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분이 엄청 좋았다.
4년 만에 돌아온 쥬다스 프리스트의 신보가 집에 도착한지라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생각에 괜히 웃음이 나온다.
밀레니엄 들어와서도 메탈 갓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들은 불우한 가정에서 잡초처럼 자라
겉에서 보기에도 빈티가 잘잘 흐르고 치렁치렁한 긴 머리카락에 분노와 증오로 흉하게 일그러진 입술을 꽈악 문채,
들어갈 때는 들어가고 나올 때는 확실하게 나와주는 헤비 사운드의 진면목을 여전히 보여주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설의 이야기를 가득 안고 있는 지옥의 파수꾼을 연상케 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C52445B2C61820D)
"Firepower!!!"
옆에 앉아있던 마누라가 내심 무엇이 못마땅했는지 퉁명스럽게 나를 부르는 소리를 쌩까고 첫 곡 앨범 타이틀곡에 빠져든다.
아주 먼 옛날, 금속성 헤비 사운드로 세상을 정복하는 공상에 잠겨있던 나는 커다란 헤드폰으로 머리를 감싸고 메탈갓의 음악에
사로잡혔다.
앨범 첫 곡부터 메탈의 신은 나의 정신을 그 아득한 먼 옛날, 순수한 시절로 되돌려놓았다.
"Lightning Strike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우리랑 노래도 부르고 같이 놀자고 다독이던 나의 오랜 친구, 그리고 내 영혼의 주인이여..
지옥의 불구덩이 한가운데서 불타오르는 리프, 불기둥처럼 솟아오르는 롭 헬포드의 구원의 음성.
"Evil Never Dies "
... 목적지에 도착하니 저녁도 안됐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하늘이 어둑어둑하고
생각했던 것만큼 주위도 별로 볼 게 없는 것 같아 내심 속으로 많이 속상했던 그 시절...
이때 먼발치서 나를 보고 있는 두 눈이 있었으니..
바로 나의 영혼을 소유한, 그 이름도 위대한 유다의 사제들은 아직도 나의 피부 속에서 굵은 힘줄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다.
악은 결코 죽지 않으리라고 외치는 롭 헬포드의 거룩한 음성..
"Never The Heroes "
땅딸한 키에 막노동으로 다진 다부진 리프, 짧게 깎은 리듬 다이, 양쪽으로 길게 찢어진 악마의 눈..
아까부터 나를 훔쳐보던 창 밖의 이상한 존재가 떠오르는 몽환적인 곡..
"Necromancer"
4년 전에 나왔던 전작은 그다지 매력이 없어 내 이렇게 멋진 애마로 고속도로를 못 탄게 정말 안타까웠다.
반면 올해 나온 신보는 이 큰 애마로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아득히 먼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음악처럼 시원한 이 리프와 금속의 신성이 내린 전율은 나의 전신을 처절하게 맴돌았다.
"Children of the Sun "
과거 롭 헬포드의 목소리는 인간의 음성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흉물스러워 불거져 나온 심줄만 아기들 손가락 굵기만 한 괴수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이런 곡에서 발산하는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자애롭고 아름답다.
그래 이 곡을 신보의 타깃으로 잡자..
"Guardians"
먹이를 찾아 입을 쩍 벌린 괴수의 혀가 깔닥깔닥 거리는 것도 잠시,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며 정신이 맑아진다.
"Rising From Ruins "
곧이어 흘러나오는 이 곡이 시작되자 피아노 반주로 가라앉은 차분한 기분은 이내 다 사라지고
전곡들에서 엄청 화끈하게 즐겼기 때문인지 슬슬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Flame Thrower "
다소 지루했던 전곡이 총총히 어둠 속으로 사라질 무렵 나는 너무 피곤해서인지 이내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그동안 창 밖에서 동태를 살피며 기회만 엿보던 "이상한 존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방 안으로 살며시 들어왔다.
흐린 조명 탓도 있었겠지만 멀리서 느껴졌던 그를 바로 눈 앞에서 보게 되니 그 흉물스러움에 마른침은 계속 나오고
동굴을 찾아 들어가고픈 뱀 마냥 리프가 껄떡 껄떡거려 롭의 샤우팅이 솟구쳤다.
"Spectre"
눈을 살며시 뜨고 가까이 다가가 그놈을 자세히 보니 세상 모르고 자는 모습이 흡사 하늘에서 내려온 미소년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떨리는 손으로 서서히 놈의 얼굴에 손을 올려놓아 보았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악마의 손이라서 그럴까?
잠결에 놈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하지만 죽음의 신한테 걸린 놈은 그저 어린양일 뿐이다.
어느덧 나는 주다스의 음악을 통해 내 아닌 내가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Traitors Gate "
길게 뻗은 음표 위에 살짝 걸쳐진 쉼표를 걷어내자 마지막 리프도 그리 허술하지는 않았다.
멋진 솔로.. 그 중앙에 아무도 근접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작은 진심이 애처롭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애처로운 후렴이 반복하더니 살포시 드러난 선율! 점점 위로 상승하는 나의 정신이여!
그랬다!
살짝 들어 봤지만 거기에는 두 개의 농익은 석류가 하나로 뭉쳐 언제 터질지 모르게 리프 위에 살며시 놓여 있었다.
"No Surrender"
이상한 존재는 유리 조각을 입안 가득히 넣어 쪽쪽 소리 내어 빨기 시작했다.
흡사 아귀의 입을 연상시킬 정도로 커다란 입으로 유리 조각을 아작아작 씹어먹은 그는
새끼발톱에 살짝 발라놓은 분홍색 매니큐어 자국이 가솔린과 뒤범벅이 되어 불이 붙은 채 방바닥을 대굴대굴 구르고 있다..
주다스의 곡은 그 한가운데에서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다.
"Lone Wolf "
불에 붙어 그을 여진 이상한 존재는 외로운 늑대처럼 다시 창 밖으로 사라지고,
마지막 잎사귀인 주다스의 곡이 수줍은 듯 살짝 머리를 내민다..
어느새 자극적인 사운드에 길들여진 나에게 그들의 음악은 더 이상 시끄럽게 들리지 않는다.
귓가에 걸려서 그러나 아니면 너무 꽉 끼는 리프라 그런지 잘 들어오지 않는다.
"Sea of Red"
마지막 잎사귀를 그리는 화가의 처연한 모습이 절로 생각나는 대목이다.
롭 헬포드는 벽의 중앙으로 들어가 앉아 "소녀의 바람"을 자신의 붓 끝에 올려놓는다.
진심이 통해서 그런지,
눈을 감고 있던 나의 눈썹이 작게 흔들리더니만 아무 저항 없이 볼을 스쳐 콧등 위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린다...
이제 지켜 줄 거라고는 나의 지나간 세월에 그려진 작은 영혼만이 조그만 심장을 애처롭게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투명한 어쿠스틱 기타 소리를 따라 점점 말려 올라가며 드러나는 나의 치부..
세상 사람들한테 정말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향해 밝은 빛이 쏟아지며 롭 헬포드가 노래하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빨리 사라질 시간의 철봉에 턱을 간신히 올린 나를 향해 그들은 어둡고 무거운 헤비 사운드를 토해내고 있다.
아주 먼 옛날, 금속성 헤비 사운드로 세상을 정복하는 공상에 잠겨있던 그 아이는 이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검은 철봉 위에
간신히 턱을 올려놓고 있지만,
메탈 갓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들은 불우한 가정에서 잡초처럼 자라 겉에서 보기에도 빈티가 잘잘 흐르고 치렁치렁한 긴
머리카락에 분노와 증오로 흉하게 일그러진 입술을 꽈악 문채, 들어갈 때는 들어가고 나올 때는 확실하게 나와주는 헤비 사운드의
진면목을 여전히 보여주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설의 이야기를 가득 안고 있는 지옥의 파수꾼이었다.
너무나도 힘들고 고달팠던 지난 날들..
쥬다스 프리스트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메탈 갓의 헤비 사운드를 추억하며, 지옥의 불길에 맹세합니다.
언제까지나 당신을 숭배하리라고...
첫댓글 Evil never dies!
Priest is back!!
Priest is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