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역이 주는 그리움의 거리 44.32km
정여운
1호선 안양역,
출근하는 전철안에서
기형도 시인의 ‘조치원’을 읽는다
관악역에서,
그리운 고향으로 가는 경부선 ‘새벽 밀양역’을 읽고
석수역에서 목월 시인을 만나는 중앙선 ‘모량역’을 읽고
금천구청역에서 경의선 ‘월롱역’을 읽는다
독산역에서 동해남부선 ‘월내(月內), 바다가 보이는 간이역’을 읽고
가산디지털역에서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
이라는 영동선 승부역
‘그 소리들’을 읽는다
구로역 4번홈에서 인천행으로 환승하면서
‘구례구역의 사랑노래’를 읊으며
‘겨울 정동진에 가면’을 읽는다
안양역에서 구로역까지
그리움이 남은 거리 (30.43km)
구일역에서 정선선 ‘구절리 바람소리’를 읽고
개봉역에서 경전선 ‘명봉역’을 읽고
오류동역에서 정선선 ‘아우라지 간이역’을 읽고
온수역에서 전라선 ‘오수역에서’를 읽는다
역곡역에서 ‘압록역이라고 있다’를 읽고
소사역에서 ‘사평역에서’를 읽고
부천역에서 ‘유천역’을 읽고
중동역에서 ‘증산역에서’를 읽고
송내역에서 ‘송포역에서’를 읽고
부개역에서 ‘도고 도고역’을 읽고
부평역에서 광원들의 아침을 연 고한역,
‘검은 민들레’를 읽는다
백운역에서 중앙선 ‘구둔역’을 읽고
동암역에서 영동선 ‘도경역’을 읽고
간석역에서 장항선 ‘수덕사역’을 읽고
주안역에서 하늘도 가깝고 주님도 가까운,
태백선 ‘추전역’을 읽는다
도화역에서 동해남부선 ‘모화역에서’를 읽고
경부선 ‘연화역을 지나며’를 읽고
경전선 ‘다시 석정역’을 읽으며
긴 그리움 후에 만난 상사화를 꽃피운다
제물포역에서 경부선 ‘물금역’을 읽고
도원역에서 영동선 ‘양원역에 가면’을 읽으며
중앙선 ‘단양역 앞에서’ 고달픈 수몰의 추억을 함께 읽는다
동인천역에서 경전선 ‘한림정 역에서 잠이 들다*’를 읽고
인천역에서 고향집 고목 아래 그리움이 누워 계시는 대구,
‘고모역’을 읽으며 전철에서 가볍게 발을 내린다
안양역이 주는 그리움의 거리
44.32m
안양역이 주고 간 그리움의 거리
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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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학 『시가 있는 간이역』.
▲정여운
대구 출생. 2013년 『한국수필』로 수필, 2020년 『서정시학』에 시 「문에도 멍이 든다」 외 2편으로 등단. 2019년 불교신문 10·27 법난 문예공모전 산문 부문 대상 수상. 시집 『문에도 멍이 든다』(2021. 현대시학) 『녹슨 글라디올러스』(2024. 지혜)(근간), 詩에세이집 『다알리아 에스프리』(2023. 지혜) 출간. '새얼문학' 동인.
2 시집 『녹슨 글라디올러스』(2024. 지혜) (근간)
첫댓글 내 마음의 고향 안양역!
물리적 거리는 15km인데
그리움의 거리는 1,000km정도 되는 것 같군요.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파이팅하십시오.
니체님 오래간만입니다.
한동안 바빠서 접속도 잘 못하고 오늘에서야 짬을 내봅니다.
여러 곳의 역이 제게 안겨준 선물입니다.^^
막내고모와 사촌 여동생이
안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그리움의 거리 잘 걸었습니다~~~
젊은 시인 7인선에 정여운 시인이 계시네요^^
시가 좋아님 반갑습니다.
안양에 사촌 여동생한테 한 번 다녀 가시면 좋은 시가 나올지도요^^
관심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가 좋아님
짧은 시간에 다독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네. 춘삼이님
전철역 한 구간에 한 편씩은 넘어가더군요.
그 책 덕분에 그날은 유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