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마치며
산에는 생명의 경이가 있고, 거스르지 못할 위엄이 있고, 높은 경외가 있다.
눈이 시리고 가슴 아리도록 아름답고, 극한과 감명 속에 멀고멀었던 백두대간의 대장정(천왕봉-진부령)은 도전 1년 8개월 31구간 차로 종료되었으나, 되돌아보고 바라기는 그 대간이 내 마음과 정신과 생활에 접목되어, 이제는 나와 공생하는 자존심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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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실의는 더 큰 결의를 다지는 동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고통과 좌절은 더 높은 인내와 용기를 가져다 주는 계기가 되었던 백두대간.
지금도 그 구간마다 쌓인 사연과 추억은, 먼지를 털어내면 정갈하게 들어나는 앨범 같이 새롭게 떠올라, 보고 듣고 느끼고 행동했던 그 많은 일들이 한동안 내 삶의 주위를 감싸고 떠나지 않는 추억으로 그리워 질 것이나, 숱하게 스치고 지나쳤던 산행 중의 묵묵한 이정목과 가지에 부지하여 팔랑이던 한 조각 리본 시그날조차 산객의 고독하고 두려웠던 산길의 외롭움과 고통을 같이하며 덜어주던 원군이었던 것처럼, 내 인생 앞의 한 줄기 불꽃되어 행복과 사랑으로 인도하는 길잡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얼뜨기 산객에 불과한 나에게 있어 산은 믿음이요, 진실이요, 그리움인 것같이 이 땅의 백두대간 역시 그 문화와 역사 속에서 그렇게 살아 영원히 무궁할 것이며, 한 순간 스쳐간 우리의 모습 또한 그러할 것이며, 남은 우리들 자신 또한 함께 그러하기를 빌어본다.
오선산악회 산행 대장님과 집행부에 감사와 박수를 보내며.
2010. 1. 23.
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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