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短歌 백발가 - 박봉술 해설 고금의 영웅이나 호걸들도 하얗게 세어 가는 머리카락은 어찌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듯이, 우리의 삶도 그러할 터임을 한탄하는 단가이다. 명창 박녹주는 만년에 이 단가를 불러 청중을 울린 적이 많았다. 중몰이 장단에 평-우조로 되어 있다. 사설 고금 역대 헤아리니 공도난계 백발이요, 못 면할쏜 죽음이라. 천황, 지황, 인황 후으 요순우탕 문무주공 덕행 없어 붕하시며, 어리도다 진시황은 만리장성 굳이 싸고 시리목지 소호하야 궁심지지 소락이라, 장생불사 원하더니 여산의 고골 되고, 위엄 좋은 한무제는 분수 추풍의 백발만 울어 있고, 난세지간웅 조맹덕은 동작대 득결이요, 호사 좋은 수양제난 이원 제자 거나리고 후정화만 일삼더니 십리제로 부르렀구나. 공맹안증 염락 오동 수천명하얐으며, 난신적자들은이와 운주절승 장자방은 명철보신허였으며, 도덕 있던 왕대 석순 재물 없어 죽었으며, 명만고 사마천은 문필이 없어 죽었으며, 화태와 편작이는 약을 몰라 죽었으랴. 우리 인생 죽어지면 육진 장포로 질끈 묶어, 소삭으로 결관, 대삭으로 겉을 얽어, 소방상 대뜰 위에 떵그렇게 결관허고, 십리허 방초록에 흐늘흔들 가는 모냥, 행색이 처량허니 아니 울 이 뉘 있으리. 사후에 만반진수 불여생전의 일배주라 허니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자. 공도난계(公道難戒) : 누구나 따라야 하는 길로, 경계하기 어려운 것은. 면할쏜 : 면하는 것은. ‘-ㄹ쏜’은 옛말 ‘-ㄹ’에 삽입 모음 ‘오’가 덧붙은 어미.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人皇) : 통틀어 ‘삼황’이라고 불리는, 중국 전설 시대의 맨 처음 세 임금. 요순우탕(堯舜禹湯) : 중국 고대에 이상 정치를 베풀었다는 어진 임금들인데, 요임금과 순임금은 전설 시대의 다섯 성군에 들어가며, 우임금은 하나라를 세웠고, 탕임금은 은나라를 세웠다. 문무주공(文武周公) : 인덕이 뛰어나고 어진 정치를 하였다는 주(周)나라의 문임금, 문임금의 아들인 무임금, 무임금의 아우인 주공. 문임금은 본디 서백이라고 불렸는데, “천명을 받아” 주나라를 세울 기초를 닦았으며, 무임금은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천자가 되었다. 주공은 무임금의 아들인 성임금이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되자, 섭정을 하였지만, 임금이 자라 어른이 된 뒤에는 섭정을 그만두고 임금을 도와 어진 정치를 하게 하였다. 붕(崩)하시며 : (임금이) 돌아가셨으며. 어리도다 : ‘어리석도다’의 옛말. 시리목지…소락이라→시이목지(視而目之) 소호(小好)하여 궁심지지(窮尋之地) 소락(小樂)이라 : 배우고 깨닫는 것을 덜 좋아하고 진리를 깊이 연구하고 찾는 것을 덜 즐기었다. 여산(驪山) :진시황의 묘지가 있는, 중국 섬서성 임동현의 동남쪽에 있는 산. 위엄 좋은…울어 있고 : 위엄 있던 한나라 무제도 분수 강에서 「추풍사(秋風辭)」라는 시를 지어 늙어짐을 한탄하였고. 한나라 무제가 산서성에 행차하여 땅의 신인 후토에게 제사를 지낸 뒤에, “젊은 날이 그 얼마며, 늙음이 오는 것은 어찌하리오”라는 귀절로 끝나는 「추풍사」를 지었다. 난세지간웅(亂世之奸雄) : 어지러운 시기의 간사한 영웅. 조 맹덕(曺 孟德) : 중국 삼국 시대 때의 위나라의 기초를 닦은 조 조. 맹덕은 그의 자. 후한 끝무렵에 황건의 난리를 다스려 공을 세운 뒤에 실권을 잡았다. 동작대(銅雀臺) : 조 조가 위나라 서울인 업도에 세운 누대로, 꼭대기에 구리로 만든 새를 올려 놓아서 붙은 이름. 득결(得結) : ‘득결구(得結構)’의 준말. 얻어서 동작대를 얽어 만듦. 수 양제(隋 煬帝) : 수나라의 두번째 황제. 이름은 광(廣). 문제의 둘째 아들로, 문제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는데, 서원과 이궁을 짓고 운하를 파는 등 사치한 생활과 무리한 전쟁으로 민심이 분열하여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 이원(梨園) : 본디 배우가 기예를 익히는 곳이었으나, 요즈음에는 ‘연예계’, ‘극단’을 뜻하는 말로 쓰임. 당나라의 현종이 장안의 궁궐 후원 안에 있는 이원에서 소년 삼백명을 뽑아 속악을 가르쳤고, 의춘궁 북쪽 후원에도 궁녀 몇백명을 두어 이원의 제자로 삼았었다. 후정화(後庭花) : 중국 남-북조 시대에 진(陳)나라의 임금인 후주가 만든 가락의 이름. 그는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에는 늘 잔치를 베풀고, 여러 귀인과 학사들에게 시를 지어 읊게 한 뒤에 가장 잘 지어진 것에는 곡조를 붙였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잘 되었던 「옥수(玉樹)」와 「후정화」에 곡을 붙여 궁녀들로 하여금 부르게 하였다. 「옥수 후정화」라고도 했는데, 뒤에는 「옥수」와 「후정화」의 두 곡으로 나뉘었다. 십리제(十里堤) : 장안의 서원에 있는, 둘레가 십리나 되는 큰 호수의 둑. 부르렀구나: (십리제에서) 불러댔구나. 공맹안증(孔孟顔曾) : 공자, 맹자, 안자, 증자. 염락(洛) : 송나라 때의 대표적인 성리학자들로, 호남성 도현에 있는 시내인 염계(溪)에 살던 주 돈이와 낙양에 살던 정 호와 그의 아우 정 이를 함께 가리키는 말. 오동→소옹(邵雍) : 송나라 때의 성리학자. 시호는 강절(康節). 주자가 주 돈이, 정 호, 정 이, 장 재, 사마 광들과 더불어 ‘염락육군자’로 일컬었음. 수천명(隨天命) 하얐으며 : 하늘의 뜻에 따랐으며. 난신적자들은 이와→난신적자(亂臣賊子)들은 니와 : 나라의 정치를 어지럽히는 불충한 신하나 반란의 무리들은 물론이거니와. ‘-니와’는 ‘-커녕’의 뜻으로 쓰인 옛말. 운주절승→운주결승(運籌決勝) : 여러 가지로 방책을 짜내어 승패를 결정하던. 장 자방(張 子房) : 이름은 양(良), 자는 자방. 소 하, 한 신과 함께 유 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움. 명철보신(明哲保身) : 총명하게 몸을 보호함. 고조의 참모로서 천하를 평정한 뒤에 공신들에게 내리는 땅과 벼슬을 마다 하고 물러났던 일을 가리켜 한 말인 듯하다. 도덕 있던 : 빈민 구제를 많이 하던. 왕대(往代) : 옛날. 석 순→ 석 숭(石 崇) : 항해와 무역으로 돈을 많이 모았다는, 중국 진(晋)나라의 부호이며 문장가. ‘부자’를 비유하는 말로도 쓰임. 명만고(名萬古) : 매우 이름난. 사마 천(司馬 遷) : 한나라의 역사학자. 자는 자장. 「사기」 130권을 지었다. 화태→화타(華陀) : 중국 후한 말기의 의원. 외과 수술이 뛰어났으며 서기 100년쯤인 그때에 벌써 마취법을 썼다고 한다. 조 조의 두풍을 치려하다가 그에게 죽임을 당했다. 편작(扁鵲) : 이름은 진성, 회령에서 나던 베인데, 한 필의 길이가 다른 곳에서 나는 베보다 훨씬 더 길었다고 한다. 육진 장포 :육진, 곧 함경경북도의 경원,경흥, 부령, 온성, 종성, 회령,에서 나던 베인데, 한 필의 길이가 다른곳에서 나는 베보다 훨씬 길었다고 한다. 소삭(小) : 작은 동아줄. 대삭(大) : 큰 동아줄. 소방상(小方狀) : 대방상을 쓸 만한 처지의 사람이 상여. 대방상은 나라의 높은 벼슬아치나 훌륭한 사람이 죽었을 때에 쓰는 크고 호화로운 상여. 대뜰 : 섬돌 위의, 디딤돌이 놓이는 좁고 긴 뜰. 십리허(十里許) : 십리쯤 되는 곳. 방초록(芳草綠) : 무성하게 우거진 푸른 풀. 사후(死後)에 만반진수(滿盤珍羞) 불여생전(不如生前)의 일배주(一杯酒)라 : 죽은 뒤에 가득 차려놓은 많은 음식도 살아 있을 동안의 술 한잔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