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 의정부교구 노인대학연합회 강사 최용선 요셉
"인생 황혼기 즐겁게 보내고 아름답게 주님께 나아가자"
글 / 최태용
“신앙 노인들이 가정의 중추가 될 때, 가정도 바로서고 가족들의 신앙도 바로 설 수 있다”며 “노인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한 전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주교님의 뜻을 따라 2005년 12월6일 의정부교구 최초로 노인대학연합회가 설립되었다. 최용선 요셉 형제는 연합회 회장직을 맡아 노인대학 발전에 기여했으며 2007년 12월18일부터는 연수원장으로 활동 했다.
2011년 9월 레지오 단원으로 복귀해 성모님과 함께 남은 삶을 신앙의 선조들과 오늘을 살아가는 신자들을 잇는 통로 역할과 성경공부(예사모)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으며, 강단에 서면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보인다. 누가 뭐래도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외치고 싶다는 삶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두성당 레지오 회합실을 찾았다.
회합실에서는 마침 단원들에게 마르코 복음 강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성서에서 이끌어낸 메시지를 단원들의 영적인 삶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열성적인 강의는 단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매우 인자하고 밝은 인상인 최용선 형제의 이 같은 모습은 여유로운 경제적·사회적 기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봉사활동에 전념해 오면서 깊어진 마음의 평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했으면 평화롭게 여생을 즐길 법도 한데 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동체의 책임자로, 또 봉사자로 활동하는 것일까?
“공동체 생활이 북적대기는 해도 사람 사는 것 같잖아요. 화합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대중 과 함께하면서 잘못된 습성도 고치고, 모두가 스승이기에 말없이 배우는 것도 많아요. 무엇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약한 천주교에서 성경 교육은 긴요하지요.”
처음 성체를 모실 때 온몸이 떨리는 감동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세례도 받지 않고 성당이 좋아 성당에서 유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형제를 유심히 보던 임신부님이 사제관으로 불러 제대로 교리교육도 받지 못한 그에게 1961년 8월13일 단독 세례를 주었다. 얼떨결에 세례는 받았지만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유물론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을 때 형제를 지켜보던 윤형준 신부께서 가르쳐 주신 상해 천주교 요리문답(祥解天主敎要理)으로 교리공부를 한 뒤 일생에서 가장 감격적인 마음의 자세로 성체를 영하였다. 성체를 모실 때 온몸이 떨리는 감동은 지금까지 그의 신앙심을 붙들어주어 주님을 사랑하며 영광을 되돌려드리는 하느님 찬미가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강릉에 살고 있는 딸과 손자가 보고 싶어 대관령 길로 운전하고 가는데 갑작스런 졸음으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죽음과 대면한 그 순간 과거도 미래도 없었고, 오직 영원한 현재만이 존재했다. 주위는 온통 빛뿐이었고 모든 것이 빛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때 나는 하느님과 함께 있었고 축복 속에 있었으며, 황홀경속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사고 이후 세상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이론으로써만이 아닌 체험으로 내가 나의 육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후곡성당에서 강의가 끝난 후 어느 할머니께서 전해준 꿈속에 나타난 체험을 통해 희망을 찾았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전하고 싶다고 한다.
“그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져 혼란과 좌절에 빠져 있을 즈음 환자 침상 곁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손을 꼭 잡으며 노래 ‘당신’-내 품에 안기어 곤히 잠든 그대여 어느덧 그대눈가에도 주름이 졌네..... 노래를 끝까지 불러 준 뒤 ‘여보 우리 천당에서 만납시다’라는 말을 남기고 임종했다”며 “내 손을 붙들고 사후의 삶을 확신하며 하느님의 섭리를 인정하고 신뢰하고 2년 후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말한다.
“그 할머니 모습을 보고 생을 따라 다니는 죽음을 늘 기억하고 사는 나의 목숨 속에,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굳건한 신뢰가 생겼으며. 인간은 죽음의 의식 없이는 생명을 느낄 수 없고 하느님의 음성도 죽음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죽음의 의식 없이는 생명을 느낄 수 없어
2011년 ‘인생은? 돌아서면, 하늘나라’ 교재를 직접 만들어 노인대학을 찾아다니면서 이해하기 쉬운 “인생은 아름다워라” 강의를 통해 의정부교구 노인대학연합회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1984년 5월3일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방한을 맞아, 순교자들의 신앙과 정신을 되새기고 이를 삶으로 실천하기 위해 기도하는 몇몇 사람들의 대열에 서서 공동 작업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치러내 한 해 내내 순교자들의 정신을 기념하는 은총의 기간을 만들었다. 1990년 오태순 원장 신부를 보좌하는 기획실장 소임을 맡아 강동 가톨릭문화원 개관을 무사히 마치는데 중추적인 역할도 담당했다.
그는 봉사활동 중 노인대학 봉사자로부터 ‘감사합니다’라는 편지를 받았을 때 느낌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고 한다. 편지는 “노인대학 봉사 안에서 작고 많은 일들로 더욱 ‘늘 깨어 있어라’ 하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되었으며, 아프신 어머니들을 보내면서 장기 기증을 하게 되었고, 나만의 생각을 벗게 되어, 한층 더 성숙되어가는 삶의 중간에 서 있습니다. 계란이 부화할 때 병아리가 쪼고 있는 지점을 어미닭이 도와 그 지점을 쫀다고 하셨던... 우리는 같은 점 하나의 정점을 향해 갈 때 부활한다고 가르쳐 주신 최용섭 요셉 원장님께 감사합니다” 는 내용이다.
“밟을수록 튼튼한 토대가 구축되듯이 우리인생도 고난과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꽃 봉우리가 진정한 향기의 꽃이듯이 한국 천주교의 자랑인 순교자들은 자신을 박해하던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모진 고문과 죽음 앞에서도 신앙을 증거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가정을 이루며 화목한 삶을 함께 살고 계신 부인 이혜자 율리아나 자매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며 그분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교리 교사로 활약 중이며 레지오 활동도 열심히 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