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의 선린상고는 나에게 꿈이었으면 하는 악몽중의 악몽이었다.
스포츠는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이기면 스트레스 해소와 극단적인 환희를 주지만
반대의 경우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는 이중성이 있다.
실력이 비슷할 경우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다.
야구도 보면 볼수록 운이 승부에 크게 작용한다. 사소하고 섬세한 공 하나 플레이 하나가 역사를 뒤바꾼다.
불운 불운해도 1981년의 선린상고만큼 불운했던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악의 불운이었다. 이제 30년전의 시간속으로 돌아가본다..
전해에 4번이나 결승에 진출해 2번 우승(청룡기, 황금사자기), 2번 준우승한 선린상고는 멤버들이 초호화였다...
박노준, 김건우같은 고교야구 투수의 원투펀치.....
게다가 이둘은 투수지만 최고의 강타자들이었다. 정교하고 날카로운 박노준과 키가 크지 않으면서도 교타자이면서 펀치력이 겸비된 김건우......김건우는 선동렬과 청소년대회를 나갔는데 거기서 투수로는 노히트 노런을 하고 타자로는 만루홈런을 치는 괴물이었다.
1980년 클린업 트리오였던 박노준, 유지홍,김건우는 각각 화랑기, 황금사자기, 청룡기 타격1위에 올랐다.
김건우는 그 해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정말 공포의 스타들이었다.
박노준이라는 걸물땜에 항상 박노준 뒤에 이름이 오르지만 김건우도 투타 모두에서 초고교급 선수였다.
당시 모든 전문가들이 선린이 세개 타이틀정도는 가져가지 않을까 할 정도로 그들은 고교야구 전력이 아니었다.
고교야구 사상 최고의 타선이란 말도 나왔다. 중심타선이 두개였다. 3번 박노준 4번 김건우 5번 조영일 6번에 이경재 (타격폼이 다소 엉성하나 역시 한방이 있는 거포로 훗날 역시 MBC 입단후 조용히 사라짐) 같은 강타선은 공포 자체였다.
투수도 박노준, 김건우, 이바오로(훗날 MBC 입단) 의 원 투 쓰리 펀치가 있었고 그 이름 값은 좀 과장하면 한팀에 최동원 김시진 김용남이 있는 거였다.
그런데 초막강 선린의 약점은 바로 포수였다....타격은 물론 3번의 불운속 준우승의 주역은 바로 포수였다...
포수가 커다란 구멍이었다면 수비역시 호화로운 투타에 비해 조직력에 있어서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그 해 끝에 절름발이 야구라 했다...
한해를 여는 대통령배....여기서 거함 선린은 0-2 패배를 당하는데 상대는 광주진흥고의 김정수...후에 까치라는 별명으로 해태의 포스트시즌에서 맹위를 떨치는 그가 될성부른 떡잎처럼 나타나 선린을 격침시킨다. 이것은 큰 이변이라 했고 한해의 불운을 알리는 불길한 전조였다.
그 다음 대회 청룡기...선린은 첫 경기서 대통령배 우승팀 군산상을 맞아 박노준, 이경재의 장타와 박노준, 김건우의 계투로 4-2로 이기면서 예의 그 막강한 전력을 앞세워 결승까지 오른다. 상대는 전통의 경북고...가장 많은 우승횟수를 자랑하는 전통의 두 팀 대결이다. 여기서 전년도 챔피언 선린의 불운한 곡예가 시작된다. 선린은 1회 1점을 선취했으나 에러 2개와 패스트볼로 역전을 당하게 된다.
선린은 2회 김국진의 2타점 안타로 다시 역전하나 7회 야수선택에 이은 실책 2개로 3점을 토해 자멸한다. 거의 모든 점수를 에러로 준 셈이다. 다시 7회말 조영일의 2타점 적시타로 어렵게 동점을 만들고 연장까지 가게된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가운데 11회초 결승점을 헌납하게 되는데 선린은 5개의 에러와 눈에 안보이는 에러까지 실책 연발로 자멸하게 된것이었다.
경북의 승리라기 보다는 선린의 자멸이었고 불운이었다. 다음 날 신문에 난 유니폼이 진흙탕으로 범벅된 경북의 11회초 연장 결승득점 주자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다.
여름에 들어 지방대회인 화랑기에 가서도 연일 박노준,김건우가 계투하고 조영일이 해결사로 결승까지 진출한다.
지난해 북일에 결승에서 2-0 영봉패를 당한 선린은 첫대회에서 북일을 2-1로 꺾고 2회전에 진출한다. (전해 준우승 당시 박노준은 6할이 넘는 미친듯한 타격으로 타격왕에 올랐다)
이 후 인천체고를 20-2 콜드게임승 준결승에 진출하며 목포상에 타격전끝에 13-9로 승리하게 된다. 선린은 수비보다는 타격의 팀으로 선굵은 야구를 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다. 복싱도 수비보다는 공격형을 좋아하고 야구도 마찬가지....
선린은 준결승에서 청주고에 8-5로 승리하게 된다. 1회 김웅대의 안타와 박노준의 적시타로 선취하고 조영일의 2타점 3루타로 가볍게 3-0을 만든다. 김건우는 홈런도 치고 투수로도 활약한다. 신일은 진흥고에 5-1로 승리하여 선린과 결승에서 만난다.
여기서 에피소드...당시 야구에 몰두했던 나는 라디오로 중계를 들으며 밤에 꿈을 꾸게 되는데 선린이 신일한테 1점차로 신승하여 우승을 하여 무지 좋아했는데 이는 불길한 꿈이었다. 꿈에서 졌으면 오히려 기분이 좋았을텐데....
아니나 다를까...청룡때보다 더 억울하게 졌다...청룡때도 사실 너무 억울했다...선린은 타격으로 점수를 냈는데 경북은 선린의 에러로 어부지리 승리한거라 경북이 너무 얄미웠다. 그런데.....어이없는 결과가 화랑기에서 또 나왔다...정말 이럴수가 있을까...정말 꿈같은 불운이었다...1981년 8월 5일의 일이다.
선린은 2회 2점을 선취했고 신일은 4회 1점을 만회했다....투수전이었다. 1점차로 선린의 승리로 기울어가는데......
9회 2사 2루.... 아웃 하나면 작년에 실패한 화랑기를 품게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2루주자가 3루를 향해 뛰었다. 이건 사실 미친짓이었는데 투수가 강한 선린한테 안타로 점수가 나기 어려워 수비가 약한 포수 조홍기의 실책을 유도했다고 할까.....이판사판 뛴 것이었다.....이건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짓이었는데 그게 말이 되버렸다. 3루에 송구한 포수의 볼은 악송구가 되었고 다 죽었다 살아난 신일은 힘이 솓았다.. 청룡의 악마같은 불운이 아직도 선린의 뒷덜미를 잡고 있었다.
당연히 선린은 힘이 빠지고 신일은 다시 환생한 상태....
결국 연장 12회초 3루타로 신일이 승리했다.....기가막혀서 말도 안나왔다....꿈과 반대가 되는 악몽의 현실이었다.
조영일은 타격, 타점,최다안타 3관왕에 올랐고 박노준이 감투상....
청룡,화랑기 연속 불운의 마가 단단히 낀 상태...그러나 그러한 대불운도 더 큰 불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고교 모든 팀이 출동하는 봉황기대회...아직 이 대회에서 선린은 우승이 없었다...
화랑의 분패 후 며칠 지나 봉황기 1회전서 선린은 경남고를 콜드게임처리한다... 동아일보는 2번이나 준우승한 분풀이를 엉뚱한 곳에서 한다고 했다.
봄대회 대통령배에서 이변을 선물한 광주진흥한테 4-2로 설욕하며 16강에 올랐다. 3회전서는 세광을 맞아 이바오로가 호투하고 박노준, 김건우가 랑데뷔 2루타를 터뜨려 3-0으로 승리했다. 준준결승에서는 대붕기 우승팀 대구고에 홈런 2방을 포함한 6연속 안타를 날려 6-2로 승리했다. 준결승전에서는 선린은 북일을 5-0 영봉,,경북은 부산상을 6-0영봉하고 청룡기처럼 결승에서 다시 만난다.
1981년 8월 26일....선린의 불운이 극을 향해 달린 날....
많은 사람이 이 날을 기억한다....그것은 선동렬 최동원보다 더 인기있었던 박노준이 선린과 함께 무참히 침몰한 날이기 때문이다...
앞선 청룡기, 화랑기에서 이미 기막힌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그게 예고편밖에 안된 것이었음을.....
야간경기로 진행된 결승전...경북도 성준,,문병권이라는 훌륭한 투수가 있었다...박노준, 김건우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선린은 1회부터 경북을 옥죄었다. 1사후 김국진, 박노준의 연속안타에 4번 김건우의 고의 4구로 맞은 2사만루.....
6번 이경재가 좌전안타로 2타점...그런데 여기서 불운의 파고가 선린을 휩쓴다.
경북중견수가 송구한 볼은 포수를 한참 넘어가는데 2루주자인 박노준은 그걸 보지 못하고 홈을 파고 드는데 슬라이딩을 했다...비가 온뒤라 땅은 좋지 않았고 박노준의 발목이 완전히 꺾여버린다.
물론 세잎은 되어 3-0이 되었지만 시작하자마자 선린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당시 TV는 이 장면을 여러 번 리플레이했는데 온 장안의 관심을 부른 이 경기에서 박노준을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9시 뉴스에서 첫 보도로 병원을 중계할 정도로 박노준의 부상은 국민들의 관심사였다.
이튿날 병원은 여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다.
리드하는 선린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건 김건우의 심각한 부상이었다. 훗날 김건우는 부상정도를 이렇게 얘기했다....그 때 공을 던질수 없는 어깨...심하게 얘기하면 거덜난 어깨였던 것이다....그런데도 부상을 무릅쓰고 던져 후에 한양대에 입학할 때는 타자로 전향할 계기가 된다.
선린은 어깨부상을 입은 김건우가 이를 악물고 던지지만 4회 외야 플라이를 놓치는 에러가 나와 추격을 허용한다.
즉 미친 에러귀신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6회엔 포볼에 이은 패스트볼과 폭투가겹쳐 경북에 또 점수를 헌납하며 1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하는데 김건우마저 최악상태라 선린은 동요하게 된다.
6회 이바오로의 2루타에 이은 조영일의 적시타로 다시 2점차를 벌리며 맞이한 마의 8회 불운의 여신은 악마의 춤을 춘다....
두 차례의 병살 찬스를 놓친 게 화근이었다. 병살처리 땅볼을 악송구로 한 점 내주고 다시 또 화랑기때 악몽을 재현하는 것이었다...2루 주자의 3루 도루시 포수의 악송구로 동점을 헌납했고 (화랑기 9회랑 똑같다. 정말 못말리는 포수,,,이상하게 결승때 포수의 에러가 결정적이었다.
포수가 패스트볼, 도루 3개 허용, 3루 악송구로 동점....선린이 왜 이리 포수가 공수에서 약한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수비만 약한게 아니라 공격에서도 공헌도가 전혀 없다. 포수가 안타친 걸 본 기억이 없다. 포수만 보통이었어도 세 대회 다 우승했다.....포수가 거대한 블랙홀이었던 것이다)
낙담한 이바오로로부터 연이은 안타와 희생플라이를 묶어 4득점...결국 6-4로 패하게 된다....(안타수는 9-7로 선린이 우위)
당시 외야 플라이도 놓쳐 점수를 준 것은 박노준, 김건우의 퇴장으로 다른 선수들의 심리적 위축때문이었다...
봉황기와는 선린이 인연이 없다. 지금까지 5회 준우승만....
통분의 무념무상 상태......
아마 1년내 이렇게 연속되는 어이없는 불운은 정말 흔치 않을것이다. 박노준은 14타수 8안타로 타격 2위를 마크.
거덜난 거함 선린은 마지막 대회 황금사자기에서 신일한테 10-2 콜드게임으로 침몰한다. 이건 거의 의욕상실에 따른 패배이다.
황금사자기에서 경북은 김정수의 진흥을 물리치고 81년 고교야구 3관왕에 오른다.
경북은 스타보다는 수비와 조직력으로 우승했다.
정말 귀신한테 홀린 한해였다...
3번의 결승전 모두 제대로 되었으면 모두 선린이 우승했을 것이고 그러면 전문가의 예상은 정확했던 것이다.
허나 전문가조차 이런 말도 안되는 불운을 어찌 예측하리오....
상대팀의 승리라기보다는 선린의 자멸과 불운이었다..
고교60년 사상 최강이라는 평속에서 포수와 수비불안이라는 약점이 얼마나 큰것인지 웅변하는 것이었다.
최근에야 많이 알려진 말....큰경기에는 수비 잘하는 팀이 이긴다......
당시 너무 상처를 입었다.....
다시 올수 없는 환희와 좌절의 나날들.....
첫댓글 야구는 이상하리많큼 포수한데만은 칭찬이 인색한것같다... 80년 당시에도 그랬다,, 당시 포수였던 내가상대팀의 움직임을 간파해서 피치 아웃해서 도루를 잡든 스퀴즈번드 를 잡던, 당시 중계하던 아나운서나 주변분들도 투수가 잘했다고 말을 했고.. 만약 실패하거나 안타가 나오면 포수 리드가 문재라고 지적을 하곤 했다 ㅎㅎㅎ 야구는 투수가 중요한 경기 이지만 그에 못지 안게 포수도 상당이 중요한 자리 인데...포수에 잘한점은 그리 부각돼지 않고 경기가 잘못되면 항상 포수가 질책을 받게 되는것을 당시난 말은 안했지만 상당이 불만 스러웠다 ..
결과론적이지만... 80년에 우승 두번한 우리 동기는 유지홍.송일복 만 고려대학교에 진학 하고 그외 전원은 단국대학교, 창단팀에 감독과 선배한분에 의해 쓰레기처럼 버려졌지만 81년 74회 후배들은 고려대학이나 한양대학교에 좋은 조건을 제시 받고 진학을 하였으니 결과적으로는 화려한 결과에 비해 불운했던 우리 동기들이 돌이켜 보면 너무나 불상하다..
현성아 반갑다... 그래두 74회 후배들중 현성이 정도만한 안방마님만 있었어도....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다 지나간 이야기지 뭐 ....요즘 건강이 안 좋다는데 빨리 쾌차하길 바란다. 송일복이는 몇 년전에 학교에서 한번 만났어 한 번 놀러갈께... 항상 건강하길 바라고 고맙다.
준영이가 야구에 대한 관심과 노력 항상 고맙게 생각 하고 있다...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내가 많이 미않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