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사랑은 불같이 다가온다 1 "만음마룡의 천음색혼심법에 당했소." 선실 안, 침상에 누이동생을 눕힌 양문룡이 그렇게 말했다. 용해린 또한 만음마룡이 여인을 탐할 때 특이한 심법을 사용한다고 이미 들었던 터라 고개 를 끄덕였다. 시전자가 아닌 이상 그 심법을 풀지 못한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오직 한 남자와 음양교합을 이루는 것 뿐, 그것 또한 반각(半刻) 내에 교합하지 않으면 여인은 혈맥이 터져 죽고 만다. "도와 주시오, 대협!" 양문룡은 애원의 눈길로 용해린을 쳐다보았다. 누이를 살리기 위한 양문룡의 눈빛은 필사적이었다. 남자는 그와 자신 뿐. 그러나 용해린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생면부지의 여인과 살을 섞으라니. 이런 낭패가 있나…….' 그는 침상에 누운 양홍균을 바라 보았다. 그녀가 싫은 건 아니었다. 양홍균, 천하에서도 다섯 미인에 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사실 그의 가슴은 심하게 뛰고 있었다. 그러나 호감(好感)과 정사(情事)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십여 년 동안 그는 바다에서 혼자 살아왔다. 대해를 떨치는 무적해룡의 신위, 사람들은 입이 닳도록 그를 우러러 보았고 대해 또한 그의 것이었다. 하나 대해 일인자의 자리도, 드넓은 대해도, 그의 허전한 가슴을 채워 줄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 속으로 무언가 파고든 것이 있었다.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막연한 느낌으로 그것은 분명 정(情)이었다. 양홍균을 보며 그러한 감정에 휘감겼다. 그때 해옥랑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이봐, 횡재했군 그래! 한 번 잘해 봐!" 무얼 잘하라는 것인지. 해옥랑은 씩 웃어 보이며 재차 입을 열었다. "뭘 망설이고 있소? 기회는 왔을 때 잡는 것이오. 배가 떠난 뒤 땅을 쳐 봐야 소용없단 말 이오." 그러나 용해린은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이어 고개를 흔들던 용해린은 이내 결정을 내렸다. 양홍균의 전신에 어린 붉은 기운이 점점 더 짙어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지체하면 혈맥이 파열되어 죽는다. 묘하게 만난 상황이지만 이것도 인연이겠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용해린이 얼굴을 붉힌 채로 입을 열었다. "다른 방법은 없으니……." 양문룡은 내심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무적해룡을 만나려 한 목적을 뛰어넘어 예기치 않게 그와의 확실한 인연을 만들었으니. "고맙소, 대협의 은혜는 백골이 진토가 될 때까지 잊지 않겠소이다." 이어 양문룡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동생 덕분에 대해제일인을 매제(妹弟)로 삼게 되었소이다!" "매제요……?" "하핫! 그럼, 용공자께선 연분을 맺고는 그것으로 모든 것을 무마하시려고 했소?" "흠, 매제(妹弟)라……." 홀홀 단신으로 지내왔던 그에게는 낯선 말이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대해제일인, 나아가 천하제일인이 될 인물을 매제(妹弟)로 삼게 되다니 이것이 바로 전화위 복(轉禍爲福)이 아니겠소?" "하핫! 형씨, 내 공을 잊으면 안되오." 해옥랑이 대소를 터뜨리며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술 한잔 사시오." 이어 그녀는 양문룡을 이끌었다. "하핫! 우린 자리를 피해 줍시다." "아, 알겠소." 해옥랑과 양문룡 두 사람은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가기 전 힐긋 양홍균과 용해린을 바라본 해옥랑의 눈빛, 그녀의 눈가에 알 수 없는 무언 가가 스쳤다. 하나 그녀는 이내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선실 안은 오직 용해린과 양홍균 뿐이었다. 막상 그들이 사라지자 용해린은 난감함에 얼굴을 붉혔다. 어떻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일이 처음이었다. 그 반면에 양홍균은 몸 속에서 피어오르는 욕화(慾火)로 폭발할 지경이었다. "어… 어서… 나를 좀……." 그녀는 무엇인가를 잡으려 허공으로 손을 허우적대며 애처로운 비음을 흘렸다. 용해린에게 있어 첫 여인, 그는 그렇게 허우적대는 여인 양홍균의 손을 잡았다. 그것이 도화선(導火線)이었다. "하응……." 순간 양홍균이 와락 용해린에게 그대로 안겨 버렸다. 사내의 체취가 전해지자 본능적으로 그녀의 몸이 반응했다. 용해린은 얼떨결에 양홍균의 나긋한 몸을 안았다. 그녀의 몸은 완전히 하나의 불덩이였다. "흐흥……." 양홍균의 두 팔이 뒤로 돌아가며 용해린의 목을 꽉 조였다. 그러자 그의 바로 눈앞에 양홍 균의 얼굴이 자리했다. 화악하고 단내나는 내음이 용해린의 얼굴에 씌워졌다. 얼떨결에 그는 그녀의 체취를 마셨다. 끝 맛이 달콤한 도화를 한 입 베어 문 듯. 극독처럼 그의 전신을 타고 오르는 그 기운에 그는 온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한 곳으로 모였고 용해린은 자신의 아랫배 쪽에 아릿한 고통을 느꼈다. "소, 소저!" 용해린이 그녀를 부르자 그녀의 대답이 이어졌다. 양홍균의 꽃잎보다 붉은 입술이 그의 입술을 송두리째 뒤덮어 버린 것이다. "웁……." 뜨거운 열기를 가득 머금은 입술이었다. 첫 입맞춤! 그것은 고강한 무공으로도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의 적이었다. 그녀는 마르지 않는 폭포수처럼 격렬하게 용해린의 입술을 찍어눌렀고 파도처럼 용해린의 입술 위를 휘몰아쳐 갔다. "……!" 용해린의 눈이 커졌다. 그녀가 울타리를 넘어 그의 혀를 도둑질했기 때문이었다. 열기를 품은 그녀의 혀가 또아리를 틀 듯 용해린의 혓바닥을 휘감았고, 감로주(甘露酒) 같은 타액이 끊임없이 흘러 두 사람의 입을 오가며 서로의 갈증을 가시게 했다. 그것은 용광로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다. 그렇게 용해린은 여자를 알아 갔다. 이젠 그도 그녀에게 주기 시작했다. "하아……!" 숨이 가쁜지 양홍균이 먼저 입을 떼었다. 뜨거운 비음을 발하는 그녀가 그에게 깊숙이 안겨 들어 두 사람의 신체는 한 치의 틈도 없 이 꽉 붙어 버렸다. 그녀의 탄력적인 젖가슴이 그의 가슴을 압박했다. 그녀는 바빠졌다. 양홍균의 장미빛 입술이 용해린의 목을 타고 흘러내렸고 이내 햇볕에 잘 그을린 그의 탄탄 한 가슴을 쓸어갔다. "으음……." 양홍균의 영사(靈蛇) 같은 붉은 입술이 그의 가슴을 구석구석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용해린 의 눈가가 가는 떨림을 보였다. 쾌감이 그의 전신을 후려치고 있는 것이다. 2 선실 밖, 양문룡과 해옥랑이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채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의 상념에 빠져 있었다. 양문룡은 선실에서 들려 오는 소리를 들으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기대한 일이 완벽히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만남으로는 사람을 알 수 없다. 그것은 뛰어난 머리를 가진 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불변(不變)의 법칙(法則) 이었다. 하나 그 정의는 오늘 다시 쓰여졌다. 용해린, 그는 양문룡이 세운 정의 밖의 인물이었다. 양문룡과 그는 오늘 처음 만났다. 그러나 그 짧은 만남에서 그는 하나 뿐인 여동생을 맡길 정도로 그를 느꼈다. 물론 불가항 력적인 상황 탓도 있긴 있었다. 무적해룡 용해린. 그는 첫인상만으로도 사람을 휘어 잡을만한 마력(魔力)을 가지고 있었다. '해왕맹에 패퇴한 마룡방이 황금해에 정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창랑선단에 오를 때 내심 불 안했는데, 오히려 대해제일인하고 뗄 수 없는 인연이 만들어졌다.' 양문룡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희열의 빛이 가득했다. '게다가 그의 무공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를 본 철웅회로 끌어들인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격 이다.' 용해린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그를 놀라게 했다. '혈마천! 그들과의 싸움에서 용공자의 도움은 진정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대륙 최고의 현자 가문답게 대륙제일유가 자하장의 역대 선조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천패문 과 혈마천의 혈사를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들은 침묵해야 했다. 손발 없이 머리만으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나 당금의 자하장주인 다지문성 양문룡은 혈마천의 강함을 알고도 그들에 대항할 세력을 비밀리에 구축했다. 무림의 젊은 신진 고수들을 주축으로 한 비밀세력, 그것이 철웅회라는 세력이었다. 하나 상대에 비해 자신들의 힘이 너무나도 미약함을 고민하던 양문룡은 두 가지의 생각을 도출한 것이다. 그 하나는 자신의 지혜를 빌리려는 정도의 비밀결사 정천맹이 제시한 총군사의 지위를 허락 해 그들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결성한 철웅회에 지금까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절대고수를 영 입하는 일이었다. 바로 그 대상이 대해제일인이라는 무적해룡이었다. 자신을 노리는 혈마천의 눈을 피해 창랑선단에 오른 그는 내심 무적해룡을 만나기 원했었 고, 그것은 적중했다. 그리고 우연찮게 무적해룡과 처남매부간의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버린 것이다. 양문룡의 머리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해옥랑은 저 먼 바다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귀로 선실 안의 소리들이 화살처럼 박혀들었다. 해옥랑은 지금 자신의 가슴 속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감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가 자신의 가슴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허전한 느낌.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어렴풋한 느낌을 받았다. 구 년 전이었다. 그녀도 여인이었던 때가.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했다. 그런 어머니가 열 살 된 그녀만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아버지는 극도의 상심에 빠졌다. 이후 아버지는 그 어떤 여자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거대해진 해왕맹에게는 주인이 필요했고 아버지에게는 자신의 뒤를 이어 해왕맹을 이끌 후사가 필요했다.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필요했다. 때문에, 구 년 전 그녀는 치마대신 바지를 입었고 헝겁인형 대신에 날이 시퍼런 병기를 잡 았다. 그렇게 그녀는 자연스럽게 여인에서 사내가 되어갔다. 해왕맹의 그 어떤 사람도 그녀를 여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적을 쓰러뜨렸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남자가 되었다고 자신했다. 여인이 가져야 할 감정이 상당히 무뎌진 그녀에게 지금의 이 알 수 없는 감정은 혼란을 주 기에 충분했다. 사내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후 누구도 그녀에게 여인으로서 인생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이 다. 사랑이란 감정은 그녀에겐 낯설었다. 그러나 이제 실타래에서 풀려나간 실처럼 그녀의 가슴에서 여인의 마음이 누군가에게로 흘 러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실이 그녀 밖에서 무언가를 짜기 시작했지만 첫 바늘을 꿴 그 사랑을 그녀는 알지 못했 다. 선실 안에서는 용해린과 양홍균이 일으키는 미묘한 소리들이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헉……!" 한순간 용해린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이 흘렀다. 양홍균의 나긋한 섬섬옥수가 그의 하체를 가린 천 속으로 파고 들어와 자신의 단단한 상징 을 쥐었던 것이다. 그녀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천음색혼심법으로 달구워진 양홍균에게는 이성은 사라지고 오직 본능만이 작용할 뿐이었다. "흐으응……." 비음을 발하며 그녀의 야릇해진 시선이 용해린의 힘찬 상징을 주시했다. 그녀는 입가에 미 묘한 웃음을 머금으며 입술을 축였다. 용해린의 감긴 두 눈가가 찡그려졌고 파르르 떨림을 보였다. "하아아……." 가쁜 숨을 몰아쉰 양홍균은 낼름하고 입술을 핥으며 그의 몸 위로 올라왔다. 그녀의 중심부 는 이미 뜨겁게 젖어 있었다. 살이 오른 둔덕에 부드러운 치모(恥毛)가 용해린의 몸에 쓸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 는 듯했다. 그녀는 욕화가 들끓는 본능대로만 움직였다. 그녀의 의식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의 내부를 휘감고 있는 욕정의 불길을 어 서 빨리 꺼야 한다는 일념 뿐이다. 본능만이 남아 있는 그녀는 너무도 적극적이었다. 양홍균은 용해린의 몸 위에 걸터앉았다. 그와 그녀가 가까워질 수 있는 최단의 거리. 그들 사이에는 그것마저 사라졌다. 부르르르……! "흐응……." "으음!" 두 남녀의 신체가 동시에 떨렸으며 짧은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처음으로 맞닿은 두 남녀의 쾌락의 분기점들. 그로 인해 맞닿은 곳에서 느껴지는 신선함과 충격이 그들의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짜릿한 쾌 감을 주고 있었다. '너무, 뜨거워…….' 양홍균은 자신의 처녀지에 닿아 있는 뜨거운 이물질이 주는 아찔한 느낌에 전율했다. 마치 살아 있는 물체인 듯 용해린의 것이 꿈틀거리고 맥동치며 그녀의 비궁 입구를 간지럽 히는 것이다. "아아……." 바닥에 누운 용해린은 자신의 것이 여인의 가장 민감한 부분에 닿자 머리에서 작은 불꽃이 이는 듯했다. 양홍균의 미끈한 살갗 속으로 자신의 것이 잠겨 있는 것이다. 양홍균이 자신의 허리를 서서히 아래로 내렸다. 첫 교합. 용해린의 뇌리 속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한 치 정도 그녀의 속살 속으로 더 들어 갔을까? 양홍균의 움직임이 정지됐다. 무언가 하나 의 장벽이 용해린의 전진을 막았다. 처녀의 성(城)에 걸린 것이다. 보통의 여인이라면 고통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지극한 색공에 젖어 있는 상태였고, 처녀성은 자신의 쾌감을 막는 걸림 돌이 될 뿐이었다. '아, 아파……!' 색공에 젖어 있는 그녀에게도 그것은 고통이었다. 본능대로만 움직인다 해도 처녀지가 깨어지는 아픔은 그녀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이제는 여인을 알아 버린 용해린의 고달픔이었다. 신천지를 개척하고 싶은 설레임. 전신의 피가 모두 한 곳으로 모이며 펄펄 끓는 용암으로 화해 그것을 분출하고 싶다는 욕망 이 강하게 일어났다. 용해린의 두 손이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들려져 양홍균의 풍만한 둔부를 부여잡았 다. 잡았다 생각된 순간 그는 그녀의 엉덩이를 바싹 아래로 끌어내렸다. "흐하악……!" 양홍균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불시에 용해린의 거대한 육봉이 그녀의 속살 속으로 완전히 삽입되어진 것이다. 처녀의 막 은 여지없이 찢겨져 나갔다. 살이 밀려 퍼지며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상상치도 못했던 격렬한 고통에 양홍균의 아름다운 교구가 화살맞은 사슴처럼 퍼득이며 경 련을 일으켰다. "아흑…! 아파―!" 지극한 통증에 그녀의 눈가에는 한 줄기 눈물 방울이 맺혔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형언할 수 없는 지극한 고통이었다. 천음색혼심법 때문에 그 고통이 많이 상쇄되기는 했어도 파과(破瓜)의 아픔은 그만큼 컸다. 용해린의 가슴을 짚은 그녀의 두 손이 그를 밀어내며 엉덩이를 뒤로 빼내려 했다. 하나 그녀의 둔부를 잡은 용해린의 강철 같은 양손이 그녀를 꽈악 잡으며 다시 끌어내렸다 "흐윽……!" 그녀의 허리가 크게 휘었다. 자신의 살 속으로 용해린의 것이 다시 꽈악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용해린은 자신의 하체에서 느껴지는 격렬한 압박감에 진저리를 쳤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쾌감이었다. 사방으로부터 조여오는 처녀의 보드라운 속살이 용해린의 전신 세포를 하나하나 깨우며 그 를 황홀감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용해린이 밀려오는 쾌감을 음미하며 가만히 있자 양홍균의 하체를 찢을 듯했던 고통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아픔이 서서히 사라지자 양홍균의 전신으로 뜨거운 욕화가 확산되었으며 그녀의 본능을 사 정없이 두들겼다. 그녀의 둔부가 조금씩 움직였다. 그리 크지 않은 움직임은 용해린의 상징을 서서히 마찰하 기 시작했다. 용해린의 쾌감에 젖은 두 눈에 놀람의 빛이 가득했다. 조이는 듯한 압박감이 주는 쾌감을 음미하던 그의 것에 양홍균의 속살의 마찰이 가해지자 더한 쾌감이 상승하는 것이다. 양홍균의 둔부를 잡고 있던 용해린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녀의 움직임이 조 금 빨라졌다. 또한 동작도 아주 커졌다. "하아아……." 그녀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턱을 뒤로 젖히며 율동을 보였다. "하윽……!" "후우……." 두 남녀의 입에서 연신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쾌감에 겨워 흘려내는 심음이었다. 용해린은 물론이고 양홍균도 격렬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녀는 첫 결합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 다. 천음색혼심법이 그녀의 색감을 극도로 일깨워 놨기 때문이다. "하응……." 양홍균의 상체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는 용해린의 탄탄한 가슴을 꽉 끌어안았다. 지극한 쾌감을 감당 못하며 그의 가슴에 매달리듯 끌어안은 것이다. 그의 가슴에 눌려 그녀의 소담하고 탄력적인 가슴이 일그러졌다. 땀을 촉촉히 흘린 살갗이 밀착된 채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달콤한 살내음이 확확 피어올랐 다. 양홍균의 속살은 놀랄 만큼의 생명력을 갖고 있었다. 마치 별개의 생명체인 양 움직이며 용 해린의 것을 물고 놓아 주지를 않았다. 강하게 수축할 때는 꽉 조여 주고 풀어 줄 때는 미끈하게 내놓았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지만 본능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그녀의 행동은 용해린에게 환상 적이고도 짜릿한 황홀경을 헤매게 만들었다. "아윽…… 좋아……." 행위가 깊어질 때마다 그녀의 쾌락도 더욱 고조됐다. 용해린의 몸을 타고 파도처럼 일렁이는 양홍균의 모습은 실로 뇌살적이었다. 그런 그녀의 움직임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극도의 쾌감으로 인해 그녀의 기력이 조금씩 줄어들며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이다. 하나 용해린은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지금껏 황홀함을 마음껏 누리던 그에게는 점점 둔해 져만 가는 양홍균이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돌연 용해린이 그 자세 그대로 몸을 뒤집었다. 한순간 두 사람의 자세가 뒤바뀌며 양홍균이 용해린의 배 아래로 깔렸다. 용해린의 허리가 격렬하게 움직이며 그녀의 하체를 꿰뚫었다. "하윽…… 하악―!" 양홍균이 자지러지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 자신이 움직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으로 자신의 내부로 들어오는 용해린이다. 더불어 극렬하게 피어오르는 쾌감이 그녀의 전신을 휩쓸어 갔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양홍균의 신체를 으스러져라 안은 채 격렬하게 허리를 놀렸다. 그녀는 밑에서부터 그에게 힘껏 달라붙어 그와의 결합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하려 했다. 싱싱하고 붉은 용해린의 실체는 흡사 뱀이 동굴을 드나들 듯 양홍균의 비궁을 공격해댔다. 용해린의 것을 받아들이는 양홍균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다. 전신을 무수히 때리고 지나가는 쾌락의 열기에 몸을 떨며 신체를 튕겼다. 그의 허리가 거칠고 강렬하게 율동을 일으키며 그녀를 공격했다. "하으…… 하악……." 뜨겁고 강인한 불덩이가 맥박치며 그녀의 몸 안을 누벼댈 때마다 양홍균은 붉은 입술을 벌 린 채 숨넘어갈 듯 신음을 발했다. 그녀의 숨결은 가쁘게 헐떡였고 뜨겁게 고조되어 갔다. 더해지는 쾌감에 도리질을 해대는 그녀의 고개 짓으로 그녀의 삼단 같은 머리카락이 사방으 로 물결치듯 흩날리며 용해린의 얼굴과 가슴을 자극했다. 두 남녀의 행위는 갈수록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흐으윽! 너무… 좋아……." 양홍균의 신체 내부에서 지극한 쾌감을 주는 자그마한 폭발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그것 은 그대로 그녀의 전신을 휘감으며 그녀를 황홀경에 빠져들게 했다. 또한 용해린의 머리 속에서도 쾌감으로 불똥이 튀기고 있었다. 그에 따라 그의 행위도 더욱 거세져 갔다. "훅―! 헉―!" "하응…… 더……." 두 남녀의 움직임이 격렬해지며 그들은 또다시 쾌락에 젖어 들어 갔다. 그들의 행위는 언제 끝날지를 몰랐다. 3 빽빽한 숲을 거느리고 있는 해변가. 한 인물이 바다를 보고 서 있었다. 그는 마종사뇌였다. 혈마천의 군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뒤에는 한 명의 인물이 부복한 채 자리해 있었다. 그는 몰살한 마룡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바로 그 인물이었다. 그는 애초부터 마룡방에 잠입해 있었던 첩자였다. "만음마룡이 실패했다. 더구나 그의 수하들도 거의 전멸했단 말이지?" 부복해 있던 인물이 대답했다. "예!" "해왕맹에 패퇴했다지만 마룡방의 전력은 반 이상이 남았었고, 만음마룡도 그리 호락한 인 물은 아닌데 그도 무적해룡의 단 한 수에 죽었다……?" 마룡방을 이용해 다지문성 양문룡을 죽이려 했던 마종사뇌였다. 허나 그 일이 실패했다. "무적해룡…… 유의해야 할 인물이군." 마종사뇌는 무적해룡이란 인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흠. 그는 천하십대고수(天下十大高手)에 뒤지지 않는 무공을 지닌 듯하고…… 신경을 좀 써 야겠군." 과거와 달리 당금의 혈마천은 실로 막강한 세력을 구축해 가공할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쉽게 도발하지 않고 있었다. 혈마천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금의 무림도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열 명의 절 대자들이었다. 천하십대고수라 불리는 열 명. - 일황(一皇), 일존(一尊), 일옹(一翁), 삼검(三劍), 사마(四魔). 열 명의 절대자들. 그들 개개의 무공은 하늘에 닿아 있었으며, 그들이 거느린 세력 또한 막강했다. 혈마천으로 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에 그들을 무력화시킬 계략을 하나하나 진행시켜 가던 마종사뇌였다. 여기에 혹여 변수가 될 수 있는 무적해룡까지 더해졌으니 그를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애시당초 마룡방에게 다지문성을 죽여달라 청부했을 때 무적해룡과의 충돌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설마 마룡방이 그 한 사람에게 전멸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황실(皇室)과의 충돌을 피해 제 삼자의 손으로 다지문성을 죽이려 한 것인데……." 다지문성의 학문이라면 능히 마종사뇌가 짠 계략을 꿰뚫어 보고 무력화할 수 있기에 그를 죽이려는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대놓고 그를 죽일 수는 없었다. 다지문성은 황실에서조차도 탐을 내는 절대 천재였기 때문이다. 그가 죽는다면 당연히 황실에서는 그의 사인을 조사할 것이고, 황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 기에 우연을 가장해 다지문성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흠, 어쨌든 그로 인해 변수가 될 수 있는 인물을 보게 되었으니 헛수고만은 아니군." 문득 그의 입가에 사악하기 그지없는 웃음이 머금어졌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지문성이 죽는 것만은 불변하니까." 바다를 바라보던 마종사뇌는 이내 몸을 틀었다. "먼저 해옥랑을 이용한 대륙멸천계(大陸滅天計)부터 시작해야겠군." 그의 마지막 말이 여운이 되어 흘렀다. 마종사뇌의 신형은 저 멀리 점이 되어 사라졌다. * * * 짝! 난데없이 날아온 섬섬옥수에 용해린의 뺨이 직각으로 돌아갔다. "이… 이 음적(淫賊)……!" 양홍균의 몸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던 용해린은 뺨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에 눈을 동그 랗게 뜨고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음적이라니……? 그녀의 마음은 당연히 이해했다. 십 구 년 동안 지켜 온 순결(純潔)을 난생 처음 보는 이에 게 빼앗겼으니. 하나 따지고 보면 자신은 피해자였다. 그도 얼결에 동정(童貞)을 깬 것이다. 양홍균이 더 적 극적이었으니. 다짜고짜 자신을 껴안은 것은 양홍균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어났던 일을 모르는 그녀이기에 해명할 길이 막막했다. "허……!" 자리에서 일어난 용해린은 허허롭게 웃을 뿐 다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양홍균은 이불을 끌어다가 몸을 가리고는 서릿발 같은 시선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때맞춰 양문룡과 해옥랑이 소리를 듣고 선실 안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갸웃하던 두 사람은 이내 상황을 이해하고는 실소를 흘렸다. "홍균아, 은인이자 지아비가 되실 분한테 무슨 짓이냐?" "오, 오라버니……?" 양홍균이 놀란 눈으로 양문룡을 바라봤다. "허어, 이런……." 용해린의 뺨에 난 손자국을 본 양문룡은 미안함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양홍균은 얼굴을 붉힌 채 등을 돌려 서 있는 용해린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벌어진 일, 그러나 결말은 지어야 했다. "요… 용대협!" 그녀의 떨리는 음성에 용해린은 마음을 풀고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양홍균은 비로소 용해 린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열려진 창 틈으로 들어온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사자의 갈기 같은 검은 머리카락, 절세미남 은 아니나 단정하게 박힌 오관은 신선하고 깨끗한 얼굴이라 보기가 좋았다.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한 용해린의 두 눈을 보며 양홍균은 내심 탄성을 질렀 다. '너무도 신비한 눈빛이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그녀의 지혜 가득한 눈빛이 용해린의 이마를 보고 있었 다. '아! 도화(桃花)의 문(雯)이 천원(天元)으로 향하고 있다.' 기이하게도 용해린의 이마에는 지금껏 보이지 않던 희미한 반흔(瘢痕)이 나타나 있었다. 자 세히 본다면 꽃잎 같았다. 양홍균은 그것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천왕지상(天王之相)―! 아아, 운명적으로 고금제일인이 된다는 전설의 극품상(極品像)이다!' 그녀는 단번에 용해린이 천왕지체임을 꿰뚫어 본 것이다. 양홍균은 양문룡의 말을 듣고 용해린에 대해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아니 자신의 몸을 소유 한 용해린을 섬겨야 한다고 마음이 시켰기 때문에 그에게 많은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도 몰 랐다. 어쨌든 한 번 좋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 이제 걷잡을 수 없이 그에게 기우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전설의 천왕지상의 운명을 타고난 분이 자신의 부군이 될 사람이라니……! 조용한 성격이었으나 눈치는 빨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빼먹지 않았다. 양홍균은 곧 그를 향해 대례를 올렸다. "천첩 홍균이… 인사… 올립니다." "소, 소저!" 용해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절을 하자 그녀를 덮고 있는 장삼이 흘러내려 그녀의 몸매 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 일어 나시오." 그녀의 돌연한 행동에 용해린은 시선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를 몰라 했다. 용해린은 황급히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장삼으로 그녀의 몸을 가려 주었다. 순간 마주친 그녀의 눈빛은 충혈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붉은 색조를 띠고 있었다. 몸 또 한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천첩이 밉지 않으시온지요……?" 용해린은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아직 욕화가 꺼지지 않았다니!' 스스럼없이 양홍균이 품속으로 안겨 오자 용해린은 얼떨결에 그녀를 힘주어 안았다. '이크!' 양문룡은 불 맞은 멧돼지처럼 화급히 그 자리를 떴다. "하핫! 형씨, 아주 대단한 부인을 뒀군." 해옥랑은 남자처럼 웃으며 신형을 틀었다. "하나 정담(情談)은 다음으로 미루도록. 사람들이 오고 있는 것 같으니." "사람들……?" 용해린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당황의 빛이 어렸다. "아! 약선어르신의 선단이다!" 용해린은 그들의 배 근처에 십여 척의 배가 가까이 다가섰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창해 약선이 이끄는 선단이었다. "이크! 황아도 왔을 것인데." 그는 다급히 양홍균의 혈도를 잡고 잠시 색기를 누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본다 면 황아는 실망할 것이 분명했다. "후훗, 잘해 보시오." 그 말과 함께 돌아서는 해옥랑의 눈가에는 엷은 홍기(紅氣)가 어려 있었다. 또한 그녀의 전 신은 열기(熱氣)로 인해 미미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대범하게 행동하는 그녀였으나 그녀의 몸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그러한 변화에 화들짝 놀라며 행여 용해린에게 들킬까 봐 급히 선실을 나갔다. 선실 밖에는 십여 척의 거선들이 배를 에워싸듯 했다. 푸른색 물결 모양이 수놓아진 깃발, 바로 담대우가 이끄는 창랑선단이었다. 제일 앞, 담대우가 탄 배쪽에서 양문룡의 배쪽으로 사다리가 놓여졌다. 그리고 가장 먼저 사 다리를 통해 양문룡의 배 쪽으로 건너온 것은 담황아였다. 그녀는 어미 찾는 병아리처럼 쪼르르 달음질쳐 양문룡의 배 위에 내려섰다. 그리고 대뜸 처음 보는 양문룡에게 물었다. "당신이 다지문성인가요? 린가가는 어디 있죠?" 그녀의 물음에 양문룡은 엉겁결에 손을 들어 용해린이 있는 선실쪽을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그는 내심 머리를 쳤다. '아차! 홍균과 함께 있는 것을…….' 그러나 이미 담황아는 선실의 문을 열고 있었다. "린가가! 무사한 거야……?" 문을 열고 선실로 들어서려던 담황아. 그녀는 순간 바위처럼 멈춰섰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선실 안에는 분명 용해린이 있었다. 하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반라의 여인도 함께였다. 나이 어린 담황아였지만 이와 같은 광경에서는 뻔한 상황이 짐작되었다. 그녀의 눈망울은 순식간에 물기에 젖어 일렁였다. 용해린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급히 변명하려 했다. "황아……." 그러나 담황아는 그의 말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몸을 돌렸다. 그리고 울먹이는 음성으로 소리쳤다. "다…… 다시는 린가가를 보지 않을 테야!" 이어 그녀는 홱 하고 몸을 돌려 담대우의 배 쪽으로 달려갔다. "황아야……!" 용해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녀를 쫓아 선실을 빠져 나왔다. 그러나 이미 담황아는 창랑선단의 배들 중 하나에 올라타고 이곳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황아!" 용해린의 시선에 흐느껴 울고 있는 담황아의 모습이 아프게 박혀 들었다. 그도 담황아가 자 신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어리기 때문이지 곧 괜찮아질 것이네." 언제 다가왔는지 담대우가 용해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용공자, 너무 쾌념치 말게. 언젠가는 황아도 인정해야 할 일…… 그 시기가 조금 일렀을 뿐 이니." 그렇게 말하는 담대우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의 창랑선단이 전멸했기 때문이다. 용해린은 아직 어린 담황아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못내 가슴이 아팠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허! 형씨 여복이 터졌구려! 천하오미에다 귀여운 소녀라……." 해옥랑이었다. 그녀는 용해린에게 다가와 불쑥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난 이만 가 봐야겠소! 다음에 또 볼 기회가 있으면 그땐 술 한 잔 크게 사시오!" 그러고 보니 저 먼 수평선 너머 한 떼의 선단(船團)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은빛의 용이 새겨진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선단은 바로 해왕맹 소속의 배임을 알 수 있었다. 해옥랑은 용해린과 악수를 하며 신형을 돌렸다. 더 이상 그녀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타고 온 소선에 내려서며 그녀는 다시 외쳤다. "후후…… 형씨 여자 간수 잘 해야겠소. 잘못하다간 칼맞지! 하하하하!" 멀어져 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용해린은 실소를 터뜨렸다.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여인이군…….' 외양은 더없이 아름답지만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선머슴이었다. 배를 타고 바다 저 멀리 가는 해옥랑을 보며 용해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이 탄 배도 이내 창랑포구로 향했다. 포구에 내려선 용해린은 양문룡에게 말했다. "제가 며칠 내로 찾아가 뵙기로 하겠습니다." 양문룡은 못내 아쉽다는 듯 말했다. "허어…… 이거 술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용해린이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핫!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양문룡은 아쉽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때 만나도록 합시다, 매제!" 유난히 매제란 말에 힘을 주는 양문룡이었다. 그는 용해린에게 그와 자신과 맺어진 끈을 또 한 번 확인시켰다. 용해린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돌아섰다. 황금해로 돌아가기 위해서이다. 아버지와의 십년지약, 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황금해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해야 했다. 용해린이 그들과 헤어져 포구 쪽으로 얼마간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그의 앞쪽에서 불쑥 사람 하나가 튀어나왔다. 두 눈을 성난 고양이처럼 치뜨고 있는 그 사람은 바로 담황아였다. "황아야……." 용해린은 얼마 전 그렇게 담황아를 보낸 것이 못내 가슴에 걸렸기에 느닷없는 그녀의 출현 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한동안 그를 째려 보다 입을 열었다. "린가가! 맘 넓은 황아가 이번 한 번만 특별히 용서할게." 이어 그녀는 짐짓 고민하는 듯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 그녀의 말은 은근히 떨리고 있었다. "생각해 봤는데…… 린가가는…… 린가가는 멋진 남자니까…… 뭐 여인이 많이 따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하던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용해린을 노려 보았다. 그리고 허리에 팔을 올린 채 말했다. "그러나!" 대차게 말을 내뱉은 그녀의 볼에는 웬일인지 발그스레하게 홍조가 어려 있었다. "분명히 밝히겠는데…… 내…… 내 서열은 두 번째야!" 내던지듯 말을 마친 그녀는 달아나 버렸다. 순식간에 상황을 벌이고 달아난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후후…… 황아…… 언제 보아도 귀여운 아이야……." 이어 그는 포구 쪽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 새 날은 저물었고 석양은 그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
첫댓글 잼 납니다
즐감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