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장 부산의 봉화
둘째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초량왜관 항구에 있었다. 내가 완전히 잠에서 깨기 훨씬 전에, 움직임이 없다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그 사실을 알았다. 내 주변은 더 조용하고 동시에 덜 조용했다. 우리의 작은 우주인 배로 대표되는 자연의 세계는 멈췄고, 모든 추진력을 줄이지 않은 채 소리없이 사람들의 세계로 옮겨 갔다. 사람들은 이제 물려받은 에너지의 일부를 내가보기에 아무목적 없이 내 머리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낭비하고 있는 중이다.
옷을 입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상쾌한 봄날 아침이었다. 몇 달 전에 그랬던 것처럼, 두 번째로 원형경기장처럼 둘러싼 산들을 죽 둘러보았다. 첫 번째는 모든 것이 새롭고 두렵고 냉랭했었다. 나의 경솔한 침입을 막는 듯한 풍경이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그 공기가 나를 환영해 주었고, 산위의 군데군데 풀은 이미 푸르렀다. 또 다른 한 해였다. 나는 그때 올해가 피로 물들 줄을 그리고 최근에 나에게 작별인사를 했던 사람들이 제 명대로 살지 못하리라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다. 뒤에 남은 사람들도 먼저 간 그처럼 올해 모두 조선을 떠나야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배는 하루 종일 정박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아침 식사 후에 나는 해안에 상륙했다. 마을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내가 착륙하는 것을 보기 위해 모여든 군중도 같았고, 광장에 있는 게으름뱅이들도 같았고, 땅 위에 펼쳐진 그들의 상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조선 노점상들도 같았다. 그것을 보는 내 눈만 달라졌다. 그때 내게 그렇게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 어떤 식으로든 나를 놀라게 하지 않았다. 주목할 것도 없었다. 여명 속에서 보았던 것이 대낮에 보니 친근하였고, 눈부신 빛 속에서 대비가 사라졌다.
나는 J가 아직 세관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의 책상에서 지금은 그 곳의 오랜 단골이 된 그를 발견했다. 그는 나와 점심 식사하기로 약속했고, 약속 시간이 되어, 내가 부산을 떠날 때 저녁 식사를 같이 했던 식당에서 우리는 만났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같은 찻집 여자가 우리를 기다렸고, 그녀가 과거에도 그랬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녀의 머리 모양만 보아도 그녀가 혼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탁 트인 종이 미닫이 문 사이로 아래, 가로의 햇살이 보이고, 나무들은 그저 따스함에 대답하고, 일본인들은 이리저리 길을 가고, 친구를 만나면서 의례적인 절을 하고 잠시 수다를 떨었다.
엉뚱하게, 우리는 지나간 과거, 즉 지나간 겨울에 대해, 얼마 지나지 않은 몇 달동안의 새로운 것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제 막 국제적인 경력을 시작하게 된 곳에서 있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 후 현재 자체가 과거가 되었다. 그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앞에 있는 낮은 산 꼭대기로 구불구불 올라가서 풀밭에 앉았다.
상상력이 풍부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것은 무엇에 대한 작별인사라기 보다는 그 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에 대한 작별인사라는 사실이다. 무한한 감상에 젖어 대부분의 개인적인 후회를 묻어 버리는 그 때에, 엄청난 것을 잃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다음이다. 이 모든 것에 오래된 시(詩)처럼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바람이 땅을 다시 애무하며 따뜻함을 되찾는 동안, 아마도 그것은 왜 내가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그렇게 오래 앉아 있었고, 나중에 내가 기선의 갑판에 서서 부산에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했을 때, 장미를 엮은 적이 있었더라면 적어도 위안은 되었을 텐데 그런 적이 결코 없었던 매듭의 마지막 가닥을 잘랐을 때처럼 이상한 단절감을 느낀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이다.
아마도 또한, 내가 왜, 저녁 때, 난간에 팔을 얹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서쪽으로 천천히 멀어져 가는 조선의 산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는지 설명해 줄 것이다. 나는 갑판으로 올라가 서성거리면서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는 이미 바다 한 가운데 있었고 해협을 가로질러 일본열도를 향해 빠르게 항해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배의 힘찬 기운이 나를 엄습했다. 이 배는 해가 진 뒤의 광활한 어스름 속에 고독하게 떠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내 생각과 그 생각의 생명체인 나는 내가 떠나려는 땅을 향해 다시 돌아섰다. 나는 걸음을 늦추고 멈추었다. 한 손을 난간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갑판에 혼자 있었다. 승무원들은 그들의 버릇처럼 불가사의하게 사라져 버렸다. 나를 휩쓴 추억의 물결을 확인하거나, 조선과의 이별 공상에 끼어들 사람은 근처에 아무도 없었다. 그 배는 버려진 것 같았다. 엔진의 고동치는 소리와 바람 부는 쪽으로 쉴 새 없이 뿜어내는 기다란 연기만이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인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 가짜 인간 같은 괴물의 숨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다가, 마침내 마치 심장 박동의 박자같이 느껴져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되었고, 난 그걸 잊었다.
나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온전히 혼자 있는 것 같았다. 내 맞은편에는 바다를 가로 지르는 황혼 속에 해안을 따라 산들이 솟아 있었다. 산들은 평화롭고, 고요하고, 이미 자신을 애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바다가 거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쪽에서 상당히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고, 바람은 쉴 새 없이 파도를 만들었고, 내 얼굴에는 소금 냄새가 스며들었다. 잔잔한 바다가 줄 수 없는 것과 같은 분리감이 그 안에 있었다. 그 존재의 주장은 무시를 용납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마음의 장벽을 세웠고, 확실히 사실 못지않게 나를 멀리 산의 까만 모습으로부터 분리시켰다. 친구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 친구 사진의 배경인 산의 모습에 더욱 더 간절하게 매달렸다. 저녁 해는 서쪽에 머물면서 구름을 빛깔로 물들였고, 하늘을 배경으로 산을 전에 없이 검은 윤곽 속으로 던져버렸다.
그것은 그들을 진홍색 틀 속에 넣었고, 진홍색은 보라색으로 변했고, 그러고 나서 보라색은 회색이 되었다. 완전한 일몰이다. 하지만 그 무자비한 바다는 여전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 천천히, 꾸준히, 조금씩, 그들의 기지의 어두운 선을 따라 살금살금 다가와, 내게 남아있던 조선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하지만 연민에 잠긴 밤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 바다보다 더 빨랐다. 과거는 이렇게 단편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아름다움 속에 영원히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밤은 어둠의 외투를 산위로 던져버 리고 그것들을 모아 변화를 해치지 않은 채 사색에 잠기게 했다.
여전히 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서서, 욕망으로 가득 찬 막연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채, 우리가 이별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충분히 강해져서, 우리 마음대로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그래서 지금은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을 좇았다. 빛은 서쪽 하늘에서 사라졌고, 바다는 여전히 자체적인 형광빛 반짝임을 내뿜는 곳을 제외하고는 음침한 검은 색으로 변했고, 별들은 부드럽고 얇은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빛났다. 그때, 마치 나의 갈망에 응답하듯, 사라진 산 쪽 높이 시 뻘건 불덩어리 두 개가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 부름에 대한 대답하는 듯, 주위와 너무 다른 신비한 불빛 그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갑자기, 고요히 밤을 바라보는 그것들은 무엇이었을까?
그것들은 별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너무 전율적이었고, 너무 크고, 너무 인공적이었다. 그때 문득 생각났다. 그것들은 부산 위로 피운 봉화였다. 나는 그 봉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했다. 바로 이 순간, 해안에서 출발한 소식이 내륙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남산의 봉화들은 서울 사람들에게 내 주변에 대해 말해 줄 것이다. 그것들이 그들에게 이 방랑자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말하지 않을까? 사람이 만들어서인지 봉화는 사람처럼 보였고, 마치 어둠 속에서 나를 주시하고 있는 커다란 두 눈처럼 느꼈다. 다른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평화롭다고 조용히 말하고 있지만, 내게는 작별을 고하기 위해 온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불덩어리들을 올려다보았고, 그것들도 나를 보고 있다고 느꼈다.
거기서 오랫동안 기대어 내 눈이 그것들의 영혼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밤새 나를 보살펴 줄 물의 영혼이었고, 그 영혼이 나의 영혼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꼼짝 않고 그것들을 지켜보았고, 그것들도 꼼짝 않고 대답했다. 눈에 띄지 않게 시간은 흘렀고, 그 육중한 불길은 여전히 내 위에서 빛났다. 시간이 꽤 지났다.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바다 바람은 싸늘하게 나를 덮쳤다. 그러나 내가 머뭇머뭇 돌아섰을 때, 그 눈들은 여전히 멀리서 사람의 시선처럼 나를 따라왔고, 은은하게 빛난 채,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이국으로부터 밤 인사를 하였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부록
A 조선의 인구에 대하여
돈은 남성보다 조선의 관리 과두정치에 더 중요한데, 주로 논으로 대표되는 왕국의 과세 재산은 주민 수보다 훨씬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인구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집만 집계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신문에 의해 형성된 추정치는 아마도 진실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그 추정으로 조선에는 1,20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서울의 경우, 도시의 고유 지역, 즉 성벽 내 부분과 외곽 지역을 포함한 인구 집계는 아마도 25만 명을 넘지 못할 것이다. 땅의 면적은 약 10평방 마일이다. 하지만 극동의 도시는 오직 2차원으로만 확장되고, 우리처럼 3차원은 아니다. 약 1,200,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일본의 도쿄는 80평방마일에 이른다.
믿을만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중국광등과 같이 엄청나게 많은 인구 추정치는 크게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B 국명에 대하여
조선 사람들이 그들의 땅에 주는 이름은 조선이다. 다른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어떠한 부족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으로 그들은 또한 그 땅을 "대조선”이라고 부른다. "대”는 "위대한”을 의미한다. 이것은 동시에 그것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새로운 이름이다. 그것은 1391년 현재의 왕조가 들어오면서 부활되었다. 그 사이에 고려라고 불렸는데, 그 때 우리 방식의 이름은 ’코리아’였다.
”The Korea”이라는 명칭은 프랑스 '라 코레'를 너무 문자 그대로 번역한데서 비롯된 실수일 뿐이다. 이 표현은 ”The Geman/나 ”The Russia”를 말할 때처럼 비 영어다. "The Korea”라는 표현에서 같은 오류가 발견되는데, 이는 물론 단순히 "Korea”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