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 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고개 넘어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 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어린 시절 이 동요를 부르면서 성장했던 우리의 기억에는 전쟁이 끝난 후의 어려웠던 삶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이 있다. 물론 지금에도 누구나의 기억 속에는 나름 고향이 있고 그리운 사람들이 있겠지만 당시에는 참으로 힘들게 견디면서 지내던 시절이라 그런지 몰라도 '고향'이라는 의미는 남달랐다.
윤석중의 동시에 한용희 작곡으로 1956년 국정음악 교과서에 실리면서 널리 불리우던 동요이다. 4분의 4박자 다장조의 서정적 동요로 노랫말과 가락에 고향을 그리워 하는 정감이 넘치는 이 노래는 6.25사변이 끝난 후의 당시를 살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윤석중(1911~2003)선생은 동시를 쓰신 아동문학가이시다. 그의 작품으로 ‘낮에 나온 반달’ ‘퐁당퐁당’ ‘기찻길 옆 오막살이’ ‘어린이날 노래’ ‘졸업식 노래’ 등이 있다.
시골집 뒷켠의 깨진 질그릇 굴뚝을 연상하게 하는 아득한 그리움으로 넘치는 이 동요를 오랜만에 불러보니 중간에 가사가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았다. 세월이 갔다는 건 이런 건가 모르겠다.
조금 더 세월이 가면 그리워했던 것들이나 미워했던 것들에 대한 기억조차 다 사라질 터, 눈으로 보아도 보이지 않고 귀로 들어도 들리지 않게 되는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