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은 태풍의 영향권을 거의 받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한 보름 이렇게 더운 날씨는 처음이라고 연신 혀를 내두렀는데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피부로 서늘한 기운을 감지합니다.
맷돌 호박 거두고 그 자리에 쪽파를 넣었는데
잡초가 뒤엉켜 밭 정리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이고 한 서너평을 일구고 쪽파를 넣었습니다.
지금 심는 것은 김장용은 아니고,
그 전에 식탁에 오를 것이라 하기에 그런가 하면서 심었습니다.
맷돌호박은 아직도 몇 덩어리는 딸 것이 있는데
애호박이 아니라 찌게용으로 밑에 까는 것이라 수요가 별로 없습니다.
상추는 오늘 한판 사다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다 심었습니다.
워낙 채소값이 비싸 좀 크면 나누어 먹을려고 많이 심었습니다.
비가 적당히 와 땅은 상추 심기에 적당하고,
우야튼 한 보름 기다리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밭농사 조금 하면서 오전을 내리 밭에 엎드려 일을 하니 모처럼 일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완전 무장을 하고 덤비지만 모기란 놈이 기가 막히게 뚫고 들어오고
특히 땅 속의 몸체가 작은 검은 개미는 몸으로 기어 들어와 몇 방 갈기고 가는데
따끔따금하여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고추는 딴저병에 걸려 반 타작도 못할 것 같고,
붉은 고추나 풋고추는 매워서 조림을 해도 너무 맵군요.
옛날에는 메운 것 잘도 먹었는데 이제는 아리는 것이 겁이 납니다.
좀 따다가 아는 사람 나누어 주고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애초에 마른 고추 할 생각이 없는 바 지금 따서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김장 배추 이식할 시기는 이르지만
벌써 종묘상에는 배추가 제법 나와 있군요.
육십일 칠십일 배추라 하면,
앞으로 한 달 정도 지나서 심어도 김장용은 충분할 것 같은데
게으른 농부가 심는 것이 고구마라,
순만 기차게 뻗어나가고 순을 좀 따주고,
뒤집혀주어야 밑이 실하다는데
따는 것도 삼복 염천에 생각도 못하고 이제야 좀 따다가 나눌려고 합니다.
이것은 껍질을 뻬껴 삶아야 하는데,
갖다 주어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나 따다 주면 심심히 껍질 베겨,
나물을 해 먹어도 좋고 간장 넣고 졸여도 먹을만 할 것입니다.
옅지기가 발치를 하고 한 사개월 통증으로 씹지 못하는 바람에,
조석으로 밥하고, 반찬 이것저것 만드는데 심란하군요
호박나물, 푸추 김치 담고, 가지 나물에 고구마순 묻치고, 노각오이 겁질 베겨 채 썰어 묻치고
이것은 물론 교습을 받고 하는 거지만,
그 전에도 웬만한 반찬을 해 먹었습니다.
나물 묻치는 데는 생마늘 몇 쪽에 진간장 한 숟갈
그리고 설탕 조금 깨소금 조금 넣고 조물락조물락하면 먹을만 합니다.
주로 밭에서 나는 것으로 하니
물론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밭일을 하고 오면 상이라도 차리면 좋을텐데
몇 개월 계속되니 응당 내가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의학 용어에 MUD라는 어휘가 있는데,
원인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이라고 풀이하는군요.
우리 나라에 그래도 가장 수준이 높은 서울치대 교수분한테 오래 기다려 치료를 받고 있는데
담당의사 왈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치료는 하되,
경과를 보자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료를 받으려 갑니다.
여기서 우리 세대는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내 경우에도 전립선 고지혈증 두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식탁은 옅지기 약으로 가득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영향제도 함께 먹으니 복용하는 약만 해도 종류가 많군요.
오늘은 좀 푸념이 많은 그런 이야기를 쓰고 있군요.
그러나 이것도 사람 사는 일이라 같이 동행하렵니다.
첫댓글 나이들면 걸아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가을 김장거리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정식해야하니까.
씨앗으로 모종을 만들려면 지금쯤이 적정할것 같네요.
찬바람나면 애호박이 많이 달리는데요~맛도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