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노을 시낭송회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 시집해설 스크랩 시월평
李 乙 추천 0 조회 31 12.10.09 10:2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한맥문학 2009년 3월호-시월평


                     상이성에서 동일성을 찾는…

                              -비유는 시를 낳는 연합적인 언어

                                                             이 만 재


 시는 비교에 의하여, 시인이 진술한 관념이 독자에게 전달된다. 여기서 비유란 이른바 비유적 언어, 이를 줄여 흔히 비유比喩라고 한다. 이질적인 두 사물의 결합양식으로 나타나는 비유는 서로 차별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동일화를 위한 것이다. 이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두 관념, 즉 원관념[本意]과 보조관념[喩意]의 결합이 비유이다. 부연하자면 원관념이란 ‘비유되어지는 이미지’ 또는 의미재이고, 보조관념이란 ‘비유하는 이미지’ 또는 재료재이다.  대개 원관념과 보조관념은, ‘~같이’, ‘~처럼’, ‘~듯이’의 매개어로 결합된다[直喩]. 비유의 성립은 두 사물의 동일성에 의한다. 비유는 동일성의 서술이다. 비유적 언어는 연합적인 언어이다. 가장 시적인 언어이며 시에서 가장 유용한 장치인 셈이다. 이는 서로 같으면서 서로 다른 두 사물의 결합이다. 심리학 용어로 전이轉移라고 한다.

 비유의 동기는 인간의 마음과 외부세계를 결합하여 동일화가 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유는 차이성 속에 유사성을 필요충분의 조건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유사성의 발견은 언어의 중요한 한 기능이다. 비유가 시를 낳는다. 상이성에서 동일성을 찾는 작업, 이것은 모순과 충돌을 피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함께 수용해서, 오히려 새로운 통일체로 조화시키려는 마음에서만 가능하다.   


?직유

  李柱澈 <뿌리까지 사랑하라>에서…‘손톱 속에 세균을 골라 먹는 재미처럼’

  김현만 <하얀 계절에>에서…‘눈꽃 같은 사랑을 피우고 싶다’

  한재관 <立春>에서…‘어제가 오늘, 오늘이 내일처럼’

  吳蒼根 <허기진 마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에서…‘철 지나 삭아 내리는 풀잎처럼 서리 맞아 삭아 내리는 정의’

  홍주희 <인생길>에서…‘쪼글쪼글해지는 무말랭이처럼/같아지는 인생길’

  金學哲 <부러진 날개를 다시 펴고 일어서는 새처럼>에서…‘내일은 오늘처럼 졸지 않을 것이다/내일은 어제처럼 깜박이지 않을 것이다’

 

 직유는 분명히 다른 두 사물 간의 비교가 ‘같다’ 또는 ‘같은’이란 단어에 의해 지시된다. 하지만 아래의 예문에는 매개어가 없이 ‘A는 B이다’의 형태로 결합된다[隱喩].


?은유

  이사빈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에서…‘인생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김태순 <나그네길>에서…‘삶은 끝없이 방황하는 나그네길이다’


은유는 한 종류의 사물, 특성 또는 행동을 지시하던 단어가 비교의 형식이 아니라, 동일同一의 형식으로 다른 종류의 사물, 특성 또는 행동에 적용된다. 


?구체적 비유

  李建善 <폭발하는 울음>에서…‘기쁨보다 서러움에 복받쳐/흐느껴 울고 울 때’

  김오수 <털실 조끼>에서…‘어릴 때 함께 놀던/정든 고향 생각하며’

  이은별 <촛대바위에 해 돋으니>에서…‘새벽바람 타고 단숨에 달려간 까닭은/촛대바위에 해 돋을 때 보듬으려고’

  이윤호 <단풍>에서…‘소나무 아래, 솔가지 흩어져 솔향 나고/떡갈나무 아래, 떡갈나무 향이 묻어 난다’

  이주원 <아기도 말이 있어요>에서…‘아무리/둔한 엄마도/울음소리 들으면/느낌으로 알아요’

  이원선 <실>에서…‘내가 학교에서/매일매일/집으로 되돌아오고’


?추상적 비유

 안재진 <갠지스의 불꽃>에서…‘허공을 떠돌던 주린 독수리가 물어 온/피 묻은 얘기를 늘어놓고’

  김지연 <늑대별>에서…‘뼈 안에 녹슬어 있던/별을 하늘에 던졌다’

  김경식 <천마산 관음사>에서…‘속과 겉이 검게 타/짝 잃은 관세음보살/미소도 없이 반긴다’ 


 동양시학의 뿌리이자 핵심은 《시경詩經》이며 시경학이다. 일찍이 공자가 편찬한 오경五經의 하나이다. 은나라부터 춘추시대까지의 고시古詩, 311편이 수록되어있다. 여기에 시육의詩六義, 또는 육시六詩로 일컫는 시형식 내지 수사법이 나타나 있다. 주목할 부분은 비유의 기교를 비, 흥으로 구분하여 기술한다. 비?흥은 부와 더불어 시경의 3대 수사법이다. 부가 비유하지 않고 사물을 곧바로 진술하는 것이고 비?흥은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다른 사물에 빗대어 묘사한다. 그러므로 비가 직유라면, 흥은 은유 내지 상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고전시대 이후, 로마인 퀸틸리아누스(quintilianus)의 《웅변술 강요》8권과 9권에서-비유언어를 두 부류로 구분하고 있다. ① ‘생각의 비유’, 즉 비유(trope, 변전, 전환이란 의미)를 뜻한다. 단아들이 그 표준 의미에서 현저한 변화가 생기도록 쓰인다. ② ‘언어의 비유’, 즉 수사학적 비유 또는 배열(scheme, 형식)을 뜻한다. 표준 용법과 다른 점이 주로 뜻에 있지 않고 단어의 순서에 있다는 것이다. 

 비유는 유추類推,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 또는 연속성에 있다. 은유는 문학예술에만 한정되어 있거나 언어 속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널리 퍼져있다. 우리의 사고나 행동에도 잠재되어있다. 은유가 품고 있는 개념[관념]에 공간적 방향을 부여할 경우, 이를 ‘방향은유’라고 한다.        


?방향은유

  김수년 <기다리는 마음>에서…‘이리저리 헤매다가 깨어나면/왠지 기다려지는 마음’

  李建善 <시치미 떼기>에서…‘가면 춤과 춤 사이 눈치껏/에덴의 드라마를 꿈꾸는가’

  김오수 <산울림>에서…‘뜨거운 청춘을 살다간 혼들이/가득히 채운 그 끝은/없는 것과 같다 하시네’

  김태순 <너는 모를 것이야>에서…‘외로움 달래지 못하는 마음/너는 알고 있니’


 체험이 방향은유를 낳는다. 반면에 물리적 대상, 특히 신체의 경험이 사건, 행위, 관념, 정서들을 어떤 물리적 실체로 나타난 경우를 ‘존재론적 은유’라고 한다.


?존재론적 은유

 안재진 <시체가 걷고 있다>에서…‘산 너머 누군가 숨을 거두는지/눅눅한 바람 불어와/늘어선 가로수를 흔든다’

  李柱澈 <큰 산이 나를 데리고 논다>에서…‘산이 눈을 흘겼을 때는/나는 죽는 시늉까지 했다’

  김현만 <눈 내리는 날이면>에서…‘속절없이 하얀 눈이/이리 기별도 없이/이 밤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아요’

  한재관 <겨울 나무>에서…‘남몰래 속으로 익어 가는/벌거벗은 裸身’

  이사빈 <12월에…>에서…‘계절의 흐름에/둔감해지려는 듯한/몸짓을 하는 것 같아’

  김지연 <백목白目이 붉어진다>에서…‘해가 지난간 자리마다 동백꽃/더러운 상처에 다시 돋는다’

  金學哲 <눈 내리다 그친 밤 노숙자>에서…‘설국雪國 별은 포근하고 달빛은 따뜻한데/발등이 시리다


 『한맥문학』2월호에 나타난 비유들을 살펴보았다. 세분하자면 그 종류는 다양하다. 은유 안에 또 다른 은유가 복잡하게 얽힌 경우를 일컬어, ‘혼합은유混合隱喩’라고 한다. 이는 종류가 다른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은유 매체들을 결합시킨다. 여기서 만약 매체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불일치에 대한 예감이나 감수성이 없이 아무렇게나 사용한다면, 그 효과는커녕 오히려 이미지의 선명도에 있어 치명적일 수가 없지 않다. 난삽한 졸작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한 사물의 용어가 그 사물과 경험상 밀접한 관계를 지니게 된 다른 사물에 적용하는 경우를 일컬어, ‘환유換喩’라고 한다. 예컨대 ‘남자를 -바지, 여자를- 치마’로 대용하여 남녀의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다.

 또한 어떤 것의 한 부분이 전체를 의미하는 경우를 일컬어, ‘제유提喩’라고 한다. 예컨대 ‘두 명의 일꾼을 -두 일손’이라는 은유가 그러하다. 이뿐만 아니라, 은유와 관련된 다른 비유는 의인화(personification)를 들 수 있다. 즉 무생물이나 추상적인 개념이 마치 생명이나 인간의 속성이나 감정이 부여된 듯 표상하는 은유들이라고 하겠다.      


 상상력은 모든 대립되는 사물들을 포괄하고 융합하는 종합의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 자아의 세계, 사상과 감정 등에서 비유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비유의 문법적 단위인 원관념과 보조관념은 반드시 어느 한 쪽이 추상적 관념이 되어야 하거나 구체적인 감각이 되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러나 비유에는 추상, 구상, 사상, 감정이 동원되어 융합되어진다. 사실 시에서 직유나 은유의 문법적 공식을 따진다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그 구성단위인 원관념과 보조관념 운운하는 것도 그러하다. 오직 중요한 것은 두 사물의 결합에서 일어나는 의미론적 변용變容일 뿐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미지未知의 것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바꾸어 부르는 명명의 ‘전이양식轉移樣式’으로 은유를 파악했다. 은유는 시적 상상력과 수사적 장식이 고안한 것으로서, 그리고 언어의 특징으로 간주되어진다.  

 비유언어比喩言語는 단어의 정상적인, 즉 표준적인 의미 또는 연속이라 인식하는 것과 다른 언어이다. 이는 언어가 작용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유기적인 부분들이며, 비단 시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말과 글에 불가결한 것이다.(*)  

    

 
다음검색
댓글
  • 12.10.10 07:54

    첫댓글 열공 합니다....보고 또보고...이해가 될때까지~~

  • 12.11.15 17:38

    이을 선생님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최신목록