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의 일기장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은
내 생활 중 가장 바쁜 날이다 사회 복지과 야간반에서 복지를 공부하는 날!
인정미 넘치는 교수님 지도 받고,다정한 학우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날!
내 인생 황혼기에 정성을 다하여 지도 해주시는 교수님들 만난 일은, 나에게 있어 영광이고, 엄청난 복이다
다정한 학우들과 동고동락하며 공부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나는 행운을 송두리째 거머쥔 셈이다
막내딸까지 대학 졸업 하고 취업하고나니 우리 부부만 달랑 남았다
남들은 신혼이라고 하는데 ,심경이 몹시
허탈하고 허전하였다. 주변에 모든 것이 다 떠나버린 듯하였다
지난날 힘겹게 살아온 짐을 벗어 던지고,
멀리 여행도 하고 싶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편안하게 살아가고도 싶었다
그런데도 웬일일까? 내 인생 말년을 의미 없이 허송 세월 보내다
흔적 없이 마감한다 생각하니 허무하고 억울했다 무슨 일이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고민하고 있던 중에 아내와 아들 녀석이 학교를 권했다
가까운 순천에 제일대 사회복지과를 다니면서 노후를 보내면 어떠야고 ..
내 눈에 번쩍 띄었다 어릴 때 가슴에 간직 하였던 소망이 내 가슴에 불을 당겼다
"할 수 있을까?" "이 나이에 공부는 무슨?" 자문자답하며 밤잠을 설쳤다
만년에 이 학교를 졸업 하신 선배님께 문의를 하였다 나의 사정을 대충 말씀 드렸다
너무 기뻐하시면서 선택을 잘했다고 격려 해주시면서
기뻐하신다 무겁던 마음이 날아 갈듯 가볍다 용기가 솟아 오르고 각오가 새로워 졌다
사실 초등학교 빼고는 기회를 놓쳐 재때에
학교를 졸업하고 다닌 적이 없는 나 초등학교 졸업후 가난으로 3년간 가마니 공장에서
돈 벌어 동생,후배들과 중학교 졸업, 고등학교 6년 만에(중간에 군대) 졸업 언제나 가슴 한구석엔 한이 서려 있었다
재대로 학교 들어간 친구들을 보면서 가슴 아파 구석에서 울었던 어린 시절 특히 군대 재대하고
고3에 복학 했을 때는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다 친구들은 대학졸업 하고 취업전선에
가는데 고3 생각만 해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배움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가슴 한구석에 찌거기 처럼 남아 있는 한 세월 이제 그꿈이 영글어 간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80년도 POSCO에 입사 하면서 나의 학업의 꿈은 영원히 접는 줄 알았는데
오늘 이렇게 학교에서 공부 하고 있다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너무도 감사하고 고맙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마음껏 날고싶다
오십대 중반 나이에 공부를 하려니,불리한 조건들만 거미줄처럼 엉켜온다 체력은 달려 학습 능력은 줄고,
기억력이 감소되고 시력은 희미 해지고...
이십대 젊은 시절을 끝으로, 30년 넘는 긴 세월 책 한 권 제대로 읽을 기회가 없었다
직장생활 교대근무에 얽혀 살아오는 동안,
머리 안에는 세상살이 찌꺼기들로 가득 담겨 온통 빨갛게 녹슬어 있다
어느 한 가지도 공부에 유리한 조건이 없다 다만 내 가슴에 의욕만이 하늘이라도 솟아 오를 듯 불타고 있을뿐
망설임과 주저함 오랜 갈등 끝에, 개강 2일을 남기고 등록 하였다
모두 다 젊은 수강생이면 어찌할까 했는데,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이십대에서 오십대 까지로
구성된 야간반,나이에 따른 부담은 다소 해소가 되었다
학우들 대부분은 가정에서,직장에서 1인3역을 하는학우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46명 가운데 남성은 달랑 5명,나이가 많으니 과 대표하면 어떠야 등 떠미는 학우들
난 최대의 수혜자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제일 멋진 선택을 한 것 같다
강의실 분위기 마음이 헝클어진 나에게는
더욱더 안정감을 심어 주었다
일일이 출석 점호 하시는 교수님께, '교수님!, 제 이름은 호명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큰 소리로 말하니,학우들 모두가 하하하 웃음바다 연출하였다
중학교 때부터 매일 기록했던 일기장 한구석에는 이제 만학의 기쁜을 담는 소식들이 쓰어지고 있다
먼훗날 내가 자서전을 쓴다면 내 인생에 제일 기억 남는 대학시절이 제일 많이 기록될 것이다
어느덧 1학기 종강이 다가오고 있다
나이나 성별 구분 없이 구성된 학우들은 서로가 위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다
공부하면서 레포트를 발표하거나,각 조별 미술 솜씨를 발표 할 때는 서로 박수로 격려해주고,
치료 레크레이션 시간에 춤을 추며 웃어주고 ,교수님의 평을 듣고 어린애처럼 즐거워 하며
모두들 나이도 잊은 체 동심으로 돌아간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미술은 까막눈이나 진배 없던 나의 면학 성과도 크게 향상된 듯하다
태산 아래 아마추어 등산객처럼 정상이 까마득했는데,멀리만 보이던 사회복지라는 단어도 봉사라는 것도
이제 조금씩 손에 잡힐 듯 보이기도 하고 의욕이 솟고 자신도 생긴다
따뜻한 봄날 휴일을 이용하여 학우들과 봉사를 다닌 기억은 잊을 수 없는 만족을 얻었다
힘들고 지친 저 어느신들을 미력하나마 도울 수 있는 나는 얼마나 복 받은 사람들인가
힘이 다하는 날까지 봉사 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학교 다니면서 배우리라 다짐도 한다
이제 국가와 사회,회사, 친구,가족으로부터 받았던 수 많은 해택들을
하나 하나 나누어주고 내려놓고 가는 준비를 하려한다 반드시 멋진 사회 복지사가 되어 배려하고
힘 없는 분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되는 등불이 되도록 준비를 차근차근 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잘된 만남은 성공이요,잘못된 만남은 불행이다
나의 학교에서 사회복지사로 만남은 잘되고 행복한 만남이고 싶다
또한 이세상 마치는 그날까지 영원히 기억되는 만남이고 싶다
당신들을 만나서 내 인생이 행복 했다고 말 할수 있도록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그런 만남이고 싶다
이제 새로운 나의 세계를 찾아가려 한다 지나쳐 버리던 사물을 유정하게 관찰하는 습성을 기르고 관조의 맛도 음미하려 한다
힘차게 솟아 오르는 태양의 정기에서 미래 희망을 뽑아내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서산을 붉게 물들이고 사회에 받았던 해택을 되 돌려 주고 공헌하는 푸른 꿈의 창조자가 되고 싶어 진다
가을 낙엽에서 영고성쇠(榮枯盛衰)의 세상이치를 아름답게 묘사해서 세상의 모든 악을 무너뜨리고 싶고
스쳐 가는 바람소리에 짜릿한 향수를 그려내고 싶다
내 남은 일생을 노인복지가 실현되는 그날을 위해 사회복지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는그날을 그리면서
또한 나 자신을 수신하여 노후를 아름답게 꾸미고 곱게 늙어 가고 싶다
사회복지사, 노인 심리 상담사 , 자원봉사란 단어는 어렵고 수많은 고통도 요구되지만,
수양을 하고,상대를 배려하고 고통을 나누어 주는 신앙 같은 그 길을 가는데 나는 주저하지 않으리라 다짐 해 본다
이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소망이고, 갈길이기에 끝까지 지켜야 할 나의 자존심 향해 오늘도 달려가리라
만학도의 일기장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일기장 정리하다 옮겨 봅니다
첫댓글 짝!짝!짝! ~
무한한 박수..
잘 하셨습니다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
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만학도는 더더욱 80대에 글을 읽히며 즐기시는 촌로분들을 눈앞에 아롱거리듯
글님 회원들이 그러하리라 생각이 왕창 먹구름처럼.... 감사합니다.
눈물이 빙그르르 그 상태로 글을 끝까지 읽어보았어요
참 대단하십니다
안주하지않고 삶을 조금씩 조금씩 살찌워봐야겠어요
앞으로도 더 멋진 삶을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