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품격] 07
S#1. 고급 주택가 골목. 밤.
응원하고 오는 길인 듯 붉은악마 티셔츠에 두건 혹은 머리띠 한 한 무리의 젊은이들 왁자하게 골목 걸어가고 있다.
최윤NA : 누가 뭐래도 오렌지족의 초석이었고 야타족의 대명사였던 정록인, 한일 월드컵의 열기로 후끈하던 그 해 유월,
젊은이들 : 짝짝 짝 짝짝!
세남자 : (대~한민국 구호로) 함~사세요!
10년 전 세 남자, 골목 들어서며 화답하듯 소리친다.
오징어 쓴 태산, 함진아비다. 도진은 청사초롱, 윤은 기러기 한 쌍 들었다.
최윤NA : 우리들 중 제일 먼저 인생의 무덤, 결혼에 입관했다.
S#2. 고급 주택 대문 앞. 밤.
동네 주민들 웃으며 구경하고 섰고, 세 남자 대문 앞에서 “함 사세요” 외치고 있다.
하지만 대문 열릴 기미가 없다.
태산 : 신부 친구들 뭐 하는 거야. 왜 아무도 안 나와.
도진 : 공동구매가 대세인 이때에, 이런 일대일 방문판매가 먹히겠냐?
최윤 : 너 장가갈 때나 함 공동구매해. 자, 다시, 하나 둘 셋!
세남자 : (“하나 둘 셋”에 맞춰 있는 힘껏) 함 사세, (하다 뚝!!)
“하나 둘 셋”과 동시에 대문 열리고 또각또각 런웨이처럼 걸어 나오는 명품 구두들...
보면, 세 남자 향해 걸어오는 샤넬 스타일의 고지식한 차림의 30대 중반 누님들!!
다가오는 누님들 보며, 세 남자, 두려운 표정들 역력하고...
도진 : (시선은 누님들..) ..제수씨 건물이 몇 개랬지?
최윤 : (시선은 누님들..) 일일이 세기 힘들어서 블록으로 세신대.
태산 : (시선은 누님들..) 임대료만 덜 나가도 우리 회사 안 망했을 텐데.
도진 : (여전히 시선은 누님들.. 윤에게) 너도 변호사사무실 차려야지.
최윤 : (시선은 누님들..) 차려야지..
여자1 : (세 남자 앞에 서며) 동생들∼ 반가워∼ 어머, 너무 잘생겼다.
여자2 : 기운 빼지 말고 들어가자. 술상 다 봐놨는데.
여자3 : 어떻게, 누나가 노래 일곡 할까요?
태산 : 아우, 말씀 낮추세요.
도진 : 노래는 저희가 해야죠. (윤에게) 뭐해, 누님들 기다리시잖아.
최윤 : 발라드 괜찮으세요? “♬ 너만을 느끼며 달콤한 내 사랑을 전할 거야”
최윤NA : 기네스북에 등재만 안됐을 뿐, 우린 함잡이 역사상 최단시간을 버티는 기염을 토하며 정록의 입관을 도왔다.
애석하게도 그 역사는 예식장까지 이어졌다.
사진기사E : 자 찍습니다!
S#3. 예식장. 낮.
민숙 : (표정 싸늘한 채 계속 카메라만 보고 있고)
정록 : (그런 민숙 눈치 보며) 자기, 팔자주름 간다. 스마∼일.
민숙, 정록 확 째려보면, 카메라 앵글 넓어진다.
보면, 신랑측 하객들 도진, 태산, 윤만 빼놓고 전부 어리고 쭉쭉빵빵한 여자들이고..
도진, 태산, 윤, 늘씬녀들 사이에 끼어 행복한 표정들이고...
최윤NA : 신랑 친구들이 신부 친구들보다 어리고 예쁜 사상 유례없는 결혼식이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정록이의 결혼은 당사자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었다.
“신사의 품격” 타이틀 뜨고...
S#4. 이수 집/ 이수 방. 밤. (6부 엔딩 전 상황)
이수, 어깨에 도진이 재킷 걸친 채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다. 손에는 도진이 준 구두 들려있다...
이수, 무언가 떠올리는데...
/<인터컷> 6부-36씬
이수 :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아직도.. 안겨 있는 거 같아요..
도진 : (더 화나고..) 생생한 게 문제면,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수 : (의아한 얼굴로 시선 드는데, 그 순간)
그런 이수의 턱 당겨 키스하는 도진! 놀란 이수의 눈 커다래지고..
키스하는 두 사람 위로, 벚꽃잎들 첫눈처럼 날리고.
S#5. 이수 집/ 욕실. 밤.
천천히 눈 뜨는 이수. 보면, 욕실 안을 가득 채운 비눗방울들... 마치, 판타지 동화 속처럼 신비하고 아름답다.
이수, 그 아름다운 비눗방울들 속에서 입술 가만히 만져본다..
S#6. 이수 집/ 이수 방. 밤.
머리에 수건 감은 채 샤워 가운 차림으로 화장대에 앉아 화장솜에 스킨 덜고 있는 이수...
하지만 머릿속으론 계속 딴 생각 중이다.
화장대 옆 옷걸이에는 도진의 재킷 걸려있고...
이수 : (솜으로 얼굴 닦아 내다가..) 내가 너무 늦게 밀쳤나? 즐겼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아, 미치겠네...
(속옷 든 서랍 열며 스스로 다독이듯) 괜찮아, 괜찮아. 입 안 벌렸으니까 됐어.
(속옷 뒤지며) 야옹이 팬티 어디 갔지? 안 빨았나? (하다 화나는) 아니 무슨 키스를 티저도 없이 진짜.
(거칠게 브라와 팬티 꺼내며) 나쁜 자식. 키스를 아주 적금 붓듯 했어. 매달 꾸준히 꼬박꼬박.
(화난 듯 일어서 화면 밖으로 사라져 샤워 가운 화면 안으로 던지며. E) 사용감 없는 미사용 입술이나 다름없구만, 아우씨!
(브라 끈 탕! 튕기는 소리) 이놈에 살은 빠지면 가슴부터 빠지지. 으휴..
그런 이수의 목소리 들리는 가운데,
도진 재킷 주머니의 펜 녹음기 초시계 가고 있고...
S#7. 도진아파트 전경. 다음날 아침.
자명종 소리 얹히고...
S#8. 도진 아파트/ 침실. 아침.
도진 : (부스스 잠깨며 침대에 누운 채 눈 감고) 4월 18일 수요일..
하고 달력 겸 시계 보면, 엇!! 4월 19일 목요일 AM7:00고...
잠이 확 깨는 도진. 급히 핸드폰 켜 보면, 4월 19일 목요일 AM 7:00다.
당황스러운 도진, 이불 휙- 걷고 침대 나간다.
S#9. 도진 아파트/ 드레스 룸. 아침.
스타일러 여는 도진. 걸려 있는 재킷들 앞주머니 살펴보지만 펜 녹음기 없고...
머리를 쥐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보지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고...
S#10. 도진 아파트/ 거실. 아침.
도진, 굳은 얼굴로 방에서 나오다 멈칫.
보면, 앞치마 곱게 두른 채 찌개 간 보고 있는 윤. 식탁에는 깔끔하게 차려진 아침 밥상.
(식탁 한 쪽에 비닐봉지 있고 그 속에 요구르트 음료와 요거트 제품 들어 있다)
도진 : (뜨악.. 식탁으로 오며) 뭐하냐?
최윤 : 아침 하잖아. 씻고 나와, 찌개 다 끓었어.
도진 : (비닐봉지 뒤적이며) 혹시 나 어제 몇 시에 들어왔는지 알아?
최윤 : 같이 들어왔잖아.
도진 : (요구르트 하나 꺼내 껍질 벗기며) 어디서 만났는데.
최윤 : 정록이 가게에서.
도진 : 나 어제 술 떡 됐냐? (요구르트 마시는)
최윤 : 그렇게까진 아니고, (하다가) 너.. 혹시!
도진 : 어. 일 년 반 만이다. 나 어제 무슨 일 있었냐?
최윤 : 무슨 일은 태산이한테 있었지.
도진 : 태산이가? 민형사 관련은 아니지?
최윤 : 어제 태산이가 서선생 안았다던데?
도진 : (!!!) 태산이가 서선생을 안아?! 왜?
최윤 : 너도 봤어. 니가 목격자였거든.
도진 : 내가 봤는데 임태산이 무사해?
최윤 : 녹음기부터 들어봐.
도진 : 녹음기가 없어. 나 어제 뭐 입었냐.
최윤 : 정록이 가게 올 때부터 와이셔츠 차림이던데? 태산이부터 만나봐.
최팀장E : 퀄즈 아일랜드는,
S#11. 화담건축사무소/ 회의실. 낮.
본부장, 현규, 최팀장, 도진, 태산, 회의실에 둘러 앉아 있다.
최팀장, 도면 보며 설명 중이다.
최팀장 : 멀리서도 보이거든요. 리조트 전체의 심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헬리포트 측면을 LED 라이트박스로...
(계속 설명하고..)
태산, 최팀장 목소리 들리지도 않는 듯 멍하게 딴생각 하고 있다.
/세라E : (6부 37씬) 정말 몰랐어? 이수가 태산씨 좋아하는 거?
태산 : (곤혹스러운 표정이고..)
/세라E : (6부 37씬) 이수의 20초 남자가 임태산 당신이었다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최팀장 : 이렇게 했더니 낮에는 물안개처럼 보이고
태산 : (자기도 모르게 “후-” 깊은 한숨..)
최팀장 : 밤에는 섬이 움직이는 것처럼,
하다 말 멈추고 태산 보는.
최팀장뿐만 아니라 도진을 비롯 모두 태산 보는.
태산 : (엇! 시선 느끼고..) 미안한데, 회의 이따 퇴근 전에 다시 합시다. (도진 보며) 잠깐 얘기 좀 하자.
S#12. 화담건축사무소 일각. 낮.
걸으며 얘기하는 두 사람.
태산 : 미안. 집중 못 했어.
도진 : 나도. (걸음 멈추며) 어제 나 말이다,
태산 : 잠깐, 나부터 하자.
도진 : (! 보면)
태산 : 내가.. 사과해야 할 단곈 거냐?
도진 : (? 무슨 소리지? 보면)
태산 : 어제 내가 이수씨한테 실수한 건 확실한데, 너한테도 실수한 건지 해서. 이수씨랑 너, 정확히 어떤 사인지 묻는 거야.
도진 : (잠시 말 없다가...) 니가 보기에 어제 내 반응은 뭐였는데?
태산 : 나 진지하게 묻는 거야.
도진 : 난 어제의 정황을 묻는 거야. 니가 서선생을 왜 안았는지.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희극이야, 비극이야?
태산 : 무슨 소리야. (하다, 퍼뜩) 너 혹시,
도진 : 어. 다시 재발했나봐.
태산 : 녹음기 안 들었어?
도진 : 없어, 녹음기가. 어제 입었던 자켓도 없고.
태산 : ..이수씨가 걸치고 있던데?
도진 : 내 자켓을?
태산 : 병원부터 가봐.
도진 : 녹음기부터 찾고. (가다가) 아, 혹시 내 방에서 구두 상자 못 봤냐? 내가 사서 사무실로 들고 온 거까진 기억이 나는데,
사무실에 없어서. 되게 예쁜데 그거.
태산 : ...그것도 이수씨한테 있더라.
도진 : 뭘 그렇게 많이 줬어 내가. 뭔 이쁜 짓을 했길래.
태산 : (기분 묘하고.. 보는데)
김건 : (다가오며 도진에게) 소장님.
도진 : 베티 왔어?
김건 : 네. (키 건네며) 세차까지 해놨더라고요? 짐은 트렁크에 있답니다. (가는)
도진 : 땡큐. (하고 태산에게) 나 오늘 생리휴가. (가는)
태산 : (그런 도진 뒷모습 보는. 표정 좀 착잡하고....)
S#13. 학교/ 교문 앞. 낮.
학생들 하교 중인. 동협, 상현, 성복, 창희 장난치며 나오다 멈칫.
보면, 교문 앞에 멋진 차 서 있고 그 앞에 서 있는 도진이다.
동협, 뭐지? 싶은 얼굴로 도진 향해 가는.
동협 : (도진 앞에 서며) 설마 복수하러 온 건 아니죠?
도진 : (누구지? 하다 동협 알아보고 끙...) 오늘은 아니야. 더 급한 일이 있거든.
동협 : 아님 다행이고. 이거 아저씨 차예요? (바퀴 툭 차는)
도진 : (욱 하지만 참고) 난 몰라도 얘 건드리면 합의로 안 넘어가지 싶은데.
동협 : (베티에게) 너 이 아저씨 마누라구나? (하고) 근데 혹시, 돈 좀 있으세요?
도진 : (이 자식이!) 넌 전학 안 가냐? 졸업을 꼭 해야겠어?
이수E : (또, 시비 거는 줄 알고 엄하게) 야, 김동협!
도진과 동협 돌아보면, 저만치 이수와 박선생, 동료1 서있다.
도진과 이수의 시선 마주친다..
동협 : (도진에게 씨익-) 힘 빼세요, 농담이었어요. (하고 일행에게) 가자. (하며 가는)
이수 : (그런 동협 보다 도진 보면)
박선생 : 저 그림 같은 남잔 누구야? 누구 기다리나?
도진 : (이수 향해 손들어 보이는)
이수 : (키스 후 보는 거라 왠지 어색하고...)
박선생 : (헉!) 어머, 서선생이야? 누구야? 애인 생겼어?
이수 : 먼저 가볼게요.. (하고 천천히 도진 향해 가는...)
도진 : (그런 이수 바라보고 있고...)
박선생과 동료1, 호기심과 부러운 시선으로 그런 도진과 이수 보고 있고...
이수 : (시선도 잘 못 마주치겠고..) 여긴 어쩐 일로...
도진 : 내가 내 전화 받으랬죠. 왜 안 받아요.
이수 : 학교에선.. 전화 잘 안 받아요.
도진 : 핑계는. 혹시 약속 있어요?
이수 : ..아뇨..
도진 : (조수석 문 탁 열며) 그럼 타요.
이수, 살짝 민망하지만 설레기도 하고.. 잠시 망설이다 도진 차 타는...
도진, 문까지 닫아주고 운전석으로 가는.
박선생 : (일행에게 호들갑) 봤어? 문 닫아주는 거? 어머, 저 키에, 저 인물에, 무슨 매너까지 갖췄어?
S#14. 도로 + 도진 차 안. 낮.
이수, 키스 후 만남이라 왠지 설레기도 하고.. 도도하고도 싶고...
괜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이수.
도진도 앞만 보고 운전 중이고..
이수NA : (도도한 표정이지만 속마음은) 아씨.. 왜 말을 안 시켜...
도진 : (운전만...)
이수 : (참다못해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우리 지금 어디..
도진 : (앞만 보며) 집에요.
이수 : (헉!) 집엘 왜요? 아, 왜 항상 내 의견은 물어 보지도 않고 자기 맘대로,
도진 : 약속 없다면서요. 어디 들릴 데 있어요?
이수 : (띵!) 지금.. 우리 집에...
도진 : 네. 내 자켓 갖고 있다면서요.
이수 : (띠잉!) 그럼 지금 그거 찾으러..
도진 : 뭔 생각을 한 거야. 혹시 이번에도 훔친 겁니까? 내 자켓?
이수 : (도끼눈) 뭐라고요?
도진 : 데이트하는 줄 안 모양인데 다음에 합시다. 오늘은 내가 여러 가지로 상황이 안 되니까.
이수 : 그런 게 아니라, (혼란스러운. 키스 쌩까려나?) 저한테 뭐.. 할 말 없으세요?
도진 : 내가 할 말이 있어야 되는 상황 입니까? (핸드폰 울리고)
이수 : (!!! 이 남자 뭐지?)
도진 : 잠깐, (하며 이어폰으로 전화 받는) 어, 말해. (사이) 아냐 밖이야. (사이 E) 그 건은 최팀장한테 얘기해놨어.
곡선 수로 라인 변경해야 한다고.
이수 : (기막히고 창피해 얼굴 굳는데...)
S#15. 이수 집/ 거실. 낮.
이수 : (여전히 좀 굳은 얼굴로 도진에게 자켓 건네주며) 고마웠어요..
도진 : (내가 걸쳐줬구나.. 받자마자 포켓에 꽂힌 펜 녹음기 확인하곤 여유 찾고..) 따뜻했어요?
이수 : (뭐하자는 거니? 지금 나 가지고 노나? 보면)
도진 : 따뜻했던 걸로. 그럼 갑니다. (가려는데)
이수E : 그냥 저도 모른 척하면 되는 건가요?
도진 : (뭔가 있구나... 돌아서 보면)
이수 : 김소장님처럼 아무 일 없던 척, 하면 되는 거냐구요.
도진 : 우리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이수 : (좀 화나고) 제가 착각 했네요.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하고, 그냥 실수다, 아무 일도 없었다, 생까도 내가 생깔라 그랬는데
완전 황당하네요 지금.
도진 : 계속 해봐요.
이수 : 물론 이런 거, (갑자기 울컥..) 되게 촌스러운 줄은 아는데요, 저한텐 별로 사소한 일, 아니었거든요.
도진 : 혹시 어제 우리, (사이) 잤습니까?
이수 : 김도진씨! (하는데 핸드폰 울리는)
도진 : 전화부터 받아요.
이수 : (도진 노려보며 핸드폰 꺼내 액정확인하고 표정 굳는!!)
도진 : (그런 이수 표정 읽고) 태산이죠. (하더니 이수 대답할 틈도 없이 이수 전화 빼앗아 받는) 어, 난데.
이수 : (어어?)
도진 : 음, 같이 있어. 근데 뭔진 모르지만 나 계속 바보 같은 소리 하고 있나봐. (사이. 자켓에서 펜 녹음기 꺼내 주머니에 넣으며)
어, 찾았어. 이제 들어가서 들어봐야지. (사이) 어, 그래. (끊고 전화기 주며) 갈게요. 하던 얘긴 내일 다시 합시다. 그게 뭐든.
(가는)
이수 : (기막힌 얼굴로 서 있다가 도진 나간 현관문 신경질 적으로 잠그고 돌아서는데, 무언가 퍼득!! 갸웃...) 펜을.. 들어?
S#16. 화담건축사무실/ 사무실. 낮.
도진, 덤덤한 표정으로 헤드폰 낀 채 녹음기 듣고 있다.
태산, 도진 눈치 보며 일하고 있다.
녹음기 듣고 있는 도진 위로, 오디오 입혀지고.
태산E : 외간 남자랑 무슨 얘기해. 오∼ 오늘은 그립감이 아주, (엇???!) 다른...데....?
도진 : (미간 확 구겨지는) 그립감? (태산 보면)
태산 : (민망..) 다 듣고 한꺼번에 얘기 해. (다시 일에 집중 하는)
도진 : (계속 듣는..)
(시간경과)
태산, 일하다 문득 고개 들고 도진 보면,
도진, 계속 헤드폰 낀 채 듣고 있는데, 뭔가 표정 심각하고..
도진E : (녹음기 소리) 생생한 게 문제면, 그럼 이렇게 합시다.
도진 : (헤드폰 낀 채 놀라 표정 굳고 눈빛 흔들리는!!)
태산 : (?) 왜. 뭐, 실수한 거 있어?
도진 : (헤드폰 벗으며) ..실수는 오늘 한 거 같다. 근데 어제의 난.. (진심) 너무 매력적인데? (다시 헤드폰 쓰고 계속 듣는..)
태산 : .... (그런 도진 물끄러미 보는... 좀 심난하고...)
이수E : 녹음기요?
S#17. 이수 집 근처 공원. 낮.
벤치에 나란히 앉은 윤과 이수.
이수 : 그 펜이 녹음기라고요?
최윤 : 네. 도진이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모든 일과를 녹음해요.
이수 : 왜요?
최윤 : 도진이한테 특이한 증상이 좀, 있어요.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쇼크성 스트레스를 받으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하루 정도를 ..잊어버려요.
이수 : !!!
최윤 : 지금이야 번듯한 건축사무소지만, 태산이랑 스물일곱에 회사 차려서 지금처럼 키우기까지 세 번 망했거든요.
이수 : (좀 놀란..) 망했..었어요?
최윤 : 네. 첫 번째 망했을 땐 자존심 잃고, 두 번째 망했을 땐 집도 잃고 차도 잃고,
세 번짼 좀 심각했죠. 빚은 그렇다 쳐도, 사람 잃고, 상처 받고, 배신도 당하고.. 그때 생긴 병이에요, 그게.
이수 : (짠하고) 생각도.. 못했어요. 너무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라..
최윤 : 사실 멀쩡한 사람들도 지난달 셋째 주 일요일에 뭐했나, 지난 수요일에 뭐했나, 기억 안 날 때 많잖아요.
근데도 집착적으로 녹음을 해요. 도진이 답죠, 그런 건.
이수 : (고개 끄덕이며) 그래서 성격도 그렇게 까칠하게 변한 거구나..
최윤 : (웃으며) 그건 원래 성격이구요. 어릴 때부터 쭉, 일관성 있게 까칠했어요.
이수 : 아.. (하다가 엇!) 근데 그 녹음기... 설마 24시간씩 길-게 녹음 되고 그런 건 아니죠?
최윤 : 48시간도 가능할 걸요?
이수 : 오- 노오! (바로 튀어 일어나) 안녕히 들어가세요! (꾸벅. 냅다 튀는)
최윤 : (뜨악.. 뭐지?)
S#18. 병원/ 진료실. 낮.
뇌 MRI 사진 보는 의사와 도진.
도진 : 정말 이상 없어요?
의사 : 없다니까? 봐, MRI상으론 말짱하잖아. 최근에 뭐 신경 쓰이는 일 있었어?
도진 : 결국 스트레스다? 현대 의학 유치하다니까. 원인 못 찾으면 다 스트레스래.
의사 : 그러니까 심보를 곱게 써.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거 모르냐?
도진 : 만 가지 병 중에 내 병 하난 좀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의사 : 스트레스 우습게보지 마라. 정신은 육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한동안 괜찮더니 뭔 일이 있길래 니 육체가 이렇게 지배 당하냐.
화나거나,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그래 요즘?
도진 : (잠시 생각하다) ..셋 다요. 최근에 짝사랑을 시작했거든요. 더 최근엔 질투에 눈이 멀어 확!
의사 : 확! 뭐. 사고 쳤냐?
도진 : 치려구요, 이제.
의사 : 그래 쳐. 사실 사랑보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또 어딨냐. 사표 쓴다고 그만 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랑 그거 병이다. 만성되기 전에 고쳐.
도진 : 니 병이니 니가 알아서 고쳐라. (따뜻한 어조) 무책임도 하셔라..
S#19. 도진아파트 일각(평면 분수 일각). 밤.
이수, 어딘가로 빠르게 걸어가며 계속 도진에게 전화하는데, 받지 않고.
이수 : (계속 뛰며) 아, 받지도 않을 거면서 휴대폰은 뭐 하러 갖고 다녀? (애타 죽겠고.. 다시 걸며) 받아라.. 받아라 제발...
S#20. 도진아파트/ 거실. 밤.
테이블 위에서 휴대폰 진동오고 있는.. 발신자, ‘서이수’ 고..
그 위로 거실 가득 이수 목소리 들려오고 있다...
카메라, 핸드폰 지나 홈시어터 비추면 펜 녹음기와 오디오 스피커 연결되어 있고...
이수E : 내가 너무 늦게 밀쳤나? 즐겼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아, 미치겠네...
/20-1. 드레스룸.
스타일러 문 열려있고, 도진 재킷 벗고 있고, 열린 방 문으로 이수 목소리 들려오고...
이수E : (서랍 여는 소리..) 괜찮아, 괜찮아. 입 안 벌렸으니까 됐어. (속옷 뒤지는 듯..) 야옹이 팬티 어디 갔지? 안 빨았나?
도진, 벗은 재킷 스타일러에 걸다가, 멈춰 서서 쿡- 웃는...
(이하 도진의 상상과 현실이 공존. 도진과 이수 시선 마주치지 않음)
쿡- 웃는 도진 옆으로 쓱- 지나가는 머리에 수건 감은 채 샤워가운 차림의 이수.
환상이수 : (손에 팬티와 브래지어 든 채 화난 듯) 아니 무슨 키스를 티저도 없이 진짜.
/20-2. 부엌.
물 컵에 비타민 하나 퐁 떨어뜨리고 어딘가에 기대 비타민 녹길 기다리는 도진.
이수, 그런 도진 옆으로 오며 계속 중얼중얼.
환상이수 : (세탁할 때 구부러졌는지, 휘어 있는 브래지어 와이어 펴며) 나쁜 자식. 키스를 아주 적금 붓듯 했어.
매달 꾸준히 꼬박꼬박.
도진 : 하하하.
웃는데, 그때, 도진의 발밑에 툭- 떨어지는 이수의 샤워가운.
도진, 엇! 음흉한 눈으로 천천히 고개 들면...
가슴부터 무릎까지 커다란 모자이크 처리된 이수, 팬티와 브래지어 입으며 계속 궁시렁...
환상이수 : 사용감 없는 미사용 입술이나 다름없구만, 아우씨! (브라끈 탕! 튕기는) 이놈에 살은 빠지면 가슴부터 빠지지. 으휴..
자기 환상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수 몸 보려고 애쓰는 도진.
그때, 초인종 소리 “딩동!” 퍼뜩 정신 드는 도진.
도어폰 보면, 화면에 이수 모습.
도진, 엇! 얼른 펜 녹음기 정지시키고 아무 상상도 안한 척 현관으로가 문 열면,
/20-3. 거실.
이수 : (튀어 들어오며) 그거..! (숨차고) 그 펜.. 녹음기라면서요. (헉헉)
도진 : 누가 그래요. 혹시 윤이 만났어요? 태산인 아닐 거고.
이수 : 녹음된 거 들었어요?
도진 : 들어와요. (하며 거실로 들어서는)
이수 : (미치겠고... 따라 들어오며) 들었어요, 안 들었어요.
도진 : 왜요, 뭐 내가 들으면 안 되는 거 녹음 됐어요? 혼자 있을 때 뭔 짓을 하길래 이래?
이수 : (빽!) 들었어요, 안 들었어요!
도진 : 듣는 중이에요.
이수 : (헉!) 어, 어디까지요? 어디 까지 들었는데요?
도진 : 우리가 키스한데까지?
이수 : 정말요? 아, 다행이다. 맞아요, 어제 우리 벚꽃도 막 날리고, (하다) 악! (내가 뭔 말을.. 자기 입 막고 도진 보면)
도진 : (그런 이수 귀여워 놀리는) 내 입술이 꽤 장한 일을 했나 봐요?
이수 : (창피해 외려 더 큰소리) 나 지금 바쁘거든요? 녹음기 어딨어요? (둘러보며) 김도진씨 방 어디에요?
(방 쪽으로 가며) 여기? (다른 방) 여기?
도진 : 거기.
이수 : (방문 잡으며) 잠깐만 실례할게요.
도진 : 그래요. (하며 홈시어터 옆 녹음기 집어 들며) 녹음긴 여깄으니까.
이수 : (방문 열다 헉!! 달려오며) 잠깐! 잠깐만요. 잠시만 줘보세요. (하며 낚아채려는데)
도진 : (손 높이 들며) 이젠 절도가 아니라 강도네.
이수 : (뺏으려고 깡충깡충 뛰며) 아 좀 줘 봐요 잠깐만.
도진 : (약 올리듯 뒤로 물러나며)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럴까?
이수 : (그런 도진 따라 소파 쪽으로 가며) 좋은 말로 할 때 내놔요!
도진 : 입장 바꿔 봐요. 이렇게 적극적인데 궁금해서 주겠어요?
이수 : (울컥) 아, 이 자가 정말!
하며 이수, 힘껏 뛰어오르고, 도진 피하려다 무게중심 잃어 소파로 눕다시피 넘어지는데,
이수도 “어어?” 도진과 확 포개지며 도진 위로 엎어지는.
헉!! 놀라 커지는 이수의 눈. 그런 이수 약 올리는 미소 머금고 올려다보는 도진.
이수, 황급히 몸 일으키려는데, 엇!! 보면, 밑에 깔린 도진, 일어나려는 이수 티셔츠 잡고 있는.
도진 : 안 움직이는 게 좋을 텐데. 정숙하고 싶으면.
이수 : (당황) 놔요?
도진 : (아예 녹음기 쥔 팔, 자기 머리 뒤로 받쳐 편한 자세 만들며) 놓을 생각 없어요.
(하더니 이수 옷 살짝 잡아당기며) 무슨 여자가 매번 이렇게 한치 앞을 못 봐.
이수 : (헉!! 두 팔로 간신히 거리 유지하며 버티며) 하지 마요!
도진 : (계속 놀리는) 뭘? 지금 할 거, 아님 앞으로 할 거?
이수 : 이씨! (미치겠고... 심장은 뛰고) 나 당신 고발할 거야!
도진 : (전현 동요하지 않고) 환자한테 너무하네. 녹음기에 대해 들었으면 내, (잠시) 상황도 대충은 알았을 텐데.
이수 : !!
도진 : 그러니까 오해 말아요. 모른 척한 게 아니라 기억을 못한 거니까. 내가 어제 키스한 거..
이수 : ...알았으니까 (일어나려하며) 이거 놔요.
도진 :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 야옹이 속옷이 다 보일 텐데.
이수 : (야옹이 속옷? 헉!!) 뭐.. 뭐예요! 다 들었어요??
도진 : 딱 내 스타일이에요. 난 원더우먼보다 캣우먼을 더 좋아하거든요.
이수 : (도진 가슴 팡팡 때리는) 아, 뭐야. 들었어. 들었어.. (무의식적으로 두 손으로 얼굴 가리며 도진 가슴에 푹 무너지며)
어떡해.. 나 어떡해...
도진 : (심장 쿵... 숨 멈추는...)
이수 : (순간 헉!! 내가 뭔 짓을!!! 으허헉!! 뒤로 물러나다 넘어질 위긴데,)
도진 : (그런 이수 손목 턱 잡아당기는)
이수 : (!!! 놀라 보면)
도진 : (그런 이수 빤히 보며) 아.. 이 여자 정말 스트레스네..
이수 : (심장 쿵쿵!)
도진 : (그런 이수 보다가 손목 놓아주며) 가요.
이수 : (!! 보면)
도진 : (일어나며) 가요 얼른. (깊은 눈빛으로..) ..지금 안 가면,
이수 : (헉!! 말 끝나기도 전에 현관으로 튀어가는)
도진 : (뜨악하게 그런 이수 보다) 내 말 아직,
이수 : 안 들어도 알아요. 지금 안 가면, 나 당신 안 보내, 뭐 그럴 거잖아요.
도진 : (기막히다는 듯) 지금 안 가면 차 막힌다, 그럴라 그런 건데?
이수 : (띵!) 진짜에요?
도진 : (손수 현관문 열어 위쪽 잡으며) 가요 빨리.
이수 : (너무 쪽팔려 굳어 섰다가 잽싸게 꾸벅하며 모기소리로) 그럼. (냅다 튀는)
도진 : (문 잡고 있던 팔 내리며 눈빛 깊어지며..) 당연히 거짓말이죠.
S#21. 도진아파트 일각. 밤.
이수 :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무표정하게 걷다가) 아흑! (창피함에 두 팔로 자기 얼굴 끌어안더니,
이내 또 언제 창피했냐는 듯 걸으며) 왜, 뭐! 아니, 사람이 살다보면, (반전. 몸 탈탈 털며) 이런 개망신이 어딨냐고..
그렇게 혼자 중얼중얼 위로했다 절망했다하며 멀어져가는 이수고...
S#22. 화담건축사무소/ 사무실. 밤.
컴컴한 사무실.. 책상 위에 스탠드 불빛만...
보면, 태산, 책상에 엉덩이 걸치고 앉아 표정 없이 창밖 보고 있는... 머릿속으론 세라와의 대화 떠오르고...
/<.인터컷>-6부 37씬
세라 : 뭐가 알고 싶냐고? 당신 기분이 어떤지 알고 싶어.
태산 : (믿을 수 없고, 혼란스럽기만한.. 그저 세라 보는데...)
세라 : 관심 없다, 별로다, (쌔-한) 그 말은 안 나오네..
태산 : !!!
/22-1. 다시 사무실.
태산, 여전히 창밖만.. 정말 내 기분이 뭘까... 마음 깊은 곳.. 답을 찾고 싶은데....
E 사진기 셔터 소리 요란한!!
S#23. 골프웨어 본사. 밤.
골프 의상 입고 화보촬영 중인 세라. 사진작가의 지시에 따라 포즈 취하고 있다.
포토1 : (사진 찍으며) 누군가 때문에 가슴이 뛴다, 반했다,
세라 : (열심히 포즈 취하고.. *의상 여러 벌)
포토1 : 좋아요. 자, 이번엔, 누군갈 가슴 뛰게 한다, 반하게 한다,
세라 : (세라 도도한 표정 지으며 포즈 취하고... *의상 여러 벌)
포토1 : 좋아요. 좀 더. (계속 찍으며) 오케이. 식사하고 다시 갑시다.
세라 : (후- 긴장 풀며) 나 좀 별루였죠. 남자 가슴 뛰게 한 지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포토1 : 모니터 할래요?
세라 : 아, 떨려. (컴퓨터 앞으로 오는)
스탭들, 분주하게 조명, 백스크린 등등 바꾸고,
한쪽에선 “도시락입니다” 하며 미리 준비했던 도시락 나누어주고....
포토2 : (컴퓨터로 방금 찍은 세라의 사진에 자연 느낌의 배경 합성하며) 이번 광고 컨셉이 그린 스캔들이에요.
(‘GREEN SCANDAL’ 글자 넣으며) 그녀가 가는 곳엔 언제나 스캔들이 있다. 맘에 들어요?
세라 : 완전 맘에 들어요. 나 이거 광고 나가면 더 도도해져도 되겠는데?
스탭 : (테이블에 도시락 놓아주며-뚜껑도 열어놓고) 식사하세요.
세라 : 땡큐 (하며 테이블로 와) 아, 맛있겠다. (하며 도시락 먹으며 한쪽에 놓인 가방에서 핸드폰 꺼내 확인하지만,
태산에게서 아무 연락 없다. 표정 굳는데....)
S#24. 술집. 밤.
쨍! 부딪히는 술잔들.. 남자들 많은 술자리에 앉아 있는 세라.
세라, 핸드폰만 만지작거릴 뿐, 건배도 안 한다.
상훈 : (술 마시고 잔 내려놓으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세라 : 아무 일 없어. 술이나 마셔. (하는데 핸드폰 울리는. 보면, ‘마이 산’ 엇! 심장 쿵...
완전 좋지만 이내 핸드폰 내려놓고 술잔 드는)
범래 : (세라 전화 안 받자) 안 받아? 무슨 전환데.
세라 : 아까 왔어야하는 전화.. (하고) 이 캐디님, 아직 대답 없으셔?
범래 : (없는 듯 고개 젓는..)
세라 : 그래? 하아.. 진짜 삼고초려라도 해야 하나?
범래 : 기사까지 그렇게 났는데 뭐, 포기해.. 딴 캐디 알아봐 줄게,
세라 : 아냐. 내가 알아서 할게. (하는데 다시 또 핸드폰 진동 오는)
상훈 : 그냥 받아라, 아님 꺼놓던가.
세라 : 못 받아. 받으면, 안 찾으니까.
남자들 : ??
그때, 술집 문 열리고, 두리번거리는 태산. 세라와 눈 마주치는. 서로 보는..
그러더니 성큼 성큼 걸어온다.
태산 : 서운하시겠지만, 좀 데려가겠습니다. 일어나.
범래 : (곱지 않은 시선으로 태산 바라보는)
상훈 : (의아한) 누구?
세라 : .... (그런 태산 물끄러미 보다가 태산에게 손 내미는)
태산 : (잠시 보다 그런 세라 손 잡는데...)
S#25. 이수 집 근처. 밤.
손 꼭 잡고 천천히 골목 걸어오는 두 사람.
태산 : 내가 너 남자 만나는 거 가지고 뭐라는 게 아니잖아. 연락 안 되고 늦으니까 그렇지.
세라 : 여자 만나도 늦거든? (보다 서서) 솔직히 말해봐. 내가 딴 놈이랑 잘까봐 겁나?
태산 : (걸음 멈추며) 그럼 신나겠냐?
세라 : 긴장감은 있잖아.
태산 : 까분다. 우리 화해한 지 한 시간도 안됐거든?
세라 : 내가 오늘 전화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태산 : 난 뭐 노냐? 여기서부턴 혼자 갈 수 있지?
세라 : (!!) 배웅을 왜 하다 말아? 왜, 이수랑 마주칠까봐?
태산 : 좋을 게 뭐 있어 서로.
세라 : (기분 확 나빠진) 실수였다며. 그럼 그걸로 끝 아니야? 왜 그렇게 신경 쓰는데? 왜, 이수 보면 설렐까봐 겁나?
태산 : (엄하게 세라 보며) 거기까지만 해,
세라 : 지금 화내는 거야? 나한테 미안하단 말도 안 했거든 아직?
태산 : (화나고) ...내가 뭘 미안해야 하는데. 이수씨가 나 좋아하는 게 내가 너한테 미안해할 일이야?
세라 : 아니야? 사과할 거 아니었음 아까 나 왜 찾아왔어?
태산 : 이 시간에 어디서 언놈이랑 있는지 걱정하기 싫어서.
세라 : 나 누구랑 술 마시든, 당신 말고 딴 남자랑 안 자. 그러니까 그건 걱정 말고, 당신 입장이나 말해!
이수가 좋아한다니까, 설레? 좋아 죽겠니?
태산 : (화나고) 싫을 건 또 뭐야.
세라 : (!!) 뭐?
태산 : 이수씨처럼 괜찮은 여자가 나 좋다는데 싫을 게 뭐냐고.
세라 : (믿을 수 없는...) 지금... 말 다했어?
태산 : 그러게 왜 떠봐, 사람 성질나게! 하루 종일 일도 못했어, 걱정돼서. 너 지금처럼 이딴 식으로 나와서
너한테 몇 안 되는 좋은 친구 잃을까봐.
세라 : 잃어야 하면 잃어야지. 이수 내보내면 그만이야.
태산 : 그렇게 해, 그럼. (마침 핸드폰 울리고. 액정 보면 이수고..) 마침 이수씨네. 방금 니가 잃은 친구. (받고) 네, 이수씨.
세라 : (!!! 시선 흔들리는. 상처 받았는데..)
태산 : 네, 지금 밖이에요. (사이) 시간 괜찮으면 만나서 얘기해요, 우리.
세라 : !!!
태산 : 네, 그쪽으로 갈게요. 네. (끊고) 들어가. (차갑게) 못 바래다줘 미안하다. (가는)
세라 : ...!!!! (태산 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 굳어 섰고...)
S#26. 아지트. 밤.
바에 앉은 이수.
승택, 칵테일 한 잔 이수 앞에 놓아주면서,
승택 :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서비습니다.
이수 : 안 그러셔도 되는데.. 사장님은 안 계신가 봐요. 전에 제가 실례를 좀 해서..
승택 : 제가 여기 사장인데?
이수 : 아, 그러세요? 내가 잘못 들었나? 태산씨 친구 분이 사장님이라고..
승택 : 아군이시구나. 들으신 게 맞아요. 대외적으론 제가 사장이거든요. 하긴, 한 사람만 모르면 되니까.
이수 : ??
승택 : 기다리는 분 오시네요.
이수 : (시선 따라 뒤돌아보면 태산이 오는)
(시간경과)
테이블로 옮겨 마주앉은 두 사람.
이수 : (먼저 너스레 떨어주는) 전 너무 괜찮고 아무렇지 않은데 혹시 세라가 오해했거나, ..태산씨가 불편해 하실까봐 뵙쟀어요..
(얼른 밝고 쿨하게) 전 정말 괜찮아요.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씩은 다 겪는 일이잖아요, 하하.
태산 : 살면서 누구나 한 번씩 겪는 일은 아니지만, 이해해주신다니 고마워요.
이수 : (손사래) 아유, 이해하고 말고도 없다니깐요.. (편한 척) 만약 세라가 속상해하면 같이 막 제 욕하면서 편들어주세요..
여잔 그래야 풀려요.
태산 : (웃는데 밝지 않은)
이수 : (너스레 후의 민망함.. 최대한 아닌 척 태산 보는데)
태산 : 이수씨.
이수 : 말씀하세요.
태산 : 저 세라 많이 좋아해요.
이수 : (!! 가슴 아린..) 아..유.. 알죠.
태산 : ....이수씨는 아는데 세라가 모르는 것 같아서요. (보는..)
이수 : ....(마음 아프지만.. 억지로 미소 지어 보이는...)
S#27. 이수 집/ 마당. 밤.
이수, 어두운 얼굴로 현관 앞 계단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이수 등 뒤로 거실 불빛 보이고...
S#28. 이수 집/ 거실. 밤.
세라, 조명 아래 혼자 식탁 앞에 무릎 세워놓고 앉아 위스키 마시고 있다. 표정 안 좋고..
그때 현관문 열리고 이수 들어오는.
이수, 그런 세라 모습 보고 약간 당황하고.
이수 : ..술.. 마셔?
세라 : (대답 없이 그대로 앉아있는..)
이수 : (상황 불편한..) 먼저 잔다. (방으로 가려는데)
세라E : 이거 너 입어.
이수 : (돌아보면 쿵!)
세라 : (이수가 입었던 자기 후드 건네며)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 입어.
이수 : (최대한 차분히) 이러지 말자. 실수였단 거 너도 알잖아.
세라 : 맘에 안 들어? 알았어. 태산씨랑은 무슨 얘기 했어? 나랑 있다 너 만나러 갔거든.
이수 : (!) 그냥.. 서로 껄끄러워지지 말자고. 실수니까.
세라 : 그게 다야?
이수 : 태산씨가.. 너 많이 좋아한다고.
세라 : (픽 웃는) 그렇대?
이수 : 응..
세라 : 너는 안 좋고?
이수 : (!!) ..무슨.. 그런 농담을 해.
세라 : 농담... (일어서며) 니 침대 밑에 있는 태산씨 등번호 새겨진 장갑, 니 수첩 속에 그 사람 사진, 그것도 농담인가?
이수 : (!!! 너무 놀라 말 잇지 못하고)
세라 : 어떤 기분이었어, 우리 보면서? 우리 헤어지기 기다렸니?
이수 : (!!!.. 아무 말도 못하겠고..)
세라 : 아님, 이미 나 몰래 사귀고 있나?
이수 : 홍세라!
세라 : 어, 말해. 나도 니가 뭐 어쩌자는 건지 되게 궁금하거든.
이수 : (한 호흡 고르고) 조심성 없어서, 더 배려 못해서, 너까지 알게 한 거... 너한테 들킨 거에 대해선.. 미안해. 할 말 없다 진짜.
근데, 뭐 어쩌자는 거 없었어. 무슨 의도 없어. 그냥, 어쩌다보니까..
세라 : 잘 됐네. 니가 그렇게 뭐 어짜자는 거 없을까봐 내가 대신 했어.
이수 : (!!!) 너 설마..
세라 : 음. 니가 못한 고백 내가 대신 했다고, 태산씨한테. 서이수가 당신 좋아한다. 반응이 궁금했거든.
이수 : 너.. 대체.. (눈물 핑...) 장갑 봤댔지. 그거 살 때 나, 고백할 마음이었어. 근데 하필 그날, 태산씨가 니 전화번호 물었고
난, 가르쳐줬어..
세라 : !!
이수 : 근데 넌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걸 말할 수 있어? 내 입장 같은 건 전혀 상관없었어?
딱 그 정도만 내 자존심, 지켜줄 순 없었어?
세라 :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이수 : 우린 친구니까.
세라 : !!!
이수 : 너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태산씨 만났을 때 차라리 고백이나 해볼 걸 그랬다. 그럼, 최소한 자존심은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세라 : (짜증나는) 그래서 뭐! 나 없으면, 태산씨가 너 받아주기라도 할까봐?
이수 : (싸늘..) 받아주진 않더라도 흔들어 볼 순 있겠지. 이참에 내가 한번 뺏어봐?
세라 : (!!!) 뭐?
이수 : 나갔다 올게. 나 들어 왔을 때, 너 자고 있었음 좋겠다.. 니 얼굴 마주치기 싫어.
이수, 그대로 나가는. 쿵!! 닫히는 문이고..
세라, 분하고 억울한, 그러나 뭔가 후회되고 불안한데..
S#29. 놀이터. 밤.
*집 근처 텅 빈 놀이터 어딘가에 쓸쓸히 앉아있는 이수고...
*구름다리 아래 천천히 걷는 이수.. 팔 들어 괜히 철봉 툭, 툭, 건드려보는..
*회전무대(뺑뺑이) 봉 잡고 천천히 걷고 있는 이수.. 생각에 빠져 멈춘.. 그래도 돌아가는 기구..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 앉아 있는 이수고.. 덩그러니 힘없이 늘어진 두 다리 살짝 흔들리고..
메아리E : (짜증 팍) 아우, 진짜!!
S#30. 정록 카페 안. 다음날 낮.
카페 문 열리며 서로 들어오려고 난리인 정록과 메아리 보인다.
재식, 손님 주문 받으며 그런 둘 본다.
정록 : 아, 그러니까 빨리 전화 하라고오-
메아리 : 전화를 하고 말고는 내 맘이죠오-
재식 : (정록에게) 나오셨어요? (하고 메아리에게) 어떻게 같이 와?
메아리 : (정록 째려보며) 집에서 쫓겨나서 우리 집에 빈대 붙어 사시는 중이거든요.
정록 : 그 집이 니 집이냐? 태산이 집이지?
메아리 : (눈에 힘 빡!) 오늘 우리 집에 오기만 해봐요 어디!!
정록 : (질색) 그런 표정 좀 하지 마. 완전 박민숙 같다고! 빨리 전화나 해봐.
메아리 : 내가 왜요?
정록 : (열변) 너 스파이잖아! 나를 알려야지!!
메아리 : 알고 싶지 않대요, 언니가!
정록 : 이런 답답한 스파이를 봤나! 그래도 보고했어야지. (억울한) 내가 굳이 왜 니네 집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쪽잠을 잤는데.
술 한 방울도 안 마시고 칼퇴근은 또 왜 했고! 내가 너 보라고 그랬겠냐? 너 좋으라고?
메아리 : 그래서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오빠가 도진오빠네로 가는 건 어때요? 윤이 오빨 우리 집으로 보내고?
정록 : (완전 동조하며)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그럼 난 마누라한테 쫓겨나, 태산이 손에 죽을 수도 있겠는데? 와우-
메아리 : (끙.. 탈의실로 가며) 일할게요.
정록 : (따라가며) 우리 ‘마눌느님’한테 전화부터 하라고오-
S#31. 학교/ 교무실. 낮.
이수, 수업 끝난 듯 책 들고 교무실 들어오면,
한쪽에서 동협, 남자 선생한테 혼나고 있다.
남선생 : 한두 번도 아니고, 어떻게 수업 시간 내내 꿈나라야. 학교에 (지휘봉으로 머리 콩 때리며) 자러 오냐, 자러 와?
동협 : (미동도 없이 맞고 섰고..)
박선생 : (지나가며) 숙박비 받으세요, 최쌤. 제 수업 시간에도 내내 잤어요.
남선생 : 이 자식(이! 어쩌구 하려는데)
이수 : (동시에) 이 자식이! 학교가 여관이야! 어?! (하고 남선생에게) 제가 타이를게요. (목소리 깔고) 일로 와.
(자기 책상 앞에 앉으면)
동협 : (시적시적 걸어와 서는)
이수 : (빈 의자 턱짓하면)
동협 : (앉는)
이수 : 잠은 잘 잤니?
동협 : 아뇨. 꿈에 쌤이 나오는 바람에 설쳤어요.
이수 : (이 악물고) 대체 밤에 뭐하는데 그렇게 낮에 퍼 자!
동협 : 밤에도 자요. 그래서 제가 피부가 좋잖아요.
이수 : (끙..) 피부 좋은 남자보다 머리 좋은 남자가 예쁜 여자 만나는 거 몰라?
공부에 뜻 없는 거 존중해. 근데 넌 꿈도 없어. 그건 존중 못해.
동협 : (보면)
이수 : (자기 책꽂이에 꽂힌 [원더보이] 책 꺼내 건네며) 자. 수업분위기 흐리지 말고 오늘부터 졸릴 때마다 베껴 써.
동협 : 읽는 거 아니구요?
이수 : 읽으란다고 읽겠냐 니가? 베껴 써. 어려운 말로 필사라고 하지. 책에 답은 없지만 길은 있을 거야. 난 그렇게 믿어.
동협 : (책 보다가..) 원더걸스는 없어요?
이수 : (동협 손에 책 쥐어주며) 시끄럽고, 다 베껴 써서 갖고 와. 검사할 거야. 가.
동협 책 들고 나가면, 이수, 끙.. 머리 감싸 쥐는데...
S#32. 정록 카페 앞. 낮.
윤, 퇴근하려고 건물에서 나오는데 낯익은 실루엣 보인다. 어? 저 자식.. 콜린이다.
곧 유니폼 차림의 메아리, 종종걸음으로 귀엽게 콜린 앞에 콩 선다.
윤, 심기 불편해지고...
메아리 : 밥을 왜 사주는데 니가?
콜린 : 지난번에 얻어먹었으니까.
메아리 : 작업방식이 무지 올드하다?
콜린 : 작업방식을 한국드라마에서 배워서. 기다린다. 나와. (가는)
메아리 : 어쭈, 귀여운데.
지켜보는 윤, 어쩐지 속상하고...
메아리, 콜린 뒷모습 보다 돌아서면, 건물 입구에 서 있는 윤.
심장 쿵! 하는 메아리..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메아리 옆 지나쳐 자기 차로 가는 윤.
메아리, 그런 윤 뒷모습 서운한 얼굴로 보는데...
S#33. 패스트푸드점. 낮.
콜린, 치킨과 햄버거 담긴 쟁반 들고 먼저 의자에 앉는.
두세 걸음 쯤 뒤에 메아리, 음료수 두 잔 들고 따라오고.
메아리 앉으려는데, 콜린, 테이블 밑으로 발 뻗어 메아리 의자 발로 미는.
메아리 : (!) 뭐냐 방금?
콜린 : 앉으라고 의자 빼준 건데.
메아리 : (뜨악..) 매너 한번 이국적이네. (앉고) 잘 먹을게. (손으로 닭 찢기 시작)
콜린 : 그냥 입으로 뜯지?
메아리 : 니 환상 지켜주는 거야. 그게 예의지.
콜린 : 잘 배웠다. 남자 많았나봐?
메아리 : (햄버거 풀며) 왜, 그 중에 하나 될래?
콜린 : (픽) 이름이 뭐냐.
메아리 : 일찍도 묻는다. 메아리야. 임메아리. 우리 오빤 임태산. 특이하단 얘기 많이 들어.
(햄버거 먹으며) 우리 엄마아빠가 산 매니아거든.
콜린 : 오빤 결혼 했어?
메아리 : 너 좀 이상한 거 알어? 분명 나한테 관심은 있는 거 같은데, 꼭 나한테 있는 거 같지는 않단 말야.. 너 혹시,
콜린 : (햄버거 까다 잠시 멈칫, 긴장하고 보면)
메아리 : 내가 그날 술 마시고 돈 많다고 자랑했니? 그래서 접근한 거야?
콜린 : (다행이고..) 돈이 많아?
메아리 : 아니야? 그럼 그냥 오로지 내 미모에 반한 거야?
콜린 : (정중한) 저기,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메아리 : (뭐지? 입 안 가득 음식, 콜라 마시다 말고) 어, 뭐?
콜린 : (정색하고) 다 먹고 말하면 안 될까? 내가 비위가 좀 약해서,
메아리, 순간 켁!
콜린, 그런 메아리 어이없는데 살짝 귀엽고..
S#34. 이수 집/ 주차장. 밤.
이수, 퇴근하고 집 앞까지 운전해 왔는데, 집 앞에 세워져 있는 세라 차. 집 안엔 불 켜져 있다.
이수, 표정 어두워지고...
(시간경과)
자기 차 안에서 DMB로 야구중계 보면서 맥주 마시고 있는 이수.
/34-1. 도진 차 안.
도진, 코너 돌아 이수 집 향해 가는데, (건너편에도 앞집 차 주차된 상황)
이수 집 앞에 차 두 대(이수 차, 세라 차) 주차되어 있어 자리 없다.
도진, 더 앞으로 가서 주차하려고 이수 차 지나치다, ‘어?’ 다시 후진해보면, 차 안에 앉아 맥주 마시는 이수 옆모습 보인다.
의아하게 그런 이수 보는 도진이고...
/34-2. 이수 차 안.
이수, 캔맥주 마시며 DMB에 시선 고정해둔 채 멍하다.
그때, 보조석 문 열리고 노트북 든 도진 오른다!
이수, 엇!!
이수 : (놀랐고) 깜짝이야!
도진 : 합승 안 합니까?
이수 : 놀랐잖아요.
도진 : 근데 왜 문도 안 잠그고 이러고 있어요, 겁도 없이. 전환 대체 왜 안 받고. 어떻게 한번을 안 받아.
이수 : 퇴근 하면.. 원래 잘 안 받아요.
도진 : 학교에선 안 받아, 퇴근해도 안 받아, 니 전환 안 받겠다? 혹시 지난번에 집에 왔을 때 내가 그냥 보내서 삐졌어요?
이수 : (눈 확 흘기면!!)
도진 : 이해가 안 가니까. 나 꽤 얼굴값 하고 살았는데.
이수 : (계속 째려다보며) 어쩐 일이신데요.
도진 : (노트북 보이며) 최신형이에요. 비키니 사진 업데이트 하는 걸로.
이수 : (그저 노트북 보는...)
도진 : 왜, 맘에 안 들어요?
이수 : (지갑에서 삼 만원 꺼내 내밀며) 전에 진 신세요.
도진 : 고맙단 인사도, 이자도 없이?
이수 : ...고마웠어요..
도진 : (?!! 뭔가 분위기 이상하다 싶고..) 무슨 일 있어요?
이수 : .... (대답 없이 맥주 캔만 만지작거리다..) ..내가 태산씨 좋아하는 거... 세라가 알아버렸어요.
당사자인, 태산씨도 알게 됐구요.
도진 : !!!
이수 : 고백도 못해본 내 짝사랑이.. 끝나 버렸어요. 짝사랑은 상대가 아는 순간 자동종료니까.
도진 : 나한텐 좋은 소식이네요.
이수 : 아뇨. 앞으로 김도진씨도 안 뵀으면 좋겠어요.
도진 : (!!..) 의견 물어본 적 없는데.
이수 : 노트북은 받을게요. 이거 빌미로 또 보는 일 없어야 하니까.
도진 : (왜 이러지? 감 못 잡겠고..)
이수 : 김도진씨 자신감 있고 멋있고 얼굴 값 하고 산 거 알겠어요.
도진 : (맞다는 듯 어깨 으쓱 하는)
이수 : 근데, 내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했어요.
도진 : !!
이수 : 왜냐면 앞으로 나,
도진 : (긴장하고 보면)
이수 : 연하 만날 거거든요.
도진 : (띵!)
이수 : 모르셨겠지만 제가 보기보다 꽤 신여성이에요.
도진 : (기막혀 보다가) 다른 조건은 없어요? 그냥 연하면 돼요?
이수 : 연한데 뭘 더 바래요. 뭐, 웃기고 재밌으면 더 좋겠죠. 여잔, 남자가 웃기고 굶기지만 않으면 같이 살 수 있는 거 같아요.
도진 : (띵! 열은 받지만 뭐라 할 말 없어 끙.. 보는데)
이수 : (말똥말똥 도진 보고 있고....)
S#35. 태산 집 전경. 다음 날 낮.
메아리E : 아, 짜증나!
S#36. 태산 집/ 거실. 낮.
정록, 방금 잠에서 깬 듯 사과머리에 부스스한 차림이고 메아리 그런 정록 구박하고 있다.
바닥에 빨래 바구니 놓여 있고.
정록 : 내가 뭘! 욕실에 수건이 두 장밖에 없어서 물어본 건데.
메아리 : (빨래 바구니 가리키며) 대체 수건을 몇 개나 쓰는 거예요!
정록 : 머리, 몸, 발, 세 개..
메아리 : (짜증) 아침 저녁, 하루 여섯 개잖아요!
정록 : 니가 빨래 하냐? 세탁기가 하지? 니가 세탁기 대변인이야? 그리고,
(몸 자랑) 좀 봐라, 남다른 몸매와 기장 땜에 어쩔 수가 없다니까! 세 장도 적어!
메아리 : 잘 나눠 쓰면 되잖아!
정록 : 뭐, 어떻게 나눠? 수건이 휴지냐?
메아리 : 아우 내가 미쳐! 그러니까 민숙 언니한테 쫓겨났지!
정록 : (억울한) 야! 내가 수건 많이 써서 쫓겨났냐? 한 눈 팔다 쫓겨났지?
태산 : (출근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며) 자랑이다.
메아리 : 오빠 록이 오빠 좀 빨리 내보내. 미치겠어 아주.
태산 : 너 인마 오빠한테! 니가 잘못이지 니가.
정록 : (감동) 그지. 얘가 이런다?
메아리 : 내가 뭘!
태산 : 왜 수건을 다 내놔, 딱 한 개만 내놔야지. 얼른 싹 다 감춰!
정록 : (띵!) 진짜 이럴 거야 니들? (메아리와 태산 탁, 탁 보며) 나, 니 사장이고, 니 건물주 남편이거든!
(못 참고 주머니에서 휴대폰 꺼내 걸며) 내가 진짜 이런 수모를 당하느니,
(통화된 듯 박력!) 박민숙, 너 지금 어디야! 나와 당장!! (확 끊는)
태산 : (놀라) 너 미쳤어?
정록 : 안 받았어. (다시 걸며) 받으면 하겠다는 거지, 받으면.
태산 : 근데 너, 왜 자꾸 내 팬티 입냐?
정록 : 메아리껀 작아서.
태산 : 아...
메아리 : (기막혀) 아?
정록 : 아, 왜 이렇게 안 받, (헉! 받은) 어, 난데. 지금 좀 만나자.
E (댕댕.. 성당 종소리..)
S#37. 성당 안. 낮.
아치문 무겁게 열리고, 햇살 쏟아지며 민숙의 그림자 길게 드리워진다.
민숙, 성당 안으로 들어와 보면, 저만치 십자가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정록.
민숙, 미간 좁히며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내며 정록에게 다가간다.
민숙 : 또 무슨 수작이야?
정록, 그런 민숙 보지도 않고 처연하게 십자가 올려다본다.
Jessica의 Good bye, BGM으로 흐르고...
정록 : (‘약속’의 공상두 대사 열연하며..) 신부 박민숙은 총명합니다. 지아비 밖에 모르는 열녀입니다. 또한 강남구에 건물을
수십 개 가지고 있는 꽤 괜찮은 임대업 겸 사업갑니다.. 근데 어느 날, 벼락을 맞죠. 진 구덩이에 빠집니다.
민숙 : (기막혀서 말도 안 나오고)
정록 : (복받치는 박신양 톤) 당신께서 저한테.. ‘니 죄가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이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매일 밤 홀로 남겨둔 게 가장 큰 죄일 것입니다..
민숙 : (가지가지 한다..)
정록 : 하지만 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정말이지.. 인간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고 그제야 민숙 올려다보면..)
민숙 : (잠시 내려다보다) 일어나.
정록 : (냉큼 일어나며) 어, 그래. (기대에 차서 민숙 보며) 이게 내 진심이야.
민숙 : (깊은 눈빛으로 보다가) ..다른 여자 만나는 것만이 배신이 아니야.. 니 맘속에서 날 제껴놓는 것도 나한텐 배신이야..
정록 : (넘어왔구나. 민숙 손 잡으며 더욱 오버하며 미안한 척.. 고개 마구 끄덕이는)
민숙 : 근데, (완전 싸늘) 넌 둘 다했어. (손 탁 놓고 휙 돌아가는)
정록 : (헉!!) 여보, 누나! 박민숙씨! 저기요!!
S#38. 제과점 안. 밤.
케이크 진열대 앞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메아리와 이수.
이수 : 최변호사님 선물은? 가방 만든다고 난리더니,
메아리 : (케이크 둘러보며) 단 둘이 있을 때 줘야죠, 짠, 하고! 쌤도 같이 가요, 윤이 오빠 생판데. 할 일도 없잖아요.
이수 : 할 일 왜 없어. 근심도 해야지, 걱정도 해야지, 할 일이 태산이다 아주.
메아리 : 할 일이 울 오빠라구요?
이수 : 재미없거든?
메아리 : 쌤 진짜 울 오빠랑은 안 되는 거예요?
이수 : (!!...) 태산씨가 그럴 사람이냐.
메아리 : (그래도) 쌤이 그러면 되잖아요,
이수 : (애써 가벼운) 친구 애인 뺏으라고? 명색이 윤리 선생이?
메아리 : 사랑에 윤리가 어딨고, 쌤이 어딨어요?
이수 : (습!) 이 놈 이거, (반전) 잘 컸는데?
메아리 : 당연하죠! 그런 의미에서, 하트로 사주세요!
이수 : 으이그. (카드 주며) 이걸로 주세요. 최변호사님껜 못 가서 죄송하다고 전해주고.
메아리 : 걱정 마세요. 윤이 오빤 저만 있음 되니깐.
이수 : (헐!)
S#39. 술집 룸. 밤.
테이블 위로 술과 안주들 세팅되어 있고.
메아리, 제일 먼저 온 듯 혼자 앉아 케이크 꺼낸다. 초 꽂고 있는데,
정록과 모델 포스의 여자 두 명 들어온다. 정록, 메아리 보고 놀란.
정록 : 너, 뭐, 뭐해 여기서! 누가 불렀어.
메아리 : (모델들 시선 줬다 정록 보며 의미심장하게) 아마도, 오빠여야 할 것 같죠?
정록 : (젠장! 얼른) 그럼, 그럼. 너 안 올까봐 걱정했다, 오빠가. (하고 모델들 소개) 초면이지? 도진이가 초대한 분들인데,
길을 모르신대서.. 이쪽으로 앉으세요.
지연과 모델1 앉고, 메아리 그런 모델들 싫지만 꾹 참고..
그때 태산과 윤 들어온다.
윤과 메아리, 시선 마주치고..
태산E : 니가 여기 왜 앉아 있어.
최윤 : (심장 쿵쿵.. 애써 메아리 외면하는...)
메아리 : 록이 오빠가 굳이 꼭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달라고 해서.
정록 : 어! 그랬어, 내가 그랬네! 왜 서 있어, 앉아 앉아!
태산 : (메아리 옆에 앉고)
최윤 : (맨 끝에 앉은 지연이 옆에 앉는데)
지연 : 오랜만이네요. 그때 뵙고?
최윤 : 네, 잘 지내셨어요?
정록 : 너 그 이후로 지연씨랑 연락 안했어? 그때 연락처 주고받았잖아.
지연 : 오늘부로 다시 하려고요.
메아리 : (끙.. 그 모습 지켜보고 있고...)
최윤 : (메아리 신경 쓰이고..) 도진인.
태산 : 금방 온댔어. 자, 그럼 오자마자 경황없이 일 잔 하지 뭐. 제정신이 건강에 굉장히 나쁘거든.
(술병 보며) 얼~ 생일이라고 품격 좀 높였는데? (지연에게) 한잔 받으세요.
(따라주고 다른 모델 따라주며 메아리에게) 넌 마시지마.
메아리 : (입 삐죽.. 윤이 보면)
최윤 : (메아리 시선 모르는 척 정록이 술잔 따르고 있고..)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도진.
정록 : 어, 와썹 맨!
도진 : (이 조합은 뭐지? 여자들 보는) 어?
정록 : 맞아, 장례식장에서. 기억나지?
도진 : 나지. (고개 까딱하곤 앉는)
정록 : (모델1에게) 장례식장에서 만난 인연이라는 것부터가 참 문학적이지 않아요?
(허세) 죽음이 맺어준 인연 같달까.. 하얀 슬픔 속의 까만 욕망 같달까..
지연 : (풉) 근데 네 분은 왜 아직 싱글이세요?
일동 : (동시에 정록 노려보면)
정록 : (메아리 눈치 보며) 보석은 홀로 빛날 때 더 아름다우니까? 하하. (괜히 술 마시고) 음∼ 완전 부드럽다. 마셔, 마셔.
메아리 : 도진 오빠도 왔으니까 생일축하합니다 하자. (라이터로 촛불에 불붙이며)
정록 : 너 라이터 왜 이렇게 능숙해. 담배 펴?
메아리 : 카페 방화범이 꿈이거든. 자, 오빠들 소원 빌고 불 꺼.
지연 : (풋- 웃으며) 마흔에도 소원 빌고 촛불 끄는구나.
메아리 : (기분 확 상하는) 왜 웃어요?
지연 : 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그냥 뭔가 언밸런스한 거 같아서.
메아리 : 웃자고 한 말에 한 사람도 안 웃었으면 그건 실례죠.
태산 : 임메알! 너.. 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러고 있어. 집에 가 얼른.
메아리 : (억울한) 내가 뭘 잘못했어! 소원 비는 게 웃겨?
태산 : 이 자식이! 10시 넘었다고! 나와. 택시 잡아줄 테니까.
메아리 : 시간 때문 아니잖아! (서러워 눈물 뚝) 내가 윤이 오빠 좋아해서 그런 거잖아!!
순간 정적!!! 윤이 표정 굳고... 정록과 도진 긴장하고...
태산 : (얼굴 시뻘개져서 일어서며 메아리 손목 잡아 일으키며) 일어나. 나와.
메아리 : (눈물 뚝뚝..) 놔, 아퍼.
최윤 : ......
태산E : 너 말 안 들어? 나와 얼른! (메아리 손목 더 꽉 잡고 일으키는데)
메아리 : (끌려가며 눈물범벅인) 아프다고. 왜 나 이렇게 보내. 나 창피하다고.
태산 : 시끄러! 나와!! (하는데)
최윤 : (자기 옆 지나가치는 태산 팔 탁 잡는)
태산 : (멈춰 서서 당황해 윤이 보면)
최윤 : (일어나서 차분한 시선으로 태산 보며) 그 손 놔.
태산 : !!!
메아리 : !!!
도진/정록 : !!!
그런 긴장감 속에서, 7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