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가끔씩 집사람 동행해서 걸어 보는
소래습지 생태공원 둘레길
편한 걸음으로 걸으면 두시간이고
운동 삼아 빨리 걸으면 한시간 20분 정도
중간 지점에 전망대 카페와 해수 족욕탕이 있다
자주 걷는 길이지만
나갈 때 마다 자연이 주는 고마움에
그져 고개를 끄덕인다 집사람과 아웅다웅 하며
소래포구를 가슴에 안고
장아산을 동쪽에 북쪽으로는 소래산이 있고
그 아래로 인천대공원이 우리 집 품안에 있다
서울의 서쪽이고 인천의 동쪽이며
인천지하철2호선 종점 운연역이 인접해 있는
인천의 청정마을로 더 잘 알려진 서창동
이곳에 보금자리를 잡은지 일년이 지났다
소래습지 둘레길은
해송과 해당화 가로수가 일품이고
마을 초입에 아카시아나무가 숲을 이룬다
습지에는
밀물과 썰물 때 물을 담는 옛물길이 있으며
습지 한가운데 쯤
덴마크를 연상하는 풍차가 달린 아담한 집 세채
보는 각도에 따라서 두채로 보이기도 한다
작은 평야 같은 습지로
습지 안으로 난 오솔길을 걷노라면
도심의 번잡한 마음이 어느새 사라지고
조용한 시골길을 걷는듯한 호젓함에 빠져든다
이곳이 일출의 명소로 알려진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일가 친척분이 강원도에서 새벽길을 달려
일출의 장관을 고스란히 카스에 올려주니 감복할 따름이다
갯벌과 사막에서나 봄 직한 붉은 색 풀이 서식하고
물억새와 갈대, 삘기가 군락을 이루는
그져 그런 황량하기도 한 습지로
걷는 길 외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집 앞에
이렇게 넓직한 생태공원이 있다는건
큰 복이려니 하면서 짬짬이 공원의 사계에 빠져들곤 한다
오늘은
45mm렌즈를 장착한 캐논 카메라로
일출을 담아 보려고 새벽 잠을 설쳤는데
일출시간에 안개가 자욱하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이른 점심을 먹고 오후 늦게 비소식인데 부지런을 떨었다
아직도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남들 다 잘 찍는 접사가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늘 시행착오는 있기마련이다 그져 연습이 최고라 생각하며
자동메뉴에 맞춰 놓고 렌즈를 부지런히 돌렸다
폰 같으면 구도만 잘 맞추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정리되는데
괜히 정성을 드리나 싶기도 하고,
카메라 앵글을 이리저리 맞추며
습지의 야생화를 마음껏 담고 싶었는데
해당화는 시들기 시작해 고운 빛깔이 바래지고
엉겅퀴도 어쩌다 한 두 송이 자색이 곱다
아카시아꽃은 이미 다 지고 송화도 꽃가루가 다 날린 듯
일찍 찾아 온 여름은 갯벌마져도 마르게 하고 있었다
드믄드믄 습지의 속살을 들여다 보며
햇살과 구름 사이에서 맑은 공기를 가슴속까지 채운다
워낙 넓은 습지 공원이라서 찾는이가 많은데도 한적한 느낌
쑥 자란 억새의 하얀손이 바람을 타고
멀대처럼 올라오는 갈대는 아직도 키가 작다
옛 염전 창고는 허물어져도 보수는 전혀 안하는 듯
흉물 같기도 한데 그대로 보존 하려는건지 통 알 수가 없다
염전의 모습은 그대로 모양을 갖추고 있는데
그렇게 실감은 나질 않는다 소금 장수가 없어서일까
습지 모서리 쯤에 있는 전망대를 보면서 우측으로 가면
작은 다리가 나오고 건너면 바로 소래포구 어시장이다
몇년전 소래포구시장에 화재가 나기 전에는
서울 경기 사람 절반쯤은 다녀간 북새통 포구시장이었는데
복원은 느리고 상인들의 정겨운 입담은 듣어 본지 오래
옛것이 더욱 그리운 것은 이 곳도 마찬가지
다래마을을 아무리 새롭게 단장한다 해도 옛 멋이 나올까
천일염으로 발 찜질을 하고
해수 족욕탕에 한 참을 담그니 피로가 가신 듯
발 씻고 의자에 앉아 해풍을 맞으며 식혜 한 캔을 딴다
꿀 참외와 방울 토마토는 입안에서 녹아내리고,
어제 큰아들 내외 집으로 찾아와
청송 달기 약수로 오리 백숙 저녁상을 차리며
지난 달 중국 장가계 여행 선물 보따리를 푼다
사는게 별거 있을까 행복이란 생각하기 나름인데
다음주는 작은아들 내외 온다니 기다림도 즐겁다
오늘은 찍사 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세시간 반을 훌쩍 넘었다
샤워하고 막걸리 한잔하니 세상부러운게 없네
아직도 못다 본
소래습지생태공원은 내 손안에 있다 생각하며
또 다음 둘레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