 숲이 주는 행복에 한껏 취해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한참을 수다를 떨다 보니 앞에 있던 분들이 하나도 안 보인다. 이궁! 하산길이 걱정되어서 내려가셨나 보다. 우리들도 주섬주섬 다시 일어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을 계속한다. 아까 올라왔던 자루목이골 과는 달리 이 길은 등산객이 많이 다녀서인지 길은 제법 넓고 편하다.
(잣나무숲에서 휴식을 취하는 나와 수사사) 잣나무 숲을 떠난 지 20분 정도. 드디어 계곡과 만났다. 첫 번째 만나는 물인데도 물이 너무 많고 맑다. 앞서 내려온 사람들은 이미 신발을 벗고 족욕을 하고 있다. 나도 얼른 가서 발을 계곡물에 담갔다. 생각과는 달리 물이 너무 차가워 단 10초도 발을 담근 채로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은 모두 신나하고 아내는 물장난을 하자고 나에게 물을 튀겨본다. 물이 하도 시원해 목이 말랐던 나는 그냥 계곡물을 마셔본다. 마치 냉장고에서 갓 꺼낸 물처럼 정말 시원하다. 한참을 계곡에서 놀다가 우리는 다시 길을 재촉한다. 내려가는 길 묵은 무덤 하나가 있었는데 멧돼지가 절반은 파헤쳐 놓았다. 길옆으로는 멧돼지 흔적이 군데군데 보인다. 여기까지 내려오니 활짝 핀 진달래를 만날 수 있다. 족욕을 한 후 20여분을 다시 내려오니 화악산 중봉으로 가는 갈래길이 나온다. 원래 계획으로는 중봉을 거쳐 이 갈래길로 내려올 것이었다. 이 갈래길 부터는 제법 정비가 잘 되어있다. 등산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사람들이 깔아놓은 돌길이다. 갈림길에서 조금 저 내려오니 왼쪽으로 복호동폭포로 가는 표지가 보인다.
(계곡에서 한껏 족욕의 시원함을 즐기는 수사사)
(계곡에서 족욕과 세수 - 물이 너무 차가와 발을 오랫동안 담글 수는 없었다)
(하산길 길옆에 별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하산길을 벗어나 폭포 쪽으로 50M 정도를 오르자 규모가 제법 큰 폭포가 보인다. 폭은 그리 넓지 않지만 높이는 3~40M는 되어 보인다. 폭포를 배경으로 모두 근사하게 사진도 찍고 폭포 옆에서 떨어지는 약수도 맛보았다. 이 물도 역시 맛이 끝내준다. 니도 한잔마시고 아내에게도 건냈다. 폭포 옆에는 고목에 움푹 파인 부분에 살짝 피어 난 괭이눈이 신비하면서도 아름답게 생명의 한자리를 잡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며 느끼는 한 마디는 <생명은 언제나 위대하다>이다. <생명> 이 아름다운 찬란과 황홀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북호동폭포 앞에서)
(폭포 옆 고목이 패인 곳에는 괭이눈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폭포를 벗어나 다시 20여분 내려오자 석룡산으로 바로 올라가는 갈림길과 근사한 식당이 나온다. 이 식당에는 여러 꽃들을 심어 놓았는데 그 중 금낭화가 그 이름만큼 너무 예쁘다. 이 꽃은 솜씨 좋은 요정이 아름다운 여인을 유혹하기 위해 만든 모양이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금낭화의 꽃말이 ‘당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이니 만약 이 꽃을 선물 받은 여인이라면 꽃의 아름다움에 홀려 어쩔 수 없이 당신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하다. 금낭화 옆에는 하얀 작약이 수줍게 피어있다. 하얀 돌배나무 꽃도 참 정겹고, 국제공인혈통증명서가 있는 멋진 강아지도 2마리가 자기 집에서 먹을 것 달라고 꼬리를 흔든다.
(당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란 꽃말을 지니고 있는 갈림길 식당의 금낭화)
(갈림길 식당의 꽃 - 작약)
(갈림길 식당 앞의 꽃)
(갈림길 식당앞의 배꽃)
(갈림길 식당 앞의 꽃)
(갈림길 식당 앞의 꽃)
(갈림길 식당의 개 - 국제공인혈통증명가 있는 개이다)
식당을 지나자 각종 팬션들이 줄지어 있다. 다양한 모습의 집을 지어놓고 자기 집으로 놀러오라고 유혹하는 팬션들을 지나자 38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식당에서 동행님과 몇 명이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산행에서 내려온 나는 막걸리 한 잔을 마셔야 했기에 국수 예약해 놓았다는 총무님의 성화를 뒤로하고 기어이 식당으로 들어가 도토리묵에 걸쭉하게 가평 잣 막걸리 한 사발을 얼른 들이키고 아내에게도 한 사발 주었다. 막걸리 한잔 간단하게 즐기고 버스에 오르자 버스기사가 예약해 놓은 국수집으로 이동을 하였다. 캐나다 참전 기념비 바로 옆에 있는 ‘가평잣국수’집이다. 잣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그 집 딸아이가 강조해서 말하지만 뭐 그리 훌륭한 맛은 아니다. 거기에 국수 한 그릇 가격이 7000원. 조금 바가지를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총무님이 가져온 막걸리와 치킨과 머릿고기를 안주 삼아 그런대로 뒷풀이를 하였다. 국수를 거의 다 먹어가고 있는데 계산대가 시끄럽다. 우리가 가지고 들어 온 술과 안주 때문에 식당 주인과 마찰이 생긴 모양이다. 융통성 없는 식당 주인 같으니라고. 아무튼 다들 좋지 않은 기분을 가지고 식당을 나왔다. 제비꽃누님은 인터넷에 올린다고 식당 사진 찍는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혹시 가평쪽으로 가시면 캐나다 참전 기념비 옆에 있는 ‘가평 잣국수’ 집에는 가시지 않기를 권한다. 혹시 단체로 가시더라도 차에 있는 술과 안주는 그대로 두고 그 집에서 꼭 시켜먹어야 말썽이 없을 듯하다. 찝찝한 뒷풀이를 끝낸 후 안양으로 돌아오는 길. 가평에서 춘천방향으로 좌회전을 했어야 했다. 우회전을 하자마자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며칠 전 5월 5일 강촌의 검봉산에 왔다가 청평까지 막힌다는 것을 알았던 나는 차를 춘천으로 돌려 강촌IC를 통해 경춘고속도로를 타자고 제안해 보았지만 그냥 계속 앞으로만 간다. 5시 30분에 가평을 출발한 차가 8시가 넘도록 청평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결국 청평을 다 지나서야 청평대교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서종 IC를 통해 경춘고속도로를 올라타니 그런대로 차가 잘 빠진다. 그러기에 진즉에 이 길로 왔어야지. 외곽순환도로도 많이 막히고 우리는 10시 30분에 안양에 겨우 도착하였다. 화악산 중봉이 산불방지기간이라 막혀있어서 석룡산으로 코스를 바꿨다. 산행 계획단계에서 감지했어야 했는데, 산행 전날 알게 되어 급작스럽게 코스변경이 이루어졌다. 석룡산은 자루목이골의 원시림과 계곡, 정상 능선의 얼레지 꽃과 야생화, 하산 길에 만난 시원한 잣나무 숲, 시원을 넘어 짜릿한 조무락골에서의 족욕, 숨겨진 비경 북호동 폭포, 참 편안한 조무락골 오솔길, 조무락골 갈림길 식당의 금낭화가 아름답게 추억될 산이다. 아쉬운 것은 조망이 너무 없어 산에서 하늘을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산에서 멋진 산세와 바위들 조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산은 추천할 코스는 아니지만, 차분히 자기를 돌아보고 산과 산이 주는 잔잔한 목소리에 귀를 귀 기울이실 분이라면 단출하게 몇 명이서 산행하기에 좋은 곳이라 평가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