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인 캄보디아로 향했다.
이태원집회소의 2자매님과 함께 옷, 생활용품등 그동안 모아 둔 구호품을 잔뜩 싣고 새벽 6시 30분에 인천공항을 향했다.
아직 빛에 의해 깨어지지 않는 새벽이 신비스럽게 보였다.
빛이 비추면 신비스럽던 환상도 아름다웠던 자아도 깨어지며 진실한 고통만이 드러난다.
나는 내 자신 깊은 곳에 감춰진 고통을 일부러 외면하고 살아 왔다.
그러나 지금은 진실하게 나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상처를 치유받고 가볍게 살고 싶었다.
내 머리속은 떠나기 며칠전부터 복음 전파의 부담 보다도 소설에 대한 열정으로 화끈거렸다.
자전적 습작소설 '완전한 사랑'을 마무리 하느라 기도도 부족했고 말씀 추구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전혀 낯선 곳에서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으며 새로운 소설의 줄거리를 상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깨어졌다.
옆에 앉은 자매는 복음의 영에 불타 있었으며 그녀 속의 많은 부담을 쉬지 않고 나에게 쏟아 부았다.
"오, 주여 조금만 나를 내 버려 두소서. 제발 저 자매의 입술을 닫아주소서.
언젠가는 제 자신 주님께 드려질 것을 나는 압니다. 이번은 혼자 조용히 쉬고 싶습니다."
나는 상처와 아픔을 충분히 겪었고, 많은 실패로 인하여 내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들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프놈펜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랜 비행시간동안 내 자유로운 시간이 침범 당한 것과 피곤함이 뒤섞여 약간의 화가 치밀어 올라 와 있었다.
공항에는 캄보디아 젊은 형제들이 하얀 와이셔츠에 푸른빛 넥타이, 까만 바지를 입고 나와서 우리(11명의 한국인성도)를 환영해 주었다.
그들의 까만얼굴에 박힌 순수한 눈빛과 활짝 웃는 맑은 얼굴들에 나의 짜증섞인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들은 마치 감추인 하늘에 속한 보물과 같았다.
셔틀버스를 타고 집회장소로 가는 동안 나는 프놈펜 시내를 둘러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60년대의 가난에 찌들린 풍경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차들은 중앙선이 없어 제멋대로 달렸으며 자전거, 오토바이, 택시들까지 뒤섞여 그야말로 도로는 무법천지 같았다.
오토바이를 탄 무리진 행렬들이 삶의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벌레처럼 그날의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 집을 향하고 있었다.
얼굴표정에서 노동의 피로와 가난의 고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의 지치고 슬픈 표정들에 비하면 차안에 함께 탄 캄보디아 젋은 청년들의 얼굴은 기쁨에 넘쳐 빛나기 까지 했다.
나는 동시에 절망과 소망이 함께 교차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스도를 얻고 얻지 못한 차이가 이런 것이었구나.
주님은 얼마나 놀라우신 분이시길래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 젊은이들을 이토록 기쁘게 하는 것일까?'
집회소내부는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져 있었으며 천장은 비둘기가 날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
(나는 그때 왜 하얀 비둘기가 나는 것을 상상했는지 모르겠다.)
100여명의 형제 자매들 대부분이 중고등부학생, 대학생들이었다.
10명의 훈련된 봉사자들이 전시간으로 주님을 섬기고 있었으며,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난에 찌들린 그들을 먹여주고 영어를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훈련된 신언과 체계잡힌 봉사, 불타는 영, 순수한 열정, 가난한 마음이 내가 본 캄보디아 교회 지체들의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지나치는 한마디 격려에도 눈물을 흘리고 감동하여 마음을 열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니 '착 달라붙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10분의 1도 되지 못하는 불완전한 내가 그들의 순수하고 가난한 마음과 섞여 졌을 때 거기엔 놀라운 주님의 분배가 있었다.
우리는 모두 10분의 10 이상의 완전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주님은 한국인 성도 11명의 지체들로 하여금 모두 제각기 기능을 발휘하게 하셨다.
10명의 지체들에 묻어서 가볍게 바람이나 쐬고 돌아 오려 했던 나까지도 사용하셨으니......
아, 어떠한 넘치는 분배였던가!
나의 영이 금방 불타 올랐다.
주님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열정으로 내 마음이 뜨거워 지는 순간 그들을 격려하는 영이 내 안으로부터 솟구쳤다.
나는 벌떡 일어나 외쳤다.
서투른 영어였지만 한마디로 더듬거림 없이 말씀이 영어로 선포되었다.
나는 내 스스로 영어를 그렇게 잘 하는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많는 적합한 말씀을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들의 가난한 영은 열광했다.
210불(한화 25만원)정도로 26명의 형제자매들이 한달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대접한 반찬은 딱 두가지 소고기와 야채 그리고 밥이 전부였다.
그러나 맛이 있었고 정갈했으며 정성이 담겨 있었다.
가난하고 검소한 그들의 생활을 쉽게 엿 볼 수 있었다.
봉사하는 젊은 형제 자매들이 우리의 느낌을 계속적으로 세밀히 살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비교적 값이 싼 열대과일들을 풍성히 대접했다.
우리가 기거한 호텔은 약간의 냄새가 났으며 벌레들까지 기어다녔다.
도로는 매연으로 가득찼고 집집마다 전등빛은 희미했다.
전력량이 부족한 것 같았다.
잠을 자려고 불을 끈순간 형제자매 들이 호텔까지 찾아와 예쁘게 깎은 열대과일들을 쟁반에 담아 왔다.
호텔내 냉장고 안에는 형제자매들이 미리 갖다 놓아 둔 전통떡이 들어 있었다.
20대 젊은 형제들의 세심한 봉사에 우리는 감동했다.
어린 형제 자매들은 단체 생활로 인하여 훈련되어 있었으며
12살 어린 아이들까지도 청소, 주방봉사등 제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바이블 스터디를 통해 영어를 어느정도 할 수 있었으며
그들의 순수한 영과 부모의 사랑에 굶주린 가난한 마음들은 우리들의 사랑을 더욱 불태웠고 더 풍성케 했다.
자매들은 주방봉사에 관심이 있기 마련이다.
먼저 주방을 둘러 보았다. 전기부족으로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못했고 음식은 숯불을 피워 만들었다.
한 자매가 제안을 했다. 오후에 관광스케줄을 변경하고 한국음식을 장만해 이 젊은이들을 대접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우리는 캄보디아 자매, 형제와 함께 재래시장을 갔다.
불고기와 김치를 만들기 위해 함께 시장을 보며 그들의 삶의 현장을 엿볼 수 있었다.
젊은 청년이 얼마나 알뜰한지 흥정도 잘해 재료를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5자매가 바쁘게 움직여 불고기와 한국김치를 만들었다. 캄보디아 청년은 옆에서 마늘도 까고 빻아 주었다.
함께 사랑안에서 수고하는 기쁨이여!
한국에서 소설쓴다고 머리를 쥐어짜며 컴퓨터앞에서 시름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며 나는 생의 활기를 다시 찾은 듯 흥분해 있었다.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복음에 불타 있었으며 이 젊은 청년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 지에 온 마음을 쏟고 있었다.
그들의 갈급한 영과 필요가 나의 마음을 충만케 했다.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완벽한 삶의 균형인가!
이것이 균형잡힌 행복이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
그리스도의 몸(교회)을 건축하는 것이야 말로 완벽한 행복이 아닌가!
다음날 집회를 참석하고 오후시간에 우리는 킬링필드의 현장을 관광했다.
내가 영어를 좀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캄보디아 청년들이 내 옆을 떠나지 않고 그들의 생활과 캄보디아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들의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최소한 12시간 이상 노동의 대가가 한달에 30불(한화 3만원정도)이다.
국민 20%만이 주민증이 있으며 80%는 주민증이 없고 대부분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70년대에 폰락이라는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식인,종교인, 예술인, 의사등 사회를 리드하는 사람을 모두 킬링 필드에서 죽였다.
후환이 두려워 그들의 어린 자녀까지도......
그당시 프놈펜시 전 인구가 120만 명이었는데 킬링필드에서 죽은 사람이 200만명이라니, 그것도 모두 그 당시 사회를 리드하는 지식인들이었다고 한다.
한 도시 인구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놀라운 것은 200만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이려니 죽일 사람이 부족해서, 개념이 없는 공부하는 학생들을 불러내 살인케 하고 다음날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 수업을 받게 했다는 것이다.
죽인자와 죽음을 당한자가 모두 희생자였다.
나는 그때서야 왜 거리에서나 교회안에서 연장자들이 드믄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영이 그렇게 강하면서도 사람의 정을 그렇게 그리워 하고 있었는지도.......
그들의 부모, 친척들은 킬링필드의 희생자였고 그들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난 속에서 어린나이부터 생존의 짐을 지고 온 것이었다.
한국의 한 형제의 숨겨진 봉사로 인하여 프놈펜 대학생들 몇을 얻었다.
이들은 모두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으며 똑똑하고 명철했다.
한 형제는 몇 년을 일해 번돈으로 백만원짜리 택시를 사서 일주일에 4일은 운전수로 일해 돈을 벌고 있으며, 3일은 청소년들을 집에 초대해 영어와 성경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주님께 사로잡혀, 극심한 가난속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젊은이들을 초대해 자신을 허비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폰락의 독재와 공산주의로 인한 가난을 사탄으로 생각하고 그 가난을 이겨야겠다는 필사적인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들과 개인적인 교통중 한 면이 우려되었다.
지난 과거 질곡의 역사가 그들의 신앙에 침투되어 다른 신념으로 변질되까하는 우려였다.
"우리는 그리스도안의 한 생명을 가진 한 형제 자매입니다.
그리스도안에서만 소망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해줄 때 그들은 소망을 갖게 되며 소망을 가질 때 그들은 생활에 활기를 찾게 될 것입니다.
국수주의나 애국주의, 민족주의로 변질되어서는 안됩니다.
우주안에는 그리스도의 한 몸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한 몸을 사랑안에서 함께 건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나의 염려와 의도를 잘 이해 하고 있었고 그들이 만진 주님은 내가 만진 주님보다 더 강렬한 것이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그들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캄보디아로 출발할때 기내에서 계속 지껄여 대며 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던 그 자매가
(주님, 이러한 표현을 쓴 것을 용서해 주세요. 그때 당시의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썼습니다.) 귀항하는 기내안에서는 그렇게 귀하고 사랑스러워 보일 수 없었다.
나에게 한가지 책임이 주어져 있었다.
해외 선교를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과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진리를 열심히 추구에 더욱더 준비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아, 주님이 준비되지 않고 부족한 나에게 얼마나 많은 분배를 하셨던가!
나의 지난 아픔을 그들의 가난한 영을 통하여 얼마나 세밀히 치료하셨는지......
내 자신 또한 누군가가 나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주님안의 귀한 존재임을 알게 하셨다.
오랜 아픈 상처와 상실감 속에서 소설을 통해 작은 기쁨을 찾고 있었던 나에게 주님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기쁨을 주셨다.
주님께 감사한다.
또 다시 10분의 1의 내가 또 다른 10분의 1의 사람과 섞여 10분의 10의 완전한 건축을 이루길 희망해 본다.
첫댓글 지체님의 교통이 절 살립니다. 그 분의 몸의 지체로서 기능을 바휘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교통이 절 새롭게합니다. 캄보디아 땅을 축복하소서. 그 곳의 상처받은 영혼들이 주님의 사랑에 매혹 되게하소서.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님이 우리의 눈을 열어 우주적인 한몸 안에서 고르게 하심을 보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주님 가난은 죄가 아닙니다.다만 불편할뿐이지 .. 자매님의 교통에 그곳의 상황이 만져집니다.주님 캄보디아 땅을 기억하소서 당신자신을 쏫아부으소서 그곳에 점유하고 있는 악한대적을 묶으소서 당신을 영광으로 채우소서.....
자매님의 솔직한 여행기가.. 구구절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복음이 가난한사람들에게 먼저 전파되는것은 자연스러운 하나님의 정하심일 것입니다...그곳의 주님을 향한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한 영이 자매님의 영을 만졌군요. 주님을 찬양합니다.자매님에게새로운 전환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이글 청주교회홈피로..
섞임을 통하여 깨여나게 하심을 주님께 찬양합니다. 주의 몸 안에 많은 필요가 있음을 보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주 예수여!! 당신의 몸 안의 지체들입니다. 당신이 함께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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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따라 돕는 은혜가 우리에게 있음을 감사합니다. 캄보디아에서 숨겨진 봉사를 한 형제님, 타이랜드에서 훈련받던 캄보디아의 젊은 형제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주님의 몸의 완결을 위해 우리를 적절한 곳에, 적절한 때에 보내시고 눈을 뜨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아멘, 할렐루야!
자매님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많은 것을 생각케하는 글이군요.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