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 주최로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무원연금 대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공무원노조의 깽판으로 취소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새누리당은 현재 공무원 연금이 낸 돈에 비해 과다하게 지급되고 있어 해매다 수 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라 공무원 연금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공무원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폼만 잡다가 칼집에 집어놓고 말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과 적이 되더라도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공무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주춤하는 인상이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공무원들의 반발을 다 반영할 수는 없지만 의견수렴을 통해 10월 중 개혁안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며 일부 공무원들의 반발이 있더라도 개혁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은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주도해 온 새누리당이 (사설 연금보험을 팔고 있는) 재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연금 개악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투쟁을 이어가겠다"며 결사저지를 다짐하고 있다. 해마다 수 조원의 연금적자를 보전하느라 허리가 휘청한 정부와 자신들의 노후보장이 걸린 공무원 간의 진검승부가 시작되었고 여론의 향배에 따라 그 승패가 갈릴 것이다.
나는 연금 얘기만 나오면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유시민 얘기가 생각나는 데,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유시민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곧 기금이 고갈돼 큰 낭패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늘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유시민이 자못 심각하게 한 얘기라 그때서야 '연금문제가 보통 심각한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유시민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현재의 연금수급구조를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공무원 노조의 반발이 격심해 개혁을 하지 못하고 얼렁뚱땅 넘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이명박 정부도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기 위한 시늉을 냈지만 역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공무원 연금의 개혁이 이처럼 실패한 이유는 막강한 공무원 노조의 저항때문이겠지만, 공무원의 표를 의식한 정부여당의 자세가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새누리당이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마련하면서 "앞으로 2년 간은 선거도 없으니 이번에 개혁하지 못하면 더이상의 기회는 없다"고 강조한 것도 그동안 선거를 의식해 공무원 연금의 개혁에 큰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공무원 연금 개혁의 성공 여부는 정부여당의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리고 여론의 향배도 중요한 변수일 것이고.
공무원직을 흔히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한다. 특별한 잘못을 범하지 않는 한 강제퇴직 당하지 않고 정년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또 해마다 급여가 따박따박 인상되고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월급이 밀리는 경우도 없으니 최고의 안정성있는 직장이다. 그리고 정년퇴직하고 나면 죽을 때까지 상당액수의 연금을 받아 노후를 비교적 편안하게 보낼 수 있으니 과히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할만하다. 그래서 공무원을 할려고 하는 젊은이들(흔히 '공시족'이라고 한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내 직장 근처에 '박문각 고시학원'이 있는데, 공무원 시험 응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로 바글바글하다. 말을 들으니까 예전에는 거저 줘도 안 한다는 9급 공무원 경쟁률이 수십대 일이라고 한다. 과거 내가 공부할 때만 해도 5급 이하는 거덜떠도 보지 않았는데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오늘 3명의 젊은 친구들에게 "일반 기업의 급여가 100이라고 할 때, 공무원의 급여가 90이라면 회사에 다닐래 공무원을 할래"라고 물으니까 전부 공무원을 하겠다고 했다. 상시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회사원들로서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훨씬 나을 것임은 당연한 일이다. 또 따지고 보면 공무원의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다. 대기업에 비해서는 조금 적을지 모르겠으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회사원들에 비하면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공무원이 누리는 혜택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연금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가재정 차원에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돼 2010년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미봉책에 그치면서 연금 적자폭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구조로 하루빨리 바꾸지 않으면 공무원연금 때문에 정부 재정 운용마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안전행정부 자료를 보면 올해 공무원연금 정부보전금은 2조3409억원 규모다. 내년에는 3조를 넘어서고 2020년에는 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후에는 연금적자가 53조가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을 미룬다면 공무원 연금의 파산은 물론이고 국가재정마저 희청거리게 될 것이다. 2010년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공무원연금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이유는 정치권의 무책임으로 인해 근본적인 처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혁의 칼을 빼든 새누리당과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과감하게 개혁을 해야할 것이다. 자료를 보니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언론들도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고, 여론도 찬성쪽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지금이 공무원 연금 개혁을 위한 최적의 시기가 아닌가 싶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주장을 들어보면, 공무원 연금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퇴직금도 없는 공무원의 최후 노후보장 수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퇴직금을 주는 방향으로 개혁하면 된다. 그리고 승진이나 임금 체계도 기업과 동일하게 만들어서 능력이 뛰어난 직원에게는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은 도태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공무원 경쟁력이 세계 몇 위 정도 하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별로 높지는 않을 것이다. 그 원인이야 '순환보직' 등을 비롯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번 시험에 합격하면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정년을 보장해주는 제도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승진과 임금 체계를 기업과 동일하게 맞추고 철밥통을 깨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보도를 보니 연금 개혁에 불안을 느낀 공무원들이 좌불안석이고 명퇴 신청자가 늘어 공무원 조직이 동요될 것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신경쓸 것 없다는 생각이다. 공무원들의 속성상 정부의 방침이 확고하면 따라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것처럼 공무원이 될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줄을 섰으니 퇴직하고 싶은 사람은 퇴직시키고 필요한 인원수만큼 신규 채용하면 된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정부가 진정으로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밀어붙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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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가지를
잘 해결하면
국민의 영웅으로
기악이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