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은빛수필 원고> - 기행수필 1편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여행기
(고베, 나라, 교토, 오사카시를 다녀와서)
김학철
그간 말로만 들어오던 이웃 섬나라 일본 땅을 난생 처음 밟았다. 벚꽃이 만개한 4월 하순 김포공항에서 이륙한지 불과 1시간 30분 만에 오사카大阪만에 있는 간사이關西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그야말로 지척에 있는 나라다.
그 공항은 옛날에는 바다였던 것을 인공 섬을 만들어 국제공항으로 설치한 것이란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재일교포인 가이드 심윤경(55세, 여)씨가 일산 승합차와 함께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 일행을 반가히 맞아 승차시킨 후 고베神戶시로 향했다. 그때부터 가이드의 설명이 시작된다. 그는 부산태생으로 25세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살게 되었는데 건축업 하는 일본인 청년과 만나 결혼하였고 오사카시에서 아파트 3채를 전세 얻어 9년째 관광객을 위한 숙박 및 가이드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으로 성격은 밝은 편이고 서울말씨의 한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했다.
첫날에는 일본 제3위의 무역항인 고베 시내에 있는 역시 일본 3대 온천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병통치의 약수’ 라는 ‘아리마온천’有馬溫泉 으로 안내되었다. 그 옛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자신만의 온천탕으로 지었다는 황토색의 유황온천수로 자신과 측근들만의 전용으로 사용했다 한다. 그 유명세를 타서인지 일본인은 물론 해외관광객들까지 많이 찾아와 항상 만원이란다.
온천욕을 마친 우리일행은 18년 전 고베대지진이 발생된 장소로 안내되었는데 당시 사망자 4,400여명, 부상자 1만 4,600여명, 가옥완전파괴 6만 7,000여동, 반파 5만 5,000여동으로 엄청난 피해를 당했는데 이번에 가보니 완전복구 되었고 일부 해안 시설의 피해지역은 일부러 남겨 보존하는가 하면 당시 참혹했던 현장사진과 영상물을 상영까지 해줌으로서 오히려 그날의 참상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기발함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 후 고베항구인 ‘하버랜드’ 로 안내되어 커다란 유람선과 항구야경을 관람하였는데 8년 전에 가봤던 이탈리아 나폴리 항구와 흡사한 황홀하고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후 오사카大阪시내 중심부에 있는 40층(지상 173m) 우메다 스카이빌딩 옥상(공중정원)에 올라가 오사카시내의 밤풍경을 360도 회전하며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오사카시는 일본에서 도쿄다음 2번째 큰 대도시답게 넓고 웅장하며 휘황찬란한 야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다음날은 옛날 고대시대 일본의 국도國都로 번영을 누렸던 고도古都인 나라奈良시로 안내되어 사슴 수십 마리가 방목되어 있는 사슴공원을 거닐었는데 평소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것에 익숙한 탓인지 사람들을 잘 따랐다. 또 그 옆에 있는 사찰 도다이지東大寺를 관광했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절 내에는 커다란 청동불상이 있어 일본인의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찰은 당나라때 건축양식으로 백제 장인들이 건너와 지었다는 말도 들려왔다.
이어서 나라시의 다음 수도首都인 교토京都시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전까지 일본의 국도였는데 우리 일행은 그 교토로 이동하여 ‘황금의 물’ ‘인간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물’ 이 흐른다는 폭포수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청수사淸水寺로 안내되어 관광했다. 이 때 일본의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곱게 차려 입은 일본아가씨들이 2명 또는 3명, 5명 등이 나란히 그 사찰을 오르내리면서 관광하는 것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간 도로나 빌딩 등 건물 또는 평상복을 입고 다니는 일본시민만 봐서는 이 곳이 일본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는데 간혹 눈에 띄는 일본식 전통가옥과 더불어 이들 전통의상을 입은 일본여성들을 보니 내가 지금 일본 땅에 와 있구나 하는 것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또 황금빛이 나는 3층짜리의 아름다운 금각사金閣寺를 관광했는데 ‘청수사’와 ‘금각사’는 다 같이 〈세계문화유산〉 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승합차속에서 가이드가 뜻밖의 말을 들려주었다. 교토중심부에는 5년제의 기녀妓女,藝妓양성 전문교육기관이 있는데 중학교 졸업한 소녀중 희망자에 한해 소정의 심사를 거쳐 그 곳에 입소하면 2개 외국어는 필수이고 음악, 무용, 다도茶道와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예술 등 학문과 미모와 기예를 갖춘 여성으로 성장 시킨다고 한다. 그 여성이 성장 하더라도 결혼은 평생동안 하지 않고 재계나 정계의 실력자 비서로 들어가 평생 그 남자의 사업보조원 및 첩妾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풍습이 400년간 이어내려 온다고 하는데 교육받는 기간의 여성은 ‘마이꼬’ 라하고 재계나 정계의 실력자인 남자한테 속하여 들어가면 그때부터 ‘게이샤’ 라고 부른단다.
교토 시내의 어느 지역에는 이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곳이 있었다. 이들은 얼굴화장이나 몸매 가꾸기는 물론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호사스런 생활을 한다. 일본사회에서는 게이샤를 거느린 남자를 아주 유능한 사람으로 추앙 받으며 그 남자의 본처本妻 역시 게이샤를 거느린 남편을 유능한 남편으로 생각 한다하니 일부일처제인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이상한 일이었다. 짙은 화장을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그들이지만 내 눈에는 어쩐지 슬픈 여자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셋째 날에는 가이드의 안내 없이 우리일행만 움직였다. 지하철은 타려고 오사카 전철역에 들어가 기다리고 있던 중 열차가 오는 것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한일 양국 국민이 영원히 기억해야할 일이다.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씨 이야기다. 그는 12년 전 도쿄부근의 한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추락한 술 취한 일본인을 구출하고 대신 숨을 거둔 일본유학생이었다. 이일로 1억 1,000만여 명의 일본인들은 감동하였고 또한 이 나라 국민들은 자신들의 개인주의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일본 내 제2의 도시인 오사카시의 오사카 성을 관광했는데 8층 높이의 웅장한 성으로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430년 전에 만들었다는 일본의 3대성城의 하나로 오사카 시내가 두루 잘 보이는 고지대에 있으며 성주변에는 뺑 둘러 당시 강물이 흘렀고 성벽은 커다란 바윗돌로 축조되어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방어하는 철옹성 요새지였다 한다. 큰 바윗돌로 지반공사 축조당시 수많은 백성들의 피땀 어린 고생과 희생자가 많이 속출하였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후 도쿠가와 막부德川幕府에 의해 도요토미는 죽고 그 성은 불타버렸단다. 지금의 성城은 도요토미 시대 최초 건축된 성이 그려진 병풍그림을 보고 1931년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영원한 절대 강자는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또 마지막으로 일본 내에서 3번째로 크다는 대형수족관을 관광했다. 7층 높이의 대형 건물 내에는 민물에서 사는 수달부터 바닷물이 있는 곳에는 춤추는 돌고래, 물개, 바다표범, 바다사자, 상어, 문어, 가오리 기타 크고 작은 각종어류 또 빛을 발산하는 해파리 종류 그리고 남극에 사는 펭귄들 외 평소 보지 못한 다양한 어류들이 있었다. 이상 고베, 나라, 교토, 오사카시 등 4개 도시를 관광하면서 느낀 점은 잘 정비된 시원한 도로, 견고하고 아름다운 건물에 쓰레기나 담배꽁초 없는 깨끗한 거리, 불법주차 없는 도로와 현지인들의 친절함에 인상 깊었고 오사카에서 유명한 초밥집의 경우 줄을 서 30분 또는 1시간 기다려도 인내심을 가지고 침착하게 기다린다든지 또 줄이 길어 남의 음식점이 가릴 때에는 그 음식점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 음식점의 앞을 비위 놓고 다시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공원, 사찰, 전철역, 수족관 등 관광지에는 어김없이 수많은 관광객들이 붐볐고 그곳에는 수많은 기념품 판매가게나 식당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일본에는 물가가 비쌌다. 음용수 급수시설이 없고 물 한모금도 전부 사먹어야 했다.
가이드는 또 재미있는 말을 들려준다. 유행에 민감한 도쿄는 ‘(옷을) 입다가 망한 도시’ 도톤보리등 먹자골목이 즐비한 오사카는 ‘(음식을) 먹다가 망한 도시’ 또 직전 일본의 수도이며 전통도시인 교토는 ‘(신을) 신다가 망한 도시’ 라고 들려주었다.
일본은 노인들의 천국이었다. 관광지 매표소 및 각종 기념품판매점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는 60세 이상 70대 후반까지의 노인들이 근무했고 젊은 이들은 자신의 학력이나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건설현장 또는 음식점, 슈퍼 등에 가서 진일 궂은 일 마다않고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일본에서 요리사와 미장원에서 일하는 남녀미용사를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고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일류요리사와 기모노 의상 만드는 1인자 등은 모두 한국인이라고 귀띔해 주기에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다.
극히 일부 극우단체회원들만 피켓을 들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시위를 할뿐 다수의 일본국민은 이에 별 관심이 없고 10여년간 계속되는 경기 불황극복과 물가안정에만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2박 3일의 짧은 일본관광은 끝났다. 일본- 하면 명암이 엇갈린다. 그 나라는 자국민들에게는 행복하게 잘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간 극히 소수를 제외한 역대 총리나 외상 또는 관방상들은 가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아 우리 속을 썩이더니 이번에 선출된 아베총리 역시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켜 총선에서 자기 당의 승리를 위한 술책인지 몰라도 유달리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다른 나라를 침략한 사실조차 부정하는가 하면 자신의 나라 헌법까지 개정하려고 획책하고 있는 등으로 우리 국민과 주변나라들로부터 분노를 사고 있다. 아직도 옛날의 제국주의 망령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마침내 관광을 마친 우리일행은 간사이국제공항의 김포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굉음소리를 내며 여객기는 공항을 박차고 이륙했다. 기내 창문을 통해 바라보니 일본 땅이 시야에서 차츰 멀어진다.
섬나라 일본, 세계에서 몇 번째 안가는 선진국, 국내 공중도덕과 질서가 확립되어 있는 나라 일본,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개운치 않은 나라 일본!
정녕 가까이 하기엔 아직도 멀기만한 그대가 바로 일본인가!
( 2013. 5.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