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고대 그리스의 회의주의 철학자 아그리파는 회의주의자들의 논변을 대표할 만큼 체계적인 형식성을 갖춘 다섯 가지 논변 형식들을 구성하였다. 아그리파의 다섯 가지 논변 형식들은 절대적 진리를 발견하였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독단주의에 대한 철저한 학문적 의심이라 할 수 있다.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들은 상호 긴밀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으며, 회의주의 이론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그가 이러한 체계를 구축한 이유는 독단주의자들이 취할 수 있는 이론적 대안을 봉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아그리파의 논변 형식들은 추상적인 개념들의 연관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독단주의자들의 합리화 시도를 무너뜨린다.
먼저 ㉠‘철학적 의견이나 믿음들의 상이성의 논변 형식’은 철학에는 상이한 여러 의견들이 존재하며, 이런 상이성으로 인해 철학의 단일한 정체성은 확립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어떤 독단주의자가 자신이 내세운 주장이 유일한 진리로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때, 회의주의자는 얼마나 많은 철학적 의견이나 믿음들이 역사적으로 존재해 왔는지 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독단주의자는 다양한 의견 중 자신이 동의하는 의견을 채택하기 위한 기준을 필요로 하게 된다. 만약 독단주의자가 자신의 주장이 진리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증명되지 않았거나 증명될 수 없는 기준을 논증의 원리로 설정한다면, 회의주의자는 이와 반대되는 기준을 논증의 원리로 제시할 수 있다. 가령 독단주의자가 합리적 이유에 기초하지 않은 채 무조건 자신의 의견을 진리라고 주장할 경우, 회의주의자는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무조건 그것이 거짓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독단주의자가 증명되지 않은 혹은 증명될 수 없는 기준에 호소할 경우, 회의주의자는 그가 ㉡‘독단적인 전제 설정의 논변 형식’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