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기적
봄은 그대로인데 세월의 무게는 한 뼘 더 자라서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새해 첫 해외여행을 지인 네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 그곳은 중동지역의 UAE(아랍에미레이트)이다. 그 나라는 아랍권에 속하며 정치적 종교적 중립으로 평화의 나라이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7개의 전제군주 토후국(에미레이트)이 연합하여 1971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다. 그 나라 국토가 불모의 아라비아 사막으로 바다가 접해 있으니 옛날에는 어업이나 유목으로 우리처럼 가난한 나라였다.
7개의 토후국 중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중심 도시이다. 국토는 우리 남한보다 조금 적으며 인구는 서울의 인구와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무에서 시작하여 오직 기(技) 하나로 오늘의 강대국을 이루었다. 농경사회의 탈을 벗고 철강, 제철, 반도체, 전자, 건설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UAE는 사막의 땅속에서 석유가 솟아올라 쩐(錢)을 바탕으로 ‘사막의 기적’을 일으킨 나라이다. 그들의 기적은 석유의 생산으로 그 돈으로 무역, 금융, 관광을 일으켜 짧은 기간에 국민소득 5만 불에 이르렀다. 그 원동력은 풍부한 자본으로 외국의 기술 인력을 동원하였기 때문이다. 인구의 12%가 아랍 자국민이고 나머지는 인근 국가에서 들어온 노동자나 외국인이다. 그들로 말미암아 사막의 황무지를 개발하여 건설과 도시를 계획적으로 꾸며 아름다운 도시국가를 형성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며 불러들이고 있다.
예부터 나라 문명의 기원은 물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나 인더스 문명이 그러하다. 그 문명의 발상지는 동양에서 싹터 유럽으로 전파되어 꽃을 피웠다. 그 문명은 신과 인간과의 관계 즉 종교이다.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가 동양에서 싹이 움텄다. 유프라테스강, 티그리스강, 인도양, 페르시아만, 에게해, 홍해, 나일강, 황하강에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도 한강을 중심으로 수도권이, 낙동강을 중심으로 영남지방이 발전하는 모태의 젖줄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적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일이다. 그것은 지혜와 예지로 신의 은총이며 자비이다. 솔로몬은 신이 내린 지혜로 이스라엘을 통일하여 태평성대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박정희의 지혜로 ‘새마을 운동’을 계기로 무에서 유를 창출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UAE는 전 국토가 사막이다. 그런데 오늘날 그들의 기적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은 땅에서 석유가 솟아올라 석유를 팔아 다른 방향으로 돌려 부흥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왕족의 ‘자이드’ 가문에서 첫 대통령이 되어 지혜로운 기지로 오늘의 첫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 아들이 연방 전제 군주국의 대통령이며, 그의 아우는 만수르로 영국의 맨체스트 FC 구단주로 유명하며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일으킨 사막의 기적을 둘러보았다. 그랜드 모스크(사원)는 대리석의 이슬람 건축물이며 80여 개 돔과 100여 미터 높이의 기둥으로 되어 있다. 건물 안에는 비어 있으며 12톤 무게의 상들리에가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곳은 이슬람의 기도 장소라기보다 그들의 종교 문화를 알리기 위해 지어졌으며 관광지로 알려져 세계 곳곳의 수많은 인파가 찾고 있었다.
에미레이트 펠리스 호텔과 대통령 궁을 둘러보았다. 옛날에는 황궁이었으나 개조하여 호텔로 사용하고 있다. 대리석 기둥이며 황금으로 덧칠해 놓은 아름다운 호텔이었다. 호텔의 길이가 1km이며 400여의 객실을 갖춘 건축비가 3조 원 이상이 들어간 엄청난 규모였다. 그곳에서 일행은 금가루가 뿌려진 커피와 케이크를 거금을 치르고 맛보았다.
저녁에 두바이 물 분수 쇼를 즐겼다. 그곳은 인공 호수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음악 분수로 높이 140여 미터 솟아올랐다. 이태리 음식을 먹으면서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하늘을 수놓으며 춤추는 모습에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서로 웃으며 세계가 하나임을 느꼈다. 그 많은 인종이 뒤섞여 있는데도 마스크를 한 사람은 볼 수 없었다.
버즈 칼리파 전망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로 높이가 828m 163층이다. 고속으로 125층 전망대까지 1분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두바이 시가지를 볼 수 있었다. 정말 바둑판처럼 잘 계획되고 정비된 깔끔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볼 수 있었다. 사막을 도시로 바꿨는데 나무가 그렇게 많았다. 연중 비가 오지 않는 나라인데 어떻게 그 나무를 가꿀 수 있을까. 그 높은 탑도 우리나라 건설회사의 손길이 닿았다니 뿌듯함을 느꼈다.
가장 아름다운 곳은 인공 섬을 20여 년에 걸쳐서 만들어 도시를 형성한 랜드마크 팜 주메이라이다. 그곳은 대추야자 나무를 상징하여 하나의 굵은 줄기와 17개 가지 모양으로 만든 인공 섬의 도시이다. 외각에는 11km 방파제로 초승달 모양으로 하고 그 안에 가지마다 고급 주택과 빌라 등 도시를 형성한 것이다. 전망대에 올라 360도를 돌면서 그곳의 아름다운 전경을 만끽하였다. 멀지 않은 곳에 특이하게 지은 호텔이 우리나라의 건설업체가 지은 것으로 돋보였다.
3박 5일 동안 일행과 함께 순례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무엇 하나 그저 있는 것이 아니고 지혜롭게 만든 것이었다. 짧은 기간에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발전하여 대업을 이뤄 놓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것은 통치자의 지혜와 국민을 사랑하는 정신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었다면 그들은 ‘무하마드 빈 자이드’ 왕가가 있었다. 그들 왕가는 수천 조의 부에 갇히지 않고 백성을 생각한 것이다. 그 왕조를 생각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치인이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라의 국가 발전은 풍부한 인적 자원에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원치 않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들 나라처럼 이민을 받아들이고 노동자를 흡수하여 더불어 살아야 한다. 지금은 고유한 민족을 찾을 시대가 아니며 하나의 지구촌이다.
세계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듯 우리의 젊은이들이 그런 부흥하는 나라에 가서 보고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느꼈다. 기적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지혜와 노력으로 이루어짐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보고 느낀 멋지고 값진 여행이었다. 함께한 일행과 지인 부부들에게 감사하다.
<사진은 함께한 사진작가 홍우표(전 대구은행 부행장)씨가 찍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