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합격 후기] 언시에 발 담근 모두에게

[브이포벤데타]

1년 2개월 걸렸다. 첫 시험부터 최종합격까지. 중간에 그만둘까도 수백 번 생각했다. 그래도 버텼다. 다들 그러니까. 근데 더 힘들어하는 사람을 봐도 내 처지가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만의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어쨌든 내가 선택한 기자의 길이라 이뤄내긴 해야 했다. 떨어질 때마다 감정을 지웠다. 아니 미리 지워 놨다. 그래야 타격이 덜했다. 금방 잊을 수 있었다. 잊고, 또 시작했다. 고통스러웠다. 망각은 축복이라는 생각마저 했다. 그저 꾸역꾸역 했다. 방도가 없었다. 깜깜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을 살 수밖에. 면접에서 떨어진 당일 아무 일 없다는 듯 스터디에 나갔고, 최종에서 고배를 마신 날에도 다른 회사 자기소개서를 썼다. 나는 다를 줄 알았다. 나는 금방 붙을 줄 알았다. 별다른 준비 없이도 계속 필기를 통과했던 탓일까. 오만이자 착각이었다. 언시에선 ‘최종합격’이라는 단어만이 의미 있었다. 더럽지만, 현실이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객관적으로 내 미비점을 찾았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내가 나를 잘 몰랐다. 나는 그저 기자 지망생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래서 철저히 스스로를 탐구했다. 처음부터 시작했다. 왜 기자를 꿈꿨나, 왜 포기하지 않았나, 기자가 돼서 무엇을 할 것인가. 기본으로 돌아갔다. 나에게 솔직해졌다. 그러다 보니 길이 조금씩 열렸다. 언시는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이 맞다. 다만 달리면서, 적어도 걸으면서 버텨야 한다. 제자리에 서 있으면 퇴보할 뿐이다. 언시판은 러닝머신이다. 언시에 정답은 없다고 확신한다. 타고난 능력과 제때의 운도 분명히 작용한다. 다만 어디에나 기본은 있다. 막막한 후배님들을 위해 얕은 경험이나마 전한다.

써놓고 시건방진 것 같아 존댓말로 바꿉니다ㅎㅎ 우선 저는 2019년 중순부터 본격적인 언론고시를 시작했어요. 표에서 4번째 ‘강원민방(G1)’ 지원이 사실상 언시 입문입니다. 앞서 지원했던 3개 종합일간지에서는 서류도 통과 못 했습니다. 준비를 안 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저도 쓰면서 몇 개 지원했는지 알게 되네요. 2019년 23곳, 2020년 8곳으로 총 31곳을 지원했고 2020년 하반기에 마지막 경제지 한 곳에 최종합격했습니다. 매체 이름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8대 경제지(기자직) 중 한 곳입니다.

각 매체별 모든 전형을 설명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랑 후기방에 나와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혹여 궁금한 점 있으신 분은 쪽지 주세요. 바로바로 답해드리지 못할 수는 있습니다ㅠ   

[언시 단계별 공략법]

제 사적인 이야기보다는 실제 언시를 통과하기 위한 각 단계별 공략 위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알다시피 언시의 단계는 대개 총 4단계. 서류-필기-실기/면접-최종면접으로 구성됩니다. “우선 이번 단계만 통과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 단계가 어렵고 경쟁률이 높은 터라 사실 어느 한 단계 통과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선은 최종합격에 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소위 '빌드업'이 중요합니다. 자기소개서에서부터 이후 면접관들을 사로잡을 무언갈 쌓아놔야 한다는 뜻이죠.

1. 서류

①자기소개서

서류 통과율이 높으신 분은 과감히 건너뛰셔도 됩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나, 공들여 썼는데도 자꾸 서류에서 미끄러지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돼요.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자기소개서 첫 문장 쓰기가 막막할 겁니다. 그럴 땐 일단 자신의 경험을 흩뿌려 보세요. 가령 대한적십자에서 봉사활동 한 경험이 있다고 해보죠. 그러면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부터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극복 방법, 성과, 깨달은 것, 그 깨달은 것을 언론인이 된다면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지 등등. 최대한 자세하게 써보세요. 그냥 그때를 떠올리며 일기 쓰듯이요. 당연히 그대로 제출하면 안 돼요. 다듬어야죠. 필요하다면 수십 번도 고쳐야 합니다.

자, 근데 여기서 의문이 들죠. 어떤 기준으로 고쳐야 하는가. 저도 그랬어요. 내가 보기엔 재밌고, 구성도 좋은데 말이죠. 근데 평가는 타인이 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기도 하고, 합격 자기소개서를 보기도 하는 거죠. 근데 매번 다른 사람 피드백을 받을 순 없죠. 그래서 일단은 몇 가지 규칙을 뼈대로 나만의 자소서를 구성해봐야 합니다. 다음은 제가 적용했던 규칙.

△질문에 대한 답을 첫 문장에 하라

-Q: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A: 확신의 유예다.

문항은 ‘당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물었습니다. 그러면 답은 우선 명사가 돼야 하죠. 그리고 간단하고 명료할수록 좋습니다. 가령 첫 문장을 ‘2년 전이었다’와 같이 썰 푸는 식으로 나가면 질문에 대한 엉뚱한 대답이 되는 거죠. 썰은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한 이후에 해야 합니다.

△억지 교훈은 역효과를 부른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떤 경험은 특별하고, 남들이 해볼 수 없는 경험이라 믿어지기도 하죠. 그래서 어떻게든 교훈을 뽑아내려고 합니다. 뽑아낼 수 있으면 좋아요. 하지만 억지로 유려한 문구를 끌어와 교훈이랍시고 써 놓으면 채점자들은 다 알아요. 경험의 교훈은 어떤 유명인의 말이나, 경구가 돼선 안 됩니다. 나의 언어로 만들어야 돼요. 어떤 책에 있는 말을 가져다 쓰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사소한 것도 좋아요. 우주의 이치를 알았다는 수준의 고백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소박해도 진정 내가 느꼈고, 실생활에 적용했고, 앞으로의 언론인 생활에서도 충분히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는 사실만 어필하면 됩니다. 아, 개똥철학도 주의!

△모든 문장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분량이 한정되는 글이죠. 간혹 분량 제한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수만 자를 쓸 수는 없으니까요. 모든 문장을 공들여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쓸 데 없거나, 자신조차 쓴 이유를 모르는 문장은 과감히 지워야 합니다. 불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어요. 그 문장 때문에 소중한 다른 문장을 쓰지 못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 밖에 △구체적인 단어 쓰기 △비문 금지 △오타 금지 △무분별한 문단 나누기 지양 △서술어 중복되지 않게 쓰기 △형용사, 부사 남발 금지 △지원 매체 이름 틀리게 쓰기(실제 이것 때문에 떨어지기도 함) 금지 등등도 잘 지켜주세요.

※군대 얘기 써도 될까?

YTN 자소서에 ‘본인이 성취감을 느꼈던 경험을 소개하고, 이를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기술하라’는 문항이 있었어요. 저는 곧바로 군대에서 겪은 일을 떠올렸어요. 하지만 망설였죠.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겪었던 일을 과대평가한 게 아닌가 하고요. 그래서 특수성을 살리되 보편성을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 발령을 막으려는 지휘관을 상대로 철저한 계획을 세워 설득한 이야기를 썼어요. 그리고 이 경험으로부터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분노나 슬픔, 원망 등의 감정을 품기보다 ‘해결’을 우선하는 기자가 되겠다’는 깨달음을 내세웠어요. 감정에 사로잡혀 펜을 놀리는 기자가 되지 않겠다고요. 어떠신가요. 물론 군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기자로서의 방향성을 설정한 것을 비약으로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어요. 하지만 서류 통과했습니다. 추측하건대, 특수성-> 보편성으로 승화시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이 외에도 자기만의 기준들이 있겠죠. 이를 가지고 자소서를 작성하고 공채가 뜨는 대로 여러 매체에 지원해보세요. 처음에는 탈락할 수 있지만, 언젠가 서류 통과하는 시점이 있을 거예요. 그럼 그 자소서가 나의 ‘기본 자소서’가 되는 거죠. 이를 토대로 매체마다 다른 질문에 맞춰 조금씩 수정해서 내는 겁니다. 매번 처음부터 다시 쓸 수는 없으니까요.

②정량 스펙

아랑을 둘러보면 서류를 통과하는 스펙의 기준을 묻는 질문들이 눈에 띕니다. 근데 알 수가 없죠. 매체마다 다르고요. 저는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공부할 시간을 쪼개서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방송사 인턴 1회, 증권회사 인턴 1회, 봉사활동 1회, A연구소 기자단 1회(6개월), 독서동아리 1회(1년반), 토익 800 후반대, KBS한국어 2+ 였습니다. 다 좋은 경험이었어요. 근데 이 중 뭐 하나 없다고 서류에서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토익이나 KBS한국어는 따 두시길 권장합니다. 그냥 필수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점수는 높을수록 좋아요.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기자단, 독서동아리)은 시간이 없다면 굳이 안 해도 됩니다. 다만 할 경우 자기소개서에 녹일 말이 많아지겠죠. 소위 스펙에 크게 도움 되는 활동은 아닌 듯합니다.

인턴은 하면 좋아요. 아무래도 최근 언론사들이 중고신입을 선호하는지라 인턴 경험이 있다는 건 큰 이점이 됩니다. 다만 6개월 이상은 하지 않길 권장합니다. 인턴 일 하면서 언시 준비하는 건 정신적, 체력적으로 쉽지 않으니까요. 인턴 ‘기간’보다는 ‘여부’가 보다 핵심 요소라고 봅니다.

학점의 경우 저는 3.78이었는데, 3.5 정도만 넘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점이 왜 이렇게 낮아요?”라는 질문이 들어올 정도만 아니면 괜찮을 거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학벌, 중요하죠. 근데 그것 신경 쓸 시간에 논술 한 편 더 쓰는 게 도움 될 것 같아요. 이번에 같이 합격한 동기들 중 SKY 라인은 1명뿐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친구의 합격 요인도 학벌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제 언론사들도 학벌과 기자로서의 역량 간 상관관계가 없음을 학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필기

필기는 언시의 7부 능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필기를 통과하면 ‘일곱 발자국이나 왔다’는 뜻인 동시에 ‘아직 세 발짝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필기는 언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가장 궁금한 것이 어떻게 연습을 해야 하는 거냐, 일 것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교과서가 정해진 시험은 정말 죽도록 노력해 외우고 응용해보면 되지만 언시엔 교과서가 없으니까요. 굳이 꼽자면 전 세계 출판된 모든 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최대한 많은 책과 영화, 드라마를 보세요. 책의 경우 소설이 도움될 것 같습니다. 이상문학상 등 중편 소설이나 단편 소설도 좋아요. 장편은 읽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요. 영화도 보세요. 낭비되는 시간이 결코 아닙니다. 거기서 분명 논작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요. 와챠플레이에 20~30분짜리 단편 영화들 있거든요. 좋은 참고가 될 겁니다. 다만 시간이 없다면 다음 몇 가지 규칙을 염두에 두고 논작 연습을 해보길 추천드립니다.

①시사상식

이건 스터디를 하세요. 혼자 하기엔 내용이 너무 많아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말 꾸준하게 했어요. 몸이 아파서 움직일 수 없는 날이 아니면 다 나갔어요. 시사상식 스터디를 오래, 열심히 한다고 사고가 깊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시사는 흐름을 놓치면 끝이니까요. ‘유지’가 목적입니다.

시사상식을 논작과 별개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시사와 상식을 알아야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시사상식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단어, 논지, 사상 중 논작에 쓸 수 있을 만한 것들은 꼭 메모해두시길 바랍니다. 2번 공부하지 않는 요령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스터디 구성도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 하기 위해서요. 기존 스터디에 들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해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한번 만들어보세요. 그럼 운영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주체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책임감도 생기고, 이것저것 제시하기가 수월해요. 나태한 멤버에게 주의를 줄 수도 있고요.

담당 신문은 되도록 다양하게. 한겨레-중앙 / 경향-조선 같이요. 서울신문-한국일보로 나눠 맡으면 크게 의미가 없겠죠? 멤버가 많다면 경제지 전담도 두면 좋고요.

②논술

논술은 정해진 틀이 있는 글입니다. 그 틀에 들어가는 내용에 따라 수준이 갈리는 거죠. 대체로 서론(1문단)-본론(2, 3문단)-결론(4문단)으로 나뉘죠.

서론에는 대개 내가 하고자 하는 주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례를 많이 씁니다. 그러니까 의미 있는 사례를 많이 모아두세요. “독일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조건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 같은 거겠죠. 테마별로 10개 정도 모아두세요. 그 정도면 어떤 주제가 나와도 조금 바꿔서 끼워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험장엔 10개 모두를 달달 외우고 들어가야 합니다. 서론 쓰는 시간을 아끼면 본론 작성에 보다 공들일 수 있습니다.

본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선명성’입니다. “과연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형편없는 글은 다시 읽어보면 자신조차도 요지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누가 읽어도 작성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선명한 단어를 선택해야겠죠? 좋다, 나쁘다 같이 유아적이고 포괄적인 단어는 지양하길 바랍니다. 글의 구조도 중요합니다. 각 문단의 첫 문장은 되도록 간단하게 쓰길 바랍니다.

가령 “고령화 시대 가장 효과적 대안은 여성의 경제 참여다. 지난해 한국 여성의 경제 활동률은 50%에 불과했다. 과반 여성이 무효 노동으로 낭비되고 있던 것이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들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다면 가계 소득이 증가하는 동시에 세수 확보로 국가 재정 안정성도 다질 수 있다. 이와 함께 보육 인프라가 뒷받침된다면 소득 증가가 출산율 증가로 이어진 스웨덴 등 북유럽의 사례 역시 기대해볼 수 있다.”

논리도 중요하지만 문장 간 연결이나 깔끔함(?)의 정도를 봐주세요.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어서 반론을 꼭 써줘야 합니다. 모든 주장에는 반박이 뒤따르니까요. 반론 없이 밀어붙이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그 이후에는 재반박을 해줘야겠죠? 대부분 보완·대안으로 이를 대체합니다. 그런 문제점은 있지만, ~~ 이런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처럼요.

결론은 어떻게 내야 할까요. 서론, 본론에서 첫 문장이 중요했다면 결론에서는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운을 남김과 동시에 전체 글을 축약할 수 있는 문장이 돼야겠죠.

※제가 말씀드린 방법이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그나마 안전하게 작성할 수 있는 틀이에요. 여기 안주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일단 이런 식으로 연습을 해보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기교를 추가해보세요. 분명 좋은 글이 될 겁니다.

③작문

작문은 논술과 달라요. 논술이 선명성을 확인하는 시험이라면 작문에서는 글의 기교, 유려함, 특이함, 기발함 등이 중요합니다. 주로 PD 준비생들이 작문 시험을 많이 치르지만, 기자 시험에서도 종종 나오니까 충분히 대비해야 합니다.

사실 작문에선 정답이 없어요. 정해진 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제도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주제는 주로 단어로 많이 제시됩니다. '여행, 빈곤, 웃음'처럼요. 요지를 조금 뒤틀어 끼워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래서 저는 작문 대비용 글을 10여개 정도 작성해놨어요. 마치 논술 서론 사례 모으 듯이요. 현장에서 일필휘지로 휘갈길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는 이상, 주어진 시간 안에 작문 한 편을 완성하기는 녹록지 않죠. 꾸준히 모으고, 외워두세요.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등에서 아이디어를 계속 끌어모으세요. 단편 소설도 한번 써보시고요. 언시는 내가 모은 데이터베이스의 양, 또 그것을 제때 끌어낼 수 있는 역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3. 실무 면접

①-1. 방송사

-카메라테스트

저는 아카데미를 다닌 적은 없어요.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아까웠어요. 그냥 집에서 했습니다. 스크립트는 각 방송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나오고, 기자 리포팅도 들을 수 있으니 교본은 필요 없었습니다. 다만 계속 연습했어요. 녹음기로 녹음하고 다시 들어보면 문제점이 명확히 발견됩니다. 아나운서분들이 전문가지만 방송기자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저는 총 9번 카테를 봤는데, 거의 다 떨어졌어요. 그래서 제 기준 말고 제가 봤던 잘 하는 다른 지원자들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몇 가지 요소들이 있었어요.

△템포 조절: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긴장하면 말이 빨라지니까,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발음: 이건 뭐 핵심이죠.

△발성: 이건 연습만이 답인 듯.

△호흡: 어디서 숨을 쉴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저는 잘 못했어요. 제대로 끊지 못 하면 숨이 가빠져서 호흡이 마이크에 들어가 버립니다.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게 잘 끊어 읽는 연습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유: 가령 MBN에서는 프롬프터가 아닌 카메라 밑에 붙은 전지가 스트립트였어요. 리포팅을 할수록 시선을 밑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읽기 급급한 나머지 전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지만, 제 앞에 했던 분은 이따금 시선을 카메라 렌즈에 맞추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여유도 평가 요소 중 하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역 방송사

앞서 말씀드렸듯 제 첫 시험이 강원민방(G1)이었어요. 눈 떠보니 최종면접이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았어요. 심지어 막 학기를 다니고 있던 와중이라 학생 신분이었죠. 당연히 떨어졌습니다. 최종 7명 중에 2명이 뽑혔다고 하네요. 자세한 전형 절차는 후기방에 나와 있으니 생략할게요.

여기서 핵심은 지역 방송국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을 빠삭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역사, 지리, 이슈, 언론환경 등 닥치는 대로 정보를 모아야 해요. 다다익선인 거죠. 서울 출신이라 더욱 그랬는지 몰라도, 최종 때 제게 들어온 질문 대부분이 그랬어요. 개인 신상이나 일반적인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제외하면 “지금 취재를 시키면 이 근방 어디를 갈 것인가? 왜 그런가?” “강원도 산불 사건을 어떤 식으로 보도할 것인가, 중앙 언론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굳이 지역 언론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인가” 등이었습니다. 당연히 대답 잘 못 했습니다.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죠. 나름 준비는 했지만, 막상 닥치니 입이 안 떨어졌어요.

G1뿐 아니라 이후 치렀던 OBS, MBC충북, 대전MBC 등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기자 일반에 대한 질문은 당연하지만, ‘지역 기자’로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분명해야 합니다.

①-2. 신문사

저는 신문사 실기는 두 번밖에 못 봤어요. 아직도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방송사에 비해 신문사에서 서류 탈락의 고배를 많이 마셨어요. 다만 운 좋게도 두 번째 실기를 봤던 신문사에 최종으로 붙었어요. 첫 번째 최종면접을 봤던 지역신문사에서는 기사 작성 단계가 없어서 두 번째 신문사를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신문사 면접은 대개 면접과 기획기사 제출로 나눠집니다. 면접 관련해서는 뒤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기획기사 쓰는 방법을 말씀드릴게요. 소위 ‘야마’라고 하죠. 일본말로 산이라는데, 핵심·주제·방향 등을 뜻한다고 합니다. ‘하고(or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이걸 잘 세워야 돼요. 독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게 제목-중(소)제목-리드(첫 문장) 순이겠죠? 이 3가지는 정말 고민하고 공들여서 쓰길 추천드립니다. 과장 좀 보태서 그게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현직에 와보니 선배들이 정말 징그럽게 강조합니다.

다음은 본문. 여기서는 사례나 인터뷰이의 멘트가 중요하겠죠. 특색있고, 기사의 야마에 잘 들어맞는 취재를 해와야 하는 겁니다. 멘트를 억지로 기사 내용에 짜 맞추라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시민 인터뷰를 하는데, 예상과 다른 답변이 나왔다면 빨리 다음 취재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혹은 기사의 야마를 바꿔야 하죠. 하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은 시험에서 후자는 위험 부담이 크죠. 빠른 판단이 필요합니다.

기획기사 작성을 위해서는 기획기사를 자주 보고 써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준비생 입장에서 매일 르포를 하러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신문사 기획을 많이 보세요.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다 좋습니다. 어떤 식으로 제목을 뽑고, 리드를 달고, 본문을 이어가는지 유심히 읽어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문체가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손으로 필사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문장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타이핑을 해보세요. 소스만 있다면 바로 기사로 옮길 수 있을 정도로 손에 익을 때까지요.

②면접

두괄식으로 말하는 게 좋아요. 글 쓰듯이요. “왜 기자가 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에는 “사회의 멍든 부분을 치료하고 싶어서입니다”라는 답이 첫 문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기자의 꿈을 꿨는데요...”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안 됩니다. 면접관들은 벌써 식상해하죠.

또 쉽게 말해야 합니다. 너무 어려운 단어를 쓰지 마세요. ‘입장을 바꿨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굳이 ‘입장을 선회했다’라고 표현할 필요 없다는 겁니다. 친구한테 그렇게 얘기하진 않잖아요. 자칫 현학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면접 태도의 문제도 있어요. 허공을 본다거나 눈을 내리깔면 좋게 보이지 않겠죠. 질문한 면접관의 눈을 보세요. 미소를 보이는 게 좋습니다. 억지웃음은 금방 티 나니까 그냥 살짝 입꼬리 올라가는 정도. 손은 무릎 위에 살짝 얹으면 좋겠죠. 무언갈 설명할 때 사용하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발성도 중요해요. 애매합니다만, 방송 리포팅과 일상생활에서의 톤 그 사이. 발음도 신경 써야 합니다. 대충 발음하지 마시고, 평소 속도보다 조금 천천히 하세요. 긴장하면 말이 빨라지니까요.

그 회사에 대한 정보는 모두 알아가세요. 언제 설립됐고, 사시가 뭐고, 지향하는 바가 뭔지. 어떤 기자들이 있고, 그들은 주로 어떤 기획기사를 썼으며, 사회에 어떤 반향이 있었다. 그로부터 무엇을 배웠다 등등요. 특히 경쟁 매체와의 차이점이나, 부족한 점 등은 꼭 숙지해두세요. 면접관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당 매체를 너무 띄우지도, 까 내리지도 않아야 하는 거죠.

③토론

우선 이기려고 들지 마세요. 방송에서 하는 100분 토론이 아닙니다. 10~15분 정도 주어지는데, 어떻게 패배를 받아낼 수 있겠어요. “그런 부분도 있겠네요”, “그 주장도 일리 있지만, 이런 문제점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부분도 한번 고려해봐야 합니다” 등등의 문장들이 좋을 것 같아요.

면접관을 너무 의식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들 생각이 뭔지 모릅니다. 해당 매체의 성향을 고려해서 거기에 내 주장을 맞추려 하는 순간 모든 논리가 엉켜버립니다.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하세요. 중요한 건 근거입니다. 면접관들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거지, 주장 자체를 판단하는 건 아닙니다.

상대방의 주요 논지를 꼭 기억하세요. 막상 토론 테이블에 앉으면 긴장이 돼서 자기주장과 그 근거 세우기 바쁩니다. 그러면 결국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나게 돼요. 남들과의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거죠. 반대 주장을 가진 상대방의 말을 기억했다가 그에 대한 반박, 보완점 등을 얹어 말하면 면접관 눈에 띄지 않을까요? 말꼬리 잡는 건 좋아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최종면접

최종면접까지 올라가면 실력을 대개 비슷하다, 라는 말 많이 들으셨죠? 맞습니다. 그 정도까지 갔으면 사실 역량 차이는 크지 않죠. 그럼 왜 최종면접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만들어놨을까요? 거기서도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인성면접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더욱 촘촘해진 실무면접이라고 봐야 합니다. 실무 때 50개의 예상질문을 준비했다면 최종 때는 100개를 뽑아놔야 합니다.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답할 수 있게요. 실무보다는 다소 느슨해진 질문들이 들어올 수는 있어요. 면접관들 역시 기자로서의 실력 이외에 다른 무언갈 확인해보고 싶을 테니까요. 그래서 취미, 경험, 특기 같은 걸 묻는 겁니다. 그렇다고 대답을 느슨하게 하면 안 됩니다. 정말 취미가 궁금해서 묻는 것일리는 없으니까요.

※끝으로 드리는 말

면접에서 수차례 떨어지면서 내가 정말 기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감이 밀려오는 날이 수두룩했습니다. 사실 난 기자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극복하는 방법? 없어요. 적어도 저는 못 찾았습니다. 그저 버티는 거예요. 다만 버티는 것 자체에 너무 에너지를 쓰지 마세요. 가끔 쉬어 주세요.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여유를 부리라는 말은 아니에요. 숨구멍은 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언시가 무언갈 달달 외워 보는 시험은 아니잖아요. 하늘 보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고, 산책하다가도, 짧은 여행 중에도 문득 좋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을 너무 극한까지 몰아붙이면 틀에 박힌 생각밖에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최대한 자세히 써봤는데, 정보 싸움인 언시판에서 이조차도 부족하리라 생각됩니다. 저도 비록 이제 막 언론계로 진입한 햇병아리지만 언시를 위해 고생하는 후배님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현장에서 만나 뵙길 기대합니다. 저도 후배님들께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다음 말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어떻게든 내게 상처를 입히려는 삶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노력의 힘을 증명하는 일이다.”

                                                                                       -어디선가 읽은 문구-

[건강최고]

잘 버티셨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

[질럿뒤통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eidnsl]

자격이 있으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Water]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브이포벤데타]

넵 대개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방송 리포트는 보도자료 토대로 작성하고요!

[또바기*]

합격 축하드리고 글 너무 감사합니다! 선배님 노력과 결과에 힘 얻고 갑니다

[gkskdnstj]

자세한 후기 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완용이아빠]

좋은 후기 잘 읽고갑니다! 합격 축하드립니다!

[워터1]

처음부터 필기 다수 붙으셨던 텔런트가 너무 부럽습니다 ㅠㅠ 축하드려요

[몰랑]

감사합니당

[자일 파티]

시건방진 거 같아 존댓말로.... ㅋㅋㅋㅋ

고생 많으셨어요 ㅎㅎ

[황제민현충성충성]

후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문구는 너무 감동적이네요....

[Frame_K]

정말 공감되는 말이네요ㅠ
축하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파이팅이요!!

[멘투비]

정말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두고두고 읽을게요

[suh2021]

혹시 기자겸 앵커 파트 지원한 걸가요?

[토낑]

문장 하나하나가 다 너무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asdfqwrf]

안녕하세요 혹시 쪽지 드려도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