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명품’을 찾아보면 두가지 풀이가 나옵니다.
하나는 ‘아주 뛰어나거나 널리 알려진 물건’이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호화로운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영어로 옮길 때 전자는 ‘마스터피스’, 후자는 ‘럭셔리 굿즈’라고 표현합니다.
미켈란젤로의 그림이나,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은 전자의 의미에서 명품이고, 젊은 처자들이 눈독을 들인다는 해외 유명 브랜드 의류나 가방은 후자의 의미에서 명품이 될 것입니다.
물론 대가의 혼이 깃든 작품은 당연히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니 마스터피스와 럭셔리굿즈의 경계가 생각처럼 분명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건에 명품이 있다면 도보여행에도 명품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꼽는 명품도보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첫째 길이 좋아야 합니다. 아무리 날씨가 좋고, 음식이 맛있고, 같이 걷는 사람들이 정겨워도 길이 별 볼일 없다면 그 도보여행을 명품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둘때 인솔자가 훌륭해야 합니다. 도보여행의 인솔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습니다. 일찌감치 좋은 여행을 기획하고, 여행기간 내내 모든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인솔자를 만나면 그 여행은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셋째 좋은 길동무들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인들 혼자서 먹으면 무슨 맛이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혼자서 걸어서는 제 맛이 나지 않는 법입니다. 정겨운 사람들끼리 서로를 배려해가며 오순도순 걷는 길이야말로 정말 좋은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조건이 더 있습니다. 그것은 사전예약과 정시출발 관행의 정착입니다.
지난 주말 욕지도 여행을 인솔하면서 카페지기님께서 참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버스를 대절해 떠나는 여행은 무조건 정시출발을 하겠으며, 출발일 아침에는 휴대전화를 꺼놓겠다”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카미노 도보여행을 여러 차례 따라다닌 저는 이 발언이 어느 정도의 고심 끝에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각자 생활에 쫒기는 회원 40여명이 한날 한시 한 장소에 모이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저마다 사정이 있고, 특히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늘 예상치 못했던 교통혼잡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원 한분 한분을 가족처럼 소중히 생각하는 카페지기의 입장에서는 그 회원중 한두분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출발지에 5분~10분 정도 늦을것 같은데 꼭 기다려달라고 부탁해올 경우 인간적으로 이를 외면하기 힘들 것입니다. 저 같아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정시출발이야말로 명품도보카페 정착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처음 몇 번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러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도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인의 손에서 명품이 태어나기까지는 각고의 수련이 있는 법이며, 눈높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생산관리와 마케팅이 필요한 법입니다.
다행히 우리 카페는 명품도보의 4대 조건중 3가지를 이미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카미노님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그 이름 자체가 대한민국 도보여행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그가 인솔한 길 치고 실망스런 길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드러내놓고 나서지 않으면서 조용조용 서로를 챙겨주는 우리 카페의 길동무들에 대해서도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이제 이 3가지 조건에 더해 명품도보 완성을 위한 마지막 조건(사전예약과 정시출발)이 충족될 경우 우리 카페가 명실상부한 '명품도보카페'로 발돋움하게 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몇말씀 드려보았습니다.
첫댓글 마포거사님 말씀 완전 공감,,,혹시 제가 늦어도 그냥 떠나시길...진심으로 그러나 거의 늦는 일이 없슴. 제가 거사님 옆에서 좀 떠들었죠! 죄송함을 말씀드리며 아마도 앞으로도 종종 떠들기는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떠드는 회원은 쫌 봐주시길~~~
일전에 제가 읽었던 책 1승 9패 유니클로처럼에서도 약속시간 5분전 정신이 거론되더군요? 정말 단시간내 일본 최고의 갑부를 만든 유니클로는 회의 5분전에 회의를 시작해도 되도록 모든 사람들이 미리 미리 준비를 한답니다. 아무튼 사소한것 같지만 이런것들이 정착이 되어야 카미노 카페도 일등 카페가 되지 않겠습니까? 참고로 저는 개인적으로 약속시간을 제가 임의대로 15분을 당겨 놓는답니다. 7시 30분이면 제 스케쥴표에는 7시15분으로 기재가 되어있고 그기에 맞추어 출발을 합니다. 그러면 확률적으로 지각은 줄지않을까 해서 이제껏 그렇게 하고있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제가 가지고 가려는 것은 단 한가지 뿐입니다. 정이 있고 인간적인것...살아 오면서 어떤 경우에도 아무리 늦어도 저는 기다리는 편이었습니다...^^ 제 자신은 스스로가 힘들어서 타인을 기다리게 하지는 못하고요...^^;; 이젠 이미 내뱉은 말이니 약속은 지키겠습니다....해서 이번 주부터는 정말 정시에(휴대폰 시간)출발을 하겠습니다. 당일 아침에는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는 휴대폰을 받지 않겠습니다.
더불어 조심스럽게 한마디만 얹어봅니다.
남을 위한, 서로를 위한 배려가 결국 자신을 위하고 전체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이 회원들 사이에 공유되었으면 합니다.
출발할 때, 휴게소에서 휴식할 때, 각종 집합시간 등에 자신의 편리함 추구보다 타인을 조금 더 생각한다면 좀 더 서두르고 합리적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욕지도에서 나올때 삼덕항에 도착해서야 화장실을 해결하느라 출발이 20-30분 늦어졌었지요..사실 배안에는 근사한 화장실이 있었으니 거기서 해결했더라면 귀경이 늦는다고 걱정을 덜했었겠지요..
급한 화장실 볼일이 해결되면 시간을 봐서 입에 맛있는 커피한잔 포기할 줄도 아는 아름다운 마음씀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좋은 결단이 있었네요...아쉬운날도 생기겠지만..잘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