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홍차 이야기
따스한 햇살 아래서 한없이 여유부리고 싶은 봄날 오후, 따끈한 홍차 한 모금과 달콤한 디저트 한 조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즐거운 티타임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홍차에 관한 향기로운 이야기.
영국의 차 문화, 애프터눈 티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라 할 수 있는 ‘애프터눈 티’. 당시 영국의 귀족사회는 아침식사는 풍성하게, 점심은 약간의 빵과 말린 고기, 과일 등으로 가볍게 때우는 것이 전부였다. 저녁은 음악회나 연극 등을 관람한 뒤 만찬을 즐겼는데, 19세기에 들면서 만찬 시간이 늦어져 저녁 8시가 지나서야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점심과 저녁 사이까지의 공복을 견디기 힘들었던 베드포드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가 차와 함께 가벼운 식사를 한 것이 영국 차 문화의 시초가 되었다. 그녀는 오후 3시와 5시 사이 샌드위치나 구운 과자를 곁들여 홍차를 마시기 시작했고, 저택에 방문한 부인들을 응접실로 안내해 차와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것이 유행처럼 번져 귀부인들 사이에서 오후의 사교 문화로 번졌고, 상류사회의 귀족들이 즐기던 문화가 전해지면서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티타임에도 룰은 있다
하나의 사교문화로 정착한 티타임은 다양한 풍습과 마시는 방법이 전해져오고 있다. 먼저 ‘애프터눈 티’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3단 트레이’일 것이다. 3단 트레이 위에는 샌드위치, 스콘, 타르트, 초콜릿 등 다양한 디저트가 담겨 나오는데, 음식을 담는 위치, 먹는 순서가 있다. 가장 밑에서부터 먹기 시작해 맨 위에 있는 접시의 디저트를 먹는다.
처음에는 오이, 연어, 베이컨 등을 넣은 샌드위치, 중간 트레이에는 스콘, 마들렌 등의 베이커리류, 그리고 설탕에 절인 과일, 초콜릿, 마카롱 등 달콤한 과자류가 제일 위에 놓인다. 3단 트레이와 함께 티 나이프가 세팅되는데 주로 스콘을 먹을 때만 사용해 스콘 옆에 세팅되었다. 샌드위치와 케이크 종류는 한입 크기로 잘라져 있어 손으로 집어 먹고, 나이프는 스콘을 반으로 자른 뒤 잼, 버터, 크림 등으로 발라 먹는다. 홍차를 마실 때도 다양한 룰이 있었는데, 홍차에 우유를 섞은 밀크티를 마실 때는 컵의 9부 정도로 가득 채워야 한다.
때문에 쏟아지지 않도록 잔 받침을 함께 들고 마셔야 했고, 잔 받침은 왼손, 찻잔은 오른손에 들고 마신다. 또 손님은 티팟을 들지 않고 호스트가 티팟을 곁에 두고 따라줘야 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의 티타임에도 격식을 차리고 많은 룰이 있으며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당시 차가 고가였고,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는 하나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즐기기 위해 찻잔이나 도구들을 제대로 갖추고 룰을 만들기도 한 것이다.
홍차를 더 맛있게 즐기려면…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의 작품 중 <한 잔의 맛있는 홍차>라는 짧은 에세이가 있다. 1946년 1월 신문에 게재됐던 이 에세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궁핍한 생활을 풍자하고 있다. 이상적인 홍차를 즐기지 못하는 괴로움을 극복하려는 영국인다운 유머를 담았고, ‘자신만의 처방’이라며 ‘홍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11가지 조항’을 넣기도 했다.
그만큼 영국인들에게 홍차는 생활의 일부였고, 홍차를 어떻게 끓이고 어떤 잔에 내느냐에 따라 홍차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다. 홍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으로 사람마다 협회마다 다른 안을 내기도 했다. 2003년 6월, 영국 왕립화학협회에서는 오웰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완벽한 홍차를 만드는 방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 세월에 따라 홍차 마시는 방법들이 다양한 것을 보면 홍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결국 취향의 문제인 듯하다.
홍차+우유
밀크티는 홍차에 우유를 섞은 것으로 홍차의 쓴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홍차에 우유를 섞는 방법, 넣는 분량 등에 따라 홍차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홍차에 우유를 섞는 방법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논란은 ‘뜨거운 홍차에 우유를 넣으면 우유가 급격하게 뜨거워져 우유의 단백질이 고온의 차에 의해 변성되어 차의 맛과 향이 나빠진다’는 화학자의 발표로 결국 ‘우유가 먼저’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우유를 미리 컵에 따른 뒤 홍차를 서서히 따르면 우유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기 때문에 우유 단백질의 변성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차+레몬
홍차를 마실 때 얇게 저민 레몬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레몬은 홍차 고유의 맛을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비타민 C를 보충한다.
홍차+설탕
조지 오웰이 내놓은 홍차를 마시는 방법에는 ‘설탕을 넣으면 홍차의 맛이 손상된다’고 되어 있지만 영국 왕립화학협회에서는 ‘설탕은 기호에 따라 넣는다’고 주장한다. 홍차에 설탕을 넣거나 넣지 않다는 것은 개인의 취향 문제다. 홍차를 우릴 때 찻잎이 많거나 오래 우리면 타닌 성분이 많아져 쓴맛과 떫은맛이 강해지는데 설탕이나 시럽 등을 넣으면 맛이 중화되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단, 꿀은 홍차의 타닌과 결합해 체내에 흡수되지 않는 물질로 변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 알아보기
요즘에는 홍차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점차 늘면서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외국의 유명 홍차 브랜드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홍차 브랜드와 국내 제품들을 알아두는 것도 좋을 듯.
1 포트넘 앤 메이슨 3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 오열 블렌드, 아삼, 얼 그레이 등 클래식한 차에서 단연 으뜸이다.
2 해로즈 백화점으로 더 유명한 150년 전통의 영국 브랜드. 창립 15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No.49와 아삼, 다즐링, 실론, 케냐를 블렌딩한 No.14가 유명하다.
3 립톤 다양한 인스턴트 티로 홍차의 대중화에 큰 영향력을 준 브랜드. 1910년에 출시된 옐로 라벨 티백이 가장 유명하다.
4 쿠스미 개성 있는 디자인의 케이스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 겉모양뿐 아니라 깔끔한 맛 또한 일품이다. 직사각형으로 오버로크 처리된 모슬린 티백으로 유명하다.
5 마리아주 프레르 프랑스에 홍차를 처음 소개한 마리아주 프레르가 만든 브랜드. 고급스러운 블랙 틴에 황금색 문양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6 하니 앤 손스 미국 브랜드로 파스텔 톤의 티백 시리즈와 타가롱이 인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매력적이다.
7 오설록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태평양에서 만든 티 브랜드. 우리 차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우리 차뿐 아니라 얼 그레이, 다즐링 등 다양한 홍차도 선보이고 있다.
8 티젠 국내 차 전문 기업 티젠에서 선보이는 홍차 브랜드. 2g으로 제작되는 유럽 브랜드와 달리 1.5g으로 제작되어 평소 홍차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가볍게 마실 수 있다. 얼 그레이, 다즐링,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3종으로 출시된다.
홍차와 가장 어울리는 디저트
홍차와 함께 곁들이는 디저트는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콘, 마들렌, 샌드위치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겸 디저트 작가 백오연 씨는 자신만의 스콘 레서피만 해도 수십 가지라고 한다.
버섯, 허브, 녹차, 크랜베리, 초콜릿, 시나몬, 허브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스콘을 선보였다
즐거운 티타임을 위한 소품
홍차를 따르는 티팟과 찻잔에 따라서 홍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더해볼 수 있다.
기분에 따라 앤티크, 모던, 로맨틱 등 다양한 잔으로 티타임의 분위기를 바꿔보자.
1 화려한 플라워 패턴이 매력적 잔으로 로얄 알버트 제품.
2 깔끔한 화이트에 곡선 세이프가 우아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으로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3 테두리 패턴이 모던하고 실용적인 느낌의 잔으로 행남자기 제품.
4 스웨덴 왕실 도자기 공급 브랜드인 로스트란드 제품으로 쉬즈리빙에서 구입 가능.
5 붓의 터치 느낌을 살려 따뜻한 느낌을 주는 독일의 아사 셀렉션 제품으로 쉬즈리빙에서 구입 가능.
6 초록의 문양 프린트가 빈티지한 멋을 주는 잔과 받침 세트로 이태원의 앤티크 숍 바바리아에서 구입 가능.
7 은은한 멋이 있는 티팟과 잔 세트로 일본 도자기 브랜드 노리타케 제품.
8 블랙 컬러에 금장 무늬가 고급스럽고 앤티크한 멋을 주는 잔으로 리모지 프랑스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